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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지향과 공감교육

문서에서 비영리-변경금지 2.0 - S-Space (페이지 102-106)

도덕적 주체로서의 ‘나’는 공감을 통해 타자를 만나고 이를 통해 인격 적 관계를 형성하여 사회적 존재로서 더 넓은 세계관을 형성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타자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진정한 공감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 셸러는 이 같은 공감 작용이 우리의 삶을 확장시키 고 더욱더 풍부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고 말한다.

타인의 상태들뿐만 아니라 타인이 느낀 가치와 가치 사태들에 대한 이해 와 뒤따라 느낌 그리고 공감이 우리의 삶을 진정으로 확장해줄 수 있으며 우리의 실제적인 체험의 좁은 골목을 벗어날 수 있게 하고 우리의 이런 저 런 실제 체험들이 생의 모든 풍부성의 지배 아래서 성립하도록 해줄 수 있 다. 그런 풍부성은 환경과 역사의 상태들과 가치들을 이해함으로써 열린 가슴에 주어지는 특정한 것이다.235)

공감의 체험은 자아의 좁혀져 있던 감각 나아가, 자신의 삶에서 이전 까지 보지 못하고 놓쳤던 것, 그리고 이해하지 못했던 모든 것에 대해서 가슴을 열리게 해준다. 공감은 그 자체로 가치 무분별하지만 공감 작용 을 통해 가치를 인식할 수 있는 내면의 확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계에 대해 열린 가슴을 가능하게 하고 내면의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셸러에 따르면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공감을 보다 높은 가치 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인간의 윤리적 지식과 도덕적 행동의 기본 적 구조이다. 사랑은 낮은 가치에서 더 높은 가치로 올라가는 운동이며

적 인격 작용이 경험적 연구만으로 온전히 이해될 수 없는 지점이 있음을 알려준 다. 타자 이해는 객관적인 인식을 통해서가 아닌, 한 존재가 다른 존재의 작용을 뒤따라가며 거기에 참여할 때 이루어진다. 여기서 경험 과학적 접근은 단지 인간 의 신체가 영혼의 단계까지만 접근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한계는 윤리학적 혹은 현상학적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

235)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 60.

운동 속에서 그때그때마다 한 대상 또는 한 인격의 더 높은 가치가 빛나 듯 출현하는 운동236)이다. 따라서 사랑은 ‘보다 가치 있는 것을 지향하는 힘’이 되어 공감이 보다 가치 있는 것을 향하여 일어날 수 있도록 방향 을 제시한다. 이로써 나와는 속성적으로 다른 타자를 이해하고 관여하며 감정적으로 타인의 실재성과 속성에 대한 따뜻한 긍정237)의 시선을 갖게 되는 것이다. 앞서 Ⅳ장에서 살펴보았듯이, 공감은 절대적이고 심오한 인 격에까지 가닿을 수 없는 한계를 갖는다. 이 한계를 뛰어넘게 해주는 것 이 바로 사랑이다.

공감하는 대상을 우리가 깊이 사랑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공감은 곧 끝나 고 절대로 그의 인격 중심까지 들어가지 않는다. … 공감 작용이 진정한 공 감이 되기 위해서는 사랑의 작용 속에 깃들어야 한다. 따라서 사랑하는데도 공감하지 않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공감의 작용이 단순한 이해나 뒤따르 는 느낌 이상의 것이 분명하다면 공감을 감싸고 있는 사랑 작용 속에 깃들 어 있어야 한다.238)

사랑이 깃든 공감은 진정으로 타자의 인격 중심에까지 들어갈 수 있게 해준다. 여기서 타자의 인격은 오로지 사랑 작용을 통해서 우리에게 주 어지며 셸러는 이러한 인격 사랑만이 도덕적인 사랑이라고 보았다.239) 사랑이 인격 자체에 대한 인격의 사랑인 한에서 사랑은 도덕적 가치를 소유한다.240) 공감의 윤리적 한계는 공감에 사랑을 깃들게 함으로써 극 복된다. 사랑을 지향하는 공감, 다시 말해 진정한 공감은 인격에 대한 사 랑이자, 도덕적 가치를 소유한다.

236)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 155.

237)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 81.

238)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 147-148.

239)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 167.

240)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 167.

무엇을 통해서 도덕적인 사랑의 경계가 그어지는가? 왜냐하면 분명히 모 든 사랑 일반이 도덕적으로 가치 있는 사랑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예를 들 면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 인식과 자연, 예술 그리고 모든 사실가치에 대한 사랑과 같이 긍정적인 가치를 지니는 사랑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 이에 대해 내가 대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사랑이 인격자체에 대한 인격 의 사랑인 한에서, 사랑은 그런 특별한 가치(도덕적인 가치)를 소유한다.241)

결국, 사랑을 지향하는 진정한 공감은 보편 윤리학의 근거로서 작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것을 통해 고립된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타자에 대 해 공동의 책임을 느끼는 연대성의 원리를 구현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도덕교육에 있어 공감은 공감 그 자체를 지향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타자의 인격에 대한 사랑을 지향해야 한 다. 사랑은 ‘보다 가치 있는 것을 지향하는 힘’이 되어 공감이 보다 가치 있는 것을 향하여 일어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며, 나아가 타자의 인 격을 진정으로 마주하게 해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따라서 사랑 을 지향하는 공감교육이야말로 궁극적으로 도덕교육이 목표로 하는 ‘사 람다운 사람’의 도덕적 품성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도덕성의 핵심으로서 한결같이 중시되어 온 것 들은 인간이 자기중심성을 벗어나야 한다는 동일한 취지를 담고 있 다.242) 타자성에 근거한 공감 이해는 인간의 자기중심성을 벗고 함께 살 아가기 위해 필요한 관계윤리 정립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나 아가, 도덕교육은 타자성에 대한 이해가 공감에만 머물지 않고 사랑으로

241)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 167.

242) 예수의 ‘황금률(자신이 남에게서 대접받고자 하는대로 남을 대접하라)’, 공자의

‘己所不欲 勿施於人(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 ‘易地思之(남 과 입장을 바꾸어 그의 위치에서 한번 생각해 보라)’ 그리고 칸트의 ‘정언명법(너 자신의 행위 원리가 보편적 법칙 수립의 원리로서 타당할 수 있도록 행위하라)’

은 이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박찬구, 『개념과 주제로 본 우리들의 윤리학』

(경기: 서광사, 2006), pp. 309-310.)

나아갈 수 있도록 하여 더 높은 가치 실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 다. 이로써 도덕교육은 공감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궁극적으로 인간답고 도덕적인 삶을 지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와 같은 논의를 바탕으 로 도덕교육 하에 이뤄지는 공감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감교육은 타자 인격의 등가치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져 야 한다. 타자의 고통에 뒤따라 느끼기 이전에 우리는 타자 역시 나와 같 이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아야 한다.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타자 역시 나 와 똑같이 가치를 지닌 존재임이 전제되지 않을 때, 공감은 타인에 대한 비대칭적 지위를 갖게 하고 보편적 도덕성의 지향을 막게 된다.

둘째, 공감교육은 타자의 본질 차이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져 야 한다. 타자는 나와 같이 절대적 존재로서 본질적으로 차이를 갖는다.

결코 본질적으로 하나가 될 수 없으며, 늘 타자와 나 사이에는 거리 간격 이 주어진다.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거리 간격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때로 공감은 타인에 대한 폭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타인의 고통에 자의 적으로 해석하게 되고 이는 결국 상대에 대한 오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 이다. 때문에 자아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타자의 세계관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는 착각은 제거되어야 한다. 나의 틀 속에 타자를 집어넣는 방식이 아니라 그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공감교육은 궁극적으로 타자에 대한 사랑을 지향해야 한다. 타자 의 고통을 뒤따라 느끼는 공감 행위가 일회적 체험으로 끝난다면 이는 결코 보편적 도덕의 토대가 될 수 없다. 사랑을 토대로 타자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공동의 연대감을 갖게 될 수 있도록 공감교육에의 연장이 필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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