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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윤리학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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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흄 공감론의 특징과 한계

흄(D. Hume)은 이성에 대한 정념의 우위를 선언하며, 개인들 간에 윤 리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공감’에서 찾았다. 그에 따르면, 인 간은 타인의 정서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감을 본성의 구조로 가지고 태어 나는데, 이는 보편적인 도덕감을 가능하게 해주는 원리가 된다.

흄이 제시하는 공감(sympathy)은 사람들 각각의 정념을 공유하게 해 주는 심리적 기제로서 “타인이 느낀 쾌․불쾌감을 우리에게 동일하게 느 끼게 해주어 우리를 자신만의 영역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원리”39)이다.

공감은 그 자체로 정념이나 감정이 아니라 한 사람의 느낌이 다른 사람 에게 비교적 생생한 느낌으로 전달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는 타인이 느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가? 흄은 그 이유를 인간들 사이의 ‘유사성(resemblance)’에서 찾는다. 인간은 신 체의 유기적 구조뿐만 아니라 정신의 유기적 구조에 있어서도 유사성을 유지해왔으며40) 그 유사성 때문에 인간은 타인의 표정이나 행위를 관찰 하거나 혹은 그가 처한 상황을 상상함으로써 그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인간들 간의 유사성은 공감을 가능하게 하는 원리 가 된다. 공감력의 공유는 각각의 개인이 타고난 성향에 의해서 가능하 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더 강하게 작용된다.

39) D. Hume, 위의 글, p. 579.

40) D. Hume, 위의 글, p. 318.

그렇다면 공감은 어떻게 보편적인 도덕감을 가능하게 해주는 원리가 될 수 있는가? 흄은 선과 악을 가르는 궁극적 기준을 쾌락과 고통에서 찾는다. 그리고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보았다. 여기서 쾌락은 단순한 감각적 즐거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 의와 같은 덕스러운 행위 즉, 공동체와 타인을 이롭게 하는 행위들을 포 괄하며 악은 이에 반대되는 행위를 포괄한다. 인간이 본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공감 능력은 추구해야 하는 쾌락과 거부해야 할 고통에 대해 서로 공유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때문에 인간은 서로에게 쾌락을 주는 유용한 삶 즉, 윤리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인간이 본래적 으로 타고나는 인간성(humanity)과 다른 사람에 대해 같은 종으로서 느 끼는 동포감정(fellow-feeling)은 인간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의 행복과 불행에 대해 완전히 무관심 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쾌락과 고통이 유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이러한 감정들에 공감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흄의 주장은 충분히 상식적이다. 그러나 공감 능력 을 윤리적 관계의 기초로 삼을 때에 몇 가지 의문점들이 제기될 수 있다.

첫째, 공감의 내용이 ‘유사성’을 갖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진정한 공감에 도 달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앞서 흄이 주장한 바와 같이 나와 타인은 동 일한 것이 아니라 유사하다는 점에서 양자 사이의 공감의 내용 또한 타인도 그러할 것이라는 개연성만을 가진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공감이 상상력에 의해 관념이 인상으로 전환된 것이라면 비록 일정한 규칙 속에서 작동한다 고 해도 이는 객관적인 내용을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흄이 말하는 공감의 내용은 주관적이며, 자의적인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둘째, 공감이 보편적인 도덕성의 원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공감은 개인이 속한 문화나 지역에 따라 상이하고 일시적으로 편협할 수 있으며 때론 일관성을 잃기도 한다. 이에 흄이 제시하는 반론 은, 우리의 판단이 경험이 누적됨에 따라 점차 수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성찰을 거듭해”(by reflexion) “냉철한 판단을 내린다면”(in our calm judgment) 우리가 “보다 일관되고 확고한 판단”(a more constant and established judgment)에 이를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회

적 삶 속에서의 상호 대화 및 감정의 교류도 일익을 담당한다. 흄은 우 리가 공감 능력에 힘입어 시행착오의 과정 비슷한 어떤 것을 거쳐 보다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고, 또 그로부터 도덕 판단을 위 한 “보편적 규칙”(general rules)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41) 그러 나 지속적인 교정의 과정 역시 한 개인이 속한 특정한 정치, 경제, 문화 등의 조건의 산물이기에 공감의 한계를 완전히 보완하거나 극복할 수 있 는 조건이라고 보기 어렵다.

(2) 아담 스미스 공감론의 특징과 한계

아담 스미스(A. Smith)는 인간의 본성 중 자기애와 이기심이 가장 강 력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인간에게는 사회적 욕구가 내재해 있기 때문에 이기적인 인간들이 사회 질서를 유지하며 발전할 수 있으며 이는 공감(sympathy)을 통해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보았다. “공감이라는 말은 그 가장 적절한 본래적인 의미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대한 우리의 동포감정(fellow-feeling)을 나타낸다.”42) 다시 말해, 공감은 일차적으로 타자의 슬픔과 고통에 반응하는 하나의 감정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공감할 수 있는가?

아담 스미스는 ‘상상에 의한 입장 전환’을 통해 인간이 공감할 수 있 다고 보았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직접 경험하지 못하지만 스스 로가 동일한 상황에 처했다는 상상에 의해 상대의 고통을 추측해볼 수 있다. 그리고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에 대한 인식이 아닌 그 감정을 유발 시킨 상황을 인식하면서 발생하는 감정이다. 예컨대, 공감은 슬픈 감정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슬프게 만든 상황에 처한 슬픈 상황을 인 식하는 것이다. 즉, 공감은 상상 속에서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 이 처해 있는 상황을 생각할 때에 저절로 생겨나는 자연적인 감정이다.

41) 박찬구, 「흄과 칸트에 있어서의 도덕감」, 한국철학회, 『철학』제44집, 1995, p. 95.

42) A. Smith, 박세일·민강균 옮김, 『도덕감정론』(서울: 비봉출판사, 1996), p. 89.

아담 스미스는 인간관계에서 ‘상호 공감’이 기본적인 원리라는 점을 강 조한다. 우리는 동료의 동조에 기뻐하고 동료의 무시에 견디어내지 못하 는 존재이며, 다른 사람의 공감에 기뻐하고 공감의 결여에 마음이 상하는 존재이고, 상호 공감의 기쁨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43) 그러나 그는 모든 공감이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공감은 관찰자가 행 위자에게 가지는 일방적인 관점이므로 도덕적 판단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 감정이 적정성(property)을 가지기 위해서는 시인 (approbation)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인한다는 것은 행위자의 행위가 적정하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이 나의 공감적인 정서와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에 갖게 된다. 만일 어떤 사람이 자신의 불운을 탄 식하는 것을 듣고 그의 입장에서 공감해보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다면 이는 적정한 감정이라고 볼 수 없다. 행위자는 자신의 감정이 관찰자가 공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억제하고자 노력해야 하며, 반대로 관찰자는 공 평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행위자의 적정성을 판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공감은 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도덕적 판단 원리로 작용한다.

아담 스미스의 공감론은 인간의 자연적인 감정에 의해 규정되는 인간 관계의 윤리를 분석하고 상호적 인간관계를 창출함에 있어 효과적인 것 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의 이론 역시 공감 능력을 윤리적 관계의 기초 로 삼을 때는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첫째, 공감의 기초가 되는 ‘상상에 의한 입장 전환’은 그 지속성과 강 렬함에 있어서 한계를 갖는다. 아담 스미스에 따르면 공감은 상상에 의 해서 가능하다. 그러나 만약, 주체가 타인의 고통을 내 것으로 느끼려는 의지가 없다면 어떻게 되는가? 타자의 고통이 곧 자신의 것은 아니라는 의식이 생기는 순간 타자와 동일한 입장이 되려는 노력은 약해지며, 공 감 능력도 약화될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다.44)

둘째, 인간이 공정한 관찰자로서 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지에

43) A. Smith, 위의 책, p. 39.

44) 김용환(2003), 앞의 글, p. 168.

대한 의문점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인간의 본성 상 자 신의 이익과 타인의 공감이라는 감정이 대응하게 될 때, 공평한 관찰자 의 입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타인에게 칭찬받고자 하는 욕망이 자 신의 이익을 넘어설 수 있을지 여부에도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시 인의 감정을 기반으로 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고자 할 때 기준의 상대성 문제도 함께 발생한다.

이에 대해 아담 스미스는 공감의 감정은 분명히 사회를 조화롭게 하 는 데 충분한 정도의 상호 대응성을 지닐 수 있으며, 결코 동음(同音)인 것은 아니지만 화음(和音)일 수 있다고 말한다.45) 그러나 여전히 도덕성 의 판단 원리로서 아담 스미스의 공감 개념은 앞서 살펴본 흄의 입장과 비슷한 한계점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3) 쇼펜하우어 공감론의 특징과 한계

쇼펜하우어(A. Schopenhauer)는 이기주의(Egoismus)를 인간의 변화할 수 없는 본성으로 보는 한편,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윤리적 기초로서 ‘고 통에 대한 공감(Mitleid)46)’을 제시한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인간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을 중심으로 자연을 볼 수밖에 없는 인식의 근원적 한계를 갖고 태 어난다. 이 같은 인식의 한계로 인해 인간은 자신을 위해 세계를 희생시 키려는 이기주의의 특성47)을 갖게 되며, 이는 인간이 겪는 고통의 근본

45) A. Smith, 앞의 책, pp. 50-51.

46) 쇼펜하우어의 Mitleid 개념은 국내에서 동정(同情), 동고(同苦) 등으로 번역되며 영어로는 보통 compassion으로 번역된다. 사전적 의미로 ‘누군가를 가엾게 여기 다’는 의미의 동정이나 ‘함께 고생하다.’는 의미의 동고는 그 의미나 외연이 한정 적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Mitleid를 공감으로 번역하고자 한다.

47) 이기주의는 ‘개별화의 원리’로부터 비롯된다. 개별화의 원리는 보편자를 개체에 선행하는 우월한 존재로 볼 때 생겨나는 문제로 어떻게 보편자로부터 개체가 성 립하는가를 설명하는 원리이다. 쇼펜하우어에 의하면 시간, 공간, 인과율에 얽매 어 있는 사람은 현상계에 집착하고, 현상계에 집착하는 사람은 고통을 겪을 수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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