•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문학지리학과 장소

문서에서 비영리-변경금지 2.0 - S-Space (페이지 31-34)

문학은 영어로 literature로서 '기록'을 의미한다. 인류 문화의 중요한 부분인 문학은 훌륭한 문호(文豪)의 시각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생활상과 각 역사 시기 의 기억들을 서술하여 남기는 예술작품의 일종이다. 문학은 언어를 매개로 작가 가 창작한 주관적인 예술 작품이면서 사람의 삶과 그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일들 을 말글로 형상화하는 예술 양식이라면, 지리학이란 사람이 터잡고 살아가는 지 역의 성격을 합리적으로 밝히고 풀이하는 학문 영역을 뜻한다.39)

표면적으로 문학과 지리학은 전혀 상관없는 두 학문 분야이지만 문학은 공간 을 배경이나 소재로 삼고, 지리학의 연구 대상도 바로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하 면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밝힐 수 있다. 문화지리학자 마이크 크랭(Mike Crang)은 '지리학과 문학은 둘 다 장소와 공간에 대한 글쓰기'라고 지리학과 문학의 공통점을 명시한 바 있다. 그러므로 일찍부터 문학작품 속의 지리학적 현상을 이해하는 수단으로서 지리학에서 많이 사용하게 되어 문학지리 학이라는 개념도 지리학의 하부영역으로 발달한다.40)

39) 박태일, 『한국 근대시의 공간과 장소』, 소명출판, 1999, 300면.

40) 문학지리학이라는 개념은 주로 지리학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문학지리학이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았지만, Geikie는 1898년 처음으로 지리학적인 연구에 문학작품을 이용 함으로써 이것이 문학지리학의 효시가 되었다. 문학지리학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영국의 Sharp로서, 문학지리학이라는 말은 1907년에 단행본으로 출판된 그의 연 구 제목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여러 소설가의 소설 속에 나타난 지역을 지도화시켜 서, 일면의 지도로 제시하였을 뿐이었다. 그 후 상당한 기간이 지나 1970년대에 인간주의 적인 접근을 시도한 지리학자들에 의해서 그 의미가 확장되어, 문학지리학이 지리학의 한 연구 분야로서 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Sharp이후부터 1970년대 이전까지의 문학지 리학 발달 과정을 살펴보면, 뚜렷한 업적은 별로 없고 그 발달도 미미한 것에 불과하다.

1970년대까지는 문학작품 속의 지리학적 현상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지는 않는다. 그러다 가 1970년대초 Meinigm Tuan 등에 의해 본격적으로 문학지리학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는 많은 지리학자들에 의해 문학지리학에 대한 연구가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인간주의적인 접근의 필요성과 함께, 자연환경이나 도시에 대한 이미지를 밝히고 장소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인해 이 분야의 연구가 활발해진 것이다. (이은 숙, 「문학지리학 서설-지리학과 문학의 만남」, 『문화·역사·지리』 4,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

또한 지리학에서는 문학을 일종의 장소기억으로 보고 문학이 그 안에 여러 ' 지리적 사실들'을 담고 있다는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많이 주목해 왔지만 이러한 '지리적 사실들'에는 접근방식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즉 학자들의 시각에 따라 실증주의적 접근, 인본주의적 접근, 구조주의적 접근으로 나눌 수 있다. 문 학지리학의 실증주의적 접근이란 문학이 담고 있는 지리적 사실들을 객관적인 사실로 제한하며, 인간이 장소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나 정서 등은 연구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공간과학 전통에 대한 저항으로 나타난 두 가지 흐름은 즉 인본주의(인간주의)의 지리학과 구성주의적(구조주의적) 지리학이다.

인간주의 지리학에서 중시하는 개념은 장소와 그 곳의 인간이며, 인간은 장소 체험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고 의미를 형성한다. 인간주의 지리학은 투안(Tuan), 버티머(Buttimer), 시몽(Seamon), 렐프(Relph)등의 학자로 대표되는데, 이들은 공간과학 전통이 비인간적이라고 비판하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규정하는 방식으 로 장소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인간 개인 및 집단의 생활세계(lifeworld)를 중시 하였으며, 인간들의 다양한 장소성(sense of place) 혹은 장소 정체성(identity of place)을 회복하고자 하였다. 한편 구조주의적 접근은 인간의 장소 경험을 개인이나 공동체 수준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기존 시각의 한계를 극복 하기 위해 생산된 것이다. 구조주의적 접근은 인본주의적 접근을 배제하지 않고 결합시킴으로써 객관적인 사회구조와 주관적 개인의 의미 세계가 상호작용하면 서 나타나는 지리적 현상과 인간의 장소경험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문학지리학(literary geography)은 경관에 대한 해석이나 지리학적 현상으로 서 문학을 의미하며 이는 지리학을 보다 구체적으로 공간을 이해하려는 목적을 가진 학문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41) 본고에서는 그동안 문학지리학이란 이름으로 지리학이 문학에 접근하는 방식을 연구한 성과를 바탕 으로 문학작품에서 투영된 서울과 북경의 장소이미지 양상을 분석하여 전개하고 자 한다.

인본주의 지리학자 투안(Tuan)은 지리학이 문학에 접근하는 방식을 두 가지 로 나누어 설명한다. 하나는 문학 작품을 객관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인데 문학

1992, 149~152면.)

41) 이은숙, 「문학작품속의 도시경관: 채만식의 탁류를 중심으로」, 『사회과학 연구』 5, 상명 대학 사회과학연구소, 1993, 3~4면.

작품으로부터 특정 공간에 대한 사실적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문학 작품을 주관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인데 문학작품으로부터 환경과 경관에 대 한 인간의 감정, 관점, 태도, 가치에 관한 지식을 획득하는 방법이다.42) 그러나 이러한 분류방식은 단순히 지리학이 문학에 미치는 일방적인 영향을 주목하여 문학이 지리에도 영향이 있다는 사실에 소홀한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심승희(2001)는 문학지리학의 발달 과정에 따라 문학지리학의 접근 방식을 지리적 사실을 담고 있는 창고로서의 문학과 지리적 세계를 변화시키는 담론의 힘으로서의 문학으로 분류한다. 즉 '장소 기억하기'로서의 문학과 '장소 만들기'로서의 문학이다.43) 이 관점은 더욱 전면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 러한 접근법에 대한 논의들을 참고로 하여 본고에서는 문학지리학이라는 관점을 활용하여 장소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자 하며, 이것을 한국 문화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문학작품에서 나온 장소에 대한 학습은 장소 그 자체를 경험하는 데에 서 사용될 수 있다. 즉 문학작품에서는 그의 배경으로 된 장소와 관련된 진실한 정보들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문학작품을 통해 장소 를 구성하는 각 구체적인 환경 요소를 체험하게 되어 그들에 담긴 문화적 표상 도 같이 이해할 수 있다.

둘째, 문학은 특정한 역사 배경과 환경에서 인간적 체험, 그리고 이러한 체험 을 통해 생산된 감정을 묘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학작품에 드러난 한 장소의 이미지 양상을 학습하는 과정에서는 그 공동체의 역사와 민족 정서가 형성 및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본다.

셋째, 한·중 양국은 같은 유교문화권에 속하기에 여러 가지 같은 문화적 경험 을 공유하며, 특히 16세기 이후 비슷한 많은 사회 변화를 겪어왔다. 이러한 역 사발전의 당사자는 바로 오래된 수도로서의 서울과 북경이다. 이들을 배경으로 창작된 문학작품을 통해 학습자로 하여금 한국의 역사문화에 대한 인식을 넓히 42) 위의 논문, 160면에서 재인용.

43) 심승희, 「문학지리학의 전개과정에 관한 연구-토마스 하디의 소설을 중심으로」, 『문학역 사지리』 13(1),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 2001, 67~84면; 심승희, 「'장소 기억하기'와 '장소 만들기'로서의 문학」, 『문학수첩』 4(4), 문학수첩, 2006, 39~53면; 심승희, 「문학교육의 학 제적 접근: 지리학과 지리교육이 문학에 접근하는 방식」, 『문학교육학』 37, 한국문학교육 학회, 2012, 87~124면.

게 하는 동시에 자기의 고유한 지식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 게 해주고 한국 문화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다시 수정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문학작품 중 고전시가를 비교-학습 텍스트를 선정했는데 이는 고전 시가 작품이 문화교육이나 장소이미지를 이해할 때 유용한 제재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본 연구는 문학작품을 활용해서 객관적인 사실이나 정보를 추출 하기 보다는 문학작품을 통해 우리가 포착할 수 있는 서울과 북경의 장소이미지 특징, 그리고 이러한 장소이미지 양상을 형성시키는 중요한 문화적인 요소들을 탐구하고자 한다.

문서에서 비영리-변경금지 2.0 - S-Space (페이지 3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