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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법제상 수탁자의 정의와 의무

미국과 영국은 수탁자책임문제에 관한 논의의 발상지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수탁자 책임에 대하여 1974년 이전에는 전적으로 판례법에 의존하고 있었으나 ELISA 법의 제정으로 엄격한 성문법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충실의무, 선관주의의무, 분산투자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1. ELISA법상의 정의와 의무

이 문제와 관련 미국에서 주로 인용하는 법은 1974년에 제정된 미 국의 종업원퇴직소득보장법(Employment Retirement Income Security Act

117) 수탁자의 선관주의의무는, 수탁자가 선량한 관리자로서 기울여야 할 주의를 가 지고 신탁재산을 관리처분하여야 한다는 의무이다. 즉, 타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자 일반에 대하여 사법상 부과된 의무이다. 이것은 민법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로서 관 리자의 개인적, 구체적인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거래상 일반적으로 평균인에게 요 구되는 정도의 주의의무로서, 그 자가 종사하는 직업 또는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주의를 말한다.

of 1974: ELISA)이다. 이 법에서는 퇴직연금 「수탁자」를 매우 포괄적 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서는 기금운영에 관해 재량권을 가지고 있는 자는 모두 수탁자이며, 수수료를 받고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수탁자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ELISA 법상의 수탁자의 범 위를 보면 ⓐ 제도의 관리에 관하여 재량권 내지 지배력을 갖는 자,

ⓑ 제도의 자산의 관리 내지 처분에 관한 권한 또는 지배력을 갖는 자, ⓒ 제도의 자산 내지 기타 재산에 관하여 직간접적으로 유상으로 투자조언을 하는 자, ⓓ 제도의 운영에 관하여 재량권을 갖는 자 등 으로 되어 있어 근로자 이외의 퇴직연금제도 운용관련자 모두를 수탁 자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정의를 충족하는 수탁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다음과 같다.

ⓐ 가입자 및 수익자의 이익과 플랜운영에 필요한 합리적 경비지출 을 행할 의무

ⓑ 같은 규모의 기업운영에 필요한 능력과 지식을 갖추고 행동한 자와 유사한 신중한 인물(a prudent man)로서의 주의를 기울일 의무

ⓒ 플랜의 손해를 최소화시키는 신중성을 갖고 다각적인 투자를 행 할 위무 ⓓ 법률상 작성의무가 있는 문서의 내용에 따라 플랜을 운영할 의무

2. 신중인(愼重人) 원칙(prudent man rule)

미국에서 1959년 완성된 제2차 신탁법 Restatement는 합리적 일반인 의 주의의무를 정한 제176조 외에 이 기준을 구체화한 것으로서 투자에 관하여는 제227조 이하에서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제227조에 의하면, “신탁조항 또는 법률에 별도의 정함이 없는 경우에는, 사려 있는 자(prudent man)가 재산을 보전하고, 거기에서 상시 얻을 수 있는 수입 및 그 액수에 관하여 고려하면서, 자신의 재산에 관한 정도의

투자를 한다”는 것이 요구되었다(제227조(a)). 이것을 일반적으로 ‘prudent man rule(신중인의 원칙)’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원칙은 매사추세츠주 의 판례에서 인정되어,118) 그 후 다른 주에도 확산되어, 제2차 신탁법 Restatement에서 채용된 기준이다. 이 원칙은 과거의 법률 리스트 원칙 (legal list rule)과 비교할 때, 수탁자에게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유연 하게 대응하는 것을 인정하는 기준이고, 분산투자의무를 정한 제228 조와 함께 투자의 실상을 배려한 원칙이었다. 또한 법인수탁자의 경 우에는 각 신탁조항에서 수탁자의 재량에 의한 투자판단을 허용하는 취지의 규정이 마련되었다. 이러한 사정으로 많은 주에서는 종전의

‘legal list rule’에 따르던 법률을 개정하여 ‘prudent man rule’로 대체하 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이 원칙은 거대화한 펀드(Fund)를 포트폴리오 이론에 의하여 운용하는 현재의 투자실무에 비추어 시대에 뒤떨어진 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그 이유는 이 원칙은 분명한 투기적 투자에 대한 금지가 강조되고, 투자판단에 관하여는 수탁자에 부과되는 일반 적인 주의의무와는 달리 특별히 타인의 재산에 관하여 안전제일을 취 지로 하는 투자운용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됨에 따라 수탁자가 자신의 신중한 재량을 행사함에 있어서 큰 장애가 되었던 것이다.119)

3. 투자자의 원칙(prudent investor rule)

여기서 등장한 것이 1992년 제3차 신탁법 Restatement에서 채용된

‘신중한 투자자의 원칙(prudent investor rule)’이다. 이 원칙과 앞의 prudent man rule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prudent investor rule에서는 개 개의 투자마다 그 적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개개의 투자는 신탁 재산 전체로서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자리 잡아 전체적으로 건전한 투 자라면 무방하다는 생각을 기초로 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 중에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의 투자물건이 포함되어 있어도 안전한

118) Harvard College v. Amory, 26 Mass(9 pick)446(1830).

119) 최동식, 신탁법, 법문사, 2007, 186면.

투자물건과 조합되어 있어 전체적으로 건전한 투자라고 판단된다면 무방하다는 것이다. 제3차 신탁법 Restatement 제227조의 ‘prudent investor rule’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수탁자는 신탁의 목적, 조건, 분배요건 기타 상황에 비추어 prudent investor이라면 취할 만한 방법으로 신탁자금을 투자하고 운용할 의무 를 수익자에 대하여 진다.

(1) 이 기준은 합리적인 주의, 능력 및 배려의 행사를 요구한다. 또 기준의 적용에 있어서는 개개의 투자를 당해신탁의 포트폴리오로부터 분리하지 않고 그 포트폴리오 전체와의 관계에서 판단하고, 나아가 합리적으로 보아 당해 신탁에 적절한 것으로 보이는 위험과 수익의 목표를 설정한 총합적인 투자전략의 일부로서 판단해야 한다.

(2) 투자의 결정 및 실시에 있어서는, 수탁자는 그 상황에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사려 깊다는 경우를 제외하고, 신탁투자를 분산할 의 무를 진다.

4. 통일신중투자자법(Uniform Prudent Investor Act)

신중한 투자자의 원칙은 1994년 채택된 통일신중투자자법(Uniform Prudent Investor Act)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이 법의 서문은 투자판단 에 관하여 수탁자가 따라야 하는 기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였다. 첫째, 어느 투자가 신중의무의 기준에 반 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에는, 그 투자만을 개별적으로 판 단할 것이 아니라 그 투자가 전체 포트폴리오의 일부라는 점을 고려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서 포트폴리오라는 것은 신탁재산 전체에 관한 투자를 의미한다. 둘째, 모든 투자에 있어서 위험과 수익 사이의 상충관계는 수탁자의 중심적 고려요소로 인정된다. 셋째, 일정 종류의 투자는 무조건 금지된다는 원칙은 폐지된다 등이다.120)

120) 최동식, 앞의 책, 18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