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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보건의료제도는 효율적이고 형평성이 높으면서도 국민들의 만 족도 또한 높아야 한다. 이 세 가지 측면에서 어떤 선진국도 완벽한 보건 의료제도를 갖춘 나라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선진국은 무상의료에 가 까운 전국민 의료보장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국민 대다수에게 수준 높은 공적 의료서비스, 엄격한 의료전달체계 및 잘 갖추어진 일차의료시스 템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재정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또한 이들은 정부와 의 료인간의 긴밀한 협조 체계 등이 갖추고 있고 주치의제도를 일차의료의 근 간으로 한 의료전달체계를 갖고 있다.

주치의제도는 서비스 책임성의 기본 전제가 되는 지속성 유지 및 향상을 제도화한 것이며, 보건의료 서비스의 효율성, 형평성과 함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제도이다(최용준 2006). 1차 의료에서 주치의제도를 확립한 나라에 서는 접근성(accessibility), 포괄성(comprehensiveness), 지속성(continuity), 조정성(coordination), 책임성(accountability)으로 대표되는 1차 의료의 5가 지 영역을 두루 포괄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적절한 의료 자원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를 안내하는 의사가 필요하고, 아울러 의 료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의료전달체계가 필 요하다. 주치의제도는 의료전달체계를 갖추는데 핵심이며 이를 갖추진 못한 나라는 대부분 효율성과 형평성 중 한 가지, 혹은 모두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Starfield 등의 연구에서 보건의료의 접근성, 만족도, 보건의료 수준 이 높은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은 모두 엄격 한 주치의제도가 시행되는 국가이다(이재호, 2009).

주치의제도가 시행되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원하 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대통령만 주치의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자신들도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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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다. 문지기 역할을 하는 주치의를 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서 외래 진료비를 연간 $21을 적게 썼으며, 특수 전문의에게 의뢰되는 비 율이 0.3회 적었다(Martin DP1989).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려면 환자의 순 응도가 중요하고 아울러 복약 순응도가 중요하다. 그런데 선진국의 예를 보 면 주치의를 갖고 있는 국민이 그렇지 못한 국민보다 복약 순응도가 높고 만성질환 관리를 훨씬 잘 받는다(CDC, 2002, 세계보건기구 2003). 반면 문지기 역할을 하는 주치의 의사를 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외래 진료비를 적게 쓴다.

주치의제도의 원래 취지는 건강 문제는 평소 자신을 잘 알고 신뢰할만한 의사와 상의하고 교감을 하면서 치료받을 때 가장 잘 치료되므로 이런 지 속적이고 책임 있는 관계를 제도적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유럽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일차의료의 근간은 주치의제도이며 이 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국민 누구나가 주치의를 지정해야 하며 주치의를 통하지 않고서는 응급실 이외 병원에 접근할 수 없다. 환자와 환자의 가족은 주치의와 세세한 부분도 얘기를 나눌 수 있고, 전화 상담도 가능하며 왕진도 요청할 수 있다. 이들 국가에서 개원의는 단 독으로 개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여러 명의 의사가 공동으로 개업하여 진료 한다. 필요한 경우 야간 상담을 대행하는 기관이 있기 때문에 국민은 누구나 365일 언제든지 주치의 혹은 주치의 대행인과 상담하거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일차의료의사도 일정 정도의 가구 혹은 개인을 등록받은 후 진료 서비스의 양에 관계없이 일정한 수입을 얻는다. 일부 인센티브는 있지 만 일정액씩 월급 형식의 수입이 있기 때문에 환자를 많이 봐야 한다는 강 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므로 의사는 여유를 갖고 예방과 치료 서비스 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로서 직업적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유럽의 정책 결정자들도 일차의료가 비용을 줄이는 효과적인 대안이라는 점을 보면서도 아직도 고급화된 전문 진료에 비해 수준이 낮은 의료 서비 스로만 인식하고 있다. 아울러 일차의료 시스템 등 급진적인 의료개혁을 시 도하고 있는 동부 유럽 등의 일부 국가에서 일차의료 강화 효과를 입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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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에는 아직 시간이 부족하다. 하지만 프랑스, 독일과 같이 주치의제도가 미약했던 나라에서 주치의제도를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일부 성 공을 거두고 있다(최기춘 2006, 정현진 2007). 결국 일차의료를 강화하면 서도 효율성과 질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가 확고한 철학을 갖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국민, 의료인, 정부 3자가 모두 완벽하게 동의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어 느 정도 동의하고 현실화될 수 있는 수준의 주치의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전제가 되는 것은 국민이나 의료인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스템을 구 축하는 것이다. 즉, 국민이 주치의를 정하고 이를 우선 이용하기로 약속하 고 실제 그렇게 이용한다면 가입자에게 일정한 자기부담금을 refund해주는 제도이다. 국민은 동네의원의 단골의사를 주치의로 정하고 의무적으로 그 의사를 일차로 이용하여야 한다. 대신 6개월마다 혹은 1년마다 이용에 따 른 자기 부담금 중 일부, 예를 들어 10%를 refund받게 된다. 주치의는 등 록한 환자에 따라 일정 금액(예를 들어 년 2만원)의 관리료를 받는다. 단 등록한 환자가 6개월간, 혹은 1년간 1차로 주치의를 찾아야 하며, 정부에서 정한 일정한 양식의 기록(예를 들면 정부에서 주치의제도를 관리하는데 최 소한의 행정적인 서류)을 정부에 제공하여야 한다. 제도 초기에는 의료서비 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해야하는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우선 참여할 가 능성이 높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주요 만성질환을 가진 국민들이 내과나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주치의로 정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 경우 인센티 브를 주는 만성질환 중심의 낮은 단계의 주치의제도를 고려할 수 있다(이 재호, 2009). 하지만 주치의제도를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한정할 이유 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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