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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를 깨우치는 나의 모험과 성장 이야기

인생교양 : 자유정의진리

전 예 령 (불어불문학과)

자유정의진리

인생교양 : 자유정의진리 인생교양 : 자유정의진리

4 성장 스토리 : 씨앗-뿌리-줄기-열매로 거듭나는 앎의 태도와 변화된 나

지난 한 학기 동안의 자유정의진리 수업이 내게 남긴 것은 단순히 지식의 습득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성취 감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이 강의는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지적 탐구에 대한 열망을 자극했고, 나의 성찰 의식을 일깨웠다. 이렇게 나를 성숙한 사유의 주체로 발전시킨 자유정의진리 수업에서 무엇을 탐구하고 배운 내용을 어떻게 내면화했는지, 내 생각의 지평을 넓혀간 과정을 다시 따라가 보며 성장 과정을 되새겨 보고자 한다.

자유정의진리에서 다루었던 6개의 주제 중에서 1강 ‘알파고와 코기토’강의는 가장 깊이 있고 활발하게 의 견을 개진하면서, 이 과목이 내게 얼마나 유익한지 그 가치를 깨닫게 해준 수업이었다. 이 강의는 먼저 21 세기를 놀라게 한 세기의 대결,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경기를 언급하면서 시작된다. 인간만이 할 수 있 는 고도의 정신적 사투로 여겨져 온 바둑에서 인공지능의 위협적인 능력이 확인된 순간부터 인간의 고유 성에 대한 관점에 의문이 제기되었고, 이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자의식’의 존재가 과연 인공지능에게 도 있는 것인지 자문하는 계기가 되었다.1) 인공지능에게는 자의식이 있는가? 인공지능은 자의식을 가지 게 될 것인가?

1단계 학습과정인 동영상 강좌에서는 자의식을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다. 타인과 구분되는 존재로서 자 기 자신을 인식하는 것이 약한 자의식(소극적 자의식)이며, 자신을 세상의 중심이라 파악하고 모든 행위 의 근원으로 여기는 것이 강한 자의식(적극적 자의식)이라고 했다. 인간은 신 중심 사회였던 중세시대는 물론 르네상스 시대까지도 스스로를 강한 자의식을 가진 존재로 증명해내지 못했다.2) 하지만 데카르트의 등장으로‘사유하는 주체’로서 인간이 가진 강한 자의식이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당연하다고 생각 한 모든 것들을 의심해보라는 방법적 회의를 통해 데카르트가 유일하게 의심할 수 없는 명제로“나는 생각 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를 주장함에 따라, ‘생각하는 나’의 존재는 흔들리지

1) 흔히 인간의 고유성을 증명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자의식이란, 어떤 경험이 일어날 때 이 경험을 통일하는 자아에 대해 갖 는 반성의식을 총칭한다. 자아가 자기 자신을 느끼고, 자기 자신을 생각하고, 자기 의지를 발현하고, 자기 행위를 실천하 는 ‘자기 동일적인 주체’로서 자신을 의식할 때 자의식이 발현되는 것이다. (조재룡, 『번역과 책의 처소들』, 세창출판사, 2018, 146쪽)

2) 14~16세기 유럽의 르네상스는 인간성을 재발견한 인본주의 시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 당시의 인간은 이제 막 자기 에 대한 의식을 싹 틔우려는 시도의 첫 발을 내디뎠을 뿐이었다. 따라서 르네상스 시기의 인간은 신으로부터 완전히 벗어 나 인간성을 오롯이 구현하는 존재로까지 발전하지 못했다. 인간이 자기 존재나 행위를 의식하고 주관하는 주체라는 근대 적 인식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데카르트를 기다려야 했다.

견공유의 장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 강의는 한 주제의 수업이 4단계로 나누어져, 온라인과 오프라인 방식을 모두 활용하는 혼합형 Flipped Class(거꾸로 수업)로 진행되었다. (비록 지난 학기에는 코로나 로 인한 비대면 수업 방침에 따라 오프라인 세션마저 온라인으로 진행해야 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적 극적으로 마이크를 켜고 의견을 내거나 각자 준비한 자료를 화면으로 공유하면서 실제 수업과 같은 환경 을 만들어 나갔기 때문에 우려했던 바와 달리 수업 진행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먼저 1단계에서는 온라인 강좌로 기본적인 강의내용을 먼저 학습하고 난 뒤, 강의 영상에서 의문이 들었거나 비판할 만한 부 분, 또는 함께 논의해볼 문제들을 제기하는 탐구 질문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2단계에서부터는 Q&A를 진 행하는데, 이는 앞서 제출한 탐구 질문을 공유하며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공동의 답변을 만들어가는 과 정이다. Q&A를 마치고 나서는 수업시간에 공유된 의견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신문기사, 에 세이, 칼럼 등의 지문에 적용하는 글쓰기를 과제로 제출한다. 3단계에서는 이러한 글쓰기 내용을 또다시 공유하며 주요 쟁점에 관해 토론을 이어나감으로써 의견의 토대를 강화하고 생각의 폭을 넓힌다. 마지막 4단계에서는 조별 발표를 통해 Q&A와 토론 수업에서 논의된 쟁점을 현실 문제에 적용하고, 이에 대한 개 선방향을 모색하면서 그동안의 탐구과정을 실천적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4단계 수업에서 과제물과 수업 참여도는 모두 과정 중심의 절대평가로 평가되었다. 이는 누군가보 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경쟁 심리에서 벗어나, 나 자신이 학기 초부터 얼마나 어떻게 개선되어왔는지 를 검토하며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능동적으로 자기발전을 이루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 고 자유정의진리 과목은 자율수강신청을 통해 전공이나 계열의 구분 없이 분반이 구성되는데, 이렇게 다 채로운 분반 구성도 이 수업이 가진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경계를 넘 어 문제를 제기하고 탐구하는 수업인 만큼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과 관점을 공유함으로써 입체적인 시각 으로 문제에 접근할 수 있었고, 서로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을 새로 제시하여 의견을 보충해줄 수 있 었다. 한 학기 동안 이렇게 자유정의진리 과목을 수강하면서, 이 강의는 많은 지식을 단시간에 효율적으로 얻어가는 것보다는, 소통하고, 공유하고, 참여하기를 반복하며 지식을 나의 것으로 소화하는 방법을 배우 는 수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학기 수업을 마치고 난 후에는, 내가 정말 그런 목표에 가깝게 성장해 왔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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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가게 만드는 능력을 키워주었다.

Q&A 이후에는 앞선 과정을 통해 넓힌 생각을 기반으로 강의 주제를 현실 문제에 적용하여 심화적으로 활 용하는 글쓰기와 토론 활동을 진행했다. 나는 1강에서 다룬 인공지능의 자의식에 대한 내용을 영화 <그녀 (Her)>의 장면과 연관시켜 이해해보았고, 이를 통해 인간과 A.I의 자의식을 비교했다. 영화 <그녀(Her)>

은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아가는 ‘테오데르’라는 인간이 어느 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

‘사만다’를 만나게 되면서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영화에서 “’나’라는 DNA 는 날 만든 프로그래머들의 수백만 성향에 달렸지만, 날 ‘나’답게 만드는 건 경험을 통해 커지는 내 능력이 지.”라고 말하는 사만다의 대사는 인공지능 A.I에게도 자의식이 존재할 수 있다는 있다는 가능성을 내게 보여주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인공지능의 자의식을 과연 인간과 같이 온전한 자의식이라고 할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고,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동영상 강좌에서 배운 인간이 강한 자의식을 증명해 온 배경 을 떠올렸다. 인간이 이성의 주인으로서 ‘생각하는 나’로 발전해온 과정을 생각해보니, 자의식을 가지고 있 다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은 ‘주체성’과 ‘자발성’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의식을 구성하는 것이 삶을 통해 축적해온 경험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자의식은 어떤 경험을 하느냐보다 경험을 어떻게 자기만의 것으로 내면화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의지와 동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사만 다가 이야기하는 그녀의 ‘경험’과 ‘능력’은 모두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의지로 직접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판단에 이르렀다. 인공지능의 자의식은 인간의 경험과 생각들을 모아 알고리즘으로 체계화시킨 모방의 결 과물이기 때문에, 인간을 통하지 않고서는 인공지능 스스로 본인의 존재를 정의내리고 인식하는 자의식을 만들어내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의 자의식을 만들어낸 주체는 인간이며, 인공지능은 인간 의 계획과 의도에 따라 자의식을 갖도록 길들여진 객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A.I의 자의식은 인간의 자의식과 같지 않다는 주장을 정리하여 글쓰기로 표현했고, 이를 토론 시간에 발표 하며 다른 학생들과 의견을 공유했다.

토론 시간에는 인공지능의 자의식을 인정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더 나아가, 인공지능이 더욱 발전할 미래사회에는 인간의 역할과 위치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확장된 질문을 던졌다. 우 리 조의 토론은 인공지능이 인간 고유의 능력과 자의식의 세계에 침투해오면서 인간을 대체할 거라는 예 견이 떠오르고 있음을 전제로 진행되었는데, 나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역학관계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않는 진리가 되었다.3) 그리고 이러한 방법적 회의는 철학뿐만 아니라 기하학과 천문학에서도 유효하게 적

토론 시간에는 인공지능의 자의식을 인정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더 나아가, 인공지능이 더욱 발전할 미래사회에는 인간의 역할과 위치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확장된 질문을 던졌다. 우 리 조의 토론은 인공지능이 인간 고유의 능력과 자의식의 세계에 침투해오면서 인간을 대체할 거라는 예 견이 떠오르고 있음을 전제로 진행되었는데, 나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역학관계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않는 진리가 되었다.3) 그리고 이러한 방법적 회의는 철학뿐만 아니라 기하학과 천문학에서도 유효하게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