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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듣기로 결심한 계기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동물권 보호와 실생활에서의 편의성 사이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을 내려야 하는가? 얼마나 타협을 해야 하는가? 수업의 교수자인 Mark Rublic(마크 루블릭) 교수는 현재 우 리 사회에서 동물 유래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종종 언급했다.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그것 이 동물 제품이라는 인식을 하지도 못한다고.

왜 좋은 물건은 비건이 아닌가요?

: Animal Ethics

인생교양 : Animal Ethics

이 경 욱 (국어국문학과) Animal Ethics

“Animal Ethics”수업은 마크 루블릭 교수가 10여 년째 진행하고 있는 강의다. 강의는 한 학기에 걸쳐 동 물권과 관련된 여러 주제들을 다루며, 각각의 주제를 통해 동물들이 사회 전반에 걸쳐 어떤 방식으로 이용 되는지, 이로 인해 동물들이 얼마나 잔혹한 환경에서 살고 죽게 되는지 등을 자세히 탐구한다.

동물권 개념을 다루다 보면 자연스럽게 비거니즘 개념을 함께 다루게 된다. 비거니즘(Veganism)은 육류 소비는 물론 가죽, 울 등의 동물성 제품이나 동물 실험을 통해 검증한 제품 등 동물권을 침해하는 모든 활 동을 지양하는 철학을 말한다.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비건(Vega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루블 릭 교수는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이 수업은 학생들에게 비건으로의 전향을 강요하거나 특정 사상이 옳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말을 전했다. 이 수업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 강의이고, 근본적인 수업 의의는 학생들의 영어 독해 능력과 글쓰기 능력, 말하기 능력을 증진시키는 것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써 동물권이라는 주제가 활용된 셈이었다.

실제로 수업은 수강생의 영어 실력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거의 매주 특정 주제에 대한 짧은 글을 작성하는 과제가 제출되며, 최종 과제는 직접 설정한 주제로 5분 정도의 발표를 하는 방식 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수업이 진행될수록, 영어 능력 증진의 수단으로 동물권이라는 주제가 활용된 것이 아니라 동물권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과정에서 영어 수업이라는 플랫폼이 사용된 것이라는 느낌을 받 았다. 수업이 다루는 각 주제의 깊이와 그로 인한 높은 몰입도는 외국어라는 요소로 인한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도록 만들었다. 오히려 수업 자료로 활용된 문서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단어 검색과 독해에 시간 과 노력을 들이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강의라는 상황에서, 이 수업은 내용적 측면과 형식적 측면 모두가 만족스러웠던 몇 안 되는 강의 중 하나였다. 발표 과제가 있는 수업의 특성상 대면 수업으로 진행하는 것이 이상적이었 겠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녹화 강의로 진행되었다. 이에 교수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 이 얼마간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루블릭 교수는 온라인 클래스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여 학생 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매주 제출하는 과제는 개별적인 채점과 피드백, 제언이 이루어졌으며, 발표 과제의 경우 주제 선정부터 발표 준비, 발표 영상 제출과 그에 대한 피드백까지 모두 온라인 클래스 시스템 상에 서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내용적 측면을 살펴보자면, 수업은 한 학기에 걸쳐 동물권과 관련된 총 다섯 가지의 큰 주제를 다룬다. 동 물권이라는 큰 주제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각각 ‘음식으로써의 동물’, ‘의류로써의 동물’, ‘실험 대상 으로써의 동물’, ‘엔터테인먼트로써의 동물’, ‘반려동물’이라는 주제들을 통해 구체화되었다.

개인적으로 이 수업을 듣기 전에도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있었고, 실제로 동물 제품을 지양해 야 한다는 생각 역시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가지고 있는 관심사는 음식으로써의 동물에 국한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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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고, 다른 영역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수업의 오리엔테이션에서 다섯 개의 주제에 대해 공지 받았을 때, 음식이라는 주제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다소 편협한 시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 부끄러워졌던 기억이 난다. 동물 제품을 지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육식을 줄이고 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가죽으로 만든 지갑을 쓰고 양털로 만든 옷을 입고 있었다.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이미 의도치 않은 자아성찰을 경험했기에 이후 진행될 수업 내용을 통해서는 또 어 떤 충격을 받게 될지,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강의를 본격적으로 수강하기 시작했다.

그 중 특히 음식으로써의 동물과 의류로써의 동물이라는 주제들이 기억에 남는다. 우선 음식으로써의 동 물은 강의에서 첫 번째로 다루어진 주제였다. 나름의 관심을 가지고 있던 주제였기에 익숙한 내용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내가 알고 있는 부분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동물들이 이상적이지 않은 환경과 방 법 아래에서 길러지고 도축되리라는 것만 짐작할 뿐, 자세한 실상은 정확히 모르는 상태였다.

질 좋은 고기가 값싸게 거래되고 식탁에 오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효율적인’ 방식의 생산이 이루어지기 때문이었다. 루블릭 교수는 공장식 축산업이라는 방식을 소개했다. 말 그대로 육류의 생산과 처리를 위한 공장인데, 이곳에서는 동물의 경제적 가치가 도덕적 지위에 우선한다. 좁은 우리에서 계획적으로 태어나 도축장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 동물들은 육류를 생산하기 위한 수단이자 도구로 활용된다.

다소 충격을 받은 지점은 수업이 소나 돼지, 닭과 같은 육류뿐만 아니라 어류 역시 같은 관점에서 다루었 다는 부분이었다. 고등어나 오징어, 새우 등과 같은 해양 생물 역시 소, 돼지와 같은 동물들이지만 도덕적 지위를 논함에 있어서 그들의 존재는 비교 우위에서 밀려나는 경향이 있다. 아니, 적어도 내 경우에는 나 도 모르게 그런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머리로는 모든 생물이 같은 도덕적 지위를 가져야 한다고 믿으면서 도 무의식적으로 그들 생명의 경중을 저울질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로 내가 모든 생명이 똑같은 무게를 갖는다고 믿고 있었다면 수업에서 육류와 어류를 같은 선상에 놓고 동물권에 대해 논할 때에 큰 충격을 받 지 않았을 것이다.

이후 해당 주제의 과제로 “Earthlings(지구 생명체들)”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일부를 시청하고 짧은 문 답들에 대답하는 과제가 제출되었다. 루블릭 교수는 수업을 통해 해당 다큐멘터리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심도 깊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본 수업의 취지와도 잘 맞지만, 동물들이 처한 현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다소 노골적이고 잔혹한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으니 시청에 주의를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내레이션만을 듣고 과제를 진행해도 괜찮다는 말을 덧붙였다.)

다큐멘터리는 루블릭 교수가 경고한 대로 많은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고, 그 때문에 불편한 감정이 드 는 것은 사실이었다. 만약 그러한 장면들이 적절한 기준 없이 무의미하게 나열되었다면 그 영상은 스너프

필름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처한 상황의 부적절함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부 사실적인 장면들이 제시됨으로써 육류로 소비되는 동물의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었다. 영상을 보고 느낀 불 편한 감정은 오히려 육류 소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로 전환되었다.

두 번째 주제인 의류로써의 동물들에 대해 그 동안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개인적으로 육류 소비를 지양하는 것이 동물권 보호보다는 환경 보호에 더 큰 목적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주된 관심사는 한 덩이의 고기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되는가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동물권에 대 한 문제는 다소 부차적인 것이었다. 공장식 축산업에 충격을 받고 어류의 동물권 논의가 생소하게 느껴진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수업을 통해 전달된 의류 산업의 현실은 관심의 무게를 환경에서 동물권 쪽으로 돌리기에 충분했다. 물론 기후 위기 역시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고 동물권 보호와 환경 보호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단언할 수 는 없지만, 더욱 본질적인 문제를 꼽으라면 동물권에 대한 문제가 더욱 근본적 문제에 가까울 것이다.

대표적으로 다루어진 예시는 양털과 가죽이었다. 양털의 경우, 좋은 환경에서 자라 적절한 방식으로 채취 가 이루어진다면 양에게도 큰 해를 끼치지 않고 울 소재의 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 또한 주기적으로 털을 깎아주지 않으면 양의 체온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등 양의 건강이 악화되기도 하기에, 필요한 시기에 양털 을 깎는 것은 양과 인간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상적인 환경에서 양들을 사육하고 숙련된 전문가에게 채취를 맡기는 일은 도덕적으로는 옳은 판 단일지 몰라도, 경제적으로는 비효율적인 판단이다. 대부분의 양들은 식용으로 사육되는 동물들처럼 좁은

그러나 이상적인 환경에서 양들을 사육하고 숙련된 전문가에게 채취를 맡기는 일은 도덕적으로는 옳은 판 단일지 몰라도, 경제적으로는 비효율적인 판단이다. 대부분의 양들은 식용으로 사육되는 동물들처럼 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