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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성

문서에서 이 용 악 시 연 구 (페이지 26-36)

나는 나의 祖國을 몰은다

내게는 定界碑 세운 領土란것이 업다

—그것을 소원하지 안는다

나의 祖國은 내가 태여난 時間이고 나의 領土는 나의 雙頭馬車가 굴러갈 그 久遠한 時間이다

나의 雙頭馬車가 지나는 욱어진 풀속에서

나는 푸르른 眞理의 놀라운 進化를 본다 山峽을 굽어보면서 불 불 넘는 嶺에서 줄줄이 든 숨쉬는 思想을 맛난다

열기를 토하면서

나의 雙頭馬車가 赤道線을 돌파할 거기엔 억센 심장의 威嚴이 잇고 季節風과 싸우면서 凍土帶를 지나 北極으로 다시 南極으로 돌진할

를 향해 걸어가는 식으로 시를 처리했어야 했다.

거기선 확확 타올으는 삶의 힘을 발견한다

나는 항상 나를 冒險한다

그러나 나는 나의 天性을 슬퍼도 하지안코 期約업는 旅路를

疑心하지도 안는다

明日의 새로운 地區가 나를 불으고 더욱 나는 그것을 밋길래

나의 雙頭馬車는 쉴새 업시 굴러간다 날마다 새로운 旅程을 探求한다

- < 雙頭馬車> 전문

이용악의 낭만성은 자신에게 지워진 한계를 돌파하는 자세에서 구현 된다.35) 天性 과 함께 祖國 조차도 시인에게는 넘어서야 할 대상이다.

그 祖國 은 보들레르의 < 이방인>에서처럼 자유롭고 초월적인 가치의 지향을 위해 철저한 부정을 나타내는 지상적인 가치로서의 조국36)이 아

35 ) 임화는 문학이 단지 어떠한 상태를 긍정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의욕하는 곳에서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생활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생활이 의욕하는 것을 창조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낭만성 또는 낭만정신은 당시의 문단에 만연한 회상 이나 환상 이 아닌 생활에 입각한 꿈 을 가지고 현실적 난관을 타개하고 고귀한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임 화, 偉大한 浪漫的 精神 ,《동아일보》1936.1.1~1.4) 이는 이상을 지향하는 이용악의 몇몇 시에서의 낭만성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36 ) 이용악의 조국 거부는 이상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적 단계일 뿐 그 거부에 초점이 가 있지는 않다. 그런 반면에 보들레르는 지상적인 가치의 철저한 부정을 통해 이상적 가치에게로 나아가고 있다.

— 수수께끼 같은 친구여, 말해보오, 누구를 가장 사랑하는지, 당신 의 아버지? 어머니? 누이. 아니면 형제?

— 나에게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이도 형도 없다오.

니라, 시인의 낭만성에 의해 돌파되어 그 자체가 무한대로 넓혀진 관념 적인 영토가 된다.

1연에서 몰은다 , 업다 , - 하지 안는다 로 거듭된 부정은 2연의 雙頭 馬車가 굴러갈 그 久遠한 時間 의 강조로 뒤바뀌는데 여기서 雙頭馬車 는 기세 좋게 돌진하는 시인의 이상과 의지의 표상으로, 그 과정에서 보고 만나는 것은 眞理의 놀라운 進化 와 줄줄이 든 숨쉬는 思想 이 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진리이고 사상인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고 이 시에서는 오로지 雙頭馬車 의 돌진만이 강조되어 있다. 4연의 확확 타올으는 삶의 힘 또한 상당히 추상적으로 읽히는데 시인의 멈추 지 않는 상상력은 적도선을 지나 계절풍과 싸우고 동토대를 넘어 북극 으로 다시 남극으로 雙頭馬車 를 달리게만 할뿐이다. 시인의 冒險 과 貪求 는 의심할 수 없는 행위이고 내일의 새로운 地區 의 부름과 믿음 은 시인의 雙頭馬車 를 거의 맹목적으로 굴려 나가게 하는 동인(動因) 인 것이다.

이 시에서는 시인의 이상을 향한 굳은 의지를 찾아볼 수 있는데 그것 이 임화의 말37) 대로 현실의 문제를 타개하고 높은 가치를 실현하려는 정신이지만 다분히 관념적이어서 현실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보인다. 이 러한 경향은 < 冬眠하는 昆 의 노래> 에서 나의 冬眠은 위대한 躍動의 前提다 와 같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열기와 의지로 일어서기 전

— 당신은 오늘날까지 나에게 그 의미가 미지수로 남아있던 말을 구 사하고 있구려.

— 당신의 조국은?

— 나의 조국이 어떤 緯度 밑에 위치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오.

- 보들레르, < 이방인> 부분 37 ) 임화, 앞의 글.

부터 근원적인 낭만성은 이용악의 정서와 의식에 배태되어 있었다.

두셋식 먼 바다에 떨어져 珊瑚의 꿈 우러 간 새벽별

크작게 파도치는 모래벌엔

透明한 동화를 기억하는 함박조개 지들

孤島의 日和豫報를 바든 갈매기 하나

활기로운 날개

물결처럼 날리는 그물 밋에서 애비의 勤勞를 준비하는 漁夫의 아들

- < 새벽 東海岸> 전문

위의 시는 이용악의 시에서 보기 드문 풍경시이지만 단지 예사로운 풍경만을 그린 것은 아니다. 일단 이 시는 이중적 풍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연과 3연이 하늘의 풍경을, 2연과 4연은 지상의 풍경을 포착하 였다. 단지 1연만은 하늘과 지상과 바다 속을 아우르는 공간을 드러내 고 있다. 두셋식 먼 바다에 떨어 지는 것을 유성(流星)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볼 수 있는 것은 하늘에서 바다 쪽으로 떨어지는 별 이지만 시인의 눈은 보이지 않는 바다 속으로 향하여 그 별이 바다의

우러 간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에 나타난 시간적 배경은 새벽 으로, 시인의 상상은 잠든 바다에 닿아 있다. 1연으로부터 시간이 경과 하여 2연에서의 시인의 눈은 모래벌로 향하여 透明한 童話를 기억하는 / 함박조개 지들 을 보고 있다. 시인은 새벽별과 마찬가지로 조개 껍 질들조차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것으로 표현하였는데 1・2연까지 드러난 풍경은 성인이 그려낸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아주 동화적인 장면 이다. 시간은 다시 경과하여 3연에서 시인의 시선은 다시 공중으로 향 해 활기롭게 날갯짓하는 갈매기를 보여주는데, 1・2연에 비하면 훨씬 현실적인 장면이고 4연에까지 그 활기참을 이어주는 부분이다. 그리고 마지막 4연에서는 어부 일가의 노동을 드러내는 선에서 시가 끝이 난 다. 이렇게 본다면 이 시는 1연과 2연의 비현실적 동화적 세계와 3연과 4연의 현실적 세계로 이분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시의 초점이 어 디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3연의 활기찬 풍경과 함께 1・2연의 동화적 이고 서정적인 배경이 감싸고 있는 것은 역시 4연 어부의 일가이다. 그 밖의 가족 구성원은 등장하지 않지만 아버지와 아들, 딸이 함께 참여하 는 어부 일가의 노동은 위의 연들과 맞물려 건강하고 긍정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

그런데 시인은 왜 이런 장면만을 아무 설명 없이 시에 담은 것일까.

여기에선 시를 벗어나 이용악의 개인사를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용악의 부모는 땅이 척박한 국경 지역에서 밀무역에 종사하여 불안한 생계를 이었고 아버지는 이용악이 여덟 살 적 타향에서 눈을 감았다.

국수 장사, 떡 장사, 계란 장사 등 홀어머니의 필사적인 노동에 의지한 5남 2녀 가족의 생계는 더 위협받을 수밖에 없었고 3남이었던 이용악은 동생의 공부 뒷바라지를 위해 성인이 되어서도 가난하고 불안정한 생활 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38 ) < 새벽 東海岸> 에 보이는

38 ) 《한겨레신문》, 발굴 한국 현대사 인물 44 . 1990. 10. 19.

서정주, 光復직후의 文壇 ,《조선일보》, 1985. 8. 24.

평화롭고 건강한 풍경은 바로 시인이 마음 속에 꿈꾸던 이상적인 생활 상일 것이다. 서울과 일본으로 떠나있던 시인에게 동해안 은 그대로 고 향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39 ) 시인의 내면 속에 이상적 공간을 이루고 있었던 곳은 다름아닌 고향이었다.

냇물이 맑으면 맑은 물밑엔 조약돌도 디려다보이리라 아이야

나를 딸아 돌다리 위로 가자

멀구광주리의 풍속을 사랑하는 북쪽나라 말다른 우리고향

달맞이노래를 들려주마

다리를 건너 아이야

네애비와 나의 일터 저 푸른 언덕을 넘어 풀냄새 깔앉은 대숲으로 들어가자

39 ) 동해안 또는 동해안으로 추측되는 바닷가는 위에 인용한 < 새벽 東海岸>

을 비롯해 < 밤> , < 海棠花> , < 항구에서> 등에 등장하는데 실제로 이용악 의 고향 경성은 그 당시 1943년말의 조사를 근거로 해방직후 나온 < 통계 연감> 에 따르면 (…) 서남・서북에 나직한 산과 아득한 서쪽에 해발 2천5 백m 의 관모연령이 사시 백설로 빛나며, 동으로 2km 에 푸른 동해가 울렁거 리는 소읍이다 (《한겨레신문》위의 글) 동해안 과 함께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로 바닷가 모래땅에서 무리를 지어 피는 특성을 가진 해당화 가 있다. 해당화 는 < 海棠花> 에서 백모래 十里벌을 / 삽분 삽분 걸어간 발자 국 / 발자국의 임자를 기대려 / 海棠花의 純情은 / 해마다 붉어진다 같이 짧고 예쁜 이미지즘시로 드러나고 < 검은 구름이모혀든다> 에서는 불행한 가족사, 조카의 무덤과 대비되는 밝은 느낌( 해당화 정답게 핀 바닷가 )으로 표현되었다.

꿩의 전설이 늙어가는 옛성 그 성밖 우리집 집웅엔

박이 시름처럼 큰단다

구름이 히면 힌 구름은 북으로 북으로도 가리라 아이야

사랑으로 너를 안았으니

대잎사귀 새이새이로 먼 하늘을 내다보자

봉사꽃 유달리 고운 북쪽나라 우리는 어릴 적

해마다 잊지않고 우물 가에 피웠다

하눌이 고히 물들었다 아이야

다시 돌다리를 건너 온길을 돌아가자

돌담 밑 오지항아리

저녁별을 안고 망서릴 지음

우리아운 나를 불러 불러 외롭단다

우리아운 나를 불러 불러 외롭단다

문서에서 이 용 악 시 연 구 (페이지 2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