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화와 질병” 교과목 소개
1) 사회가 낳은 아픔에 대한 고찰
문화와 질병은 문화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적 아픔을 다룬다. 즉, 이는 한국사회에서 빚어진 아픔에 대한 민속학이자 “어떻게 아픔은 문화가 되는가?”에 대한 나름의 답변을 모색해나가는 강의이다.
본 강의는 과연 어떠한 ‘아픔’이 한국사회에서 당연한 문화인 듯 ‘믿어지고’ 있는가에 착목한다. 이때 아픔 은 ‘질병’이라는 의학적 용어와 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국한되어 이해하는 것이 아닌, 일상의 영역에서 관찰된 광의로서의 아픔을 일컫는다. 이는 곧 아픔에 대한 몰이해의 전통에 관한 탐구이자 아픔을 받아들 이는 문화에 대한 검토인 것이다. 단, 본 강의는 ‘문화’라는 키워드를 통해 아픔을 논하면서도 모든 아픔을 문화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것을 경계한다. 오히려 ‘문화’라는 개념 뒤에 가려진 구체적 실재에 대한 명확 한 이름을 부여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문화와 질병 수업은 한국사회의 다양한 구체적 아픔들을 다룬다. 예컨대 성 형, 장애인, 감정노동, 공황장애, 낙태, 난임, 산업재해, 자살, 중독(스마트폰, 쇼핑, 술, 담배, 마약), 섹슈얼리티(성소수자, 성산업), 사회적 참사(가습기 살균제 참사, 세월호 참사), 죽음(노년, 요양, 장례, 존엄사), 이주민(및 난민)의 건강, 인류세와 건강(미세먼 지 등) 등이 이에 해당한다. 본 강의는 이러한 주제들을 보다 풍부하게 논하고자 인류 학의 여러 개념 및 논의들을 함께 다룬다. 인류학은 기본적으로 사람 간의 ‘몰이해’
에 대한 연구이며, 새로운 사고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 다. 고로 본 강의는 기존의 인류학 논의를 습득 및 내재화함으로써 한국사회에 만 연한 습관적 사고를 묶어두고, 아픔을 있는 그대로 몸으로 경험하기를 추구한다. 문 화가 치유뿐 아니라 실질적인 질병의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해보고자 인생교양 : 문화와 질병
설 재 민 (국어국문학과)
인간의 몸에 새겨지는 사회적 아픔을 배우다
문화와 질병
인생교양 : 문화와 질병 인생교양 : 문화와 질병
3) 교수자 소개: 김관욱 교수
문화와 질병 수업을 담당하는 김관욱 교수는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의료인류학자이다.
의사인 그는 사람에 대한 관심을 계기로 의료 인류학 석사 과정을 밟았으며, 이어 영국 더럼대학교에서 의 료인류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우리대학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 여성 흡연, 가열 담배 등 흡연 문제와 중독, 감정노동 및 공황장애, 이주노동 등을 연구 중이다. 또한,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상임위원 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7년 가을부터 우리 대학교에서 교양 ‘문화와 질병’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 로는 『굿바이 니코틴 홀릭』, 『흡연자가 가장 궁금한 것들』, 『폴 파머, 세상을 구하는 의사가 되어줘』, 『아프 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등이 있다.3)
2 수강 동기 : 실재적 세계를 실제적으로 살아가도록
2017년 가을, ‘사회철학의 이해’라는 철학과 교양을 들었다. 해당 수업에서는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 (Nikla가 Luhmann)을 핵심적으로 다루었는데, 그의 포함 배제 이론은 다소 냉소적이었다. 진정으로 ‘배 제’된 자는 사실상 기술될 수조차 없으며, 하나의 기능체계에서 배제된 자는 곧 모든 기능체계로의 배제, 즉 ‘총체적으로 배제된 자’가 될 뿐이라는 것이다.4) 기술될 수조차 없으니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별다른 방법도 없었다. 그들은 군집화하여 제도화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의 이론은 너무나도 타당해 보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소수자로 불리는 집단들은 이미 ―그 정도에 따른 견해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사 회적으로 주목받고 있었다. 오히려 그들을 다시 ‘포함’의 영역으로 매개하기 위한 노력은 사회 곳곳에서 펼 쳐지고 있었으나, 여전히 불릴 수조차 없는 배제된 개인은 사회 구석구석 산재해 있을 것일 터이니 말이 다. ‘루만은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극복하고자 했을까?’ 이어진 궁금증에 곧바로 이에 관하여 찾아보았지 만, 아쉽게도 루만은 별다른 타개책을 제안하지 않았다. 이러한 루만의 ‘불가피하다’라는 식의 귀결은 다소 허무하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냉소적이기까지 했다. 배제된 개인이 있음을 분명히 지각하고 있으면서도 그에 대한 일말의 해결책이나 규범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으니 말이다. 완벽한 해소는 불가능할지라도 사 회적으로 배제된 개인을 구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느껴졌다. 이러한 문제의식 을 필두로 학기 말 최종 리포트에서는 “기술조차 어려운” 개인의 연쇄적 배제 개념을 바탕으로 사회적 원 조 체계 중 하나인 크라우드 펀딩의 포함 매개 기능을 다룸으로써 아래로부터 파악하는 연쇄적 배제에 대 한 새로운 관점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루만이 살아있을 당시에는 크라우드 펀딩과 같은 사회적
3) 김관욱,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인물과사상사, 2018, 1쪽. (책날개 저자 소개 참고) 4) 정성훈, 「루만의 사회이론에서 포함과 배제」, 『도시 인간 인권』, 라움, 2013, 19쪽.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사회의 여러 고통의 모습들을 대면하고, 이를 통해 몸을 병들게 하는 여러 고통에 대한 문화적 감수성을 증진하는 것을 최종적인 목표로 한다.
2) 포토보이스, 문제의식의 표면화
문화와 질병 강의는 ‘포토보이스’라는 연구방법론을 활용하여 15주간 수업을 진행한다. 포토보이스는 1994년 Wang과 Burris가 만들어낸 ‘사진(photo)’과 ‘사진 배후의 이야기(novella)’의 합성어인 ‘포토 노벨라(photo novella)’라는 개념에서 비롯되었다.1) 포토보이스는 말 그대로 사진이라는 시각적 자료를 활용하여 지식을 공유하고 삶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게 만드는 참여형 연구방법론이다. 이는 사진을 통 해 문제의식을 표면화하므로,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한다 해도 간단한 사진 촬영 방법을 교육받음으로써 자 신의 관점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2)
본 수업은 매주 수업 참여 전 해당 주차에 다룰 읽기 자료를 미리 읽고 자신만의 문제의식을 사진으로 담 아 게시판에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구체적으로 수업 중 다룬 주제들은 다음과 같다.
- 몸에 대한 뒤틀린 시선 : 성형에서 장애까지 - 노동하는 몸에 대한 차별적 시선 : 해고, 산업재해 - 여성의 몸에 대한 가부장적 시선 : 낙태에서 난임까지 - 중독으로 내몰리는 시선
- 칼이 된 타인의 시선 : 자살
- 모멸적 시선의 일상화 : 감정노동, 직장 내 괴롭힘 - 성에 대한 경멸의 시선 : 성소수자와 성산업 - 사회적 참사 (가습기 참사, 세월호 참사) - 소멸되어가는 시선들: 노년
- 혐오의 시선 : 이주와 난민
- 인류세 시대의 건강 : 미세먼지의 인류학 - 마무리 종합 강의 및 토론 : “상처에만 상처받기”
1) 이채림, 「포토보이스(Photovoice)를 활용한 공감 능력 신장 방안 연구」, 서울교대 석사논문, 2019, 5쪽.
2) 이현, 곽주연, 「다문화가정 아동의 경험과 성장: 포토보이스 방법의 적용」, 『한국사회복지질적연구』 13 (3), 한국사회복 지질적연구학회, 2019.12, 152~153쪽.
인생교양 : 문화와 질병 인생교양 : 문화와 질병
군가에게는 보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는 사소한 문제일 테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한 끗 차이가 장벽으로 느껴질 테니 말이다. 붙어있는 두 건물은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었고, 이 장면을 촬영함으로써 문 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었다.
또한, 문화와 질병은 지식창출 능력을 길러주었다. 「대학 교양기초교육의 표준 모델」에 의하면, 지식창출 능력은 “다양한 이질적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지식을 산출할 수 있는 창의적 사고의 능력5)”을 일컫는다.
본 강의는 한 학기 동안 두 번의 에세이 제출을 통해 수업 중 다룬 다양한 인류학적 개념 및 지식을 바탕으 로 자신만의 새로운 문제의식에 접목해볼 수 있게 해주었다. 예컨대 첫 번째 에세이에서는 ‘지역 도덕관’
개념을 청소년 자살이라는 새로운 문제의식에 적용해볼 수 있었다. ‘지역 도덕관’은 수업 중 성형과 장애를 다루면서 배운 개념으로, 특정 사회 내에서 구성원들이 고통을 감수하고 이를 당연시할 수 있게 만드는 도 덕 가치관이다.6) 즉, 공동체마다 가장 우선시하는 저마다의 도덕적 가치가 있는데, 지역 도덕관은 이를 달 성하기 위해서 개인의 희생은 당연해지는 게 만드는 동인(動因)인 셈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국사회 의 지역 도덕관은 ‘경쟁’과 ‘고효율’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는 비단 산업구조나 노동 문제뿐만 아니라 청 소년의 성적비관에도 적용될 수 있었다. 가시적으로, 외부적으로 청소년에게 압박이 가해졌던 예전과 달 리, 오늘날 청소년들이 불구덩이에 기꺼이 뛰어들기를 자처하는 것은 결국 경쟁과 고효율이라는 지역 도 덕관의 토대 위에서 완성된 것이었다. 이렇듯 수업 중 배운 인류학적 지식을 새로운 주제에 연결해봄으로 써 지식을 단순 습득하는 것을 넘어 ‘내 것’으로 체현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문화와 질병은 지속적인 소통과 공감 속에서 학습자와 학습자, 교수자와 학습자 간 협동을 가 능케 해주었다. 수강생들은 수업 전 게시판에 올라온 서로의 포토보이스를 미리 보며 댓글을 달기도 했 다. 상호 간의 댓글은 필수가 아니었으나, 오히려 자발적으로 댓글을 작성하였기에 더 진솔하고 깊은 의견 공유가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교수님께서는 수업 3시간 중 1시간 정도는 학생들이 제출한 포토보이스
마지막으로, 문화와 질병은 지속적인 소통과 공감 속에서 학습자와 학습자, 교수자와 학습자 간 협동을 가 능케 해주었다. 수강생들은 수업 전 게시판에 올라온 서로의 포토보이스를 미리 보며 댓글을 달기도 했 다. 상호 간의 댓글은 필수가 아니었으나, 오히려 자발적으로 댓글을 작성하였기에 더 진솔하고 깊은 의견 공유가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교수님께서는 수업 3시간 중 1시간 정도는 학생들이 제출한 포토보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