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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적 숭고와 역학적 숭고

문서에서 쇼펜하우어의 예술론 연구 (페이지 29-32)

Ⅲ. 칸트의 미와 숭고개념

4) 수학적 숭고와 역학적 숭고

칸트는 숭고를 ‘수학적 숭고’와 ‘역학적 숭고’두 가지로 구분하는데, 앞서 살펴본 무한

69) KU, B77.

70) KU, B76.

71) 안성찬, 위의 책, 137쪽.

72) KU, B75.

정적이고 몰형식적인 표상과 관련한 것이 수학적 숭고이다. 수학적 숭고는 “단적으로 큰 것(Was schlechthin groß ist)”이라고 정의되는데, 여기에서 단적으로 큰 것은 “일 체의 비교를 넘어서 큰 것(absolute, non comparative magnum)”73)을 의미한다. 그것 은 수학적 평가로 가늠될 수 있는 양과는 다른 것인데, 왜냐하면 수학적 크기란 계속해 서 단위를 더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더 큰 양의 크기를 얻을 수 있고 따라서 그것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적 판단에 있어서는 “그것을 넘어가는 어떤 보다 더 큰 것도 주관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절대적인 척도”가 상정될 수 있으며, 그것은 “숭고한 것의 이념을 수반하고, 수들에 의한 어떤 수학적인 크기 평가도 일으킬 수 없는 감동을 만들어낸다.”74) 여기에서 절대적인 척도로 판정되는 크기란 한정되지 않은 무한정적 크 기이며 합목적적인 판단에 도달하지 못하는, 따라서 미적 판단력에 반목적적인 몰형식 의 크기라 할 수 있다. 즉 상상력의 한계를 아무리 확장시킨다 하더라도 그것의 전체를 표상할 수는 없는 무한한 크기 앞에서 갖는 외경의 감정75)이 곧 수학적 숭고 경험이다.

수학적 숭고를 불러일으키는 대상과 관련하여 칸트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든다.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에 처음 들어서는 구경꾼을 엄습하는 경악 내지 일종의 당혹도 충분 히 설명할 수 있다. 무릇 이 경우에는 상상력이 전체의 이념들을 현시하기에는 그 이념들 에 대해 부적합하다는 감정이 드는바, 이런 감정 속에서 상상력은 자신의 최대한도에 이르 러 그걸 확장하려고 애를 써도 자기 자신 안으로 빠져드는데, 그러나 이로 말미암아 상상 력은 하나의 감동적 만족으로 옮겨 놓아진다.

76)

수학적 숭고가 무한정의 크기와 관련된 판단이라면 역학적 숭고는 위력(Macht)과 강 제력(Gewalt)에 관련된다. 위력이란 “커다란 장애들을 압도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으 며, 어떤 위력이 다른 위력의 저항을 압도할 때, 그것은 지배하는 힘이며, 이를 강제력 이라 말한다. 미적 판단에 있어서 “아무런 강제력도 가지지 않는 위력”으로 간주될 때 이는 “역학적으로 숭고한 것이다.”77) 역학적 숭고는 상상력이 표상하지 못하는 거대한 힘을 마주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미적 감정으로서 칸트는 주로 인간이 저항할 수 없는

73) KU, B81.

74) KU, B87.

75) 김상봉, 「칸트와 미학: 칸트와 숭고의 개념」, 칸트연구 Vol.3, 1997, 247쪽.

76) KU, B88.

77) KU, B102.

위력적인 힘으로 대자연의 예를 들고 있다.

기발하게 높이 솟아 마치 위협하는 것 같은 암석, 번개와 천둥소리와 함께 몰려오는 하늘 높이 솟아오른 먹구름, 온통 파괴력을 보이는 화산, 폐허를 남기고 가는 태풍, 파도가 치솟 는 끝없는 대양, 힘차게 흘러내리는 높은 폭포와 같은 것들은 우리의 저항하는 능력을 그 것의 위력과 비교할 때 보잘것없이 작은 것으로 만든다.

78)

역학적 숭고의 중요한 특징으로 그것이‘공포(Furcht)'를 수반하는 쾌라는 점인데, 여기 에서 공포의 감정이 쾌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공포가 물리적이고 실제적인 위협에 의한 것이 아닌 단지 심미적으로만 위협이 되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실제의 위협에 의해 발생되는 공포는 물리적으로 내가 위험에 처하여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의 감 정이지만, 심미적인 공포는 위협이 실제적이지는 않지만 그럴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상황의 감정이라 할 수 있다. 즉 위협이 실제의 현실인가, 단지 가능성 만으로 존재하는가의 차이다. 이러한 공포의 감정에 대한 서술에서 버크가 말하는 안도 감으로 전이되기 위한 조건으로 거론되는 자기보존의 개념과 그 관련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버크가 이러한 숭고의 체험을 자연법칙이라고 부르고 있는 물리학적 측면 에서의 안전과 관련한 안도감의 차원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반해 칸트는 자연에 의한 피규정성을 넘어서는 인간 정신의 능동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별된다.79) 버크가 숭고의 감정을 육체적 생존의 자기보존의 차원에서 정의한다면 칸트는 이러한 생존적 본능을 넘어서는 사유의 힘, 고양된 정신에서 숭고의 본질을 찾는다. 육체적인 존재로서 바라보는 버크의 관점에서라면 인간은 거대한 크기, 압도적인 위력 앞에서의 간단하게 제압될 수 있는 미약한 존재이지만, 칸트에게 인간은 무한한 크기와 상상할 수 없는 위력 앞에서도 이를 이성의 사유 안에서 무제약자의 이념 아래 포섭할 수 있 는 척도를 지니고 있는, 자연을 넘어서는 우월한 존재이다. 칸트는 수학적, 역학적 숭고 개념을 통해 인간 이성의 초월성80)을 미적 판단의 차원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78) KU, B104.

79) 안성찬, 위의 책, 141쪽 80) 정다영, 위의 책,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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