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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용 악 시 연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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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석 사 학 위 논 문

이 용 악 시 연 구

국 민 대 학 교 대 학 원 국 어 국 문 학 과

2 0 0 0

(2)

이 용 악 시 연 구

지 도 교 수 신 대 철

이 논 문 을 석 사 학 위 청 구 논 문 으 로 제 출 함

2 0 0 0 년 월

국 민 대 학 교 대 학 원 국 어 국 문 학 과

2 0 0 0

(3)

이 승 규 의

석 사 학 위 청 구 논 문 을 인 준 함

20 00년

심 사 위 원 장 _________印 원 _________印 원 _________印

국 민 대 학 교 대 학 원

(4)

목 차

Ⅰ . 서 론 ...1

1. 연구사 및 문제제기...1

2. 연구방법...8

Ⅱ . 이 용 악 의 시 의 식 ...10

1. 정서와 의식의 탐구...10

1) 남성성...10

2) 낭만성...21

3) 북쪽 지향성...31

3- 1) 탈향과 귀향의 경위 3- 2) 상실과 소외의 북쪽 2. 시와 정신...45

1) 현실과 대응...45

1- 1) 자아의 반영과 성찰 1- 2) 현실의 반영과 대결 1- 3) 현실과 퇴행 2) 역사와 전망...63

Ⅲ . 이 용 악 시 의 표 현 기 법 ...67

1. 언어의 변용과 실체...67

1) 한자어와 외래어의 등장과 후퇴...67

2) 토속어의 활용...70

2. 리듬의 운용...74

1) 반복에 의한 리듬의 형성...76

1- 1) 구조적 반복 1- 2) 단어 및 구절의 부분 반복 3. 이미지의 활용...91

1) 유기적인 구조 속에서의 이미지...94

(5)

2) 이미지를 통한 의미의 심화...98

4. 비유와 상징의 양상...102

1) 마음 의 의미와 변용...103

2) 자연물의 비유성과 상징성...106

Ⅳ . 결 론 ...119

< 참고문헌> ...123

Abstract ...130

(6)

Ⅰ . 서 론

1. 연 구 사 및 문 제 제 기

이용악은 1914년 함경북도 경성에서 태어나 일본 유학 중인 1935년 신인문학 3월호에 시 < 敗北者의 所願>을 발표하여 문단에 나왔다.

1937년 동경 삼문사에서 첫 시집 分水嶺 을, 이듬해에 같은 출판사에 서 낡은 집 을 펴냈다. 광복 후에는 조선문학가동맹 회원으로 활약하 는 한편 1947년에 오랑캐꽃 (아문각), 1949년에는 李庸岳集 (동지사) 을 펴냈다. 조선문화단체총연맹 요원으로 선전・선동 활동에 종사하다 검거되어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하였으나 1950년 인민군의 서울 점령 시 풀려 나와 월북하였고 북에서 활동하다 1971년 폐병으로 작고하였 다.1)

1930년대는 그 이전 시기의 시인들이 닦아 놓은 시의 전통을 바탕으 로 한국시가 질적 양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었던 때로 이 시 기의 많은 시인들이 새로운 시적 가능성을 찾아서 폭넓고 진지하게 문 학적 실험을 거듭하였다.2) 리얼리즘이 상대적으로 쇠퇴하여 암중 모색 에 들어가는 동안 시문학파에 의한 순수 서정시의 질적 향상이 있었고 모더니즘 계열의 세계관과 기법의 탐색이 있었는가 하면 생의 탐구를 내세우는 일군의 시인들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1930년대 후반기에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었던 이용악은 해방공간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질 곡 속에서 현실적 문제를 비교적 적실하게 형상화해낸 시인으로 평가받 고 있다.

1) 윤영천, 李庸岳詩全集 증보판, 창작과비평사, 1995, 262- 263쪽.

2) 김종철, 30년대의 시인들 , 시와 역사적 상상력 , 문학과지성사, 1978, 9 쪽.

(7)

1937년 이규원이 이용악의 시인으로서의 초연성(超然性)을 언급한3 ) 이래 이용악의 시와 시집에 관한 당대의 언급은 거의 단평에 그친다.4 ) 그 가운데 백철이 이용악을 一種의 傾向詩人 으로 보면서도 모더니스 트의 후예 로 자리매김한 것은 특이하나 그것이 어떠한 근거로 마련된 의견이었는지 밝혀져 있지는 않다.5 ) 이용악의 월북 이후에도 일정 기간 그의 시에 대한 평가는 정당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문학사에 잠시 이름 이 비춰지거나 짤막하게 언급되는 정도였다.6 ) 장덕순은 친일시를 논의 하는 과정에서 1942년 國民文學 에 발표된 이용악의 < 길>을 예로 들 었으며7 ) 정한숙은 이용악의 시를 김소월로 대표되는 1920년대의 리리 시즘과 연결하는 정도에서 평가를 줄였다.8 )

3 ) 이규원, 分水嶺 序 , 삼문사, 1937.

4 ) 한 식, 분수령을 읽고 , 《조선일보》, 1937. 6. 25.

최재서, 詩와 道德과 生活 - 分水嶺 , 《조선일보》, 1937. 9. 19.

이해문, 중견시인론 , 시인춘추 , 1938. 1.

홍효민, 북레뷰, 이용악 시집 낡은집 평 , 《동아일보》, 1938. 12. 24.

안함광, 이용악 시집 낡은집 평 , 《조선일보》, 1938. 12. 28.

임 화, 詩와 現實과의 交涉 , 인문평론 , 1940. 5.

김동리, 신세대의 정신 , 문장 , 1940. 5.

석 경, 詩의 目的 , 인문평론 , 1940. 8.

김광섭, 八 九月 詩壇印象 , 인문평론 , 1940. 10.

김동석, 시와 정치 - 38도에서를 읽고 , 신조선보 , 1945. 12. 28.

김광현, 내가 본 시인 - 정지용, 이용악 편 , 민성 , 1948. 10.

백 철, 조선신문학사조사 - 현대편 , 백양당, 1949.

이수형, 용악과 용악의 예술에 대하여 , 李庸岳集 , 동지사, 1949.

5 ) 백철, 앞의 책, 355 - 356쪽.

후에 백철의 新文學史潮史 (신구문화사, 1983.)에서는 그러한 언급이 빠져 있어서 견해에 수정이 가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6 ) 조지훈, 한국현대시사의 관점 , 조지훈전집3 , 일지사, 1973, 169쪽.

김윤식, 韓國近代文藝批評史硏究 , 한얼문고, 1973, 378쪽.

김현・김윤식 한국문학사 , 민음사, 1973, 202쪽.

장덕순, 한국문학사 , 동화문화사, 1978, 459쪽.

정한숙, 현대한국문학사 , 고대출판부, 1982, 243쪽.

조동일, 한국문학통사5 , 지식산업사, 1988, 482쪽.

7 ) 장덕순, 앞의 책, 459쪽.

(8)

이용악에 관한 논의는 1988년 7・19조치로 시행된 납・월북 문인에 대한 해금 이후 활기를 띠게 되었다. 유민시(流民詩)를 다루는 과정에서 이용악의 시를 높이 평가한9) 윤영천은 李庸岳詩全集 을 엮어내었고10 ) 같이 수록한 민족시의 전진과 좌절 을 통해 리얼리즘의 관점에서 이용 악의 시사적 의의를 규명하려 하였다. 그러나 이용악의 시가 민족 모순 에 대해 올바른 시적 반영 을 이룩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더니즘이 이 를 일정하게 제약하고 저해 한 것으로 본 것은 이용악의 시에 대한 편 향된 시각을 드러낸 경우이다.11) 윤지관도 주로 리얼리즘의 관점에서 이용악의 시를 논의하였으나 리얼리즘 정신을 친일시와의 관계에서 설 명한 것은 윤영천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작품을 대한 결과였다.12)

최동호는 이용악의 시가 전대의 김소월로부터 흘러온 토착적 서정성 을 바탕으로 1930년대 모더니즘의 주지적 기법을 차용하였으며, 민중적 삶에 근거한 리얼리즘에 정신적 토대를 두고 서정과 서사를 결합시킨 이용악의 < 풀버렛소리 가득차잇섯다>나 < 낡은 집> 같은 시들이 申庚 林의 農舞 (71)로 시작되는 70년대의 민중시의 한 원형이 되었다 고

8 ) 정한숙, 앞의 책, 243쪽.

9 ) 윤영천, 韓國의 流民詩 , 실천문학사, 1987.

10) 윤영천 편, 李庸岳詩全集 , 창작과비평사, 1988.

11) 윤영천, 민족시의 전진과 좌절 , 李庸岳詩全集 증보판, 창작과비평사, 1995. 253쪽.

또한 윤영천은 1940년대적 상황하에서의 시인의 절필 행위 또는 미발표 를 전제한 작품생산 행위는 역사 변혁의 떳떳한 주체 되기를 시인 스스로 포기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라고 말하면서, 나찌 시대 지배계층에 순응・동 조할 수 없는 문인・언론인들이, 지배자들에게는 어떤 공격 가능성도 제시 하지 않으면서 독자들에게는 그들의 참뜻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 한 소위 노예언어 와 이용악의 시와 흡사하다는 논리로 친일시 < 길> 과 < 눈 내리는 거리에서> 를 계산된 문학적 응전으로 보았다.(같은 책, 213- 217쪽.) 이는 이용악 시의 리얼리즘의 성취에 경도되어 나타난 엄정성이 결여된 견해라 고 볼 수 있다.

12) 윤지관, 영혼의 노래와 기교의 시 - 李庸岳論 , 세계의 문학 가을호, 1988.

(9)

하였다. 이 밖에 1980년대 후반까지 많은 논의가 전개되었는데13 ) 이용 악 시의 내적 연구는 외적 연구와 더불어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좀 더 다양한 양상을 띤다.14)

김명인은 이용악이 데뷔했던 때는 프로 문학의 이념과 모더니즘 기법 을 절충시키려는 방법론적 모색이 이루어지던 시점이었으므로 이용악 또한 두 경향에 자연스럽게 닿아 있었다고 보았다. 그는 이용악 시의 수월성(秀越性)을, 성장기의 체험을 통한 진정성의 획득과 서정시를 갱 신하는 효과적인 서사지향에 연원한 것으로 보고 이를 해명하였다. 또 한 이용악의 시가 현실적 체험을 산문적 서술이나 관념적 표현으로 진 술하지 않고, 극히 절제된 언어 및 섬세한 율격과 묘사적 심상에 어울 리게 함으로써, 선명한 시적 완결성을 확보해 내었다 15)고 하였다.

13 ) 김종철, 庸岳 - 민중시의 내면적 진실 , 창작과 비평 가을호, 1988.

김용직, 서정, 실험, 제 목소리 담기 - 1930년대 한국시의 전개 , 현대 문학 , 1988. 11.

고형진, 구체적 삶의 세목들과 서정적 슬픔 , 현대시학 , 1988. 11.

조명제, 민족시의 리얼리즘적 전진 - 이용악시론 , 시문학 , 1989. 2.

최동호, 北의 시인 李庸岳論 , 현대문학 , 1989. 4.

김상선, 이용악론 , 시문학 , 1989. 6.

이병헌, 境界人, 그 고뇌의 詩的 歷程 , 현대시학 , 1989. 11.

이숭원, 이용악의 현실성과 민중성 , 한림대논문집 , 1989.

14 ) 이은봉, 李庸岳 詩 硏究 - 마음 과 하늘 의 시어를 중심으로 , 숭실어 문 , 1990.

송희복, 李庸岳論 - 수난사에 핀 서정시의 꽃 , 홍기삼・김시태 편 해 금문학론 , 미리내, 1991.

조명제, 李庸岳岳詩의 親日性向考 , 비평문학 5호, 1991.

김명인, 李庸岳詩考 , 경기대 논문집, 1992.

윤여탁, 서정시의 시적화자와 리얼리즘 - 이용악론 , 시의 논리와 서정 시의 역사 , 태학사, 1995.

오세영, 오세영의 분석저 시읽기 - 이용악의 < 낡은집> , 현대시 , 1996.

10.

곽충구, 李庸岳 詩의 詩語에 나타난 方言과 文法意識 , 김완진 외 문학 과 언어의 만남 , 신구문화사, 1996.

김용직, 한국현대시사2 , 한국문연, 1996.

15 ) 김명인, 위의 글, 24쪽.

(10)

김용직은 이용악이 KAPF의 관념성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빈궁의식을 바탕으로 시를 쓰는 한편 시에 시대상과 역사 의식을 기능적으로 드러 내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이용악의 시에 나타난 언어와 리듬의 분 석을 통해 현실인식과 서정성이 결합하여 확충, 변모하는 양상을 비교 적 면밀히 추적하였다.16 )

학위 논문으로는 1987년 이용악의 시를 최초로 다룬 장영수의 논문17) 이래 이용악의 시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감태준에 의해서 시도되었 다. 감태준의 연구는 이용악 시의 시적 대상의 유형과 특성, 구조적 원 리와 방법적 특성을 살피는 동시에 시적 자아와 현실간의 갈등 양상을 추적하여 이용악의 시세계를 총체적으로 분석하려 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18)

그 이후 수많은 논문들이 산출되었는데 1990년대 중반까지는 리얼리 즘의 관점에서 논의한 것이 주를 이루었다.19 ) 주제에 있어서는 1930년 대 한국시의 두드러진 문학적 징후가 고향 상실감이었듯이20 ) 시에 나타 난 고향에 관한 연구가 논문의 세목이 아닌 표제로 등장한 것들도 나왔 다.21) 이는 시인의 원초적인 공간이자 궁핍과 상실의 터전인 고향을 작

16 ) 김용직, 앞의 글.

17 ) 장영수, 吳章煥과 李庸岳의 比較硏究 , 고려대 박사논문, 1987.

이 논문은 오장환과의 비교연구일뿐더러 이용악의 시를 거의 낡은집 에 수록된 것으로 한정하였기 때문에 이용악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라고 하기 엔 미흡하다.

18 ) 감태준, 李庸岳 詩 硏究 , 한양대 박사논문, 1989.

19 ) 노 철, 李庸岳 詩世界 變貌過程 硏究 , 고려대 석사논문, 1990.

오선영, 李庸岳 詩 硏究 , 연세대 석사논문, 1990.

안효순, 이용악 시의 리얼리즘적 특성 연구 , 충북대 석사논문, 1990.

이은봉, 1930年代 後期詩의 現實認識 硏究 - 白石・李庸岳・吳章煥을 中 心으로 , 숭실대 박사논문, 1992.

이미영, 이용악 시 연구 , 강릉대 석사논문, 1993.

최두석, 한국현대리얼리즘시연구 , 서울대 박사논문, 1994.

박윤희, 이용악 시세계 연구 , 연세대 석사논문, 1996.

20) 김종철, 30년대의 시인들 , 시와 역사적 상상력 , 문학과지성사, 1978

(11)

품과 연관지어 고찰한 것들이다.

1990년대 양산된 여러 학위 논문22) 가운데 황인교는 이용악 시의 서 사적 양상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서정적 언술에 있어서 서사적 실현은 객관적 장면의 제시와 타자의 말의 운용을 통해 도달함을 논리적으로 밝혔지만 유기적인 시의 구조를 이론적 잣대에 의해 기계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였다.23)

21) 오교정, 이용악・오장환 시에 나타난 고향 이미지의 대비 연구 , 전주대 석사논문, 1992

조용훈, 한국 근대시의 고향 상실 모티브 연구 - 김소월, 박세영, 정호 승, 이용악을 중심으로 , 서강대 박사논문, 1994

박은미, 이용악・김상훈 시에 나타난 가족 모티프 비교 연구 , 건국대 석 사논문, 1995

김판용, 이용악 시 연구 - 고향의식을 중심으로 , 고려대 교육대학원 석 사논문, 1999

성하선, 이용악 시의 고향의식 연구 , 홍익대 교육대학원 석사논문, 1999 이명찬, 1930년대 후반 한국시의 고향의식 연구 , 서울대 박사논문, 1999 22) 고형진, 1920~30年代 詩의 敍事指向性과 詩的 構造 , 고려대 박사논문,

1990.

이정애, 이용악 시 연구 , 서울대 석사논문, 1990.

여지희, 이용악 시 연구 , 서울시립대 석사논문, 1991.

이희경, 이용악 시 연구 , 전북대 석사논문, 1991.

황인교, 이용악 시의 언술 분석 , 이화여대 박사논문, 1991.

김현이, 이용악 시 연구 , 한국외대 석사논문, 1992.

임성남, 李庸岳詩의 文體論的 硏究 , 영남대 석사논문, 1992.

허병두, 백석과 이용악의 시적 상상력 연구 , 서강대 석사논문, 1993.

류순태, 李庸岳 詩 硏究 - 構造 와 模型化 를 중심으로 , 서울대 석사논 문, 1994.

윤석영, 이용악 시 연구 , 국민대 석사논문, 1994.

심재휘, 1930年代 後半期 詩 硏究 , 고려대 박사논문, 1997.

한상철, 李庸岳 詩의 이미지 硏究 , 충남대 석사논문, 1997.

강주은, 李庸岳 詩의 技法과 展開樣相 , 한국외국어대 교육대학원 석사논 문, 2000.

김경애, 이용악 시의 현실인식 연구 , 숙명여대 석사논문, 2000.

반지영, 이용악 시의 담론 연구 , 강원대 석사논문, 2000.

방연정, 1930년대 후반시의 표현 방법과 구조적 특성 연구 , 한국교원대 박사논문, 2000.

장석원, 李庸岳 詩의 對話的 構造 硏究 , 고려대 석사논문, 2000.

(12)

이런 종류의 오류를 류순태도 범하고 있는데 구조 와 모형화 를 중심 으로 한 연구에서 전자에 대한 것은 내용의 결핍을 드러내었고 후자에 대한 것은 상당한 도식성의 한계를 드러내었다.24 )

장석원은 바흐찐의 이론을 이용하여 이용악의 시에 접근하였다. 한 편의 시 속에 혹은 시와 시 사이에 나타나는 다양한 목소리들 간의 대 화성(對話性), 즉 확장된 개념의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 )을 염두에 두고 시의 구조를 분석하였다. 서정시 속에 틈입한 서사적 경향이 타인 의 말에 의해 확립되었다는 사실은 앞서 밝힌 황인교의 논의와 같지만 이용악 시에 반복되는 기법이나 제재간의 대화적 관계를 밝히고 그 의 미를 추적한 것은 나름대로의 의의를 지닌다.25)

이제까지의 논의를 조망하고 문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용악이 시를 발표하던 당대에는 그가 詩壇의 3才 로 일컬어지고26) 중견급 시인27) 혹은 문단의 3세대28)로서 큰 기대를 받고 있었음을 알 수 있으나 그것이 어떠한 경위를 거친 것인지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지 적되지 않았다. 이용악의 월북과 그로 인한 논의의 제한은 그의 시를 평가하는데 큰 장애가 되었으나 해금을 통해 본격적인 연구가 가능하게 되었다. 해금 이후 1990년대 초반까지는 이용악의 시에 대한 외적 연구 가 주류를 이루었으나 그것은 갈수록 다양해지는 내적 연구로 진행되었 고 그로 인해 이용악의 문학사적 의의가 어느 정도 파악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리얼리즘 편향의 연구가 극복된 이후에도 이용악의 시를 리얼리 즘적 경향과 모더니즘적 경향의 결합, 서정적 성향과 서사적 성향의 결

23 ) 황인교, 위의 글.

24 ) 류순태, 앞의 글.

25 ) 장석원, 앞의 글.

26 ) 유정, 암울한 시대를 비춘 외로운 詩魂 , 李庸岳詩全集 증보판, 창작과 비평사, 1995, 199쪽.

27 ) 이해문, 앞의 글.

28 ) 최재서, 시단의 3세대 , 《조선일보》, 1945. 8. 15.

(13)

합이라고 전제된, 안일하게 구축된 틀로 이용악의 시가 재단된 것도 사 실이다. 또한 이론이나 방법론의 적용에 있어서 그것들의 논리적인 흐 름을 중시하여 본래의 유기적인 시의 흐름을 놓치거나 왜곡한 논의들도 적지 않았다. 이용악 시의 의의를 과장되게 포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의 내밀한 의미를 포착하여 분석하지 못하는 것도 이용악의 시를 왜 곡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될 것이다. 문제는 시에 대한 엄밀한 분석과 그 의미를 규명하는 기본적인 절차가 무시된 채 개념화된 논의의 연속선상 에서 이용악의 시사적 의의가 논의되었던 것이다. 이용악을 민중시인 이니 모더니스트 이니 이름 붙여 그 틀 안에서 시를 파악할 것이 아니 라 이용악을 자연스런 한 시인으로 대하여 시를 분석해야만 이용악의 실체가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2 . 연 구 방 법

이용악의 시 세계를 고찰하려는 이 글은 최대한 시 창작자의 입장에 서 시를 바라보려는 시도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를 통해 이용악의 시 세 계를 원리적으로 조망해 보려는 의도도 함께 있다. 이용악의 시 세계를 크게 두 부분, 즉 시 의식과 표현 기법으로 나누어 논의를 전개하는 것 도 그 의도에서 비롯된 것인데 시를 이루는 내용과 형식에 대한 상호 절충적인 탐색이 이용악 시의 구심에 다다르는 도정이 될 것이다. 이용 악은 스스로 별다른 시론이나 창작 방법론을 남기지 않았으므로 이용악 의 시가 전개되어 구축되는 과정을 구체적인 작품을 통해 상세히 살펴 나가기로 한다.

본론 부분에 해당되는 Ⅱ장 이용악의 시 의식 은 이용악의 시인됨을 고구(考究)하는 장으로서 시인의 정서와 의식을 이루는 요소를 남성성,

(14)

낭만성, 북쪽 지향성으로 보고 그 의미를 탐색하였다. 그리고 2절 시와 정신 에서는 이용악의 현실과의 대응 양상을 살피는 한편 시 속에 구현 된 정신의 의미를 규명하고자 한다.

Ⅲ장 이용악 시의 표현기법 에서는 이용악의 시에서 언어, 리듬, 이미 지, 비유와 상징이 어떠한 양상으로 구사되었는지 살펴보고 각각의 기 법들이 전체적인 시 의미 형성에 어떠한 구실을 하는지 파악할 것이다.

이용악의 월북 이후 작품은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였으며, 시집에 수 록하지 않은 초기 발표작을 포함한 네 권의 시집, 分水嶺 (일본 동경 삼문사, 1937년), 낡은 집 (일본 동경 삼문사, 1938년), 오랑캐꽃 (동지 사, 1947년), 李庸岳集 (동지사, 1949년)의 시들과 그 외의 발굴된 시들 을 대상으로 하되, 오식이 심한 것은 윤영천이 편집한 李庸岳詩全集 의 표기를 참고하였다.

(15)

Ⅱ . 이 용 악 의 시 의 식

1. 정 서 와 의 식 의 탐 구

1) 남성성

이용악의 시사적 의미 중에는 한국현대시의 영역을 우리 나라 최북단 인 함경북도에까지 넓혔다는 점도 있지만 해방 이후 지금까지 통틀어 남성적인 시를 남긴 소수의 시인들 중 하나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것은 전쟁을 계기로 문단의 거두를 비롯한 역량 있는 숱한 문인들이 월・납북되어 북에서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이 제한되었던 가운데, 남쪽 에서 반쪽의 문학사를 지탱하던 젊은 시인들이 순수시와 모더니즘 계열 로 기울어지면서 종래 리얼리즘 계열에서 보여주었던 남성적 성향의 시 가 자취를 감추었고 비교적 여성성이 강한 시가 한국시사의 주류를 이 루게 되었던 것과 관련이 깊다.

시에서의 이용악의 남성성은 주로 그가 즐겨 쓰는 어휘와 어조, 시의 구조 및 전체적인 내용을 통해 나타난다.

㈀ 삽살개 소리 / 눈포래에 얼어붙는 섯달 그믐 - <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

온갖 방자의 말을 품고 왔다 / 눈포래를 뚫고 왔다 - < 절라 도 가시내>

㈁ 폭풍이어 일어서는 것 폭풍이어 폭풍이어 폭풍이어 불낄처럼 일어서는 것 - < 노한 눈들>

(16)

㈂ 몇 천년 지난 뒤 깨어났음이뇨 / 나의 밑 다시 나의 밑 잠자 는 혼을 밟고 / 새로히 어깨를 일으키는것 / 나요 / 불 길이 요 - < 벌판을 가는것>

당신께로의 불길이 / 나를 싸고 타올라도 / 나의 길은 / 캄캄 한 채로 닫힌 쌍바라지에 이르러 / 언제나 그림자도 없이 끝나 고 - < 당신의 소년은>

㈃ 바람이 이리처럼 날뛰는 강건너 벌판엔 / 나의 젊은 넋이 / 무엇인가 기대리는듯 얼어붙은 듯 섰으니 - < 두만강 너 우리 의 강아>

이제 벌판을 가는것 / 바람도 비도 눈보라도 지나가버린 벌판 을 / 이렇게 많은 단 하나에의 길을 가는것 - < 벌판을 가는 것>

㈀부터 ㈃까지 인용한 시들은 차례로 눈포래 , 폭풍 , 불 , 벌판 이 드 러난 부분으로 이들 어휘들은 모두 남성적인 이미지를 구성하는 소재들 이다.

<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의 우라지오 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 으로 그 곳에서 멀지 않은 항구이니 겨울에는 당연히 추울 것이다. 그 추위를 개 짖는 소리조차 눈포래 에 얼어붙는다고 하였다. 눈포래 는 눈보라의 방언으로 이용악의 시에 자주 나타나 함경북도 지방의 거친 기후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소재이다. < 절라도 가시내>에서는 시적 자 아가 그 거친 눈포래를 뚫고 왔다 고 말함으로써 남성성을 더욱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 노한 눈들>의 폭풍 은 시적 자아의 내면 속에 솟구쳐 오른 분노를 표현한 것으로 감정이 가장 격해 있을 때 등장시키곤 하는 소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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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불 도 같은 의미선상에 있다. < 벌판을 가는것>에서는 시적 자아 자체를 불 길 이라고 말함으로써 강렬한 의미를 불러일으키 고 있는데 여기에서 보이는 내면의 불길 은 타인에게 전이 가능한 것으 로도 보인다(< 당신의 소년은> ).

벌판 은 위의 세 소재들과 조금 다른 차원에 있다. 몰아닥치는 눈포 래 는 시적 자아가 마땅히 헤쳐나가야 할 대상이고 폭풍 과 불 이 시적 자아의 내면에 고통과 분노를 형상화하는 대상들이라면 벌판 은 시인이 싸워나가야 할 공간이다. 그 벌판 은 영원히 시들지 않는 젊은 넋 이 무엇인가 기대리는듯 서 있는 장소(< 절라도 가시내> )이고, 바람과 비 와 눈보라가 지나간 후에도 마음 속에 불길 을 안고 시인이 무언가를 선택하기 위해 걸어야 할 공간(< 벌판을 가는것> )이다. 이는 또 한 사람 의 남성적인 시인인 이육사의 < 曠野> 에서 보이는, 역사가 전개되는 현 장으로서의 광야 처럼 거창하지는 않지만 시인이 뚫고 나가야 할 현실 의 고난이 놓여 있는 장소이다. 이와 같이 눈포래 , 폭풍 , 불 , 벌판 은 시적 자아의 내면에 역동성을 부여하거나 요구하는 소재들이다.

이용악의 남성성은 어조에서도 드러난다. 명령, 청유, 돈호의 반복으 로 독자의 반응을 강하게 타진하는 한편 단정적 어조를 통해 시인의 단 호한 의지와 힘을 싣기도 하였다.

나는 항상 나를 冒險한다

그러나 나는 나의 天性을 슬퍼도 하지안코 期約업는 旅路를

疑心하지 안는다

- < 雙頭馬車> 부분

애비도 종 할애비도 종 한뉘 허리 굽히고 드나들던 토막 흙벽 에 쫑구리고 기대앉은 저 아이는 발가숭이 발가숭이 아이의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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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은 흙인듯 검붉다

…중략…

잠 자듯 어슴푸레히 저놈의 소가 항시 바라보는 것은 하늘이 높디 높다란 하늘이 아니라 번질러 놓은 수레바퀴가 아니라 흙 이다 검붉은 흙이다

- < 흙> 부분

폐인인양 씨드러져 턱을 고이고 안즌 나를

어둑한 廢家의 廻廊에서 만나거든 울지말라

웃지도 말라

너는 平凡한 表情을 힘써 직혀야겟고 내가 자살하지 안는 리유를

그 리유를 물 지 말어다오

- < 나를 만나거던> 부분

바람이 이리저리 날뛰는 강건너 벌판엔 나의 젊은 넋이

무엇인가 기대리는듯 얼어붙은듯 섰으니 욕된 운명은 밤 우에 밤을 마련할뿐

잠들지말라 우리의 강아 오늘밤도

너의 가슴을 밟는 뭇 슬픔이 목말으고 얼음길은 거츨다 길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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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 부분

평서형의 단정적 어조는 시인의 신념에서 비롯되기도 하는데 초기시

< 雙頭馬車>는 현실의 체험이 묻어나지 않고 다소 맹목적인 의지로 읽 히는 데 반해 < 흙> 에는 어느 정도의 현실 인식이 엿보인다.29) 전근대 적 신분제도에 기인한 궁핍은 흙벽 기울어진 토막으로 나타나고, 종이 었던 애비와 할애비가 그 토막을 일평생 허리 굽혀 드나들었다는 말은 또 다르게 그들의 굴종이 일평생 계속되었음을 의미한다. 그 흙벽에 기 대앉은 발가숭이 아이의 흙인듯 검붉 은 살결은 3연에서 높다란 푸른 하늘 , 수레바퀴 와 대비되는 검붉은 흙 으로 전환되어 단정적으로 강조 된다. 높다란 푸른 하늘 이 밝은 미래,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이라면 수레바퀴 는 끝없이 세습될 억압을 뜻한다고 할 수 있는데 특이한 것은 그 흙을 소가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소가 바라보는 태도는 잠 자듯 어슴프레히 이다. 소의 태도를 문제 삼는다면 시의 의미가 훨씬 약 화되겠지만 그것을 소에 대한 평범한 묘사로 본다면 흙 은 시적 자아가 어떻게든 일구어야 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 될 것이다. < 흙>에서는 거듭되는 부정( 높다란 하늘이 아니라 번질러 놓은 수레바퀴가 아니라 ) 뒤에 시인의 단정적인 말이 흙이다 검붉은 흙이다 로 반복되어 강조되 어 있다.

29 ) 주제와 그 표현이 다르지만 1941년 서정주의 花蛇集 에 실린 < 自畵像>

1연에는 1949년 李庸岳集 에 실린 < 흙> 의 1연과 흡사한 구도와 소재들이 나타난다.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기퍼도 오지않었다. / 파뿌리같이 늙은할머니와 대 추꽃이 한주 서 있을뿐이었다. / 어매는 달을두고 풋살구가 꼭하나만 먹고 싶다하였으나…… /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밑에 / 손톱이 깜한 에미의 아 들.

< 自畵像> 이란 제목에도 불구하고 실제 서정주의 아버지는 종이 아니었 다. 허구적으로라도 아버지를 종으로 설정한 것은 시인이 당대 현실 상황 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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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폐쇄성과 감상성이 엿보이는 시 < 나를 만나거던>에서도 시의 열도는 명령형을 통해 드러난다. 모두 3연으로 된 시에서 각 연마다 규 칙적으로 들여쓰기를 통해 강조한 시행에는 내 손을 쥐지 말라 (1연), 먹었느냐고 물 지말라 (2연), 웃지말라 / 울지도 말라 (3연)고 하는 간 절한 명령형의 언어가 쓰였다. 이 명령형은 해라체에서, 항상 마지막 행 에는 그 리유를 물 지 말어다오 처럼 하오체로 바뀌어서 완곡하게 돌 아서는 느낌을 주는데 그것은 이 시에서 명령형이 규칙적으로 너무 자 주 반복되어 힘이 무뎌지는 것과 결부되어, 시를 다 읽고 난 후에는 그 의미가 반어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자신의 고통에 대해 진실로 묻 지 않길 원하는 사람이 물 지 말러다오 라고 세 번씩이나 반복해서 명 령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열정으로 가득 찬 20대 초반의 시인에게는 단지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든 표출하는 것만이 중요했을 것이다.

< 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에서의 남성적인 열정은 시인의 의식과 정 신에 의해서 적절하게 열처리되어 있다. 바람이 이리처럼 날뛰는 강건 너 벌판 에 무엇인가 기대리는듯 서 있는 시인의 젊은 넋 은 욕된 운 명 을 넘어서려는 정신의 또 다른 표상으로서 시인은 두만강을 부르며 잠들지 말라 고 외친다. 아직도 현실의 폭압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있고 ( 너의 가슴을 밟는 뭇 슬픔이 목마르고 ) 시인이 그들과 함께 헤쳐 가 야할 길이 험난하고 길기( 얼음길은 거츨다 길은 멀다 ) 때문이다. 여기 서는 결국 두만강에 대한 부름과 명령이 시인 자신에게로 뒤바뀌어 있 음을 보게 되는데, 시인의 열정과 의지가 뼈아픈 현실 인식을 통해 정 신적 경지로 상승하는 광경의 일단을 위의 인용 부분에서 발견할 수 있 다.

이용악의 남성성을 장르적인 측면에서 살펴볼 수도 있다. 아리스토텔 레스 이래, 문학의 양식은 대개 전통적인 문예학적 관점에서 E. 슈타이

(21)

거가 정리한 것과 같이 서정적인 것, 서사적인 것, 극적인 것의 삼분법 으로 규정되어 왔는데,30 ) 그보다 더 근원적인 개념에 입각하여 인간존 재의 능력과 양태 속에서 장르를 분류할 때 그것은 남성적인 것과 여성 적인 것으로 양분된다. 대체로 서정적인 것은 서사적인 것에 비해 한층 뚜렷한 여성적 기질을 품고 있으며 서사적인 것은 서정적인 것에 비해 강건한 남성적 기품을 품고 있다.3 1) 많은 논자들이 이용악의 시를 서정 적인 특질과 서사적인 특질의 결합 구조로 분석하였는데, 이용악을 단 순히 서정시인으로만 보기에는 그의 서정시 속에 결합된 서사적 성향이 상당히 두드러지는 것도 사실이다.

날로 밤으로

왕거미 줄치기에 분주한 집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 이 집에 살았다는 백성들은

대대 손손에 물레줄

은 동곳도 산호 관자도 갖지못했니라

30) E m il S t eig er , 이유영・오현일 역, 詩學의 根本槪念 , 삼중당, 1978, 12- 16 쪽.

31) 주종연은 서정적인 것 속의 세계와 자아는 自己表現的 情調의 자극 속에 서 융합하고 상호 침투하며, 심령적인 것이 대상성 속에 깊이 파고 들어가 서 그 대상성이 내면화되는, 말하자면 情調의 순간적인 고조를 띤 대상성 의 내면화가 Lylik의 본질이라면 자아와 대상간의 엄격한 대립 관계에서 空間的인 것 자체의 확산과 보다 광대한 지평면을 산지사방으로 開顯시키 려는 것이 Epik의 특징이다. 그러므로 전자가 내성적이고 靜的이고 음악적 인데 반해 후자는 외향적이고 동적이고 繪畵的이다. 그것은 또 生의 비탄 과 비애와 한을 안으로 삭이려는 수동적이고 방어적이고 다소 退行的인 태 도에 대해 성취와 기쁨과 영광을 위한 진취적이고 공격적인 태도와도 대응 될 수 있다. 고 하였다. 그리고 극 양식은 陰과 陽, 男性과 女性의 영원한 대립과 合一의 긴장 관계의 논리로 설명될 수 있다 하였다. (주종연, 韓國 小說의 形成 , 집문당, 1987. 12- 13쪽)

(22)

…중략…

찻길이 뇌이기 전

노루 멧돼지 쪽제비 이런것들이 앞뒤 산을 마음놓고 뛰여단이던 시절 털보의 셋재 아들은

나의 싸리말 동무는

이집 안방 짓두광주리 옆에서 첫 울음을 울었다고 한다

- < 낡은 집> 부분

이 시는 시적 자아의 동무인 털보네 셋째 아들의 출생에서부터 털보 네 가족의 탈향까지의 과거 이야기와 현재형으로 표현된 낡은 집의 정 경이 서정시의 틀 안에서 결합된 것이다. 1연에 과거 경험의 회상을 일 러주는 종결어미 - (더)니라 와 2・3연 - 고 한다 같은 간접인용은 이 시의 냉엄한 서사적 거리를 유지시키는 요소들이다. 이렇게 시적 자아 는 되도록 관찰자의 입장에서 시 속의 이야기를 전개하고 주관적 정조 (情調)를 가능한 한 배제하였다. 그 결과 서사성이 한층 강한 이야기시 가 되었는데 이는 여성성 안에 남성성이 강조된 구조라고 볼 수 있 다.32)

이용악의 남성성을 전체적인 내용 속에서 상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시가 < 절라도 가시내>이다. 목련이나 진달래나 동백꽃도 아니고 노오

32) 이야기시의 대표적인 예는 당시의 경향시를 극복한 임화의 < 네거리의 順 伊> , < 우리 옵바와 火爐> 이후 백석의 < 八院> , < 女僧> 을 비롯해 이용악 의 < 풀버렛소리 가득차잇섯다> , < 낡은 집> 등을 들 수 있다. 이야기시는 서정시에 이야기 구조를 담아서 시의 틀이 탄탄하다는 것 외에도 따로 부 서지기 쉬운 이미지나 비유보다 독자에게 그 내용을 기억시키기에 유리하 다는 것이 장점이다.

(23)

란 배추꽃 이랑을 달리며 배추꽃 속에 살며시 흩어놓은 꽃가루 속에 숨어 연인을 부르고 싶어하던(< 꽃가루 속에> ) 특이하게 우직하고 수수 한 시인이 우리 시사(詩史)에서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간도 술막으로 팔려온 여성을 위로하며 성적인 분위기 속에서 술을 마시다 이튿날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남성을 떠올린다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 다.

알룩조개에 입마추며 자랐나

눈이 바다처럼 푸를뿐더러 까무스레한 네 얼골 가시내야

나는 발을 얼구며

무쇠다리를 건너 온 함경도 사내 바람소리도 호개도 인전 무섭지 않다만

어두운 등불밑 안개처럼 자욱한 시름을 달게 마시련다만 어디서 흉참한 기별이 뛰어들것만 같해

두터운 벽도 이웃도 못믿어운 북간도 술막

온갖 방자의 말을 품고 왔다 눈포래를 뚫고 왔다

가시내야

너의가슴 그늘진 숲속을 기어간 오솔길을 나는 헤매이자 술을 부어 남실남실 술을 따르어

가난한 이야기에 고히 잠거다오

네 두만강을 건너왔다는 석달전이면

단풍이 물들어 철리 철리 또 철리 산마다 불탔을 겐데 그래두 외로워서 슬퍼서 초마폭으로 얼굴을 가렸더냐

(24)

두 낮 두 밤을 두루미처럼 울어 울어

불술기 구름속을 달리는양 유리창이 흐리더냐

차알삭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취한듯

때로 싸늘한 웃음이 소리 없이 색이는 보조개 가시내야

울듯 울듯 울지 않는 절라도 가시내야

두어마디 너의 사투리로 때아닌 봄을 불러줄께 손때 수집은 분홍 댕기 휘 휘 날리며

잠깐 너의 나라로 돌아 가거라

이윽고 얼음길이 밝으면

나는 눈포래 휘감아치는 벌판에 우줄우줄 나설게다 노래도 없이 사라질게다

자욱도 없이 사라질게다

- < 절라도 가시내> 전문

1연과 2연에서 시인은 자신을 강한 남성으로 표현하였다. 북간도 술 막으로 팔려온 전라도 가시내 앞에서 시인은 발을 얼구며 / 무쇠다리를 건너 온 함경도 사내 이다. 그는 또 거칠 것 없는 방자의 말을 품고

눈포래를 뚫고 온 강한 사내로 외로워서 슬퍼서 초마폭으로 얼굴을 가리고 두루미처럼 울고 우는 절라도 가시내 와 대비되어 있다. 가시 내를 위로하는 사내의 행위가 위로로 끝날 것 같지 않은 것은 가시내를 직・간접적으로 묘사한 부분과 시 속에 쓰인 몇 가지 메타포가 상당한 성적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시내를 직접적으로 묘사한 부분은 1연의 눈이 바다처럼 푸를뿐더러 까무스레한 네 얼골 , 4연의 차알삭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취한듯 / 때로 싸늘한 웃음이 소리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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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는 보조개 이고 가시내를 직접적으로 묘사한 것은 아니지만 관능적 으로 읽히기도 하는 부분은 2연의 너의가슴 그늘진 숲속을 기어간 오 솔길을 나는 헤매이자 인데, 타국의 술막으로 팔려온 가시내의 비참한 처지 앞에서 거듭 표현된 가시내의 다소 매혹적인 외모는 그리 중요한 것이 못 된다. 이는 시인이 처음부터 팔려온 가시내의 처지를 가슴으로 아파한 것이 아니라 소재의 차원에서 끌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게 한다. 또한 조개 나 봄 은 비속하게 쓰이는 성적 메타포로 처음 기대하였던 시의 주제와는 다르게 야릇한 분위기로 시를 몰아가기도 한 다. 두어마디 너의 사투리로 때아닌 봄을 불러줄께 를 현실과의 정신적 이완을 보여주는 무책임한 싯구로 보는 견해33 )는 봄 을 성적인 메타포 로 읽지 않을 때 생길 수 있는 결과이다. 더구나 현재의 사태는 가시내 가 손때 수집은 분홍 댕기 휘 휘 날리며 / 잠깐 너의 나라로 돌아 가 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이다. 그런 마당에 이 시의 마지막 연은 지나 치게 자아도취적이다. 눈포래 휘감아치는 벌판에 나서서 노래도 자욱 도 없이 사라지리라는 말에서 풍기는 어색한 결연함과 비장함은 이 시 의 제목이 절라도 가시내 라는 사실을 무색하게 한다. 참담한 처지의 가시내보다 낭만적으로 그려진 시인의 모습이 끝까지 이 시에서 두드러 지기 때문이다.34 ) 활달한 리듬과 기발한 언어 구사로 이 시가 보기 드

33 ) 윤지관, 앞의 글, 234쪽.

34 ) 김용직은 이 작품에는 연민이나 동정의 마음이 그에 끝나지 않을 낌새 같은 것도 어렴풋이나마 느껴진다 고 하였다. 그 구체적인 예증이 될 수 있는 것이 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이라고 하였다. 노래도 없이 사라질 게다 / 자욱도 없이 사리질 게다 는 결국 절라도 가시내야 / 두어마디 너의 사 투리로 때아닌 봄을 불러줄께 로 이어져 전라도 가시내로 표상된 식민지 流移民들에 대한 시인의 사랑 으로 귀착된다고 주장하였다(김용직, 앞의 글, 412쪽.).

이는 이 시를 처음부터 유이민시 개념에서 파악했기 때문에 발생한 오류 이다. 선입견을 버리고 끝연을 냉정하게 보면 위에서 말한 행동의 낌새 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시인이 유이민들에 대한 사랑을 적실하게 표출 하려 했다면 최소한 마지막에서 시인이 사라질 것이 아니라 뚜렷한 목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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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게 잘 쓰여진 시임은 분명하지만 시에서 민족적 현실에 대한 전망을 밝혀주는 것은 그만두더라도 시인이 보여주었던 자기 절제가 이 시에서 여지없이 무너진 것도 사실이며 이용악이 지녔던 남성성의 또 다른 면 모가 드러나기도 한 것이다.

2) 낭만성

나는 나의 祖國을 몰은다

내게는 定界碑 세운 領土란것이 업다

—그것을 소원하지 안는다

나의 祖國은 내가 태여난 時間이고 나의 領土는 나의 雙頭馬車가 굴러갈 그 久遠한 時間이다

나의 雙頭馬車가 지나는 욱어진 풀속에서

나는 푸르른 眞理의 놀라운 進化를 본다 山峽을 굽어보면서 불 불 넘는 嶺에서 줄줄이 든 숨쉬는 思想을 맛난다

열기를 토하면서

나의 雙頭馬車가 赤道線을 돌파할 거기엔 억센 심장의 威嚴이 잇고 季節風과 싸우면서 凍土帶를 지나 北極으로 다시 南極으로 돌진할

를 향해 걸어가는 식으로 시를 처리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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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선 확확 타올으는 삶의 힘을 발견한다

나는 항상 나를 冒險한다

그러나 나는 나의 天性을 슬퍼도 하지안코 期約업는 旅路를

疑心하지도 안는다

明日의 새로운 地區가 나를 불으고 더욱 나는 그것을 밋길래

나의 雙頭馬車는 쉴새 업시 굴러간다 날마다 새로운 旅程을 探求한다

- < 雙頭馬車> 전문

이용악의 낭만성은 자신에게 지워진 한계를 돌파하는 자세에서 구현 된다.35) 天性 과 함께 祖國 조차도 시인에게는 넘어서야 할 대상이다.

그 祖國 은 보들레르의 < 이방인>에서처럼 자유롭고 초월적인 가치의 지향을 위해 철저한 부정을 나타내는 지상적인 가치로서의 조국36)이 아

35 ) 임화는 문학이 단지 어떠한 상태를 긍정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의욕하는 곳에서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생활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생활이 의욕하는 것을 창조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낭만성 또는 낭만정신은 당시의 문단에 만연한 회상 이나 환상 이 아닌 생활에 입각한 꿈 을 가지고 현실적 난관을 타개하고 고귀한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임 화, 偉大한 浪漫的 精神 ,《동아일보》1936.1.1~1.4) 이는 이상을 지향하는 이용악의 몇몇 시에서의 낭만성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36 ) 이용악의 조국 거부는 이상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적 단계일 뿐 그 거부에 초점이 가 있지는 않다. 그런 반면에 보들레르는 지상적인 가치의 철저한 부정을 통해 이상적 가치에게로 나아가고 있다.

— 수수께끼 같은 친구여, 말해보오, 누구를 가장 사랑하는지, 당신 의 아버지? 어머니? 누이. 아니면 형제?

— 나에게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이도 형도 없다오.

(28)

니라, 시인의 낭만성에 의해 돌파되어 그 자체가 무한대로 넓혀진 관념 적인 영토가 된다.

1연에서 몰은다 , 업다 , - 하지 안는다 로 거듭된 부정은 2연의 雙頭 馬車가 굴러갈 그 久遠한 時間 의 강조로 뒤바뀌는데 여기서 雙頭馬車 는 기세 좋게 돌진하는 시인의 이상과 의지의 표상으로, 그 과정에서 보고 만나는 것은 眞理의 놀라운 進化 와 줄줄이 든 숨쉬는 思想 이 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진리이고 사상인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고 이 시에서는 오로지 雙頭馬車 의 돌진만이 강조되어 있다. 4연의 확확 타올으는 삶의 힘 또한 상당히 추상적으로 읽히는데 시인의 멈추 지 않는 상상력은 적도선을 지나 계절풍과 싸우고 동토대를 넘어 북극 으로 다시 남극으로 雙頭馬車 를 달리게만 할뿐이다. 시인의 冒險 과 貪求 는 의심할 수 없는 행위이고 내일의 새로운 地區 의 부름과 믿음 은 시인의 雙頭馬車 를 거의 맹목적으로 굴려 나가게 하는 동인(動因) 인 것이다.

이 시에서는 시인의 이상을 향한 굳은 의지를 찾아볼 수 있는데 그것 이 임화의 말37) 대로 현실의 문제를 타개하고 높은 가치를 실현하려는 정신이지만 다분히 관념적이어서 현실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보인다. 이 러한 경향은 < 冬眠하는 昆 의 노래> 에서 나의 冬眠은 위대한 躍動의 前提다 와 같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열기와 의지로 일어서기 전

— 당신은 오늘날까지 나에게 그 의미가 미지수로 남아있던 말을 구 사하고 있구려.

— 당신의 조국은?

— 나의 조국이 어떤 緯度 밑에 위치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오.

- 보들레르, < 이방인> 부분 37 ) 임화, 앞의 글.

(29)

부터 근원적인 낭만성은 이용악의 정서와 의식에 배태되어 있었다.

두셋식 먼 바다에 떨어져 珊瑚의 꿈 우러 간 새벽별

크작게 파도치는 모래벌엔

透明한 동화를 기억하는 함박조개 지들

孤島의 日和豫報를 바든 갈매기 하나

활기로운 날개

물결처럼 날리는 그물 밋에서 애비의 勤勞를 준비하는 漁夫의 아들

- < 새벽 東海岸> 전문

위의 시는 이용악의 시에서 보기 드문 풍경시이지만 단지 예사로운 풍경만을 그린 것은 아니다. 일단 이 시는 이중적 풍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연과 3연이 하늘의 풍경을, 2연과 4연은 지상의 풍경을 포착하 였다. 단지 1연만은 하늘과 지상과 바다 속을 아우르는 공간을 드러내 고 있다. 두셋식 먼 바다에 떨어 지는 것을 유성(流星)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볼 수 있는 것은 하늘에서 바다 쪽으로 떨어지는 별 이지만 시인의 눈은 보이지 않는 바다 속으로 향하여 그 별이 바다의

(30)

우러 간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에 나타난 시간적 배경은 새벽 으로, 시인의 상상은 잠든 바다에 닿아 있다. 1연으로부터 시간이 경과 하여 2연에서의 시인의 눈은 모래벌로 향하여 透明한 童話를 기억하는 / 함박조개 지들 을 보고 있다. 시인은 새벽별과 마찬가지로 조개 껍 질들조차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것으로 표현하였는데 1・2연까지 드러난 풍경은 성인이 그려낸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아주 동화적인 장면 이다. 시간은 다시 경과하여 3연에서 시인의 시선은 다시 공중으로 향 해 활기롭게 날갯짓하는 갈매기를 보여주는데, 1・2연에 비하면 훨씬 현실적인 장면이고 4연에까지 그 활기참을 이어주는 부분이다. 그리고 마지막 4연에서는 어부 일가의 노동을 드러내는 선에서 시가 끝이 난 다. 이렇게 본다면 이 시는 1연과 2연의 비현실적 동화적 세계와 3연과 4연의 현실적 세계로 이분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시의 초점이 어 디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3연의 활기찬 풍경과 함께 1・2연의 동화적 이고 서정적인 배경이 감싸고 있는 것은 역시 4연 어부의 일가이다. 그 밖의 가족 구성원은 등장하지 않지만 아버지와 아들, 딸이 함께 참여하 는 어부 일가의 노동은 위의 연들과 맞물려 건강하고 긍정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

그런데 시인은 왜 이런 장면만을 아무 설명 없이 시에 담은 것일까.

여기에선 시를 벗어나 이용악의 개인사를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용악의 부모는 땅이 척박한 국경 지역에서 밀무역에 종사하여 불안한 생계를 이었고 아버지는 이용악이 여덟 살 적 타향에서 눈을 감았다.

국수 장사, 떡 장사, 계란 장사 등 홀어머니의 필사적인 노동에 의지한 5남 2녀 가족의 생계는 더 위협받을 수밖에 없었고 3남이었던 이용악은 동생의 공부 뒷바라지를 위해 성인이 되어서도 가난하고 불안정한 생활 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38 ) < 새벽 東海岸> 에 보이는

38 ) 《한겨레신문》, 발굴 한국 현대사 인물 44 . 1990. 10. 19.

서정주, 光復직후의 文壇 ,《조선일보》, 1985. 8. 24.

(31)

평화롭고 건강한 풍경은 바로 시인이 마음 속에 꿈꾸던 이상적인 생활 상일 것이다. 서울과 일본으로 떠나있던 시인에게 동해안 은 그대로 고 향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39 ) 시인의 내면 속에 이상적 공간을 이루고 있었던 곳은 다름아닌 고향이었다.

냇물이 맑으면 맑은 물밑엔 조약돌도 디려다보이리라 아이야

나를 딸아 돌다리 위로 가자

멀구광주리의 풍속을 사랑하는 북쪽나라 말다른 우리고향

달맞이노래를 들려주마

다리를 건너 아이야

네애비와 나의 일터 저 푸른 언덕을 넘어 풀냄새 깔앉은 대숲으로 들어가자

39 ) 동해안 또는 동해안으로 추측되는 바닷가는 위에 인용한 < 새벽 東海岸>

을 비롯해 < 밤> , < 海棠花> , < 항구에서> 등에 등장하는데 실제로 이용악 의 고향 경성은 그 당시 1943년말의 조사를 근거로 해방직후 나온 < 통계 연감> 에 따르면 (…) 서남・서북에 나직한 산과 아득한 서쪽에 해발 2천5 백m 의 관모연령이 사시 백설로 빛나며, 동으로 2km 에 푸른 동해가 울렁거 리는 소읍이다 (《한겨레신문》위의 글) 동해안 과 함께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로 바닷가 모래땅에서 무리를 지어 피는 특성을 가진 해당화 가 있다. 해당화 는 < 海棠花> 에서 백모래 十里벌을 / 삽분 삽분 걸어간 발자 국 / 발자국의 임자를 기대려 / 海棠花의 純情은 / 해마다 붉어진다 같이 짧고 예쁜 이미지즘시로 드러나고 < 검은 구름이모혀든다> 에서는 불행한 가족사, 조카의 무덤과 대비되는 밝은 느낌( 해당화 정답게 핀 바닷가 )으로 표현되었다.

(32)

꿩의 전설이 늙어가는 옛성 그 성밖 우리집 집웅엔

박이 시름처럼 큰단다

구름이 히면 힌 구름은 북으로 북으로도 가리라 아이야

사랑으로 너를 안았으니

대잎사귀 새이새이로 먼 하늘을 내다보자

봉사꽃 유달리 고운 북쪽나라 우리는 어릴 적

해마다 잊지않고 우물 가에 피웠다

하눌이 고히 물들었다 아이야

다시 돌다리를 건너 온길을 돌아가자

돌담 밑 오지항아리

저녁별을 안고 망서릴 지음

우리아운 나를 불러 불러 외롭단다

- < 아이야 돌다리위로 가자> 전문

돌다리 는 고향에서 이용악이 자주 다니던 곳이었을 것이다.40) 그 다 리 밑에는 조약돌이 들여다보이는 맑은 냇물이 흐르고 있다. 냇물은 또

40) 어릴 적 어머니가 일하던 국수집을 찾아갈 때도 그 다리를 건넜을 것이 다. < 다리우에서> 에는 국수 집 찾어 가는 다리 우에서 / 문득 그리워지 는 / 누나도 나도 어려선 국수 집 아히 라는 구절도 나온다.

(33)

한 시적 자아를 비추는 대상으로 시적 자아를 기억 속의 고향으로 인도 하는 구실을 한다고 볼 수도 있다.41) 이 시는 시적 자아가 계속 아이를 부르며 인도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아이는 때묻지 않은 순수한 세 계에 속하는 대상으로 시적 자아는 어릴 적의 고향이라는 순수한 공간 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아이를 동반하였을 것이다. 2연의 멀구광주리의 풍속 과 사투리, 달맞이노래 는 시적 자아의 고향의 특색을 드러내는 대 상들이다. 3연부터 시적 자아는 아이에게 돌다리 를 건너 고향의 향취 가 풍겨오는 푸른 언덕 과 대숲 으로 가자고 한다. 꿩의 전설 은 장 군의 전설 (< 도망하는밤> , 이야기는 미상) 같은 고향에서 내려오는 설 화로 볼 수 있으나 病室의 전설을 주밧는 / 흰 壁과 / 하아얀 / 하얀 / 壁 (< 病> )의 전설 처럼 본래 의미와 관련 없이 쓰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연에서 색다른 점은 시적 자아의 집 지붕의 박 크기를 시름 에 비유했다는 것으로, 훼손되지 않은 낭만적 공간에 현실적 고통이 이 미 틈입해 있음을 알 수 있다. 5연에서의 북으로 가는 흰구름은 현재 시적 자아가 서 있는 공간이 내면의 낭만적 공간인지 실제적 공간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시적 자아가 내면의 낭만적 공간에 계속 서 있다 면 고향으로 상징되는 북으로 구름이 더 이상 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 다. 고향의 자연과 집, 전설을 연속해서 들려주던 목소리가 애매성을 띠 는 순간인데 그저 손쉽게 더 북쪽으로 가는 구름이라 보아도 하자가 생 기는 것은 아니다. 6연의 봉사꽃 (봉선화)은 또한 시적 자아의 어린 시 절을 이루는 자연의 일부이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순환 구조로 구성되 어 있어 7연에서의 시적 자아는 처음 조약돌이 맑게 비치는 돌다리 위 로 다시 아이를 이끈다. 8연에서는 돌담 밑 오지항아리 / 저녁별을 안

41) 이 시에 등장하는 냇물은 이상의 < 거울> 의 거울 , 윤동주의 < 自畵像> 에 보이는 우물 이나 < 참회록> 의 구리거울 , 이용악의 < 오월에의 노래> , < 길

> 에 나오는 거울 의 자기 반영 내지 자기 성찰을 이루도록 하는 대상들과 흡사하다고 볼 수 있으나 의미는 다소 약하다.

(34)

고 망서릴 지음 외롭게 형을 찾는 동생의 목소리를 환기시켜 시에 잔 잔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시 아래 —시무라에서— 라고 표기된 것으로 보아 이용악이 시를 쓸 당시 외지에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 시에서 2・4・6・8연은 들여쓰기가 되어 1・3・5・7연과 구별되어 있다. 짝수연이 고향의 이야기를 아이에게 들려주며 시적 자아 스스로 회상에 젖는 부분이라면 홀수연은 청유형 시행으로 끝나며 아이를 이끌 어 공간을 이동시키는 부분이다. 시의 공간은 돌다리 위 → 푸른 언덕

→ 대숲 → 옛성 밖(우리집 지붕) → 먼 하늘 → 우물가 → 돌다리 식 으로 순환적 이동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인은 왜 순환적인 공간을 구축하였을까. 첫째로 돌다리 위 의 의미성을 들 수 있는데 그 곳은 냇물을 통해 스스로를 들여다보 게 하고 과거의 기억을 추출해내게 하는, 다시 말해 낭만적 공간으로 들어가는 출입구이기 때문이라는 점, 둘째는 구조적인 차원에서 이러한 순환적 구조가 회감(回感)을 강하게 불러일으키는 데 기여하고 구조로 서의 시에 완결성을 갖게 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는 또한 서정시로서는 특이하게 들여쓰기를 통해 구분된 연들과 그렇지 않은 연들끼리 한 사람의 두 어조가 서로 대응하는 형식으로 이 루어져 있다. 이렇게 들여쓰기42)를 한 시 가운데 고향을 소재로 한 것 이 < 고향아 꽃은 피지못했다>이다. 이 시는 한 화자의 두 어조의 말과 고향의 말, 모두 세 목소리가 대응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 시에 드러나는 고향은 이미 낭만적 공간이 아닌 현실에 훼손된 비애의 공간 이다. < 아이야 돌다리위로 가자>에 잠재된 시름 이 현실의 고통으로 자라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42) 장석원은 이용악에게는 담화의 다양함이 끼어들기 형식으로 개입되며, 이 끼어든 요소에 의해 대화는 구성된다. 한 시 안에서 서로 다른 다성적 목소리의 공존이 대화의 기본 개념이다. 라고 하여 들여 쓴 시행을 담론 의 관점에서 해명하였다. (장석원, 앞의 글, 60쪽.)

(35)

낭만적 공간으로서의 이용악의 고향은 백석의 고향과 여러모로 비견 된다.

아배는 타관 가서 오지 않고 山비탈 외따른 집에 엄메와 나와 단둘이서 누가 죽이는 듯이 무서운 밤 집뒤로는 어늬 山골짜기 에서 소를 잡아먹는 노나리꾼들이 도적놈들같이 쿵쿵거리며 다 닌다

날기멍석을 져간다는 닭보는 할미를 차 굴린다는 땅아래 고래 같은 기와집에는 언제나 니차떡에 청밀에 은금보화가 그득하다 는 외발 가진 조마구 뒷山 어늬메도 조마구네 나라가 있어서 오 줌 누러 깨는 재밤 머리맡의 문살에 대인 유리창으로 조마구 군 병의 새까만 대개리 새까만 눈알이 들여다보는 때 나는 이불속 에 자즈러붙어 숨도 쉬지 못한다

…중략…

섣달에 냅일날이 들어서 냅일날 밤에 눈이 오면 이 밤엔 새하 얀 할미귀신의 눈귀신도 냅일눈을 받노라 못 난다는 말을 든든 히 녀기며 엄메와 나는 앙궁 우에 곱새담 우에 함지에 버치며 대냥푼을 놓고 치성이나 드리듯이 정한 마음으로 냅일눈 약눈을 받는다

이 눈세기물을 냅일물이라고 제주병에 진상항아리에 채워두고 는 해를 묵여가며 고뿔이 와도 배앓이를 해도 갑피기를 앓어도 먹을 물이다.

- 백석, < 古夜> 부분

(36)

현재형으로 표현된 < 古夜> 의 시적 공간은 무시간성의 공간이다. 또 한 백석의 고향은 유년기의 체험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제한된 현 실의 세계이면서 건강한 긍정의 세계이다. 크게 보아 풍속시로 분류될 수 있는 < 古夜>는 시인의 자연스런 유년의 체험에 기초한 시이지만, 시가 쓰여진 시기가 문학적 암흑기에 치닫고 있었다는 점과 시인이 상 당히 모던한 지식인이었다는 점까지 덧붙일 때 윗시에서 드러난 공간은 유추하자면 의도적으로 창조된 설화적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이상을 향한 굽힘없는 의지가 표출되지만 구체성이 떨어지고 다소 공 허하게 읽히는 < 雙頭馬車>나 < 冬眠하는 昆 의 노래>보다 이용악의 낭만성은 오히려 고향을 소재로 한 시에서 나타난다. < 아이야 돌다리위 로 가자>는 그것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시이다. 그러나 고향을 소 재로 한 다른 시들에서는 백석의 시들처럼 완전무결한 설화적 공간을 이루지 못하고 현실에 훼손되어 이들 시에서 그리움, 혐오, 좌절감 등 다양한 정서가 복합적으로 검출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하여 고향은 이제 더 이상 향수의 대상이 아닌 현실의 문제가 펼쳐지는 공간으로 변 모된다.

3) 북쪽 지향성

이용악의 북방 정서를 최동호는 동향의 선배시인인 김동환이 갖는 문 학사적 의의의 연장선 위에서 거론해야 한다고 보았는데, 이용악의 정 서는 김소월이나 백석이 가지고 있던 평안도적 정서와도 다른 한반도 최북단의 두만강 변경지대의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시적 정서를 표현해 주었다는 점에서 김영랑・유치환・서정주・박목월 등의 남방적 시세계 와 다른 서정시의 진폭을 확장하였다는 데 의의가 주어져야 43 ) 한다고

43 ) 최동호, 앞의 글.

(37)

했다.

이용악의 시는 끝없이 북쪽을 지향하고 있다. 그 북쪽은 시인의 태가 묻힌 고향으로 죽을 때까지 시인의 정서와 의식에 영향을 끼치는 원형 적 공간이다. 또한 그 북쪽은 변방의 현실적 공간으로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일가가 궁핍한 생계를 이어가야 했던 곳이며 일제 강점기의 역 사적 현장으로서 유이민 현상과 인신매매가 벌어지던 비참한 곳이기도 하다. 다양한 체험을 거쳐 형성된 이용악의 북쪽에 대한 정서와 의식은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 시로 표출되었다. 본 절에서는 이용악의 시에 드러난 북쪽 지향성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탐색해보도록 한다.

3- 1) 탈향과 귀향의 경위

동무야

무엇을 뒤도라 보는가

너의 터전에 둘기의 團樂이 질식한지 오래다 가슴을 치면서 부르지저 보라

너의 고함은 기우러진 울타리를 멀리 돌아 다시 너의 귀 속에서 신음할

그다음

너는 食慾의 抗議에 구러지고야 만다

기름 업는 살림을 보지만 말어도 토실 토실 살이 것갓다

다구만 남은 마을……

가자

씨원히 나 가자

(38)

흘러가는 젊음을 라 바람처럼 나자

- < 도망하는밤> 부분

시적 자아는 밤에 고향을 떠나고 있다. 떠나면서도 한 치의 미련도 갖지 말라고 당부하는데 그것은 즐거움과 평화로움을 고향이란 터전에 선 이미 기대할 수 없고 그 괴로움을 호소해봐야 그 호소는 미구에 그 칠뿐더러 결국은 스스로만 기진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라 말하고 있 다. 어색하게 읽히는 食慾의 抗議 는 탈향의 이유가 생활의 궁핍에 기 인함을 알려주는데 기름 업는 살림을 보지만 말어도 / 토실 토실 살 이 것같다 / 다구만 남은 마을…… 이라며 궁핍에 대한 혐오를 단번 에 드러내면서 그것을 가장 平凡한 因襲 과 연결함으로써 궁핍한 생활 이 결코 쉽사리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을 시사(示唆)하고 있다. 젊은 시 적 자아에게 남은 일은 이제 바람처럼 씨원히 떠나는 것이다. 그런데 고향에 대한 시적 자아의 태도는 경제적인 사정에 대한 혐오 이외에도, 명확하게 나타나진 않았지만 또 다른 원인 때문에 몹시 부정적이다. 위 의 인용 부분을 뺀 나머지 연들을 살펴보자.

바닷바람이 묘지를 지나

문허지다 남은 城구비를 도라 마을을 지나 바닷바람이 어둠을 헤치고 달린다

등잔불들은 조름 조름 눈을 감엇다

…중략…

장군의 전설을 가진 조고마한 늡

(39)

늡흘 직혀 숨줄이 말는 썩달나무에서 이제

늙은 올빼미 凶夢스런 울음을 이려니 마을이 다

이 밤이 다

어서 집팽이를 옴겨노아라

- < 도망하는밤> 1・5연

1연의 바닷바람 이 이동하는 공간은 묘지 와 문허지다 남은 城구비 와 어둠 과 마을 인데 마을 을 제외한 나머지 세 대상은 모두 극도의 부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대상으로 마을 이 그것들과 한 통사 구문 에 편입됨으로써 등가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결국 마을 은 죽음, 쇠락, 암흑 등과 같은 의미를 지니게 되고 시적 자아가 그 고향 마을에서 도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5연은 시적 자아가 고향 을 떠나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를 보여준다. 내용 미상(未詳)의 장군 의 전설 의 전설 때문에 늡 (늪)은 시적 자아의 인식 속에 더 연원이 오래 된 것처럼 보인다. 늡 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의미 에 덧붙여 썩달나무 는 그 늡 을 지키다가 숨줄이 막혀 죽은 것으로 되 어 있다. 도식적으로 보더라도 늡 이 마을이나 고향의 상태를 상징한다 면 썩달나무 는 고향 마을을 지키다가 어떠한 가능성도 펼쳐보지 못하 고 쓰러진 사람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만일 떠나지 않는다면 더 불 행한 일을 초래할 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제 / 늙은 올빼미 凶夢스런 울 음을 이려니 ) 시적 자아는 걸음을 재촉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서울을 중심으로 정치, 경제, 문화가 활발히 돌아 가던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폐쇄적이고 후락했던 고향 경성이 한 지식인 청년에게 자신의 발전을 가로막는 공간으로 인식되었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고향을 떠난 시적 자아는 억제할 수 없는 향수에 젖곤 하였

(40)

다. < 길손의 봄> 에서 회파람 조차도 돌배 피는 洞里가 그리워 / 北 으로 北으로 가고, < 아이야 돌다리위로 가자>에서도 북으로 북으로도 가는 흰 구름 처럼 시적 자아의 마음은 이미 고향의 돌다리와 언덕, 대 숲, 성밖, 우물가를 떠돌고 있다. 그리고 < 절라도 가시내>에서는 자신 을 함경도 사내 라고 강조하고 있다. 광복 이후 발표된 시 < 그리움>은 그 북쪽이 다른 방향으로 더 선명해진 시인데 그곳에 남겨두고 온 연인 이 있기 때문이다.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구비 구비 돌아 간 백무선 철 길 우에

느릿 느릿 밤새어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큿병 얼어붙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참아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41)

- < 그리움> 전문

고향을 떠나 있는 시적 자아가 맞는 눈은 험한 벼랑에 걸쳐진 철길 위에, 그 철길을 달리는 화물차 지붕 위에도 내리다가 종국엔 너 를 남 기고 온 산중 마을에 쏟아져 내릴지도 모르는 눈이다. 그리고 그 함박 눈은 너 때문에 복된 눈 이다. 이 시에서 너 라는 연인은 북쪽을 상기 시키는 또 하나의 요소로서 고향과 뭉뚱그려져 그리움을 유발시키는 대 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인이 고향에 대해 느끼는, 강렬한 그리움과 혐 오가 얽혀진 복잡한 정서는 시인에게 탈향과 귀향을 반복하게 하고 있 다.44 )

하얀 박꽃이 오들막을 덮고

당콩 너울은 하늘로 하늘로 기어 올라도 고향아

여름이 안타깝다 묺어진 돌담

돌우에 앉았다 섰다

성가스런 하로해가 먼 영에 숨고 소리없이 생각을 드디는 어둠의 발자취 나는 은혜롭지못한 밤을 또 불은다

44 ) 이와 같은 심리 구조는 막막한 고향 → 떠남 → 막막한 타향 → 고향으 로 귀환 → 막막한 고향 → 떠남 이라는 악순환의 구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감태준, 李庸岳 詩 硏究 , 문학세계사, 1991, 156쪽)

해방 이후의 시 < 시골사람의 노래> 에서는 고향에 대한 혐오와 그리움은 거의 상쇄되고 시골사람 으로서의 담담한 자아 인식이 엿보이고 있다.

몇 마디의 서양말과 글짓는 재주와 / 그러한 것은 자랑삼기에 욕되었도 다 / / (…) 이 녀석 속눈썹 츨츨히 길다란 우리 아들도 / 한번은 갔다가 / 섭섭히 돌아와야 할 시골사람

(42)

도망하고 싶던 너의아들 가슴 한구석이 늘 차그웟길래 고향아

되지굴같은 방 등잔불은

밤마다 밤새도록 꺼지고싶지 않었지

드듸어 나는 떠나고야말았다

곧얼음 녹아내려도 잔디풀 푸르기 전 마음의 불꽃을 거느리고

멀리로 낯선 곳으로 갔더니라

그러나 너는 보드러운 손을 가슴에 얹은대로 떼지않었다 내 곳곳을 헤매여 살길 어드울때 빗돌처럼 우득현이 거리에 섰을 때 고향아

너의 불음이 귀에 담기어짐을 막을 길이 없었다

돌아오라 나의 아들아 까치둥주리 있는

아까시아가 그립지 않느냐 배암장어 구어 먹던 물방앗간이 새잡이하던 버들방천이

너는 그립지 않나 아롱진 꽃 그늘로 나의 아들아 돌아오라

(43)

나는 그리워서 모두 그리워 먼길을 돌아왔다만

버들방천에도 가고싶지 않고 물방앗간도 보고싶지 않고 고향아

가슴에 가로누운 가시덤불

돌아온 마음에 싸늘한 바람이 분다

이 며칠을 미칠 듯이 살아온 내게 다시 너의 품을 떠날려는 내귀에 한마디 아까운 말도 속사기지 말어다오 내겐 한거름 앞이 보이지않는

슬픔이 물결친다

하얀것도 붉은것도

너의 아들 가슴엔 피지못했다 고향아

꽃은 피지못했다

- < 고향아 꽃은 피지못했다> 전문

1・2연은 시 전체를 비추어볼 때 다소 언어가 낭비된 연들이다. 별다 른 의미는 채워지지 못하면서 시가 시작되는 배경만 늘여 놓아졌기 때 문이다. 1・2연이 현재형이라면 들여쓰기된 3・4연은 지난 일의 경위를 압축한 과거형으로 시적 자아가 이미 고향을 떠나 있음을 밝혀준다. 시 적 자아가 부르고 있는 의인화된 고향은 5연에서처럼 시인 곁을 한번도 떠난 적이 없다. 6연은 바로 그 고향의 목소리이다. 5연에서 시적 자아 가 고향아 라고 부르는 고향이 6연에서는 시적 자아를 아들로 대하고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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