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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과 사랑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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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소유하는 만큼 타자의 실재성은 가까워질 수 있다. 그러나 그림 자 같은 존재 혹은 자아 연관적으로 파악되던 타자의 본질이 절대적 실 재로서 변환되는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도 않으며 앞서 셸러가 밝힌 바와 같이 안개 속으로 쉽게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극복하게 해주는 힘은 바로 사랑에서 비롯된다. 사랑은 절대적이고 심오한 자아라는 영원 한 한계선에 먼저 맞부딪치고 사랑의 동요 속에서 자아를 먼저 발견한 다.173) 이렇게 발견한 타자의 실재성은 결국 타인에 대한 사랑에 토대할 수밖에 없다. 셸러는 사랑은 나와는 “속성적으로 다른 타자를 이해하며 관여하는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적으로 타인의 실재성과 속성 에 대한 남김 없는 따뜻한 긍정”174)이라고 말한다.

셸러는 공감과 사랑의 관계의 가치 연관성, 작용 양태, 대상 등에 근거 하여 그 차이를 분석한다.175)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1] 공감과 사랑의 관계

특징 구분 사랑 공감

가치연관성 가치 연관, 가치 창조 능력 가치에 대해 무분별

작용 주체 인격의 작용 자아의 느낌이자 감정

(일종의 기능)

작용 양태 자발성 반작용

작용 대상 대상에 제한되지 않음 느낄 수 있는 존재에 대해서만 가능

첫째, 사랑은 가치를 발굴하고 창조하는 가장 능동적인 작용이다. 반면 공감은 타인이 체험한 가치에 대한 분별력이 전혀 없다. 사랑의 작용이 본질적으로 가치를 염두에 둔 반면, 공감은 어떤 형태를 취하든지 간에 원칙적으로 가치에 대해 무분별(wertblind)하다.176) 물론 타인의 기쁨이

173)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 82.

174)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 81.

175)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p. 146-147 참조.

나 고통이 가지는 가치사태와는 독립적으로, 공감 자체가 가치 담지자일 수는 있다. 그렇지만 가치 자체가 공감에서 도출될 수는 없다.177) 따라서 공감은 가치 인식 능력이 없기 때문에 선악 판단도 할 수 없다.178)

둘째,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하나의 작용이고 하나의 움직임이다. 사랑 은 정서의 동요이며 하나의 정신적인 작용이다. 이는 자아가 아닌 결코 대상화될 수 없는 인격에 붙어 있다. 이에 반해 공감은 수용적이며 상태 적인 감정으로서 일종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고통을 겪음, 견딤, 인 내 등과 같은 모든 감정은 하나의 수용 작용에 불과하다.

셋째, 사랑은 자발적인 작용이다. 이에 반해 공감은 뒤따라 느낌 안에 주어진 타인의 체험과 느낌이 포괄하는 가치 사태에 대해 일으키는 하나 의 반응적인 행위이다.

넷째, 사랑은 그 대상에 제한이 없다. 왜냐하면 사랑은 원초적으로 가 치들과 그 대상을 향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179) 반면에, 공감은 본질적 으로 타인으로서의 타인을 향하는 사회적인 작용이므로 타인의 존재와 그의 느낌이 전제 될 때에야 비로소 공감 작용이 가능하다. 이 같은 특 성 때문에 자기 사랑은 가능하지만 자신과의 공감은 불가능하다.

이 같은 이해를 바탕으로 셸러는 공감과 사랑 간의 본질적 연관관계에 176)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 18.

177) 공감은 분명히 가치 있는 작용이다. 그러나 공감은 가치에 대해서 무지하므로 공감에 기대어 사물의 가치를 판단할 수는 없다.

178) 셸러는 윤리적 판단이 성립하기 위해서 반드시 공감을 거쳐야 한다는 아담 스 미스, 흄, 루소, 쇼펜하우어로 대표되는 공감 윤리학자들의 주장의 오류를 지적한 다. 그들은 공감이 최고의 도덕적 가치를 갖는다고 보며 공감에서 도덕적으로 가 치 있는 모든 활동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윤리적 판단이 성립하기 위해서 는 반드시 공감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 판단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모든 양심의 가책 과 후회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모든 긍정적인 가치 판단 속에 어떻게 공감이 있을 수 있는가? 타인의 칭찬과 비난이 윤리학의 판단 근거가 된다는 것은 자신 의 양심에 대한 착각이며, 이는 사회적 암시 때문에 스스로 느낀 가치를 은폐하 는 것일 수 있다. 따라서 공감을 윤리적 판단 근거로 내세우는 공감 윤리학은 오 류이다. 공감을 윤리적 공감으로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별도의 가치 직관의 힘이 필요하다. 이 가치 직관의 힘은 바로 가치 느낌을 지배하는 사랑이다.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p. 17-19.) 179)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 153.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여기서 곧바로 고유한 방식의 본질적 연관관계들이 성립한다. 가장 중요한 것들은 모든 공감 일반이 사랑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것과 공감은 사랑이 없 으면 멈춘다는 것이며 거꾸로는 결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감이 관계하고 있는 대상의 중심적 층은 전적으로 앞서 주어진 사랑의 대상을 지 향하며, 다시 말하면 해당하는 층으로 향하는 사랑의 방향으로 지향한다.180)

공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전적으로 앞서 주어진 사랑의 지향이다.

사랑에서만이 진정한 공감이 나올 수 있으며, 거꾸로 공감으로부터는 사 랑이 나올 수 없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사랑하는 만큼만 그리고 사랑의 깊 이만큼만 공감한다는 명료한 법칙에 대해 알 수 있다.181) 만약 공감하는 대상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공감은 곧 끝이 나고 절대로 그의 인격 중심 에까지 들어갈 수 없다. 물론 사랑 없는 공감은 가능하다. 예컨대, 한 인 간을 불쌍히 여김은 상대에 대한 한 점의 사랑도 내포하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이해나 뒤따라 느낌에 불과하다. 그 이상의 것이 되기 위해서는 공감에 사랑의 작용이 깃들어야 한다. 반면에, 우리가 사랑하는데도 공감 하지 않는 일은 있을 수 없다.182) 사랑하는 자의 고통을 보며 아무렇지 않은 태도를 유지하는 이는 결코 있을 수 없다. 공감은 한 삶이 다른 삶 을 지향하는 일인 까닭에 타인의 삶에 대한 사랑이 전제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공감하는 만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만큼 공감한다.183)

180)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 147.

181)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 147.

182)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 147.

183) 여기서 셸러는 사랑의 작용에 있어 공감의 가능한 범위를 두 가지로 제한한다. 첫 째로 미워하는 동시에 공감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공감이 사랑의 작용 하 에 있다면 사랑의 반대 작용인 미움 아래에서 공감이 불가능한 것은 당연하다. 상대 에 대한 고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부터 공감은 당연히 기대할 수 없다. 둘째로, 사랑 은 한 인격에 대한 개별적인 사랑에 근거한다. 공감하는 대상과 동일한 대상을 사랑 하는 것이 아닐 경우 상대에게 이는 잔인성으로 지각될 수 있다. 예컨대, 나의 고통 에 공감한 것이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내가 속한 집단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 다면 그에 대해 모욕적인 자만심, 수치심, 자기비하 의식을 느낄 수 있다. 사랑은 공

지금까지 공감과 사랑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았다. 공감과 사랑의 본질 과 기능적 차이로 미루어 볼 때 셸러에게 공감과 사랑은 다 같은 감정 영역에 속하기는 하지만 둘은 이질적인 성질과 이질적 양태와 능력에 속 한다.184) 사랑이 좀 더 높은 정신적 작용이라면 공감은 보다 낮은 자아의 영혼적 기능이다. 사랑이 인격의 작용으로서 자발성, 가치 창조 능력을 갖는 반면, 공감은 가치에 대해 무분별한 자아의 느낌이자 타자 지향적인 반작용이다. 셸러에 따르면 공감에서 사랑으로 비약할 수는 없다.185) 반 면에 공감이 진정한 공감이 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다. 사랑이 공감 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감이 사랑에 비례한다. 공감 없는 사 랑은 있을 수 있지만 사랑 없는 공감은 있을 수 없다. 사랑 없는 공감은 진정한 공감이 아니라 단순한 뒤따라 느낌, 이해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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