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독립적인 자아와 부담을 감수하는 자아는 어떻게 ‘화해’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샌델은 인간을 ‘서사적 존재’로 보는 매킨타이어의 주장을 빌려와 논의를 진전시킨다. 잘 알려진 것처럼 매킨타이어는 인 간을 자발적 존재로 간주하는 시각에 대해 ‘서사’라는 개념을 대치시 킨다. 그에게 인간은 무엇보다 이야기하는 존재이며, 서사적 탐색을 거듭하는 가운데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 간주된다. 바꿔 말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나는 어떤 이야기의 일부인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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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면 자유주의가 중시하는 '자아'는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처음부터 어떤 이야기 속에서만 모습을 나타내는 '서사적' 존재로 간주된다. 그 리고 그 서사(이야기)에는 반드시 타인이 포함된다는 점에서 서사적 자아는 타인에 대한 '책임'을 동반하게 된다.
샌델은 매킨타이어의 '사서적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자유주의는 개 인의 어떤 선택에 앞서 존재하는 의무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자유주의가 인정하는 의무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인 간이기에 생기는 ‘자연적 의무’이고 다른 하나는 합의에 의해 생기는
‘자발적 의무’이다. 자연적 의무가 인간으로서 다른 인간에게 지는 의 무라면 자발적 의무는 자연적 의무처럼 보편적이지 않고 특수한 것이 다. 예컨대 누군가에게 약속을 했다는 그것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 이 런 의무에 관한 자유주의의 설명에 따른다면 일반 시민은 다른 시민 에게 자연적 의무만을 부담할 뿐 다른 의무를 지지 않는다.
그런데 샌델은 이런 자유주의의 발상에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우 연적인 관계, 예를 들어 '한국인으로서의 책임'과 같은 것은 고려의 대 상에서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자유주의는 모든 사 람을 구속하는 보편적 책임(자연적 의무)이거나 아니면 자신이 합의한 것에 대한 개별적 책임(자발적 의무)만을 고려한다. 반면 샌델은 인간 이 어떤 공동체의 일원이기 때문에 짊어져야 하는 책임과 도덕적인 의무가 있다는 사고방식이다. 그것은 그 사람이 합의해서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을 서사적 존재로 보는 사람들에게 의무에 대한 이런 자유주의적 설명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시민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특별한 책임을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시민을 가족, 국가, 민족의 구성원이자 그 역사를 떠안은 사람, 공화국의 시민으로 이해하려면 충직과 책임이
라는 도덕적 힘에 의지해 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유주의의 설명은 그런 충직과 책임을 언급하지 않는다. 서사적 관점에서 보면 그러한 정 체성은 도덕과 정의를 고민할 때 배제해야 하는 우연적 요소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모습이며 따라서 거기에는 당연히 도덕적 책임이 따른다 (마이클 샌델, 2010, 314).
샌델은 자연적 의무도 아니고 자발적 의무도 아닌 이 세 번째 범주 의 의무를 ‘연대 의무’ 또는 ‘소속 의무’라고 정의한다. 그것은 자연적 의무와 달리 보편적이지 않고 특수하지만 동시에 거기에는 우리가 떠 안아야 할 도덕적 책임이 뒤따른다고 샌델은 말한다(마이클 샌델, 2010). 그리고 이 책임은 공동체의 다른 사람들을 이성적 존재에 앞서 역사를 공유하는 존재로 인식한다(마이클 샌델, 2010). 그러나 합의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발적 의무와 구별된다. 샌델은 이 책임에 담긴 도덕의 무게는 소속된 자아라는 도덕적 고민에서 그리고 내 삶 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포함된다는 인식에서 나온다고 말한다(마이클 샌델, 2010: 314).
샌델이 생각하는 자아는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부담을 감수하는 존 재인데 여기서 말하는 부담은 공동체에 대한 부담이다(마이클 샌델, 2010). 이런 부담이 성립하는 이유는 인간은 선택에 앞서 어떤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유주의가 간과했던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특별한 의무가 발생한다.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통해 현재세대는 앞선 세대의 행위에 대한 부담을 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시점을 미래세대로 옮겨서 생각하면, 현재세대는 미래세대가 짊어질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책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샌델 의 논의는 공동체와 개인 사이의 '연대 의무'라는 것을 통해 세대 간 연대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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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히 벡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