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헤겔의 문화교육적 예술규정의 현재적 의미

문서에서 현대 예술의 문화교육적 기능 (페이지 28-32)

본고에서는 현대에서의 예술의 의미와 역할을 문화교육적 측면에서 규명해 보고자 하였다. 이는 먼저 큰 틀에서는 오늘날 미학 내지 예술철학의 안과 밖에 대한 반성으로, 예술에 관한 사유를 문화와 교육 영역으로 확장하여 미학의 외연

Gethmann-Siefert und Bernadette Collenberg-Plotnikov, München: Wilhelm Fink Verlag, 2005, S. 159~174 참조.

70) 헤겔은 1826년 미학강의에서 당대인들의 독일문화 중심의 사유(“Monumenta Germaniae”) 와 달리, 세계 문화에 대한 관심과 그 수집(“Monumenta nationum”)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Ästhetik nach Prof. Hegel. 1826. Anonym [Ms. Stadtbibliothek, Aachen 1826], Ms. 196;

Philosophie der Kunst oder Ästhetik. Nach Hegel im Sommer 1826. Kehler [Ms.

Universitätsbibliothek, Jena], Ms. 397).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헤겔은 근대의 새로운 서사 시의 가능성 내지 예술의 새로운 원천을 숙고하면서 당시 낭만주의와는 달리 기독교 중세 나 인도에 한정되지 않고 여러 민족들의 예술과 신화에 관심을 가졌다(A.

Gethmann-Siefert, “Rolle der Kunst im Staat. Kontroverses zwischen Hegel und den Hegelianern”, in; Welt und Wirkung von Hegels Ästhetik, hrsg. von A.

Gethmann-Siefert/O. Pöggeler, Bonn: Bouvier 1986, S. 65~102, 특히 S. 65 ff 참조).

을 확장해본다는 의미가 있다. 문화와 교육 양자 모두는 그 자체 인간의 ‘인식’ 능 력과 ‘감성’ 능력을 아우르는 것이기 때문에 예술의 문화교육적 기능에 대한 고찰 은 예술의 인식적 기능에 비중을 두는 미학의 연구방향과, 이에 반하여 미학을 그 본래의 의미에 따른 ‘감성학’으로서 회복시키고자 하는 오늘날의 요구를 통합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본 연구의 소기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다른 한편, 본고에서 규명해 본 예술의 문화교육적 기능은 무엇보다 헤겔의 예술규정을 기초로 하여 고찰해 본 것으로, 소위 ‘예술의 종말’ 이후 시대에서의 예술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헤겔의 지속적인 사유에서 추출된 것이다. 이 규정은 살펴본 바와 같이 ‘교육’에 관한 그의 초기 사유와 연속성을 띠며, ‘교육’과 이와 연관된 예술의 중요성에 대한 당대 후기 계몽주의적 논의들과도 맥락을 같이 한 다. 하지만 당대의 ‘교육’에 관한 논의가 계몽주의의 ‘합리적 전인(全人)’을 실현하 고자 하였거나 혹은 이러한 이념의 일면성을 비판하며 예술에 의한 감성적 교육 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에 머물었다면, 헤겔의 사유는 단순한 감성적 교육으로 서의 예술의 규정을 넘어서 정신철학적 및 문화철학적인 관점에서 예술의 교육적 의미를 규명하고 있다는 데 그 고유한 특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헤겔은 후기 베를린 시대에서 정신의 자기형성과 발전경로로서의 역사와 그 산물로서의 문화를 각 민족의 ‘민족정신’과 ‘시민사회’, ‘국가’의 측면에서 고찰하면 서 보편적 사유의 관점을 의미하는 ‘보편성으로의 교육’, 즉 ‘형식적 교육’의 필요 성을 인식하고 이러한 교육의 일환으로 시사한 예술의 문화교육적 기능은 현대에 서의 예술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규정으로도 합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 합당함은 세 가지 측면에서 논할 수 있겠다.

첫째, 헤겔이 초기부터 후기까지 인간 ‘교육’의 목표로 일관성 있게 주장하 는 바는 “인륜성”의 실현인데, 오늘날에도 예술을 통한 문화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인륜성’의 실현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헤르더가 자신의 ‘휴머니티’ 개념을 열려 있는 개념으로, 즉 확고한 규정을 전제로 하지 않고 그때마다 역사적 시기에서 행해진 성찰과 실천의 결과로 이해했듯, 헤겔의 ‘인륜성’ 개념도 각 시대의 민족들 이 추구하는 참된 것, 진리에 대한 표상으로서 의미규정에서 열려져 있는 개념이 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 시대에서 새로이 규정되어야 할 뿐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에도 예술은 - 예술작품 속에 담겨있는 각 시대의, 각 민족에 의해 실현된 이러 한 인륜성을 성찰하게 하고 새로이 해석할 수 있게 하기도 하지만 - 우리 시대에

당위적인 것으로 추구되는 ‘인륜성’을 작품 속에 구현하는 것을 과제로 한다고 규 정할 수 있겠다.

둘째, 헤겔이 시사하는 예술의 문화교육적 기능은 ‘형식적 교육’에 기초하는 데, 이 교육은 개별 인간의 욕구를 원리로 이루어지는 시민사회와 인륜성을 토대 로 하는 국가에서 개별 의식의 파편성과 특수성들을 포괄할 수 있도록 하는 ‘보 편적 관점’, ‘보편성으로의 교육’이다. 이때 헤겔이 의미하는 보편성은 살펴본 바와 같이 ‘실체적’이 아닌 ‘형식적 보편성’으로, 개별들의 단일적 총화가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특수한 관점, 자기중심적 사유방식과 입장을 벗어나 특수한 것들, 다른 것들, 타자적인 것들을 인정하고 더 넓은 사유의 지평을 형성하는 데 필요 한 것이다. 이러한 보편성은 문화와 사물의 가치의 다양성을 촉구하는 포스트모 던 사상가들의 요구를 포괄하는 것으로, 예술을 이러한 ‘보편성으로의 교육’의 일 환으로 규정하는 것은 오늘날에도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셋째, ‘형식적 교육’의 틀 내에서 수행되는 예술의 문화교육적 기능은 여러 민족의 다양한 삶과 문화를 매개하되, 절대적 진리를 보장하거나 이를 무조건적 으로 수용하도록 하지 않고 오히려 전래적 가치내용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게 한 다.71) 이러한 예술의 문화교육적 기능은 오늘날 다원주의와 시각 매체의 발전과 함께 확산된 시각 문화에서 요구되는 문화비판적 역량을 강화하게 하는 것으로, 여느 때보다 우리 시대에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V. 밀리자블예비치는 헤겔이 초기 철학에서부터 계몽의 비판과 당시의 실증 적 종교 및 도덕 규정에 대해 비판을 가한 것에서 ‘문화비판적’ 특성을 규명하며, 특히 근대 문화비판에서 예술에 대한 헤겔 사유의 토대를 찾는다.72)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S. 아르나우토비치는 “문화의 실재성 속에는” “회의주의”가 “서구의 문 화적 전제들이 전개되어 온 장소”로 자리한다고 본다. 즉 서구의 사유, 형이상학, 학문, 회의주의가 문화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에 “헤겔에 있어서 문화는 [정신활동

71) 이에 대해서는 또한 졸고, “Das moderne Ideal und die kulturelle Rolle der Kunst. Hegels Bestimmung der Kunst in der Gegenwart”, in: Kulturpolitik und Kunstgeshichte.

Perspektive der Hegelschen Ästhetik, hrsg. von U. Franke/A. Gethmann-Siefert, Hamburg: Meiner 2005 (Sonderheft des Jahrgangs 2005 der Zeitschrift für Ästhetik und Allgemeine Kunstwissenschaft), S. 23~36 참조.

72) Vladimir Milisavljević, “Hegel und die Kulturkritik”, in: Staat und Kultur bei Hegel, S.

141~155, 특히 S. 147f와 S. 154 참조요.

의] 현상(Phänomen) 그 이상의 특수한 장소가 아니라”고 표명한다.73) 이러한 진 술들에서 볼 수 있듯, 헤겔 사유의 문화비판적 성격은 오늘날에도 귀감이 될 것 이다.

나아가 A. C. 단토는 자신을 “재탄생한 헤겔주의자”로 자칭하며, 인간적 존 재로서 우리는 존립하는 인륜성과 문화, 종교, 입법을 통해 고유의 동일성을 형성 하기 때문에 헤겔이 의미한 “정신의 왕국” 속에서 실존한다고 주장하면서 헤겔적 정신철학의 유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공동체의 성격은 인간 정신의 활동 성과 창조성의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단지 물 질적 연장으로 환원될 수 없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정신철학이 정신의 왕국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영토”로 만들지 않고 오 히려 “어둡고 혼돈스런 무지의 영역”에 머물게 함을 비판하며74) 헤겔적 정신과학 의 새로운 규정을 요청한다.

이와 같이 정신의 자기형성으로서의 교육 및 정신 활동의 산물로서의 ‘문화’

에 대한 헤겔의 규정이나, ‘형식적 교육’에 대한 구상을 토대로 한 근, 현대에서의 예술의 의미와 기능에 관한 헤겔의 규정은 오늘날에도 여러 측면에서 여전히 유 효하다고 할 수 있으며,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지지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통 해 우리는 헤겔의 예술 규정뿐 아니라, 나아가 헤겔 미학 내지 예술철학의 의미 역시 오늘날 새로운 측면에서 재조명해 볼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논의를 마무리 한다.1)

73) Samir Arnautović, “Skeptismus und Kultur in Hegels Philosophie”, in: Staat und Kultur bei Hegel, S. 129~140, 특히 S. 131.

74) Arthur C. Danto, Wege zur Welt. Grundbegriffe der Philosophie, München: Fink 1999, S. 21과 S. 317.

* 논문투고일 : 2011년 3월 10일 / 심사기간 : 2011년 3월 14일-4월 14일 / 최종게재확정일 : 2011년 4월 16일.

문서에서 현대 예술의 문화교육적 기능 (페이지 28-32)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