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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예술의 문화교육적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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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헤겔 이론을 중심으로

권 정 임*

1)

Ⅰ. 들어가는 말

Ⅱ. 예술과 교육

1. 예술의 교육적 의미에 관한 근대 논의들 2. 오늘날 예술을 통한 문화교육의 필요성

Ⅲ. 문화교육의 매체로서 예술: G. W. F. 헤겔 1. 정신의 형성으로서의 교육

2. 정신의 활동 산물로서 문화와 예술 3. 예술에 의한 문화교육

Ⅳ. 헤겔의 문화교육적 예술규정의 현재적 의미

Ⅰ. 들어가는 말

‘미학․예술학의 안과 밖’이라는 미학예술학회 2011년 봄 정기 학술대회의 주제는 학문과 실천, 이론과 현장의 분리, 그리고 학문 간의 심화된 고립화에 대 한 성찰에서 비롯한 화두라고 볼 수 있다. ‘안과 밖’이란 표현은 그 자체 이미 어 떠한 것의 영역과 경계를 설정해 놓은 것임을 보여준다.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의 사유에서 엿볼 수 있듯 삶에 관한 통합적인 사유를 위해 이제 학문과 문화, 예술

* 강원대학교 교수

이 논문은 한국미학예술학회 2011년 봄 정기학술대회 기획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원고를 수정 보완하여 게재한 것이며, 2010년 강원대학교 교수연구 활동지원비에 의해 연구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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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각 영역 서로 간에, 그리고 각 영역들 내에서도 안과 밖을 넘나들며, 때로는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1) ‘미학․예술학의 안과 밖’이라는 화두 역시, 오늘날 문화와 학문, 예술 전반에서 이원적 분리 양상들의 극복과 근 대적으로 규정된 협의의 학문 영역을 탈피하여 타 영역들과의 융합을 통해 우리 시대의 삶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식과 전략, 목표, 가치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산 출하려는 노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미학․예술학의 학문적 성격을 이 시대 에서 점검해 보고 새로이 규정해 보고자 하는 시도를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 겠다.

본 연구는 이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문화와 교육의 영역에서의 미학의 의미 와 역할을 살펴보고자 한다. 미학은 이 학문의 최초의 명명자인 A. G. 바움가르 텐(Baumgarten)이 18세기에 논리학과 대별하여 ‘감성학(Aesthetica)’으로 이름지 음으로써 ‘감성’에 관한 학문, 더 자세하게는 ‘감성의 완전성에 관한 학문’으로 이 해되었다. 그러나 칸트에 와서는 미적 판단(취미판단)의 선천적 원리 및 보편타당 성에 관한 논증을 과제로 하며, ‘반성적 판단력’에 기초한 미의 판단과 숭고의 판 단이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문화’와 ‘선’의 실현으로 귀결됨을 시사하는 철학적 미 학이 정립되면서 인식론으로서의 미학이 개시되었다.2) 이후 미학은 근대 전반에 걸쳐 인식론적인 성격을 강하게 띠었지만 (쉘링, 헤겔, 루카치, 아도르노, 현상학, 굿맨), 모더니즘적 제 이념들 - 특히 정신, 이성, 주체중심사상, 체계적 총체성 - 을 비판하는 포스트모던 시대에는 다시 감성학으로서의 미학에 대한 요구가 주장 되고 있다 (메를로-퐁티, 들뢰즈, 리오타르).

이와 같이 미학은 시대와 역사적 상황에 따라 그 성격과 과제가 다르게 설 정되며, 마땅히 그러해야만 한다. 또한 한 시대에도 미학의 의미와 역할은 다양하 게 규정될 수 있다. 오늘날 미학에 여러 다른 의미와 역할들이 부여될 수 있겠지 만 본 연구에서는 예술의 ‘문화교육적’ 역할에 관한 논의의 틀로서 미학, 내지 예

1) Petra Gehring, Innen des Außen - Außen des Innen. Foucault, Derrida, Lyotard, München: Fink 1994 참조. 그 외 ‘경계’에 관한 현대 사유들에 관해서는 박영욱, 데리다

& 들뢰즈: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에서, 김영사, 2009와 Jean-François Courtine/Jean-Luc Nancy, 숭고에 대하여: 경계의 미학, 미학의 경계, 김예령 역, 문학과지성사, 2005 참 조.

2) Annemarie Gethmann-Siefert, Einführung in die Ästhetik, München: Wilhelm Fink 1995, S. 10~16과 S. 27ff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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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철학의 성격을 규명해 보고자 한다. ‘문화교육적’ 역할은 예술의 ‘문화적’ 역할과

‘교육적’ 역할을 포함하는 것으로, 문화와 교육 자체가 인식론적 측면과 감성적 측 면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달리 강조되어 왔던 이 두 측면에서의 미학의 성격을 포괄하는 것이기도 하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측면에서 예술의 규정과 의미의 단초를 무엇보다 헤겔의 예술규정에서 찾아보고 헤겔 예술철학의 현대적 의미를 밝혀본다.

예술의 교육적 중요성은 고래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강조 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무엇보다 18세기말 근대에서 가장 활발하게 전개 되었고 많은 이론들이 제시되었다. 이러한 논의들은 본 연구에서 살펴보고자 하 는 예술과 문화교육에 관한 헤겔의 사유가 형성되었던 주요한 맥락이 된다. 따라 서 본 연구에서는 먼저 근대에서 예술의 교육적 중요성을 주장한 이론들을 살펴 보고, 이어 오늘날 변화된 사회, 역사 문화적 상황에도 여전히 요구되는 예술의 교육적, 특히 문화교육적 중요성을 고찰한다. 이러한 고찰은 고전적 담론의 연속 성 혹은 새로운 측면에서의 부활의 당위성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오 늘날 요청되는 예술의 문화교육적 기능의 역사적 뿌리를 우리는 헤겔의 사유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논의로 이어진다.

예술의 교육적 및 문화교육적 기능에 관한 헤겔 사유가 이에 대한 당대 논 의들에서 발전한 것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겔 사유의 고유 성은 그가 의미하는 ‘교육(Bildung)’ 개념의 다의성에 있다. 헤겔에게 있어서 ‘빌 둥’으로서의 교육은 일반인들이 갖춰야할 기본적인 교양적인 앎, 지식을 갖추는 것으로서의 ‘도야’를 의미하기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주체와 객체 간의 대 립과 모순을 통해 역사 속에서 스스로를 의식해가는 정신의 발전과 ‘형성(bilden)’

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헤겔 철학의 핵심적 개념이 된다. 이 개념은 또한 인간이 자연적 상태에서 이성으로 발전해 감을 뜻하는 “문명화(culturation)”로서의 “문 화”의 의미를 자체 내에 포함하고 있어서3) 헤겔에 있어서 교육과 문화의 통합적 고찰의 당위성을 보증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본 연구에서는 헤겔이 시사하는 ‘교육’의 이 두 가지의 의미를 모두 포함한

3) Nigel Tubbs, Education in Hegel, London/New York: Continuum 2008, p. 43. 헤겔의 이 러한 ‘빌둥’ 규정은 정신현상학 Phänomenologie des Geistes(1807)에서 잘 나타나 있다.

이에 대한 상술은 아래 Ⅲ-1항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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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러한 의미의 교육은 정신의 자기형성 과정으로, 각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상황에서 구현되는 정신의 활동이자 그 산물이지만 동시에 이에 대한 성찰을 통 해 인간으로 하여금 참된 자기의식에 이르도록 하는 활동이 된다. 예술 역시 헤 겔에 있어서는 역사 속에서 발전하는 정신적 이념을 감각적 형태(가상 der Schein, 이념상 das Ideal)로 구체화하는 것으로, 그 자체 인류의 정신활동의 일종 이자 문화를 형성하면서 정신의 발전태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바 로 이러한 이유에서 예술은 다른 한편, 이미 형성된 정신의 활동의 산물들로서의 문화의 내용과 가치, 양상들을 매개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교육의 의미는 후기 베를린 시대의 사유들에서 ‘형식적 교육 (formelle Bildung)’이라는 구상으로 발전하게 된다.4) ‘형식적 교육’에 관한 헤겔의 구상은 파편화된 근대의 정신성과의 연관에서 당대에 필요한 철학과 종교, 예술 의 역할에 대한 성찰에서 구체화된 것으로, 이는 파편화된 근대에서 사유의 일반 적 틀로서 요구되는 (실체적이 아닌) ‘형식적인 보편성을 향한 교육’으로, 단순히 전래적 지식의 내용적 전수가 아닌, 비판적 수용과 성찰에 의한 교육을 의미한다.

‘형식적 교육’은 무엇보다 헤겔이 ‘예술의 종말’ 이후 근, 현대에서 가능한 예 술의 의미와 기능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한 이 개념에서 우리 는 예술의 문화교육적 역할에 대한 기존 이론들과는 차별성을 띠는 헤겔 규정의 고유성을 찾아볼 수 있으며, 예술의 역할에 대한 헤겔의 규정이 당대에만 유효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타당하고 시사적임을 알 수 있게 된다.

Ⅱ. 예술과 교육

1. 예술의 교육적 의미에 관한 근대 논의들

예술의 교육적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사유는 이미 고대 사상가들(플라톤 이나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도 볼 수 있지만 중세를 거쳐 새로이 획득된 ‘교육’의 4) 헤겔은 이와 유사한 생각을 이미 뉘른베르그 김나지움 시대 때에 가지고 있었으나 베를린 대학에서 여러 차례 행한 법철학강의과 역사철학강의에서 ‘형식적 교육’의 개념으로 구체화 시킨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Ⅲ-3항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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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적 의미와 또한 역사적으로 ‘감성과 이성’의 조화를 강조하게 된 후기 계몽주 의의 감성적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18세기 중, 후반에 이에 대한 논의가 그 최고의 정점에 이르게 된다. 이 시기에 여러 사상가들의 논의들이 있 지만 본 연구에서는 헤겔의 사유에 영향을 끼친, 혹은 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 는 논의들에 한하여 당대에 대표적이었던 J. G. 헤르더(Johann Gottfried Herder, 1744~1803), F. 쉴러(Friedrich Schiller, 1759~1805), W. 훔볼트(Wilhelm von Humboldt, 1767~1835)의 교육이념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이에 앞서 교육을 뜻하는 독일어 ‘Bildung(빌둥)’의 자의적 의미를 살펴보면,

‘Bildung’은 동사 ‘bilden(빌덴)’에서 파생된 명사형인데, 동사 ‘bilden’은 사전적으 로 첫째 “정신적-영적으로 발전하다”, “양성하다”, “훈육하다”, 둘째 “조직하다, 형 성하다, 만들다”를 뜻한다. 이에 따라 명사형 ‘Bildung’도 “교육”, “훈육”, “형성”,

“만듦”, “생성”, “형태”, 모습”, “만들어진 것”으로 정의된다.5) 이와 같이 ‘bilden’은 일차적으로 ‘형성한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에 조형예술(bildende Kunst)을 표기할 때 주로 사용되지만, 또한 인간에게 필요한 여러 요소들을 갖추어 참다운 인간의 모습과 인격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함으로써 ‘Bildung’은 일반적으로 ‘교육’, 특히

‘교양적 교육’을 뜻하는 용어로 이해된다.6)

어원적으로 보면 ‘교육(Bildung)’은 신학적 언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인간이 신과 같은 형상성(Gottebenbildlichkeit des Menschen)”을 가지게 하거나, “신 속 으로 다시 형상이 구상되는 것(Wiedereingebildetwerden in Gott)”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하지만 로마시대에 시세로(Cicero)가 “휴마니타스(humanitas)”

이념을 전개시키면서 인간의 규정이 탈신학화되고 이와 더불어 교육의 의미도

“인간으로서의 인간의 발전을 위한 개념”으로 작용하게 되었고, “휴머니티 5) Duden. Deutsches Universal Wörterbuch, 2. Auflage, hrsg, von wissemschaftlichen Rat und den Mitarbeiten der Dudenredaktion unter der Leitung von Günter Drosdowski, Manheim/Wien/Zürich: Dudenverlag 1989, S. 259f.

6) ‘Bildung’과 유사한 의미로 ‘Erziehung(에어찌웅)’이 있는데, ‘Erziehung’도 교육을 뜻하지만

‘Bildung’과 의미상 차이가 있다. ‘Erziehung’은 보다 기초적이며 “사회의 전래적 규범들, 가 치들”을 전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전(前)의식적” 발달과정에서 이뤄지는 교육으로 ‘훈 육’으로 번역할 수 있다. 이에 반해 ‘Bildung’은 “개인이 자발적으로 교육과정에 참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자기규정적 행위와 자신의 생활태도”를 형성하게 하고, 사회적 경 험들을 비판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이해되며, 반드시 ‘Erziehung’

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교육이다(Eva Borst, Theorie der Bildung. Eine Einführung, Baltmannsweiler: Schneider 2009, S. 2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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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tät, 인간성)의 이념”을 지향하게 되었다.7) 이러한 ‘휴머니티의 이념’은 18 세기 후반, 교육 일반에 관한 사유와 미적 교육에 관한 사유들의 핵심을 이루게 되는데, J. G. 헤르더가 이 이념을 구체화하였다.

J. G. 헤르더는 휴머니티의 장려를 위한 서간(1793~97)에서 ‘휴머니티 이 념’이 정신적 교육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치적 권리의 실현을 향한 신념으로서 그 의미를 확고히 한다. 그에 있어서 휴머니티는 “인간성, 인간적인 성질, 인간권리, 인간의 의무, 인간의 존엄, 인간사랑” 등의8) 의미를 내포하는 개념이며, 보다 구 체적으로는 “강점과 약점, 결함과 완전성 속에 있는 인간 본성의 감정”으로 규정 된다. 이러한 규정과 함께 헤르더는 인간의 모든 제도와 학문, 예술은 “인문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비인간 혹은 반(半)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인간에게 “그것에 따라 우리의 욕구가 추구하는 의무를 장려하는 형식을 부여하 는 것”임을9) 강조한다.

다른 한편, 당시 교육을 통해 ‘휴머니즘 이념’을 구현한다는 것은 이성과 감 성의 조화를 이룬 ‘전인(全人, der ganze Mensch)’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인간의 감성적 능력들의 함양에 대한 요구들이 있게 되었는데, 이러한 능력들을 함양함에 있어서 미적 교육의 중요성은 18세기 영국의 도덕철학 자 샤프츠베리와 F. 허치슨이 보편적 안녕과 사회적 공존의 견지에서 강조하였고, 헤르더도 ‘전인’의 육성에 있어서 미적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10)

헤르더의 이러한 관점은 독일 내에서 F. 쉴러에게 전수되어 보다 체계적으 로 전개되었다. 쉴러는 칸트가 역사철학적 관점에서 언급한 휴머니티의 이상을 정치적 차원에서 미적 교육을 통해 실현시키고자 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쉴러의 시도는 프랑스 대혁명(1789)의 실패한 결과에 대한 성찰의 결과이기도 했다. 즉 프랑스 대혁명이 모든 사람의 정치적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마침내

7) Ursula Franke, “Bildung/Erziehung, ästhetische”, in: Ästhetische Grundbegriffe, Bd. 1, hrsg. von Karlheinz Barck, Stuttgart/Weimar: Metzler 2000, S. 696~726, 특히 S. 697.

8) J. G. Herder, Briefe zur Beförderung der Humanität (1793~97). Herders Sämtliche Werke. Bd. 17, hrsg. von Bernhard Suphan, Berlin: Weidmann 1881, S. 137.

9) ibid., S. 153. 헤르더에 의한 ‘휴머니티 이념’의 정초에 대해서는 Hubert Cancik, “Die Begründung der Humanität bei Herder: Zur Antikerezeption in den ‘Briefen zur Beförderung der Humanität’”, in: Humanität und Antikenrezeption im 18. Jahrhundert, Bd. 1, hrsg. von H. Cancik/M. Vöhler, Berlin: Akademie Verlag 2009, S. 113~126 참조.

10) U. Franke, “Bildung/Erziehung, ästhetische”, S. 699f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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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사태로만 종료됨에 따라 당시 휄더린, 헤겔과 더불어 쉴러는 미적 인간을 통 해 진정한 정치적 자유가 실현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위한 감성적 교육, 미적 교육의 필요성을 확신하게 된 것이다.11)

주지하다시피 쉴러의 이러한 사유는 27편으로 이뤄진 인간의 미적 교육에 관한 서간(1794/95)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서간의 1~9편은 근대의 소외현상에 대한 시대 비판을 다루고 있으며, 10~16편에는 인간의 충동구조들(‘형식충동 Formtrieb’과 ‘소재충동 Stofftrieb’)의 분석과 미에 대한 논의 기초들이 전개된다.

서간의 17편에서 27편까지는 미적 국가의 유토피아에 관한 서술들이 담겨져 있는 데, 미적 교육의 특성과 작용들에 관한 쉴러의 논의는 특히 23편과 25편에 명시 되어 있다.

쉴러는 “취미와 미에 대한 교육”은12) 감각적, 정신적, 도덕적 능력들을 첨예 화하게 만드는 것이며, 미와 예술에 대한 경험은 인간을 자유로 이끈다고 본다.

왜냐하면 미는 감성뿐 아니라 이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간은 미적 경험 을 통해 감각함(Empfinden)에서 사유로 이행하게 되며, 미에 의해 사유력이 자유 를 얻고, 미에서 이성과 감성은 함께 활동하며 서로의 극단성을 감쇄하게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쉴러는 미에 의해 이성과 감성, 형식충동과 소재충동이 조화 를 이룬 상태를 “미적 자유의 중간 상태” 혹은 “미적 정조”라고 하며,13) 이러한 정조를 미적 상태로 규정한다. 쉴러에 따르면 인간은 미적 상태에서 모든 규정들 로부터 자유로우며, ‘오로지 규정가능(Bestimmbarkeit)의 상태’ 속에 있게 된다.

이렇듯 쉴러는, 인간은 미적 중간상태에서 모든 외적 강제로부터 자유로울 때 정 치적으로도 전정한 자유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보고 이러한 상태에 이르기 위한 미 적 교육, 예술에 의한 감성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다.

헤르더와 더불어 W. 훔볼트의 교육사상도 기본적으로는 ‘휴머니티 이념’를

11) A. Gethmann-Siefert, Die Funktion der Kunst in der Geschichte. Untersuchungen zu Hegels Ästhetik, Bonn: Bouvier 1984(Hegel-Studien. Beiheft 25), 제 1장 참조. 당시 계 몽주의는 존 록(John Locke)과 콘딜락(Etienne Bonnot de Condillac)의 철학사상에 입각하 여 기계적이고 이성중심적인 인간과 교육이념을 주장하였는데, 이러한 교육이념은 J. B.

바제도우(Jahann Bernhard Basedow)에 의해 대표된다.

12) Friedrich Schiller, Über die Briefe der ästhetischen Erziehung des Menschen. Briefe an den Augustenburger, Ankündigung der ‘Horen’ und letzte, verbesserte Fassung, hrsg. von Wolfahrt Henkmann, München: Fink 1967, S. 150 (21. 서간)

13) ibid., S. 158과 S,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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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로 한다. 하지만 그의 교육사상은 ‘신인문주의(Neuhumanismus)’의 성격을 띤 다. 이는 국가의 안녕과 행복과의 일치를 위해 행위하는 인간이 행복하다고 보며 시민으로의 인간을 보편에 종속시켰던 종전의 박애주의와는 달리, 사회적 권력과 영향력보다는 개별 인간의 의미와 특수성이 인간 자신의 고찰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보는 사상이다.14) 이러한 입장에서 훔볼트는 무엇보다 인간과 세계와의 교류를 중요시한다. 즉 그는 인간은 세계 속에 자신을 성취하기 위해 세계와 투 쟁하면서 개별성을 발전시켜야 하며, 인간의 과제는 ‘자기 스스로를 형성하며 (bilden), 그렇게 스스로를 규정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또한 훔볼트는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인간은 자신에 내재된 “힘 (Kraft)”과 “잠재성(Potentialität)”을 통해 “세계라는 대상들”을 가공하며,15) 세계 와 하나의 전체를 이루기 위해 모든 힘들과 능력들의 “최고의, 그리고 가장 비례 가 적절한 형성(Bildung)”이16)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형성(교육)은 인간이 내 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소재의 총량들을 자신의 감수성의 모든 도구들로써 자신 속에 수용하며, 자신의 자체활동성의 모든 힘들로써 변형하는 것”을17) 목표로 하 는데, 이는 예술에 의해 구체화된다. 왜냐하면 훔볼트에게 예술은 인간으로서 경 험하는 것과 표현하는 것, 그리고 휴머니티 이념에 상응하는 인간 자신의 규정성 을 의식적이 되게 하는 것이며, 예술작품은 인간의 모든 힘들을 촉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18)

14) E. Borst, Theorie der Bildung, S. 56 참조. 이러한 신인문주의 인간사상은 J. 슈투베 (Johann Stuve)에 의해 주창되었는데, 슈투베는 이성중심의 계몽주의 이념과 달리 미적인 휴머니즘 교육이념을 내세웠다. ‘신인문주의’라는 개념은 F. 파울젠(Friedrich Paulsen)이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독일 내에서만 전개되었다(ibid., S. 57).

15) Clemens Menze, Wilhelm von Humboldts Lehre und Bild vom Menschen, Ratingen 1965, S. 98.

16) W. Humboldt, “Ideen zu einem Versuch, die Gränzen der Wirksamkeit des Staats zu bestimmen (1792)”, in: W. Humboldt, Werke in fünf Bänden, hrsg. von A. Flitner/K.

Giel, Bd. 1, Darmstadt: Wissenschaftliche Buchgesellschaft 1969, S. 56~233, 특히 S. 64.

17) W. Humboldt, “Über Göthes Hermann und Dorothea (1798)”, in: W. Humboldt, Werke in fünf Bänden, Bd. 2, Darmstadt: WBG 19864, S. 125~356, S. 127f.

18) C. Menze, “Grundzüge der Bildungsphilosophie Wilhelm von Humboldts”, in: C. Menze, Bildung und Bildungswesen. Aufsätze zu ihrer Theorie und ihrer Geschichte, Hildesheim/New York 1980, S. 1~23과 Ansgar Nünnig, “Bildung durch Kunst. Wilhelm vom Humboldts Konzeption ästhetischer Wirkung”, in: Zeitschrift für Ästhetik und allgemeine Kunstwissenschaft, Bd. 34(1989), S. 51~63, 특히 S. 52ff 참조. 훔볼트에게는 교육에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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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살펴본 헤르더, 쉴러, 훔볼트의 교육 이론은 ‘휴머니티 이념’을 기초 로 한다는 것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예술에 의한 교육, 혹은 미적 교육 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러한 점들은 직접적으로 헤겔의 교육 및 예술의 교육적 기능에 대한 사유 형성에 영향을 주었는데, 특히 동일한 맥락에서 전개되었던 예술의 문화형성 및 문화교육에 관한 논의도 헤겔 사유의 기초를 이루게 된다. 다음에서는 18세기에 이루어졌던 예술의 문화교육적 중요성에 대한 논의들과 오늘날 변화된 상황에서 요구되는 예술에 의한 문화교육 의 성격과 필요성을 살펴본다.

2. 오늘날 예술을 통한 문화교육의 필요성

이 항에서는 오늘날 예술을 통한 문화교육의 필요성을 살펴보고 이러한 논 의의 단초를 헤겔의 사유에서 찾아 볼 수 있다는 논점을 제기하고자 하는데, 그 기본적 틀은 예술과 교육에 관한 논의에서와 마찬가지로 위에서 고찰한 J. G. 헤 르더와 F. 쉴러, W. 훔볼트의 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먼저 이에 대한 간략한 서술과 더불어 오늘날에 있어서 이들의 사유의 연속성과 또한 변화된 상 황에서의 예술에 의한 문화교육의 필요성과 방향들을 살펴본다.

문화(Kultur)라는 용어는 라틴어 어원 ‘Cultura’에서 그 뜻을 살펴보면, “농경 적 활동과 그것의 전제, 즉 농경지를 의미한다”.19) 이러한 문화의 개념은 자연법 학자인 S. 푸펜도르프(Pufendorf)가 자연을 더 이상 신학적 의미로 파악하지 않고 문화상태를 자연상태와 대립적인 것으로 파악하면서 사회적 의미를 띠게 되었다.

하지만 “헤르더에 와서 비로소 근대적 문화 개념이 발견된다”.20) 헤르더가 의미하 는 문화는 유기체와 같이 생성과 쇠퇴의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한 민족 혹은 공 동체의 ‘시작하는, 스스로 변동하는, 완성되는, 그리고 와해되는 삶의 형태’가 된

예술뿐 아니라 언어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19) W. Perpeet, “Zur Wortbedeutung von Kultur”, in: Naturplan und Verfallskritik. Zu Begriff und Geschichte der Kultur, hrsg. von H. Brackert/F. Wefelmeyer, Frankfurt a.

M.: Suhrkamp 1984, S. 21~28, 특히 S. 21.

20) W. Perpeet, “Kultur, Kulturphilosophie”, in: Historisches Wörterbuch der Philosophie, Bd. 4, hrsg. von J. Ritter und K. Gründer, Basel/Stuttgart: Schwabe 1976, S. 1309~

1324, 특히 S.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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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따라서 헤르더의 문화 개념에서 중요한 것은 ‘역사성(Historizität)’인데, 이러 한 측면은 곧바로 헤겔의 사유에 직접적인 기반이 된다.21)

교육의 목적이자 수단으로서의 문화에 대한 생각은 누구보다도 쉴러에게서 명시된다. 칸트가 ‘문화’를 최후로 목적으로 하는 자연의 합목적성에서 미적 판단 의 원리를 찾으며 문화와 미, 예술의 연관성을 시사한 바 있지만22) 쉴러는 이를 보다 실천적이고 정치적인 차원에서 실현시키고자 했다. 쉴러에게서 문화는 첫째,

“감각하는 능력에는 세계와의 가장 다채로운 접촉을 제공하고, 감정의 측면에서는 소극성을 최고의 것으로 추동하는 것”이며, 둘째 “규정적인 능력에는 감각하는 능 력으로부터의 최고의 독립성을 획득하게 하고, 이성의 측면에서 적극성을 최고의 것으로 추동하는 것”으로 규정된다.23)

쉴러는 “문화의 가장 중요한 과제”를 “단순히 물리적 삶 속에 있는 인간을 형식(Form)에 따르게 하고” 인간을 “미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보는데, “왜냐하 면 도덕적인 상태는 오직 미적인, 즉 물리적 상태가 아닌 데에서 발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24) 한다. 이와 같이 쉴러는 미, 예술과 마찬가지로 문화 역시도 감각 을 향한 ‘소재충동’과 자유를 향한 ‘형식충동’을 동시에 타당하게 작용시켜서 ‘미적 중간’ 상태로 이루어진 ‘미적 국가’와 ‘미적 문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본다.

쉴러가 의미하는 미적 교육은 불충분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 의 새로운 현실을 실현하기 위한 것인데, 이렇게 볼 때 미적 교육은 다름 아닌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문화 역시 이러한 미적 교육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

한편, 훔볼트는 살펴본 바와 같이 인간과 세계와의 교류에서 교육의 목표를 설정하였는데, 그에 의하면 인간은 세계를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세계는 인간 에게 다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가 의미하는 ‘문화’는 이 과정에서 인간에 의해 산출된 모든 “객관화작용들(Objektivationen)”의 총괄개념을 의미한

21) 헤겔의 문화 개념에 대한 헤르더의 영향과 양자의 차이에 관해서는 본고 Ⅲ장의 2항 참조 요.

22) 졸고, ‘무관심성’ 이론의 문화철학적 의미: 칸트와 헤겔을 중심으로 , 미학․예술학 연구

제20집(2006. 12), pp. 129~170 참조.

23) F. Schiller, Über die Briefe der ästhetischen Erziehung des Menschen. S. 119 (13. 서 간).

24) ibid., S. 160 (23. 서간).

(11)

다.25)

이러한 문화에 대한 규정 및 이와 연관된 예술 교육의 중요성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문화에 대한 보편적인 규정을 시도하기 보 다는 우리 시대 문화의 현상과 특성이 어떠한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며, 이와 더불어 예술에 의한 문화교육의 성격과 방향도 새로이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하 지만 이러한 숙고는 18세기에 활발히 전개되었던 ‘휴머니티 이념’을 실현을 위한 교육과 동일한 틀에서 행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다만 ‘휴머니티’와 ‘문화’에 대한 이해와 규정, 그리고 그 실현방식이 시대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것을 유념해 야 할 뿐이다. 왜냐하면 이 개념들은 단일한 의미가 아니라 복수적 의미를 띠는, 열려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M. 푹스(Fuchs)는 오늘날의 문화를 “인간이 [자신의 중심과의] 거리를 극복 하고 그것으로써 세계로의 접근방식을 만드는 다양한 수단을 발전시키는 것”으로 이해한다.26)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오늘날 예술은 다양한 매체 시대의 문화를 한편으로는 비판하는 기능과,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추구하며 제시하는 기능을 가지는 것으로 규정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D. 베커(Baecker)는 문화를 “경험적 문화”와 “미적 문화”로 분류하면서 오늘날 문화에 대한 이해 방향을 시사한다. 베커에 따르면, ‘경험적 문화’에 대한 관심은 “문명화로서의 문화를 묘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며, ‘미적 문화’는

“인류의 사회적 교류의 질서 내에서 문화의 발생, 구조, 기능에 대해 묻는 것”을 주된 관심사로 하는 것이 된다. 특히 ‘미적 문화’는 “문화의 완전화를 목표하는”

것으로, 이 또한 두 가지 양상으로 분류된다. 하나는 문화를 위한 인간 교육은 ‘미 적 예술들’을 요구하며, 예술에서 인간의 문화적 가능성들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보 는 입장이며 (F. 쉴러), 다른 하나는 유기체, 마음과의 소통 관계에서 동일성으로 서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바트슨 Greory Bateson), 여기서는 기존의 규범을 타파하고 차이와 관계들의 구조로 이해되는 세계를 기초로 하여 가능한

“인식형식”으로서의 미학이 요구된다고 한다.27)

25) W. Humboldt, “Über Göthes Hermann und Dorothea (1798)”, S. 127.

26) Max Funchs, Kultur - Teilhabe - Bildung. Reflexion und Impulse aus 20 Jahren, München: opaed 2008, S. 24.

27) Dirk Baecker, “Kultur”, in: Ästhetische Grundbegriffe, Bd. 3, hrsg. von Kralheinz Barck, Stuttgart/Weimar: Metzler 2001, S. 510~556, 특히 S. 510.

(12)

여기서 베커가 주안점을 두는 것은 미적 문화이며, 이러한 의미의 문화는

“교육의 목적이자 수단”으로28) 규정된다. 또한 언급된 미적 문화의 두 가지 양상 은 양자택일적이 아니라 오히려 오늘날 미학에서 동시에 추구되어야 할 예술의 다양한 문화교육적 기능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방향에서의 예술의 문화교육적 기능의 실현방안은 E. 보르스트가 제시하는 오늘날 교육에 관한 다음과 같은 규 정들과 연관하여 더 구체적으로 숙고될 수 있을 것이다.

보르스트는 교육은 끊임없이 “인간적 주체와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모든 교육이론의 전제는 주체구성(Subjektkonstitution)과 주체들의 역사적, 사회적 실 존방식들에 대한 물음”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교육은 다음의 세 가지를 충족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주체가 어떠한 모습이어야 할 것인지’, “주체에 대한 표상”과 각 시대에 따른 “휴머니티 표상을 전개해야 하며”, 둘째, “역사적으로 정향되어 있어야만 하며”, 셋째, 변화하는 사회적 전제들에서 “주체구성의 종속성을 성찰해 야만 한다”는 것이다.29)

교육에 대한 이러한 숙고방향에서 우리는 근대의 미적 교육 이념을 현대적 으로 재규정해야 할 것이다. 사실 근대적 의미의 인간 이념과 고전적 교육구상이 오늘날 대중소비와 대중 매체의 시대에 의문시되면서 미학과 교육의 관계, 교육 에 있어서 예술의 위치, 그리고 미적 교육의 정치적 차원에 대한 물음들이 제기 되었다.30) 하지만 이러한 물음들은 근대적 미적 교육이념의 단순한 폐기가 아니 라 새로운 측면에서의 예술의 문화교육적 기능에31) 대한 요구로 이해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J. 하버마스(Habermas)에게서 현대에서의 예술의 새로운 문화교 육적 기능에 대한 강력한 촉구를 볼 수 있다. 하버마스는 오늘날 사회적 측면에 서 무비판적이며 “미적 잠세력이 협소화”하다는 이유로 비판받는32) 쉴러의 미적 28) ibid., S. 519.

29) E. Borst, Theorie der Bildung (앞의 각주 6), S. 12.

30) 이에 대해서는 Hans Robert Jauß, “Das kritische Potential ästhetischer Bildung”, in: Die Zukunft der Aufklärung, hrsg. von J. Rüsen/E. Lämmert/ P. Glotz, Frankfurt a. M.:

Suhrkamp 1988, S. 211~232 참조.

31) 오늘날 예술현장 및 학교 교육에서 예술을 통한 문화교육의 실천적 방안과 방향들은 지면 의 한계상 본 연구에서는 세부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다만 이에 대한 다방면의 연구는 ‘독 일 어린이와 청소년의 문화교육 협회(BKJ: Bundesverreinigung für Kulturelle Kinder- und Jugendbildung)’의 연구물로 발간되는 ‘문화교육(Kulturelle Bildung, hrsg. von Hildegard Bockhorst und Wolfgang Zacharias, München: kopaed)’ 시리즈 참조요.

32) Doris Schumacher-Chilla, Ästhetische Sozialisation und Erziehung. Zur Kritik an der

(13)

교육이념에서 현대적 모델을 찾는다. 즉 그는 “인문적 미적 교육”을 자신의 주요 개념으로 삼고, 예술에 의해 ‘소통적 이성’이 실현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하버마 스는 예술은 인간의 “삶의 형식들”을 공유하고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이 것이 “헤겔-막스 전통에 있어서 루카치와 마르쿠제에 이르기까지 한 정향 점으로 남아있는” “예술의 소통적이며 공동체 지지적인, 견고히 하는 힘”이라고 보는 것 이다.33)

또한 하버마스는 예술은 “소통적인 이성의 진정한(genuin) 구현”이며, “전달 (Mitteilung)의 형식”으로서의 예술은 “사회 내에 조화를 가져다주는” 것을 과제 로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교육과의 관계에서도 하버마스는 쉴러의 이념과 더 불어 예술을 통해 삶의 “이해관계들을 혁신”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의식의 해 방”은 “감각의 해방”에 근거해야만 한다고 보며 오늘날에 있어서 예술의 교육적, 문화적 및 사회적, 철학적 기능의 중요성을 명시한다.34) 이와 같이 하버마스가 쉴 러의 미적 교육론에 의거하여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예술의 문화교육적 기능 의 오늘날에 있어서의 그 필연성과 보다 구체적인 성격을 우리는 헤겔의 ‘교육’

개념과 후기 ‘형식적 교육’과 연관에서의 예술 규정에서 찾아 볼 수 있다.

Ⅲ. 문화교육의 매체로서 예술: G. W. F. 헤겔

1. 정신의 형성으로서의 교육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18세기의 교육에 대한 사유는 크게 계몽주의적 입 장과 후기 계몽주의적 고전주의 입장으로 구분된다. 계몽주의의 교육이념이 이성 을 중심으로 인간의 ‘합리적인’ 완전화를 목표로 하였던 데 반해, 헤겔 사유에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헤르더와 쉴러, 훔볼트의 후기 계몽주의적 고전주의 교육 이념은 ‘휴머니티 이념’을 추구하면서 교육에 있어서 감성과 예술의 역할을 중요

Reduktion von Sinnlichkeit, Berlin: Aufbau Verlag 1995, S. 2.

33) Jürgen Habermas, Der philosophische Diskurs der Moderne, Frankfurt a. M.: Suhrkamp 1985, S. 59f.

34) ibid., S. 62,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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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했다. 헤겔도 기본적으로는 이들과 같은 입장이지만, 추구하는 교육이념에서는 이들과 차이가 있다.35)

후기 계몽주의적 고전주의가 ‘휴머니티 이념’을 실현하는 것을 교육의 목표 로 한다고 했을 때, 이러한 교육의 실현 대상은 ‘개인’이 된다. 고전주의는 J. J.

빙켈만(Winckelmann)이 주장한 그리스 고전의 이상을 ‘교육이상(Bildungsideal)’

로 설정하고, 특히 훔볼트에게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개인의 ‘개별적 인격 (einzelene Persönlichkeit)의 완전성’을 실현하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헤겔은 이와 달리 보편과 대립되는 개별로서의 개인의 완전성을 실현하는 교육은 인간이 유한하며, 불완전하기 때문에 실현 불가능하며, 이상에 불과하다고 본다.36) 그러므로 헤겔은 ‘개별적 인격의 완전성’이나 개인의 고유한 인륜성이 아 니라 “보편적 인륜성(allgemeine Sittlichkeit)”을37) 실현하는 것을 추구한다.

교육(Bildung)’에 대한 이러한 헤겔의 사유는 어린이들의 훈육과 자연적 재 능의 함양 뿐만 아니라 특히 ‘정신’의 형성과 발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신철학적 및 역사철학적 맥락에서 그 본질적인 측면이 파악될 수 있다. 이러한 교육 개념 의 규정은 헤겔의 초기 저서와 무엇보다 정신현상학(1807)에서 보이며, 뉘른베 르크 김나지움 시대와 법철학강의, 역사철학에서는 ‘보편성에로의 형식적 교육’ 개 념이 전개된다. 이 항에서는 먼저 초기 사유와 정신현상학에서 헤겔이 규정하 는 교육 개념을 중심적으로 살펴본다.

정신현상학에서 확고히 나타나는 교육의 의미인, ‘소외’를 통한 정신의 자기 형성의 변증법적 과정으로서의 교육의 개념은 이미 헤겔의 청년기 저작에서 보인다. 프랑크푸르트 시대의 단편들에서 “교육”은 사랑이 전개되는 변증법적 과 정으로 언급되기도 하고, 교육에 의해 삶이 하나의 다른 삶이 되며 보편자의 영 역으로 고양되고, 자기 자신을 스스로에게서 소외시킨다고 서술된다.38) 이러한 교

35) 헤겔은 계몽주의의 이성, 합리성 중심의 휴머니즘도 반대하며, 유희적이고 예술적 감정에 치우친 교육이념에도 반대한다.

36) Ernst Lewalter, “Hegels Bildungsgedanke und die gegenwärtige Bildungstheorie zum 100. Gedankentag von Hegels Tode”, in: Hegels Theorie der Bildung. Bd. 2:

Kommentar, hrsg. von Jürgen Eckardt Pleines, Hildesheim u.a.: Georg Olm Verlag 1986, S. 47~68, 특히 S. 52 참조.

37) G. W. F. Hegel, Die Philosophie des Rechts. Vorlesungvon 1821/22, hrsg. von Hansgeorg Hoppe, Frankfurt a. M.: Suhrkamp 2005, S. 154 (§ 150).

38) H. Nohl, Hegels theologische Jugendschriften, Tübingen: Mohr 1907, S. 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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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 개념은 ‘정신’의 개념과 관련하여 자연적 상태에서 정신으로의 ‘자기-형성 (Sich-Bilden)’의 의미로서 확장되면서 정신의 본질로 파악된다. 또한 ‘교육’은 “자 기의 직접적인 자신의 외화”로도 규정된다.39)

이와 같이 의식과 정신의 본질로서의 ‘교육’은 실재적인 것과 관념적인 것,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 객체와 주체 간의 투쟁이며, 정신이 자신의 개념 속에서 스스로를 형성하며 훈육하는(erziehen)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는 정 신현상학에서 명시된다. 정신현상학에서 교육은 “자연적 존재의 소외”로서,

“자연적 자신의 지양”으로 규정된다.40) 헤겔은 개개 인간의 ‘참다운 본래적 자연 (wahre eigentümliche Natur)’을 실현시키는 것이 개인의 목적이라고 보는데, 이 것은 다름 아닌 ‘인륜적 본질’을 의미한다. 그리고 교육은 이러한 ‘본래적 자연’ 그 속에서 스스로 생산되는 그러한 과정이 된다.

이렇듯 본래적 자연이 된다는 것은 인간이 자신의 개별성을 전개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공동의 본질”의 위력들에서 “대자존재[이기성]의 거부”와 “현실성 의 거부”를 통해서 가능하며, 이러한 것들이 모두 ‘교육’을 의미한다. 헤겔은 이러 한 “개인의 교육과 그의 고유한 현실성은 실체 자체의 실현”이라고 본다.41) 이렇 게 볼 때 헤겔이 초기사유와 정신현상학에서 의미하는 교육은 첫째, 정신의 ‘자 기-형성’으로서의 경과(Vorgang)이자 ‘형성되어짐(Gebildetwerden)’이며, 둘째, 제 2의 자연의 요소 속으로 개인의 도입 과정(Prozess)이고, 셋째, 신념과 ‘형성된 것 (Gebildetsein)’로서의 교육은 인륜적인 덕들의 총괄개념이 된다.42)

이와 같은 헤겔의 교육 개념은 오늘날의 좁은 의미에서 이해되는 교육과 매 우 다르다. 오늘날 이론적 교육학에서는 교육(Bildung)이 훈육(Erziehung)의 내용 이며, ‘상태’로서의 교육은 훈육의 성과이어야 하고, ‘과정’으로서의 교육은 훈육에 서 생성되는 것으로 보지만, 헤겔에게서 교육은 “주관적 의지 자체가 그것 속에서 는 자체에서 객관성을 가지게 되는 더 높은 해방의 노동”이 되는 것이다.43) 정신 39) 이러한 것은 피히테와 쉘링 철학의 차이(1802), 예나 실재철학 강의(1805/06)에서 볼 수 있다. 특히 G. W. F. Hegel, Jenenser Realphilosophie Ⅱ. Die Vorlesung von 1805/06, aus dem Manuskript hrsg. von Johanes Hoffmeister, Leipzig: Felix Meiner 1931, S. 243.

40) G. W. F. Hegel, Phänomenologie des Geistes. Nach dem Texte der Orginalausgabe, hrsg.

von Johannes Hoffmeister, Hamburg: F. Meiner 1952, S. 351.

41) ibid., S. 354, 351, 343, 353.

42) E. Lewalter, “Hegels Bildungsgedanke und die gegenwaertige Bildungstheorie”, S. 56 참 조.

(16)

현상학은 이러한 노동의 경과를 보여주며, 여기서 의식이 거쳐가는 형태들의 연 속물은 학으로서의 의식 자체의 형성(교육)의 상세한 역사로 이해된다.44)

이러한 의식의 역사를 헤겔의 정신철학 체계에서 고찰한다면, 정신은 주관 적 정신과 객관적 정신을 거쳐 절대적 정신의 영역에 이르게 된다. 주관적 정신 이 개인의 심리적인 성격을 띤다면, 객관적 정신은 가족과 시민사회, 국가의 형태 에서 구체화되며, 절대적 정신은 예술, 종교, 철학 분야에서 작용한다. 직접적이고 자연적 형태에서 ‘이념’으로, ‘제 2의 자연(인륜성)’으로 나아가는 정신의 자기형성 으로서의 ‘교육’은 이 영역들 모두에서 파악되지만, 특히 정신의 객관화와 인륜성 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교육은 “객관적 정신의, 더욱이 인륜성의 영역에 속하며”,45) 이 영역에서 가장 본질적이다.

객관적 정신의 영역에서 정신은 “민족정신”으로 나타나면서 자신을 각 민족 의 역사들 및 인류의 세계사 속에서 실현시킨다. 이러한 과정은 헤겔에게서 곧

‘교육’인데, 교육은 단지 정신의 활동, ‘형성되어짐(Gebildetwerden)’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형성된 것(Gebildetsein)’, 즉 정신활동의 산물까지도 포함하면서 ‘문 화’의 개념과 연관되며, 교육 및 문화와 함께 우리가 살펴볼 예술은 절대적 영역 에서의 정신활동의 산물로 이해된다.

2. 정신의 활동 산물로서 문화와 예술

헤겔에 있어서 교육을 의미하는 ‘Bildung(빌둥)’ 개념은 살펴본 바와 같이 인간이 자연적 상태에서 이성으로 발전해 감을 뜻하는 “문명화(culturation)”로서 의 “문화”의 의미를 이미 자체 내에 포함하고 있음으로, 헤겔이 의미하는 ‘문화’의 개념은 ‘교육’ 개념과 동일한 맥락과 그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양자 는 상호의존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교육은 “정신문화를 위해 있는 것”이며, 문화 43) ibid., S. 55.

44) 헤겔의 ‘Bildung(교육/형성)’ 개념은 “근본적으로 정신철학적인 개념”으로서 “전체성”을 목 표로 하며, “훈육(Erziehung)의 성과”가 된다. 그러므로 도야는 “정신의 특정한 단계일 뿐 만 아니라 정신의 실현과정 일반”이기도 하며, “정신적 존재의 전개와 형태화”이다 (Friedhelm Nicolin, Hegels Bildungstheorie. Grundlinien geisterwissenschaftlicher Pädagogik in seiner Philosophie, Bonn: Bouvier 1955, S. 138, 169, 187).

45) Willy Moog, “Der Bildungsbegriff Hegels”, in: Hegels Theorie der Bildng, Bd. 2:

Kommentare, S. 69~85, 특히 S.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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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교육에서 그 척도를 발견한다”고 할 수 있겠다.46) 이 항에서는 문화와 예술이 정신의 자기형성으로서의 교육의 산물임을 규명하고자 하며, 이는 다음 항에서 고찰할 ‘예술에 의한 문화교육’에 관한 논의의 전제적 의미를 가진다.

헤겔에게서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문화’ 개념은 그리 흔하게 찾아볼 수는 없 다. 하지만 헤겔이 의미하는 문화는 시세로가 의미한 문화(cultura animi)의 본래 적 의미인 ‘지적 능력의 양성과 경작’에다 ‘교육’(Bildung), ‘계몽정신’, ‘학식’과 같 은 것이 부가된 의미로 본다면, 헤겔이 여러 문맥에서 시사하는 문화는 크게 “인 간의 자연적 소양(Anlagen)의 고귀화(Veredlung) 혹은 완전화(Vervollkommheit) 의 과정 내지는 이 과정에서 도출되는, ‘야만’에 대립적인 상태”로 규정될 수 있 다.47)

1820년 법철학 강의에는 “인간은 자신의 생산물을 통해 스스로를 만들어 가 야하며(durcharbeiten)”, 자신의 “외부로 향하는 것(das Hinausgehen)”과 동시에

“자신의 내부로 형성해 들어가는 것(das Hineinbilden in sich)”을 통해 인간은

“대자적”이 될 수 있다고 서술된다.48) 이는 문화에 대한 헤겔 사유의 기초가 되는 서술로, 원초적인 미숙성에서 문화를 향해 해쳐나가는 것(Herausarbeiten)의 과정 을 말하며, 이를 위해서는 이와 동일한 성격을 가지는 교육이 불가결한 것임을 시사한다. 왜냐하면 교육은 자연적 성향, 재능들, 능력들을 개발시키고 육성하며, 다른 한편 자연적 상태에서 보게 되는 원초적 미숙성을 방지하며, 자연적 자의에 한계를 지우기 때문이다.49)

46) Mirko Wischke, “Die Bildung des Selbst. Über Kultur und Politik bei Hegel”, in: Staat und Kultur bei Hegel, hrsg. von Andreas Arndt/Jure Zovoko, Berlin: Akademie Verlag 2010, S. 83~91, 특히 S. 83,

47) Vladimir Milisavljević, “Hegel und die Kulturkritik”, in: Staat und Kultur bei Hegel, S.

141~155, 특히 S. 143,

48) G. W. F. Hegel,Gründlinien der Philosophie des Rechts oder Naturrecht und Staatswissenschaft im Grundrisse, mit Hegels eigenhändigen Notizen und den mündlichen Zusätzen, Werke in 20 Bänden, Bd. 7, hrsg. von Eva Moldenhauer u.a., Frankfurt a. M.: Suhrkamp 1970, S. 62, § 10, Zusatz.

49) 이는 교육의 두 가지 측면이다. 자연적 성향들을 개발하고 육성시키는 것은 ‘도덕성 (Moralität)’의 함양과 관계된다. 도덕성은 개인이 자기 자신에게서 주관성을 이끌어내어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며, 법은 이러한 개인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보장한다. 다른 한편 자연적 상태의 원초적 상태에서 벗어나고 자연적 자의에 한계를 지우는 것은 ‘인륜 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인데, 어린이들은 훈육을 통해 자기의지(고집)를 꺾으며 인륜적 습 관을 형성하게 된다. 물론 헤겔이 ‘교육’에서 비중을 두는 것은 후자의 측면이다(ibid., S.

(18)

이러함에 있어서 헤겔은 루소와 같이 교육이 인간의 자연성을 파괴하고, 파 편화할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헤겔이 규정하는 교육의 원래적 의미는 인간, 좁게 는 어린이가 자신의 “개념에 따라 자유롭게”50) 되게 하는 것이다. 앞서 교육은 인 간의 “제 2의 자연”, 곧 “인륜성”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했다면, ‘개념에 따라 자유 롭게’ 되는 것은 이러한 인륜성의 실현에서 가능하게 된다. 이렇게 볼 때 정신의

‘자기형성’으로서의 교육은 역사 속에서 자유와 인륜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정신의 활동이며, 문화는 이러한 정신 활동의 결과이자 산물이 된다.

이처럼 헤겔에 있어서 ‘문화’는 교육이 포함하고 있는 ‘형성(Formung)’, ‘함 양(Pflege)’의 의미를 일차적으로 가지지만, ‘개화된 문명(entwickelte Zivilisation)’

이란 측면에서는 ‘정신의 활동’으로 파악되는데, 이에 대한 헤겔의 사유는 헤르더 의 영향을 보여준다. 헤르더는 문화를 “인류역사(Menschheitsgeschichte)”로 이해 한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문화와 계몽이 유럽중심주의적인 척도에 따라 규정되 는 것”과 “유럽의 계몽이 보편적 역사의 하나의 특수한 형식으로 보지 않는” 계 몽주의자들의 관점을 비판한다.51) 즉 헤르더는 문화를 특정 시기(특히 유럽)의 개 화된 문명이나 의식상태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 전체를 의미하며, 과정적 성격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렇듯 그에게서 문화는 “전통의 연쇄(Kette der Tradition)”, “교육(형성)의 연쇄(Kette der Bildung)”를52) 바탕으로 하면서

‘역사성’을 띠는 것이 된다.

헤르더는 이러한 ‘인류역사’를 “이성의 문화(Kultur der Vernunft)”로 표현하 지만 이것은 “자연사(Naturgeschichte)”를 가리킨다. 또한 역사는 “휴머니티”를 목 표로 하는 것이지만 헤르더가 의미하는 ‘휴머니티’는 하나의 특정한 규정을 가지 는 것이 아니라 “생성 속의 인간존재”를 의미하는 불확정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헤르더의 자연사는 단순히 최종의 어떤 형태의 ‘휴머니티’나, ‘목적(telos)’을 설정 하거나, 전제하는 목적론적인 것이 아니다. 그가 문화의 요소이자 문화 자체로 생 각하는 한 민족의 교육과 진보는 이성적으로 규정되고 합법화된 목적규정을 전제

326f, § 174, Zusatz 참조).

50) ibid., S. 62, § 10, Zusatz.

51) Andreas Arndt, “Kultur, Geist, Natur” in: Staat und Kultur bei Hegel, S. 83~104, 특히 S. 101,

52) J. G. Herder, Ideen zur Philosophie der Meschheit, Erster Theil, Riga und Leipzig:

Hartknoch 1784, S. 352.

(19)

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함께 작용하는 원인들과 동시에 전체 기초요 소의”53) 결과인 것이다.

헤겔도 헤르더와 마찬가지로 문화를 “인류역사”로 이해한다. 하지만 헤겔은 그와는 달리 이를 “정신의 역사”로 파악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겔은 헤르더의 사유로부터 두 가지 측면에서 영향을 받는다. 하나는 “보편적 목적론에 빠지지 않는 수단과 목적의 변증법”의 측면과, 또 하나는 “제 2의 자연의 지속적 인 매개라는 자연사의 개념에서 나온 사유”의 측면이다.54) 헤겔은 인간의 ‘제 2의 자연’의 실현을 추구하며, 이것의 본질로서 ‘인륜성’을 말한다. 하지만 이 ‘인륜성’

은 헤르더가 ‘휴머니티’를 특정하게 규정된 의미로 전제하지 않고 삶의 여러 기초 요소들이 아우러져 형성되는 결과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이상으로 설 정된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모순과 대립과 더불은 인류의 부단한 자기성찰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한 결과를 문화라고 볼 때 헤겔에게서 문화는 역사 적으로 성장한 삶의 형식들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 E. 카시러와 그의 학파의 ‘문 화철학’과는 달리 - 규범적(normativ)이지 않고, 묘사적(deskriptiv) 성격을 띠는 개념이라고55)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궁극적으로 자유와 인륜성의 실현으로서의 정신의 자기형성으로 규정되는 문화는 각 민족의 ‘민족정신(Volksgeist)’에 의해 실현되며, 객관적 정신 의 영역에 속하는 ‘국가’에서 구현된다. 그렇기 때문에 “헤겔에게서 국가와 문화는 공속한다”. 즉 “국가는 문화를 전제로 하며, 문화가 어느 정도 발전한 곳이 국가 인” 것이다.56) 그렇다면 한 민족이 국가로서 구성하는 문화의 최소치는 무엇인 가? 그것은 한 민족 내에서의 “이념 일반의 형식적 실재화(formelle Realisation)”

53) J. G. Herder, “Auch eine Philosophie der Geschichte zur Bildung der Menschheit”, in:

Herders Sämtliche Werke, Bd. 5, hrsg. von B. Suphan, Berlin: Weidemann 1891, S. 47 5~594, 특히 S. 659.

54) A. Arndt, “Kultur, Geist, Natur”, S. 103f.

55) M. Wischke, “Die Bildung des Selbst. Über Kultur und Politik bei Hegel”, S. 83. ‘묘사 적’이라는 것은 “역사적-사회적 발전 상태를 기술하는” 것을 말한다(ibid., S. 91). 또한 위 쉬케는 헤겔의 문화 개념에는 ‘교육(형성)’ 개념과 ‘문명’ 개념이 함께 포함되어 있음으로

‘역사성’과 ‘규범성’이 긴장관계에 있다고 본다. 자연적 본능의 탈피로서의 개인의 교육의 측면에서는 ‘규범성’이 강하지만, 인류의 ‘제 2의 자연’의 실현으로서의 정신사적 측면에서 는 ‘역사성’이 우세하다고 본다 (ibid., S. 84).

56) A. Arndt, “Kultur, Geist, Natur”, S.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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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서,57) 한 민족을 주권적 국가로 만드는 ‘법칙성’, ‘법문화’가 된다. 그러나 이것은 말 그대로 최소한 필요한 요건이지 헤겔이 문화를 법으로 환원시키는 것은 아니 다. 문화는 정신의 활동이 객관화되는 객관적 정신의 영역에서는 국가와 법의 형 식으로 나타나지만, 이에 머물지 않고 절대정신의 영역으로 확장되어 예술, 종교, 철학의 분야에서 주관성과 객관성이 종합된 더 고차적인 형식으로 나타나게 된 다.58)

여기서는 ‘예술’에 한하여 살펴보면, 헤겔에게서 예술은 그 자체 정신의 역 사적 형태인 “이념의 현존재(Dasein der Idee)”이자 “실존(Existenz)”으로서, 이념 의 구체적이며 감각적인 상, 즉 “이념상(das Ideal)”으로 규정된다.59) 이와 같이 예술은 각 역사적 시기에 형성되는 정신의 발전태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정신의 역사의 한 계기이며, 문화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또한 각 역사적 시기의 예술들은 종교, 학문과 더불어 역사 속에서 정신을 실현시키는 “한 민족정신의 실 재성”이며, “세계사적 민족정신” 속에서 정신의 최고 발전형태로 파악된다.60)

헤겔은 한 민족의 민족정신은 “그것의 객관화 작업”에서 “작품”을 만드는데, 그러한 작품이 ‘국가’라고 한다. 국가는 특히 “인륜적 작품(ein sittliches Werk)”이 며(WG Ⅰ, 176f), 예술은 교육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국가의 주된 관심사의 하나 로 “국가적 삶(Staatsleben)”에 속하면서61) 이 작품의 구성요소가 되다. 따라서 예 57) G. W. F. Hegel,Grundlinie der Philosophie des Rechts oder Naturrecht und Staatswissenschaft im Grundrisse, S. 507, § 349. 흄을 비롯해 이후 헤르더에서 플레쓰너, 겔렌에 이르기까지 의 철학적 인간학은 인간과 동물의 구분을 인간의 “복잡한 관계양식”에서 찾는다. 이와 달 리 동물과 다른 인간의 고유한 존재방식은 “이념”, 즉 “실천형식들의 체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헤겔 사유의 고유한 점이다(Pirmin Stekeler-Withofer, “Die Seele der menschlichen Gesellschsft. Staat und Kultur als Momente der Idee bei Hegel”, in: Staat und Kultur bei Hegel, S. 25~43, 특히 S. 27).

58) 이에 대해서는Kultur - Kunst - Öffentlichkeit. Philosophische Perspektiven auf praktische Probleme, hrsg. von A. Gethmann-Siefert/E. Weisser-Lohmann, München: W. Fink 2001 참조.

59) Die Philosophie der Kunst. Nach dem Vortrag des H. Prof. Hegel. Im Sommer 1823.

Berlin. H. Hotho (Ms. Hegel-Archiv, Bochum); Ästhetik oder Philosophie der Kunst nach dem Vortrag des Herrn Professor Hegel. Sommer 1823. Nachgeschrieben durch Heinrich Gustav Hotho, hrsg, von A. Gethmann-Siefert, Hamburg: Felix Meiner 1998, Ms. 41.

60) G. W. F. Hegel, Vorlesungen über Philosophie der Weltgeschichte, Bd. 1: Die Vernunft in der Geschichte, hrsg. von Johannes Hoffmeister, Hamburg: Meiner 1955, S. 75 (이하 WG Ⅰ와 쪽수로 약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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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민족정신을 통해 구현되는 정신의 자기형성 활동의 한 요소로 규정되며, 예 술작품은 이 활동의 결과물로 이해된다. 이처럼 헤겔에게서 예술은 개인의 산물 보다는 더 광의적으로, 한 민족이 민족정신에서 구현하는 정신의 활동 및 그 산 물로 파악되며, 무엇보다 ‘인륜성’을 실현하고 매개하는 것을 그 과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3. 예술에 의한 문화교육

지금까지 규정된 바에 의하면 헤겔에서 예술은 교육과 문화와 더불어 역사 속에서 ‘인륜성’을 실현하고 매개하는 것이다. 이 규정은 헤겔이 ‘예술의 과거성’이 란 논제를 진술한 후에도 여전히 타당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주목할 점은 헤겔이 ‘인륜성’을 어떻게 이해하였는가이다. 헤겔이 그의 철학에서 추구하는 인륜 성은 “실체적 인륜성(substantielle Sittlichkeit)”이다. 하지만 위에서 서술되었듯 헤겔에게서 ‘인륜성’이란 내용적으로 확고히 규정된 초역사적인 절대적인 것이 아 니다. ‘인륜성’은 각 시대의 민족들이 참된 것으로 여기는 진리표상이며, ‘실체적’

이라 함은 객관성과 보편성을 포함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헤겔은 역사적으로 볼 때 보편적인 ‘실체적 인륜성’은 고전 그리스 시대(폴리스)에 가능하였고 근대에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리스 시대에는 한 민족의 진리표상이 국가의 차 원에서 그 보편성을 가졌지만, 근대에는 한 국가 내에서 사유의 이분성과 파편성 이 강할 뿐 아니라 국가들 간에는 각기 추구하는 이념과 진리에 대한 생각이 다 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헤겔은 근대의 교육과 문화에서 필요한 것은 “보편성으로 의 교육(Bildung zur Allgemeinheit)”이라고 한다. 하지만 헤겔은 근대에서는 ‘실 체적인 보편성’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고 파악했기 때문에 그는 여기서 ‘실체적 인 보편성’이 아니라 “형식적 보편성(formelle Allgemeinheit)”을 요구한다.62) ‘형 61) Vorlesungen über Naturrechts und Staatswissenschaft. Heidelberg 1817/18 mit Nachträgen aus der Vorlesung 1818/19. Nachgeschrieben von Peter Wannenmann, hrsg. von Claudia Becker et al, Hamburg: Meiner 1983, S. 245.

62) G. W. F. Hegel, Vorlesungen über Rechtsphilosophie 1818~1831, 6 Bde. Bd. 3: Philosophie des Rechts. Nach der Vorlesungsnachschrift von Heinrich Gustav Hotho 1822/23, Edition und Kommentar von Karl-Heinz Ilting, Stuttgart-Bad Cannstatt 1973, S. 579, § 186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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