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용, 가치들의 위계질서에 대한 선호․경시 작용, 인간의 지향적 정서 생활의 최고 단계인 사랑․미움의 작용법칙들이 존재한다.
셸러는 감정을 통해 가치를 파악할 수 있으며, 그 가치들 사이에는 높 고 낮음의 순서가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더 높은 단계의 감정을 발로시 켜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게 될 때 인간은 훌륭한 삶을 살 수 있다. 감 정의 가장 높은 단계에 해당하는 사랑은 가장 근원적인 의미의 선(善)의 담지자이며, 여기서 선(善)은 한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가치들 가운데 보다 높은 가치를 선택하고 실현하려는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셸러는 가치 실질주의라는 감정철학의 논의를 바탕으로 감정적 삶의 현상 중 ‘공감’ 작용에 주목한다. 그는 아담 스미스, 쇼펜하우어 등을 대 표로하는 기존의 공감 윤리학이 갖는 이론적 한계에 대해 지적하면서 공 감의 윤리학적 지위에 대해 탐구하고자 하였다. 그는 다양한 공감의 형 태를 구분함으로써 보편적 윤리학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실질적 혹은 진 정한’ 공감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공감(Mitgefühlen)은 경험적으로 획득되는 기능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내재하는 능력으로서 ‘이해’, ‘뒤따라 느낌(nachfühlen)’, ‘뒤따라 삶 (nachleben)’으로 구성된다. 공감은 타자의 체험이라는 객관적 실재성에 대한 파악을 기초하여 타인의 체험을 나의 체험으로 생생하게 뒤따라 느 낄 때에 성립되는 감정이다. 이때의 공감은 정서적 인식 행위나 이해에 그쳐서는 안 되며 타인의 체험에 참여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의 발동 이 있어야 이루어질 수 있다.
셸러는 공감의 현상학적 의미를 탐구하면서 기존에 공감으로 불리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공감으로 분류될 수 없는 감정 현상들에 대해 분석한 다. 첫째, 상호 동일적 공감은 타자의 체험과 느낌을 매개하는 일 없이 서로 동일한 감정을 갖는 공감의 형태를 가리킨다. 이는 동일한 감정을 느끼고 있지만 타자에 의해 그 고통이 대상화되지 못한 점에서 다시 말 해, 상대의 체험에 참여하여 교감하려는 본질적 과정이 배제되었기 때문 에 엄밀한 의미의 공감이라고 보기 어렵다. 둘째, 감정 전염은 공감 현상
이 전혀 아니면서도 자주 공감과 혼동되는 것이다. 감정 전염은 타인의 감정에 대한 체험 없이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도 모르게 감정의 변화가 발생하는 감정을 가리킨다. 이는 비자의적이며 무의식적일뿐더러 타인의 체험에 대한 이해와 판단, 그리고 참여를 처음부터 배제하고 있기 때문 에 엄밀한 의미의 공감 현상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셋째, 감정 합일은 감 정 전염의 극단적 형태로 나와 타자를 동일시하는 합일의 감정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형태의 동일시는 감정 전염과 마찬가지로 비자의적이고 무의식적인 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타자의 실재성이라는 인격들 간의 순수한 본질 차이성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엄밀한 의미의 공감으로 분류 될 수 없다. 이와 같은 분석을 거쳐 셸러는 공감으로 불리는 다양한 현 상의 분석을 통해 본래적 의미의 공감이 갖는 특성들을 제시한다.
공감이란 본래적으로 타인의 체험과 느낌을 뒤따라 체험하고 느낌과 동시에 그 가치 사태에 실제로 참여하고 반응하는 것이다. 공감을 위해 서는 타인의 체험을 ‘뒤따라 느낌’과 동시에 그것에 대한 ‘참여 및 반응’
이라는 두 단계가 필요하다. 감정 전염이나 감정 합일처럼 타인의 체험 에 참여하려는 의식적 의도 없이 자동적 또는 반자동적으로 거기에 휘말 려 들어가 기쁨과 고통을 느끼는 행위는 공감이 될 수 없다. 공감은 타 자의 체험에 참여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로 한다.
또한, 공감은 타인의 실재성을 인정하고 타인과 자아 사이의 거리 즉, 본질 차이성을 인정할 때에 비로소 발생한다. 인격들은 절대적 개인으로 존재하며 실재적 차이를 갖기 때문에 결코 타인은 내가 될 수 없다. 셸 러는 공감을 통해 “타인은 인간으로서 그리고 생명체로서 너와 동등한 가치이다. 그리고 타인은 너와 똑같이 그렇게 존재하고 진정한 것이다.”
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인격들 간의 본질 차이성은 타자의 영역이 본질적으로 가지성의 영역을 초월해 있는 즉, 결코 온전 히 가닿을 수 없는 타인만의 절대적 영역이 존재함을 깨닫는 것이다.
셸러에 따르면 타자와 나의 절대적 거리 간격은 사랑을 통해서만이 극 복될 수 있다. 자발적인 사랑이 최고로 순수한 정신성에 도달할 때에 우
리는 비로소 타자의 절대적이고 심오한 인격에 닿을 수 있다.
셸러에게 사랑은 가치관을 확장시키는 인격의 자발적 활동이다. 우리 는 사랑을 통해 ‘더 높고 고귀한 가치’를 인식할 수 있다. 공감이 타인의 감정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감정이라면, 사랑은 공감을 통해 감지된 타 인에 대한 동일성의 감정을 실천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능동적이고 자 발적인 갈망이다. 사랑은 감정의 영역에서 가치를 발굴하고 창조하는 가 장 능동적인 작용으로서 가치들의 위계서열뿐 아니라 가치의 온전한 위 계를 볼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열어준다. 반면에, 공감은 가치에 무분 별하기 때문에 가치 인식 능력 및 선악 판단 능력이 없다. 또한 인격의 작용으로 자발성, 가치 창조 능력을 갖는 사랑과 달리 공감은 타자 지향 적인 반작용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진정한 공감을 위해서는 전적으로 앞서 사랑이 지향되어야 한다. 공감의 한계는 사랑의 지향을 통해 극복 될 수 있다. 셸러는 사랑의 통찰을 통해서만이 타인의 개인성의 본질이 완전하게 그리고 순수하게 밖으로 드러난다고 말한다. 사랑만이 가치를 보는 눈을 민감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에서만이 진정한 공감 이 나올 수 있으며, 거꾸로 공감으로부터는 사랑이 나올 수 없다. 대상에 대한 사랑의 깊이만큼 우리는 공감할 수 있다.
셸러는 기존의 공감 윤리학이 공감의 윤리적 가치를 공감의 선악 판단 능력으로 혼동함으로써 공감의 본질에 대해 오인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셸러에 따르면 선악을 판단하는 도덕 인식은 가치의 연관성과 위계성에 대한 인식이다. 그러나 공감은 가치에 무분별하기 때문에 가치의 위계질 서를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선악 판단 능력이 없는 공감에 의존하여 나의 행위를 결정한다면 행위의 결과에 있어 선은 보장받을 수 없게 된 다. 따라서 공감에 사랑의 작용이 전제될 때에만 비로소 공감은 더 높은 가치로의 지향성을 갖게 된다. 사랑이 전제된 공감 작용은 보편윤리학의 근거로서 작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셸러의 공감 윤리학을 바탕으로 연구자는 셸러의 공감 연구가 도덕교육에 주는 함의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첫째, 도덕교육은 공감의 윤리적 한계를 인식하고 공감을 도덕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공감교육의 방향을 재고해야 한다. 셸러는 공감에서 모 든 윤리적 기능을 도출하려는 기존의 공감 윤리학의 시도를 비판한다.
공감의 윤리적 의미는 그 자체로 존립한다. 즉, 공감이 도덕적 결과를 가 져오기 때문에 혹은, 보편적 윤리학의 근거로서 작용하기 때문에 의미있 다는 생각은 잘못되었다. 이러한 태도는 무리하게 공감의 윤리적 가치를 산출하게 만들고 이로써 공감의 가치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을 방해한 다. 셸러는 공감 담론에서 흔히 범할 수 있는 공감의 윤리학적 무분별한 확장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그음으로써 공감 윤리학의 철학적 토대를 제 공한다. 따라서 도덕교육 하에 이루어지는 공감교육의 윤리성이 담보되 기 위해서는 공감의 윤리적 한계에 대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공감 은 그 자체로 도덕적 정서가 아니라 어떻게 발현되느냐에 따라 도덕적 정서가 되기도, 비도덕적 정서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도덕교 육은 공감을 타자의 고통을 뒤따라 느끼는 것을 넘어 도덕적 행위의 동 기로의 전환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이로써 공감교육이 보편적 도덕성을 지향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도덕교육은 공감을 다룸에 있어 타자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전제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 사랑의 지향을 통해 진정한 공감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셸러에 따르면, 공감을 자타의 동일시라고 보는 것 은 일종의 착각이자 공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다. 공감에 있 어 타자성에 대한 이해는 ‘인간으로서의 등가치성에 대한 파악’과 ‘인격 들 간의 본질 차이성에 대한 파악’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공감이 도 덕적 정서로서 중요한 지위를 갖는 까닭 중 하나는 바로 나와는 다른 타 자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체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타 자성에 근거하여 공감의 사태를 바라본다는 것은 주체 중심 윤리로부터 타자와의 관계 중심 윤리로의 전환을 뜻한다. 따라서 도덕교육 하에 이 뤄지는 공감교육은 타자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나아가, 공감에 머물지 않고 사랑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타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