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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본질: 진정한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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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적인 실재성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공감의 활동이라면, 공 감은 자아도 타인도 실재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제삼자의 하부 기능 에 불과하다.141)

감정 합일과 같은 유아론적인 착각 속에서는 타자도 존재하지 않고, 동일시의 주체로서의 ‘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진정한 공감’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립적 인격 간의 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142)

둘째, 공감은 타인을 나와 똑같은 실재적 존재로 여기려는 등가치성을 전제로 한다. 공감은 개별적인 감정과 가치 지각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 라 가치들과 느낌들의 진정한 본질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유아론이라는 실재성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착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144) 우리는 줄곧 자신의 가치를 가치 환경 세계와 동일시하는 자아중심주의에 빠져있다. 때문에 절대적인 것으로서 나 자신의 실재성 과는 달리 타인의 존재는 상대적인 것에 불과하며 일면 그림자 같은 존 재로 여기곤 한다. 이 같은 자기 실재성 의식과 타자 실재성 의식의 이 중성이라는 착각은 공감을 통해서 극복된다.145)

공감의 결과로 주어지는 인간의 인간으로서의 등가치성에 대한 파악만이 이런 실재성 착각의 소멸을 본질 법칙적으로 이루어내며 이룰 수 있다. … 생명적 유기체의 등가치성이 주어짐으로써 타인이 우리에게 비로소 우리와 동등하게 실재적인 것이 되고 단지 그림자 같던 그리고 자아 연관적으로만 파악되던 실존 형태가 자취를 감춘다.146)

셸러는 공감을 통해 “타인은 인간으로서 그리고 생명체로서 너와 동등 한 가치이다. 그리고 타인은 너와 똑같이 그렇게 존재하고 진정한 것이 다.”147)라는 본질을 깨닫고 이로써 자아중심적인 착각을 제거할 수 있다 고 보았다.

셋째, 공감은 인격들 간의 본질 차이성을 전제로 한다. 공감은 타인을 나와 동일시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체험을 자기 것으로 동일시하지 않 는 상태 즉, 자타의 거리 간격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비로소 가능하다. 셸 러는 본질 동일성이 아닌 본질 차이성과 개인 간의 거리차가 진정한 공 감을 가능하게 한다고 보았다.

144)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 70.

145)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p. 69-70.

146)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 70.

147)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 71.

형이상학적 일원론적인 이론들을 엄격하게 거부하기 위한 결정적인 사실 은 인격들 간의 거리 간격과 한쪽은 물론 양쪽간의 차이 의식이 진정한 공 감 속에서, 그러니까 공감의 두 요소인 뒤따라 느낌과 가치 사태에 대한 반 응 속에서 현상적으로 전적으로 보존된다는 것이다.148)

인격들은 그들의 육체와 의식 내용이 완전히 합치된다고 할지라도 여 전히 서로 다른 속성을 갖는다.149) 여기서 서로 다른 속성이란 시공간을 초월한 순수 속성 자체 즉, 인격적인 본질의 차이에서 비롯한다. 다시 말 해, 인격들은 절대적인 개인이기 때문에 실재적인 차이를 갖는 것이다.

셸러에 따르면 진정한 공감은 바로 순수한 본질 차이성을 전제로 한다.

우리는 타인에게 최대한 가까이 갔을 때 그 인격이 본질 필연적으로 거리 간격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타인의 인격과 모든 가능 한 것을 함께 체험한다 해도 절대적으로 폐쇄적으로 머물러 있음을 우리 는 선천적으로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뒤따라 느낌이 주는 타인의 실 재적인 감정이 본질적으로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질적인 차이를 소유하고 있음 역시 알 수 있다. 예컨대, 사별한 친구의 고통에 공감하여 비통한 슬픔에 잠긴다고 할지라도 그 고통의 내용은 친구의 고통과 결코 같을 수 없다. 그 친구에 대한 애절한 마음이 더 깊을수록 그의 감정에 절대적 으로 다가설 수 없음을 더 깊게 인식하게 된다. 서로를 온전히 알 수 없 다는 의식은 공감의 본질적인 구성요소로서 현상학적으로 주어진다.150) 이는 서로 다른 개별적 인격들이 감정을 느끼는 데에서 기인하는 질적인 차이이다. 이 둘은 본질적으로 가지성(可知性)을 초월해 있는 것이며 끝 까지 인식되기 힘든 비합리적이며 절대적인 타인의 영역이다.

넷째, 공감은 사랑에 의존한다. 앞서 살펴본 자아와 타자 간의 본질 차 이성은 타자 인격의 불가지성 논의로 연결된다. 결국, 공감을 통해서만은 타인의 인격에까지 가닿을 수 없다. 함께 기뻐함이든지 함께 슬퍼함이든

148)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 75.

149)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 76.

150)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 77.

지 간에 공감은 본질적으로 타자의 체험에 대한 반작용이지 결코 작용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감은 절대적이고 심오한 인격에까지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며 공감은 심 지어 상대적으로 심오한 인격으로도 나가지 못하고 그 앞에서 정지한다는 것 이다. 즉, 공감은 그 한계선을 뚫고서 절대적이고 심오한 인격 영역으로 돌진 하지 못한다. 공감은 오로지 사랑의 종류와 깊이에 의존한다.151)

셸러에 따르면 공감을 통해 타자의 인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 요하다. 자발적인 사랑이 최고로 순수한 정신성에 도달할 때에 비로소 타자 의 절대적이고 심오한 인격에 닿을 수 있다. 뒤따라 느낌 속에서 끌어올 수 있는 이해 재료의 근원으로서 공감은 유대의 특수한 성질에 따라 제한된다.

이는 오로지 자발적인 사랑을 통해서만 그 한계선이 파괴되고 그럼으로써 한 형식에서 다른 형식의 유대를 활발하게 조성할 수 있다.152)

지금까지 셸러의 공감에 대해 살펴보았다. 셸러에 따르면 공감이란 타 인의 체험과 느낌을 뒤따라 체험하고 느낌과 동시에 그 가치 사태에 실제 로 참여하고 반응하는 것이다. 공감을 위해서는 타인의 체험을 ‘뒤따라 느 낌’과 동시에 그것에 대한 ‘참여 및 반응’이라는 두 단계가 필요하다. 또한, 공감은 타인의 실재성을 인정하고 타인과 자아 사이의 거리 즉, 본질 차이 성을 인정할 때에 비로소 발생한다. 타인을 타인으로 인정하고, 상대와 나 의 본질적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공감의 내용은 전적으로 타인의 영역인 까닭이다. 이 같은 타인의 영역에 진정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 요하다. 타자 인격의 불가지성은 오로지 사랑을 통해서 극복된다. 때문에 셸러는 공감은 오로지 사랑의 종류와 깊이에 의존한다고 보았다.

151)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 78.

152) M. Scheler, 『공감의 본질과 형태들』, p.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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