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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문서에서 R&D 성공실패사례 에세이 (페이지 84-91)

연구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가 맡은 일’이다

ReSEAT 전문연구위원 이태호

로운 연구개발 과제가 주어진 상황을 떠올려 보자. 모두 들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나가는 과 정이기도 하니, 상기된 마음으로 앞으로 과제 수행을 방향을 머 릿속에 그려갈 것이다.

내가 맡았던 고온고압 연소관에 대한 연구개발 업무를 예로 들면, 이 연구개발은 여러 가지의 부품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우선 크게 대별하여 형상을 만들고 있는 특수강 계열의 연소관, 그리고 이 연소관을 고온과 고압에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내열 부품, 연소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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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하는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하자 발생을 미연에 방지함과 동시에 문제 발생 시 원인을 찾아가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부품 중에서 나는 연소관 전체를 총괄 담당하였다. 실링과 체결 부품은 연구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신입 연구원에게 맡겼다. 모든 연구원들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수개월간 과제에 몰두해 연소관 개발을 진행했다. 그리고 어느 날, 연소관 자체의 수압 시험을 수행하였다.

연소관에서 연소가 이루어질 땐 가스 상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공압 시험을 해야 한다. 하지만 공압 시험 시 파괴가 발생하면 엄청난 파편의 비산으로 인한 위험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수압 시험을 진행한다.

연소관의 원통형 부위는 돔 부위와 연결 및 실링까지 마친 상태로, 연소 시험만 하지 않았을 뿐 모든 조건을 유사하게 갖춘 상태에서 시험을 진행하게 되었다.

연구개발 단계에서 최초로 이루어지는 압력 시험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지대한 관심이 쏠리는 경우도 있다. 특히 연소관이 대형인 경우에는 지상에서의 연소 시험 못지않게 긴장감이 들기도 한다. 시험 결과, 다행스럽게도 예상 최대 압력보다 120% 이상 높은 상태에서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이렇게 되면 연소관 외형의 개발은 90% 이상 성공한 것이다. 물론 최종 결과는 실제 연소 시험을 거쳐야 하는 과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렇게 수압 시험에서 통과한 경우라면 문제가 생기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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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O’링에 대한 연구는 막내 연구원에게 맡겨둔 것이 어찌 보면 화근이었다. ‘O’링은 높은 압력에도 찌그러지지 않고 형상을 유지해야 기밀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부품 연결 시에는 찢어지는 등 파손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조립된 상태에서도 원래의 탄성으로 복원되어야 기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 생각할 부품이 아니다. 그러니 어느 면에서는 소홀히 다룬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압력만의 상태에서 ‘O’링이 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 고온고압이라는 점이다. 고온에서도 성질을 유지해 주어야 하는 것이 필수 조건이다. 이제 모든 초점은 ‘O’링으로 집중되 었다. 소재에 대한 고민부터 다시 시작되었고, 실리콘 고무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현 시점에서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겠지만, 3, 40년 전의 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 당시에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으로 여겨질 것이다. 여하튼 실리콘 고무를 사용해

‘O’링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하루 이틀 안에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당시 ‘O’링을 만드는 업체는 영세한 업체였고, 실리콘 고무 소재를 사용한 ‘O’링은 만들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더욱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런 경우에 해결 방안은 우선 합당한 범위 안에서 ‘O’링을 수입해 사용하고, 동시에 국산 자체 개발을 병행하는 것이다. 다행 스럽게도 다행히도 시의적절한 선택으로 수입한 ‘O’링이 문제의 확산을 막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한편, 국산 자체 개발을 추진하던 중, 두 가지 문제점에 봉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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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O’링 개발과 관련된 본 경험을 통해 연구개발 과제에서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의 우선순위를 따질 수 있는 부품의 순위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누구도 중요한 순위가 없다고 단정 지을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기준으로 나눈 중요도 순위가 당연하다고 쉽게 확신하는 사람도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O’링의 사례에서 봤듯, 어떤 문제가 일어나면 아무리 사소하게 여겼던 부품이나 과정이라도 시스템 전체의 성공 여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의 경험은 어떤 작은 부품, 어떤 과정이라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일깨워 준 귀중한 기억 으로 남아있다. 나는 모든 개발자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연구개발 에서 개발품의 중요도에 대한 우선순위는 연구 개발자 본인의 책임감과 선택에 달려있다고. 본인이 맡고 있는 연구개발품이 어떤 것이든지 그것에 집중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세상에 ‘그냥’ 되는 일은 없다. 모든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수행해나가는 사람만이 그 과제를 무사히 성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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