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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절 기존 인구정책에 대한 생각

3. 인구정책 대상으로서의 분노

인구정책 대상을 설정하는 데 있어 여성들의 극렬한 분노를 일으킨 사 례가 있었다. 2016년 12월에 공개된 행정자치부의 ‘대한민국 출산지도’

는 지자체 간의 출산율 경쟁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행정자치부 보도자 료, 2016.08.25.), 지도에 가임기 여성 수를 기재함으로써 여성을 하나의 인간이 아닌 ‘출산 기계’ 혹은 ‘가축’으로 취급한다는 비판을 받았다(오마 이뉴스, 2016.12.29.; 중앙일보, 2016.12.29.). 이후 행정자치부 사이트 에서는 출산지도가 사라졌지만, 여성들의 분노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여성들은 “출산의 도구”(I5)나 “동물”(G4-1), “자원 취급”(G4-2)을 당 하는 데에 “불합리하다”(G4-1)고 느꼈으며, 심지어는 “강간해서 애 낳으 라는 건가”(G4-2)라는 생각까지도 들었다고 대답하였다. 또한 이러한 정 책은 출산에 대해 “여성에게만 짐을 지우는 것”(G6-3) 같다는 느낌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임기 여성이라고 호칭을 그냥 공적인 문서에다가 호칭을 쓴 거는, 1번 여자는 가임의 도구가 아닌데. 출산의 도구가 아닌데 왜 그렇게 쓰지? 2번 가임기 여성에 대해서 어떻게 도대체 생각하고 있으면 그 걸 지도로 만들었을까? [I5, 수도권 정규직, 28, 여]

너무 동물 말하는 거 같아요. 막 개구리는 사월부터 유월까지 산란기 입니다. (일동웃음) 그리고 여기에는 개체가 부족하니까 이 동네에 개 체를 옮겨야 합니다. (웃음) 이런 거 생각나고. 너무 동물 취급하는 거 같아서 씨 뭐지 이게? 너무 불합리 하다고 생각했어요. [G4-1, 수도권 정규직, 32, 여]

거기 가서 강간하라는 건가? 강간해서 애 낳으라는 건가? 애를 낳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 여성에게 꼬리표를 붙이고, 약간 등급을 나누는 거 같잖아요. 애를 낳을 수 있는 것은 여자 못 낳는 사람은 여자가 아니다. 약간 이런 느낌도 들고. 되게 의도가 의심스럽더라구요. (중 략) 제가 왜 기분이 나빴는가를 생각해 봤더니 제가 자원 취급당하는 기분이었어요. [G4-2, 수도권 정규직, 28, 여]

요즘에는 저출산도 저출생이라고 표현하자 이런 이야기도 있잖아요.

그런 가임기 여성지도만 뿌리고 저출산이라고 하고 이런 것도 아직까 지도 여성에게만 짐을 지우는 것 같아요. [G6-3, 수도권 비정규직, 26, 여]

남성들은 출산지도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수도권 이 아닌 지역에 거주하는 남성들은 모두 출산지도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응답하였다. 출산지도가 가임기 여성의 수를 표시한 지도라는 데 대해서 는 강원도 20대 남성들만 “상품화”(G11-5), “약간 불편함”(G11-5)과 같 은 비교적 간결한 대답이 있었고, 충청도, 경상도 지역의 20, 30대 남성 들은 모두 의견이 없었다. 수도권 직장인 남성 또한 들어본 적이 없는 경

우가 많았고, 관련한 의견은 정부가 왜 그러는지 “목적을 모르겠”(G3-3) 다는 수준에 그쳤다.

되게 상품화하는 느낌인 것 같은데. 노골적이라고 해야 하나, 약간 좀 불편한? [G11-5, 강원도 비정규직, 25, 남]

가축 같은. [G11-3, 강원도 비정규직, 25, 남]

그걸 그냥 산부인과에서 여성 개인이 가서 자신의 생체 나이? 이런 걸 했을 때는 알아서 쓰라고 하는데, 이걸 정책상 고려를 해야 하는 건가? 보건복지부에서 진짜 여성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차원에서 고려했을 때는 ‘그렇다’ 하는데, 지도를 만들어서 행안부에서 했다고 하면 도저히 목적을 모르겠어요. [G3-3, 수도권 정규직, 25, 남]

그러나 수도권 남성 대학생집단에서는 출산지도를 저출산 정책과 관련 된 내용으로 먼저 언급했을 뿐 아니라, 여성들이 불편해하는 지점을 알고 있었다. 학교 수업, 관련 시위를 통해 관련 정보를 습득했으며, 용어 사용 에 있어 “조심해야겠구나”(G1-5)라는 생각까지 이어졌다고 대답하였다.

수도권과 그 외 지역의 대학가에서 공유되는 분위기의 차이, 수도권에 서 비교적 자주 볼 수 있는 각종 집회와 시위의 현장이 성 평등 관점에 영 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단편적으로나마 남성들의 성 평등 인식이 청년 이라는 범주 내에서도 지역, 연령에 따라 달라짐을 알 수 있었다.

굉장히 부정적인 사례지만, 그 저출산율이 심각하다고 해서 예전에 정부에서 내놨던 데이터인지 지표인지 굉장히 충격적이면서 인상 깊 었던 게. 우리나라 지도를 그려놓고 시군구별로 아마 이분들은 아실 거예요. 20대 가임기 여성 퍼센테이지를 표시해 놓았더라고요. 굉장

히 충격적이라고 생각을 했고. (중략) ‘굉장히 사람을 너무 수단적으 로 생각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고. [G1-3, 수도권 대학생·취 준생, 25, 남]

교과서에서나 많이 들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최 근에 그거 관련해서 시위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가임기 여성분들 의, 가임, 그분들에게는 그게 단순히 ‘자신을 수단이나 공장처럼 느꼈 으면은 기분이 나빴겠다.’ 싶어서 ‘이런 거는 표현도 조심해야 하고 문제가 있겠구나.’라고 그 때부터 인식을 했어요. [G1-4, 수도권 대 학생·취준생, 23, 남]

학교 수업에서 접했었는데, 사실은 저도 그걸 접했을 때 ‘이게 문젠 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거 같아요. (중략) 주변에 친구들 중에 서 가임기 여성, ‘나 임신 가능한 기간이야.’ 이렇게 했을 때도 ‘그냥 뭔 소리 하는 거야.’라고 넘기는 친구들도 되게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 기도 하거든요. 근데 이게 마치 ‘여성 도구화하고 이런 과정에 문제가 있다.’라고 알려주고 나서 ‘아 그랬구나. 조심해야겠구나.’ 하고 나아가 는 게 중요한 거 같긴 해요. [G1-5, 수도권 대학생·취준생, 23,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