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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로 읽는 테크노사이언스

1 반짝이는 수업

나는 현재 3학년 2학기 재학 중이다. 대학교 진학 이전부터의 다짐 중 하나는 대학교에 있는 다양한 교양 수업을 최대한 많이 수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다짐을 지금까지 열심히 지켜 왔다. 입학부터 3학년 1 학기까지 들은 핵심교양(기초 필수 교양 제외)만 17개로, 졸업 기준인 10학점의 4배를 넘는 41학점에 육박한다.

매우 많은 교양 강의를 들었으나, 사실 기억에 남는 수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전공 공부를 하다 보면 상 대적으로 교양 강의에는 신경을 덜 쓰게 된 탓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러한 경향성은 커져서, 재미있고 흥미로운 강의를 들을까 싶다가도 결국에는 공부할 내용이 많이 없거나, 소위 말하는 학점 받기 쉬운 강의 를 선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강의가 학생들에게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와중에도, 몇몇 수업의 반짝임은 수강생들에게 새로운 분야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며, 나아가 학생들

이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데 일조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나의 경우, 우리 대학의 “역사 로 읽는 테크노사이언스”(이하 “역텍사”라 한다.) 수업을 통해 인문·사회 중심의 편협 한 사고를 극복하고 과학적, 나아가 융·복합적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보게 되었음 을 밝히는 바이다.

본문에서는 나의 변화 및 성장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텍사” 수강 이전, 수강 과정, 수강 이후로 구분하여 서술하고자 한다. 글을 마무리하면서는 “역 텍사” 강의를 수강한 소감과, 앞으로 대학교 교양 수업의 방향에 대한 짧은 바람을 이야기할 것이다.

과학기술의 사회적 영향력을 탐구하다

: 역사로 읽는 테크노사이언스

김 예 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인생교양 : 역사로 읽는 테크노사이언스 인생교양 : 역사로 읽는 테크노사이언스

2 과학기술의 사회적 영향력을 탐구하다

1) “역사로 읽는 테크노사이언스” 수강 이전

① 나의 과학사

아주 어렸을 때에는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에서 과학의 날을 맞아 물로켓 날리기 대회 를 열 때에는 눈을 반짝이며 구경을 다니기 일쑤였다. 중학교 때에는 과학 실험을 좋아했다. 지시약을 사용하여 산성과 염기성을 구분한다든지, 현미경으로 잎의 기공을 관찰하는 실험을 하면서,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러한 생각은 고등학생이 되며 사라졌다. 과학이 싫어진 것은 아니었다. 나 자신의 성향이 인문·사 회 분야와 더 잘 맞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뿐이었다. 문과를 선택하면서 생활과 윤리, 법과 정치, 한 국사 등 온갖 사회과 교과목에 둘러싸였고, 자연스럽게 과학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문제가 있다면 인 문·사회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 이상으로, 과학기술 분야의 중요성을 잊어버리게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과학기술이라는 단어와 다시 맞닥뜨린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였다. 우리 대학은 모든 학과의 1학년을 대상으로 “과학기술의 철학적 이해”(이하 “과기철”이라 한다.)라는 기초 필수 교양 과목을 운영했다.

이름은 생소했고, 내용은 어려웠다. 또한 나는 과학기술이 왜 인문·사회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는지를 체감하지 못했다. 과학기술은 도구에 불과하며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이므로, 도덕적인 논의는 인간 과 사회에 관해서만 이루어지면 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배움의 필요성을 깨닫지 못했기에, “과 기철” 과목에 대한 학습 과정 역시 기계적으로만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② 수강 동기 : “한국 테크노사이언스 혁신의 역사”

변화의 계기를 제공하고, 나아가 “역텍사” 과목을 자발적으로 수강하는 동기가 된 것은, 2018년 2학 기에 수강했던 “한국 테크노사이언스 혁신의 역사”(이하 “한텍사”라 한다.) 강의였다.

“과기철”을 비롯한 대부분의 다른 강의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한텍사” 과목에 큰 관심이 없었다. 전 공 수업으로 시간표를 채우고, 남는 시간에 들을 수 있는 강의 중 눈에 띄는 수업을 고른 것에 불과했 다. 그마저도 본래 한국사에 자신이 있어 좋은 성적을 받기에 유리할 것 같아 선택한 과목이었다.

예상대로 “한텍사”는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충실히 따라가며 국내 과학기술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관 련 정부 부처 및 기관들이 어떻게 설립되고 변화해왔는지를 알려주었다. 중요한 점은, “한텍사”를 들 으며 과학사라는 분야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주로 배워 왔던 정치·경제·사회·문화사가 아 니며, 엄연히 한국의 역사이면서도 낯설고, 지금까지 알고 있던 여러 사회·문화적 지식과 융화될 수 있

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과학사라는 분야가 한국이라는 나라를 온전히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새로운 관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과학기술 그 자체에 대한 흥미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과학사에 대한 관심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과학기술 사례에 대해서도 알 고 싶다.”라는 구체적인 생각으로 이어졌다. 과학사를 통해 한국사를 더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면, 세계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2019년도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1년간 휴학하며 대학교 공부와는 잠시 멀어졌으나, 결과적으로 2020년 1학기에 “역텍사” 강의를 수강하게 되었다.

2) “역사로 읽는 테크노사이언스” 수강 과정

① 교과목 및 교수님 소개

“역텍사” 강의를 신청한 데에는 과학사에 대한 흥미가 가장 많이 작용했으나, 사실 두 수업 모두 동일 한 교수님이 진행하므로 수업 방식에 적응하기 더 용이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둘 다 창의융 합교육원(과학철학교육위원회) 박민아 교수님의 수업이었다. 과학사 분야에 많은 관심을 쏟고 계신 분이셨다.

생각했던 대로, “역텍사”에서는 19세기 이후 과학기술 분야의 유명한 역사적 사례를 제시하였다. 그 러나 “한텍사”와는 수업 목표나 설정, 진행 방식, 강의 내용 등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가장 두 드러지는 점은 “한텍사”는 말 그대로 한국의 과학사에 대한 강의였으나 “역텍사”는 전 세계의 과학기 술적 사건·사고를 대상으로 하였고, 단순한 역사적 과학기술 사례 분석을 넘어 더 깊은 인문학적·철학 적 논의를 추구하였다는 것이다.

“역텍사”는 학생들로 하여금 정부 과학정책 보고서 작성자라는 상황 아래, “나쁜 과학”이란 무엇인지 에 대해 정리하는 것을 문제 상황으로 설정하였다. 이를 위해 전반부에서는 19세기 이후 세계의 다양 한 “나쁜 과학” 사례를 분석하고, 후반부에서는 조별 논의를 통해 “나쁜 과학”의 정의와 특징을 파악 하는 것이 강의의 주요 내용이었다. 교재로는 데이비드 굿스타인의 “과학, 사실과 사기 사이에서”, 나 오미 오레스케스와 에릭 콘웨이의 “의혹을 팝니다” 등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논의의 과정은 오히려 “좋은 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나침반으로 작 용할 수 있었다. 궁극적으로 “역텍사” 수업의 목적은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학기술과 관련된 이슈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갖추는 것,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서로 의견을 나누고 소통 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었다.

인생교양 : 역사로 읽는 테크노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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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역사로 읽는 테크노사이언스”의 특·장점

과학기술 분야에 대해 도덕적 담론을 나눈다는 것은 여전히 어색하고 부담스러운 과정이었으나, 과학 사에 대해서는 이미 “한텍사”를 통해 익숙해진 상황이었다. 더욱이 “역텍사”의 다음과 같은 특·장점이 수업 참여와 학습을 쉽게 만들어 주었다. “사례 중심 수업”, “조별 논의 및 토론”, “친절한 교수님”이 그것이다.

수업 전반부에서는 “사례 중심 수업”이라는 특징이 유효한 효과를 보였다. 앞서 언급했듯 나는 과학은 어려워했으나 역사에 대해서는 익숙함과 흥미를 느끼는 학생이었으므로, 수업마다 1~2개의 “나쁜 과 학” 에피소드를 분석하고 논하는 과정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제2차 세계 대전 상황에서 전쟁 무 기가 개발되는 과정이라든지, 냉전 체제에서 미국과 소련의 우주발사체 기술과 관련된 설명하는 식이 그것이었다. 특히 후술할 장점인 “조별 논의 및 토론” 과정이 이러한 장점을 더욱 극대화해 주었다. 나 와 같이 과학기술 분야가 낯선 인문학·사회과학 전공 학생이라도 쉽게 적응할 수 있을 만한 구성이라 고 생각한다.

수업 후반부에는 “조별 논의 및 토론” 과정이 유의미한 도움을 주었다. 처음에는 과학기술 관련 용어 나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매주 교재를 읽고 연구노트를 작성하는 것이 힘들었다. 만약 내가 혼 자 공부했다면, 핵융합이 무엇인지, 상온 핵융합을 주장한 학자들의 이론이 대략적으로 무슨 내용인 지, 그 이론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상온 핵융합이라 는 주장의 사회적 도덕성을 고민하는 것은 훨씬 오래 걸렸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조원들과 서로 질 문하고 논의 및 토론을 진행하며, 혼자서 고민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었다. 각자 의 다양한 관점을 공유하며 새로운 방향으로 사고할 수 있었으며, 스스로 참여하며 지식을 익혔기에

수업 후반부에는 “조별 논의 및 토론” 과정이 유의미한 도움을 주었다. 처음에는 과학기술 관련 용어 나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매주 교재를 읽고 연구노트를 작성하는 것이 힘들었다. 만약 내가 혼 자 공부했다면, 핵융합이 무엇인지, 상온 핵융합을 주장한 학자들의 이론이 대략적으로 무슨 내용인 지, 그 이론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상온 핵융합이라 는 주장의 사회적 도덕성을 고민하는 것은 훨씬 오래 걸렸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조원들과 서로 질 문하고 논의 및 토론을 진행하며, 혼자서 고민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었다. 각자 의 다양한 관점을 공유하며 새로운 방향으로 사고할 수 있었으며, 스스로 참여하며 지식을 익혔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