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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의 윤리’를 새기기까지

강 민 선 (사회학과)

스에서부터 칸트, 제레미 벤담, 존 스튜어트 밀, 존 롤스에 이르기까지 고대부터 시작하여 근현대 정치철 학의 흐름을 소개하면서 ‘정의’에 대한 여러 시각에서의 논의가 이루어집니다. 본 수업에서는 기본적으로 는 책의 흐름을 따라가되 관련 쟁점들에 대한 풍부한 소개가 이루어지며, 쟁점이 현실에서의 실제 문제 상 황으로 주어졌을 때 어떻게 접근해볼 수 있을지에 대한 활발한 생각 나누기가 진행됩니다. 여러 시청각 자 료와 교수님의 다양한 사례 소개가 수업의 재미를 한층 더 돋워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한 학기동안 강의에 참여하다 보면, 처음에는 막연하게 느껴졌던 고대의 선 관념, 공리주의, 자유주의, 의무론, 정의론, 복지론, 시민 공동체, 연대 등의 사회 철학적 주제에 대해 스스로의 생각을 정립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사상과 윤리’과목을 수강할 당시 수업을 진행하셨던 조진호 박사님은 우리대학 연구처 연 구윤리팀 소속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연구윤리팀은 연구계획 단계에서의 연 구윤리 심사 승인 및 연구의 진행과정과 결과에 대한 조사감독을 진행하는 역할을 담 당하며, 연구진실성위원회, 생명윤리위원회,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산하에 두고 있 습니다. 현대 사회가 직면한 딜레마적 상황들의 최전선에서 문제를 도덕철학적 차원 에서 이해하고 해결하는 업무인 것입니다. 따라서 학계가 가져야 할 윤리적 책임감 을 수호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계신 조진호 박사님은 ‘사상과 윤리’수업의 학습목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현실에서 실천하는 모습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2 수강 동기

본 수업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수업 교재로 ‘정의란 무엇인가’를 사용한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책이니만큼 한 번쯤 제대로 정독을 해 보고 싶었는데, 수업 교재로 활용하며 함께 읽는다면 책의 내용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렸던 것 은 ‘사상과 윤리’라는 과목명이었습니다. 철학 사조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그들의 주장을 이해하고 암기 하는 내용의 수업일까 두려운 마음이 들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강의계획서를 읽고 주변 사람들의 수강 후 기를 들으며 강의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나니, 본 수업은 지식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식의 수업이 아 닌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풍부하게 제공하는 수업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고, 과제 역시 배운 내용을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연습을 해 보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편협한 시각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는 사회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반드 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시각에서 사회 현상을 조망할 수 있어야지만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고,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사회를 그려낼 수 있기 때문입

인생교양 : 사상과 윤리 인생교양 : 사상과 윤리

니다. 사회철학에 대한 학습을 통해 세상을 여러 시각에서 조망하는 능력을 훈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 고, 이러한 동기에서 ‘사상과 윤리’수업을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3 해당 교과목의 특장점

이 수업의 첫 번째 장점은 여타 철학 교양 수업들과 달리 이론에만 치중하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저명 한 철학자들의 주장을 역사적 흐름에 따라 훑어보는 수업 역시 의미를 가지지만, 그렇게 학습한 내용들을 실제 삶의 방식에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는 고등학교 시절 선택과 목으로 ‘윤리와 사상’을 택하여 여러 철학자들의 이론에 대해 학습해왔고, 대학 진학 후에도 다수의 철학 교양들을 수강한 바 있지만, 수업에서 배운 내용들을 일상생활에 적용시켜 생각해보려는 시도는 쉽게 하 지 못했습니다. 사실 인문학의 성격을 고려해보면 개인의 내면적 성숙은 물론이고 사회를 향해 긍정적 영 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이론들을 현실에서의 실천에 반영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깨닫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학부 교양 차원에서 개설되는 수업들은 개론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이 많기에 이를 도와주는 수 업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점에서 본 교과목은 이론적인 내용보다도 어떠한 사회적 배경에서 사조가 등장하였으며 쟁점이 되는 사회적 이슈에 어떠한 반응을 보였는지와 같이 현실 사회에서 윤리 철학이 적용되는 모습을 풍부하게 보여줍니다. 단순히 딜레마적인 가상의 상황을 가정하고 다양한 철학자들의 생각을 투영시켜보는 정도의 사고 연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복잡하고 다층 적인 이해관계들이 얽혀있는 현실의 사례를 가져와서 윤리 철학을 적용시켜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시장 논리의 도덕성 문제에 관한 수업에서 징병제와 용병의 문제가 다루어진 적이 있습니다.

미국의 병역제도가 베트남 전쟁을 거치면서 어떻게 변화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담론들이 오고갔는지, 현대의 용병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총체적으로 학습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생명을 돈으로 흥정할 수 있는지, 시민의 의무가 경제적 계약 문제로 전락해도 되는 것인지, 당사자 간 자 발적으로 맺은 계약에 대해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적절한지, 가까운 이웃의 죽음과 제3세계 국가 출신의 용병의 죽음에 대해 시민 사회가 경중을 달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 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다른 수업에서도 공리주의에 대해 학습할 때면 효율성의 논리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을 공리주의 의 한계점으로 언급하곤 합니다. 이 수업에서는 한층 더 나아가, 공리주의적 사고방식이 현실의 여타 맥락 들과 상호작용하는 지점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식의 논리로 전개되는지 함께 살펴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용병을 사용할 경우 사망자 발생 등의 불가피한 일들이 해당 기업과의‘계약’문제로 축소되는 반면 자국 국 민을 전장에 투입하는 형태라면 정부는 자국민에 대한 정치적 책임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정치

적 맥락에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발로 촉진된 반전 정서와 징병제 폐지 운동, 극단적으로 발달한 미국 의 자본주의와 자국민중심주의, 여기에 더하여 공리주의를 기반으로 한 비용-편익 분석적 사고방식 등이 한데 얽혀 있으며, 이것이 현대적 용병(Private military company)에 대한 과도한 의존 경향을 낳았다 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본 수업은 다양한 사회 이슈들에 대해 일반론적이고 평면적인 논의에서 그치지 않고 윤리철학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며, 학생들의 사고능력을 확장시켜줍니다.

‘사상과 윤리’수업의 두 번째 장점은 평가 방식입니다. 본 교과목은 중간고사를 시험 형식으로 치루지 않고 원고지 20장 분량의 에세이 제출로 대체하였습니다. 연예인들이 타 직군에 비해 높은 수입을 올리는 지금 의 자원 분배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에 관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서술하는 것이었는데요, 비 록 아주 어려운 주제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현학적인 주제가 아니었기에 두려움 없이 여러 관점에서 문제 현상을 자유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어렵 게’ 노동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교하게 정의내릴 수 있는지, 만약 ‘쉽게’ 돈을 버는 것이 문 제라면, 가장 ‘어렵게’ 노동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인지 등, 주제와 관련해서 떠오르는 쟁점들을 하나씩 정리해보았습니다. 생각을 본격적으로 전개해가는 과정에서는 수업시간에 다루었던 내 용들을 활용하였습니다. 특히, 정의론 수업에서 인상 깊게 다가왔던 ‘유색인종 대학입학 특례제도’논란에 서 사용되었던 논리를 적극 활용하였습니다.

“대학 합격증은 고등학교 시절의 우수한 성적과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서 제공되는 상장이 아니라, 각 대 학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인재상에 부합하고 앞으로의 대학 생활을 잘 해나갈 것으로 여겨지는 학생들에게 수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을 함에 있어 학생들의 사회문화적 성장배경은 종합적인 고려를 하기 위한 한 가지 기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기계적 평등의 관점에서 객관적인 시험 성적만을 고려한 입학 제도만 을 바람직한 것으로 볼 이유는 없다”는 논리의 흐름을 중간고사 대체보고서 주제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고된 노동을 한 사람이 가장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할 권리를 가지는 것은 아니 며, 이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사용하는 자유주의적 관점이나 노동가치설을 토대로 하는 마르크스적 관

“대학 합격증은 고등학교 시절의 우수한 성적과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서 제공되는 상장이 아니라, 각 대 학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인재상에 부합하고 앞으로의 대학 생활을 잘 해나갈 것으로 여겨지는 학생들에게 수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을 함에 있어 학생들의 사회문화적 성장배경은 종합적인 고려를 하기 위한 한 가지 기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기계적 평등의 관점에서 객관적인 시험 성적만을 고려한 입학 제도만 을 바람직한 것으로 볼 이유는 없다”는 논리의 흐름을 중간고사 대체보고서 주제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고된 노동을 한 사람이 가장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할 권리를 가지는 것은 아니 며, 이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사용하는 자유주의적 관점이나 노동가치설을 토대로 하는 마르크스적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