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ODA 공공행정 분야 지원 전략
본 연구에서는 ODA 수원국의 공공행정 역량 수준을 진단하고 공공행정 분야에 대한 ‘한 국형 ODA 모델’ 개발 및 ‘맞춤형 원조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세 가지 접근방법을 제시한 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 및 일본의 국가발전에 따른 공공행정 역량강화 제도(공무원 교육 훈련제도)의 변천과정을 유형화함으로써 ODA 수원국의 사회･경제･정치적 환경에 적합한 공공행정 역량강화 방안을 제시한다. 두 번째는 ODA 수원국24)의 공공행정 역량강화를 위 한 행정제도 및 공무원 교육훈련 시스템을 분석함과 동시에 공공행정 분야의 취약점 및 개 선점을 파악하여 우리나라 발전모델에 적용한다. 세 번째는 거버넌스와 공공행정 역량의 수 준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를 활용함으로써 ODA 수원국에 필요한 전략과 우선순위 사업들 을 제시한다.
제1절 국가발전단계별 공공행정 역량강화
제5장 ODA 공공행정 분야 지원 전략
69
을 3단계에서 5단계까지 구분하였으며, 이를 종합하여 본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공공행정 역 량강화를 노력의 시기를 총 4단계로 구분하여 살펴보도록 한다.1) 공공행정 역량강화를 위한 준비기(1948년~1960년)
이 시기 우리나라는 일제 식민지로부터 막 벗어난 신생국이었지만 독립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전쟁을 경험하는 등 최빈국의 지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 시기에 는 국가혼란과 사회불안을 해소하는 일이 급선무였으며 국가발전 당면과제로는 6･25 전쟁 으로 인한 피해 복구, 빈곤퇴치, 치안질서 확립 등을 통한 경제적 안정 및 자립기반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러한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정의 역할은 주로 정부조직 의 말단에서 일제 통치를 지원하던 기존의 역할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이 시대의 공직자들에게는 기존에는 없던 행정실무 능력이 요구되었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1949년 3월 21일 국립공무원훈련원이 설치되며 우리나라 공무원 교 육훈련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국립공무원훈련원은 “1949년 6월에 총리령 제16호로 발효된 국립공무원훈련원규정”에 근거하고 있었으며(KDI, 2013: p. 26), 1961년 공무원훈련법이 제 정되기 이전까지 공무원 교육훈련을 담당하였다. 이와 함께 9개의 교육훈련 기관이 신설되 었는데, 경찰, 법무, 체신, 보건, 교통 등 사회적 혼란을 극복하고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분야가 가장 먼저 신설되었다. 또한 이 시기의 공무원 교육훈련 은 일제 강점기 공무를 담당하던 관료에 대한 보수교육과 새롭게 충원된 관료들을 대상으 로 하는 신규 채용자 교육 및 기본교육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는 식민지 해방과 전쟁을 겪으며 처해진 열악한 경제여건으로 인해 공무원 교육훈련에 책정되는 예산이나 지원이 턱 없이 부족했으며, 교육훈련에 대한 공직사 회의 무관심까지 더해져 형식적이고 즉흥적인 교육훈련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김신복, 1999;
강승규, 2005; 이근주, 2010; KDI, 2013). 게다가 이 시기에 이루어진 모든 공무원 교육훈련 은 총리령이었던 국립공무원훈련원규정에 근거하고 있어 사실상 아무런 법적･제도적 체계
가 잡혀있지 않은 상태로 지속되었다.
2) 공공행정 역량강화를 위한 도약기(1961년~1972년)
이 시기 우리나라는 1962년 ‘경제개발5개년계획’ 이 수립되는 등 본격적으로 국가 주도적 경제개발이 시작되었던 단계로서 사회 및 경제가 발전하는 데에 필요한 능력을 갖춘 공무 원 양성이 요구되었다. 이전까지는 공무원 교육훈련이 사회적 혼란 극복에 필요한 기초적인 행정실무를 습득하는 것에 그쳤다면, 이 시기부터는 경제개발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바 탕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요구되었다. 이와 함께 군사정변에 성공한 직후 들어선 새 정부는 정부 전 분야에 걸쳐 의욕적인 개혁을 추구하였고, 공무원 교육훈련 체계 역시 개혁의 대상이었다. 특히 군사정변을 통해 정권을 잡아 정당성이 다소 부족했던 당시 정부 고위층에서는 공무원 교육훈련을 통해 공식사회의 기강을 잡고자 했으며, 이러한 적극 적인 의지가 반영되는 과정에서 공무원 교육훈련 체계가 본격적으로 갖춰지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 공무원 교육훈련의 시대별 변화를 분석한 정찬동의 연구에 따르면, 이 시기 국 가 경제발전에 필요한 공무원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훈련의 주요 목표로는 “후진국 경제개 발의 당면과제 이해, 국가행정의 전반적 이해, 발전행정 관리기법 습득”(2010: p. 72)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으며, 법･제도적 측면에서는 1961년 공무원훈련법이 제정되고 중앙공무 원교육원이 설립되면서 비로소 공무원 교육훈련이 법적･제도적 근거 아래서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이와 함께 당시 중앙인사행정기관이었던 “총무처에 교육훈련과가 신설되면서 공무원 교육훈련과 관련된 종합적인 계획 수립 및 조정기능을 담당하도록 조직 체계”가 갖 추어졌다(강승규, 2005: p. 7). 또한 공무원 교육훈련 과정에 ‘경제인 특별반 과정’을 설치되 며 공무원이 정책 능력 배양을 통해 국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이 밖에도 당시 정부는 공무원 교육훈련 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1963년 중앙공무원 교육원 청사를 신설하였고, 1964년에는 해외의 공무원 교육훈련 체계를 살펴보기 위해 현지 방문 시찰단을 구성하였으며, 1971년에는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을 차관급으로 승격시켜 공
제5장 ODA 공공행정 분야 지원 전략
71
무원 교육훈련의 기능 및 위상을 강화”하였다(KDI, 2013: p. 28).위와 같은 노력을 통해 당시 정부는 공무원 교육훈련의 법적･제도적 기틀을 마련하였으 며, ‘경제인 특별반 과정’ 등과 같이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교육훈련 프로그램은 공무원 들의 발전행정 관리기법 습득과 경제발전을 위한 정책능력 제고 등을 가능하게 하였다. 향 상된 공무원들의 능력은 경제･사회 전 분야 발전의 토대로 작용하여 그 결과 우리나라 경제 개발의 시작점이었던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과 ‘제2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의 수립과 성 공적인 집행으로 이어졌으며, 1961년부터 1972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8.45%를 기록하 기에 이른다.
3) 공공행정 역량강화를 위한 발전기(1973년~1998년)
(1) 1973년∼1980년
제1차, 제2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의 성공적인 집행으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는 급성장을 이 루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후의 국가적 관심은 급속도로 이루어진 경제성장을 꾸준히 이어가 고 지속가능하도록 유지하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산업부문에서 경공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중공업 위주로 과감하게 변화시키는 경제성장 전략을 취하는 한편, 사회부문에서는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서 국민들의 근면성과 협동정신을 고취시키는 새마을운동을 추진하 였다. 최초 새마을운동은 농촌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었으나, 점차 근대화 운동으로 변모하며 당시 정부의 최우선 과제였던 농촌 및 도시의 빈곤퇴치와 맞물려 전국적으로 확 산되었다(한국학중앙연구원, 2011)25). 이 과정에서 국가･사회적으로 필요했던 공무원의 능 력은 일선에서 새마을운동을 효율적으로 운영･관리하며 소규모 마을 단위부터 중앙부처 수 준까지 국가발전 동력을 끌어 모으는 역량이었다. 따라서 이 당시에는 현실적으로 실무에 바로 적용이 가능한, 실용적인 공무원 교육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25) 한국학중앙연구원.(2011). 새마을운동.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ndex. 검색일-2013년 10월 29일.
이러한 국가･사회적 요구에 발맞추어 당시 공무원 교육훈련의 주된 목표는 “새마을운동 추진 역량 강화와 근대화 및 국가발전을 위한 공무원의 능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정찬동, 2010: p. 72). 그러나 이전까지 공무원 교육훈련의 법적 근거가 되었던 공무원훈련 법은 지나치게 획일적이고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한계가 존재하였기에 보다 구체적이고 강 력한 규정을 담은 공무원교육훈련법이 1973년 제정되었다. 법의 제정을 통해 정부는 공무원 들을 대상으로 하는 의무교육을 5년 주기로 강화하였으며, 직장에서 상급자를 통해 이루어 지는 현장교육(OJT: On the job training)이 가능하게 함으로서(이근주, 2010; KDI, 2013) 공무 원들이 업무공백 없이 단 시간 내에 국가 및 국민들이 원하는 요구사항에 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이밖에도 교육훈련 프로그램에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새마을운동 정신･이념 교육이 새 롭게 추가되었고, 새마을운동의 효과적인 확산을 위해 정책홍보 기능이 주목받기 시작하면 서 공보행정 과정도 신설되었다. 또한 경제발전을 위한 정책능력 강화와 발전행정 기법 습 득 및 적용 등을 전문적으로 교육할 교관 인력을 위해 교관훈련반, 현대관리기법교관 과정 이 새롭게 설치되었다. 또한 군사정변 이후 제정되어 지나치게 획일적인 군대식 교육이 주 를 이뤘던 공무원훈련법에 비해 “기획예산제도연구반, 투자사업심사교관요원반, 물자관리실 무자반, 회계행정반 등 보다 참신하고 다양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신설되며 프로그램의 양 적 확대”를 이루게 된다(정찬동, 2009: p. 96-99).
위와 같이 공무원 교육훈련이 시대적 요구에 맞춰 경제성장과 새마을운동의 확산을 위한 실용적인 교육에 치중한 결과 새마을운동이 성공적으로 전국으로 펴져나갈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1970년대 우리나라는 연평균 10%에 육박하는 고도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사 회･경제적으로 급속한 발전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제5장 ODA 공공행정 분야 지원 전략
73
<그림 5-1> 국내총생산 변화(1970∼1980년)
출처: e-나라지표.(2013).26)
(2) 1981년∼1992년
이 시기는 공무원 교육훈련이 정치적 요인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았던 시기로 볼 수 있 다. 1979년 유신체제가 막을 내렸지만 1980년 8월 군부에 의한 독재가 다시 시작되면서 전 두환 정부는 시작부터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게 되었다. 따라서 이 당시 정부는 국민 들의 반발을 억제시키고 정치적 혼란을 극복하여, 당시 고도성장의 정점에 다다르던 경제발 전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위해 정부로서는 국민들의 의식 을 개조하고 공직사회 내에서 새로운 공무원상을 정립하여 통제력을 강화시키는 것에 집중 을 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당시 공무원 교육훈련은 강력한 정신교 육･이념교육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이후 정치적 안정기에 접어듦에 따라 공무원 교육훈 련의 흐름은 88올림픽 개최 역량 강화, 복잡해진 행정환경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 인력 양성 등으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였다.
1980년대 초 정치적 혼란 속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 지도층의 의지로 인해 이 시기 에는 공직자에 대한 정신･이념 교육이 강조되었다(김신복, 1999; 강승규, 2005). 이밖에도
26) e-나라지표.(2013). 국내총생산 및 경제성장률. http://www.index.go.kr/egams/stts/jsp/potal/stts/PO_STTS_IdxMain.jsp?idx_cd=
2736. 검색일-2013년 7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