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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회책임투자와 관련된 주요판례

영국에서의 사회적 책임투자에 대한 논쟁들은 수탁자 책무(Fiduciary Duty)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즉 남의 돈을 대신 관리하는 사람들이 재무적인 변수 이외에 여타 요소들, 예컨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반영하는 것이 수탁자 책무를 다하는 것이냐 아니면 반 하는 것이냐에 대한 입장의 차이가 바로 그 논란의 중심이었다.

영국에서 이러한 충돌들은 때때로 법정싸움으로 비화되기도 하였다.

그 싸움과 관련하여 두 가지 유명한 판례들이 영국에 있다. 하나는 1984년 ‘코완과 스카질(Cowan v Scargill)’114), 다른 하나는 1991년 ‘옥스 퍼드 대주교와 영국교회 재무위원회(The Bishop of Oxford v The Church Commissioners)’의 판례다.

우선 코완과 스카질 사건(Cowan v Scargill)을 소개한다. 1982년 당시 영국의 탄광근로자 연금의 수탁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들의 반은 경영진에 의해서, 그 나머지는 노조에 의해 선임되었다.

여기서 당시 노조 측을 대표하는 스카질은 탄광노조의 정책에 따라서 새로운 투자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탄광근로자 연금펀드 가 해외주식이나 석탄산업의 경쟁업종들, 예컨대 정유업이나 가스 산 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불허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경영진을 대표하는 코완이 이 투자계획에 반대하면서 결국 법정으로 싸움은 비화 되었다.

- 선량한 수탁자는 ESG 이슈에 대해 주주행동주의에 따라 관여해야 할지도 모름 114) 이 판결은 오랫동안 기금수탁자들이 SRI펀드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장애요인으

로 인식해 왔다. 이에 대해서는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A Guide for Pension Schemes and Charities, edited by C. Scanlan, London, Key Haven Publications, p. 79

당시 이 재판을 맡은 메거리(Megarry) 판사는 결국 경영진의 입장에 손을 들어줬다. 즉 새로운 투자계획이 노조 정책을 앞세우면서 ‘먼 미 래의 가능성(Remote Possibility)’까지 염두에 둔 나머지 자칫 수익자 (Beneficiary)들에게 최적의 투자수익을 안겨줘야 하는 수탁자 책무에 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즉 경쟁 산업의 제외는 곧 그만큼의 기회 수익의 제한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코완과 스카질 판례는 책임투자의 주류화에 걸림돌이 된다.

두 번째 사례 역시 외견상 책임투자에 우호적이지는 못하다. 1991년 옥스퍼드 대주교는 두 명의 성직자들과 함께 대법원에 선다. 그들은 교회 재무위원회의 투자에 있어서 그 당시 반인륜적 인종차별국가인 남아프리카공화국 관련 기업들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재무위원회는 이것이 관철되면 전체 상장종목에서 약 37% 정도 가 투자에서 제외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사건의 재판관인 니콜스(Nicholls) 판사 역시 메거리 판사와 비슷 한 입장을 취했다. 즉 모든 수탁자들의 임무는 항상 최적의 투자수익 률을 추구하는데서 출발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수탁자들이 도덕적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선기금의 수익률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 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판례들로 인하여 투자업계는 SRI 투자방식 중 배제적 선별 의 경우 수익자의 최대이익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ESG 요소에 대 한 고려를 기피해 왔던 것이다.

2. 일반적인 관련법제

영국에서는 기관투자자의 ESG과제 고려에 대한 규율은 사회책임투 자결정과 관련하여 명시적으로 행동을 강제하거나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기관투자자의 투자결정에 관한 법규정 내지 법원칙을 적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기관투자

자의 투자결정관련 법제를 논의함에 있어서는 신탁으로 설정된 펀드 와 비신탁 펀드로 구분하고 있다. 직업연금과 공적기금, 뮤추얼펀드는 신탁구조이며, 보험적립금은 비신탁구조이다.

영국의 경우 직업연금, 공적연금, 뮤추얼 펀드 등은 신탁구조로 이 루어진다. 이러한 신탁구조상에서 기금관리자(수탁자, 펀드매니저, 투 자자문사)들이 ESG 요소를 의사결정과정에서 고려할 수 있는가에 대 해서는 수탁자책무(fiduciary duty)를 통해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수탁 자 책무는 수탁자와 그 대리인은 투자 및 관리에 있어서 반드시 신중 하고 적절한 목적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수탁자 책무와 신탁에 명시적으로 기재된 목적만을 위해 권한을 행사해야 한 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국법에서는 연기금이 투자결정시 ESG 요소를 반영하는 방법은 SRI 펀드와 같이 신탁증서에 명시적으로 사전에 ESG 요소 고려를 요구하거나, 이것을 요구하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Charities Act, 1993).

3. 연금법상 투자방침공시제도

그동안 영국에서의 대형기금 등은 대체로 신탁구조로 되어 있던 관 계로 ESG 과제 고려문제는 수탁자책임과의 문제로 한계가 있다고 보 았다. 그러나 근래에는 정책결정자와 이해관계자 사이에서는 기관투 자자들이 투자결정에 있어 ESG 사항을 반영하여야 하며, 이들의 경제 적 힘이 사회․경제적 수요를 충족하는 데 활용되어야 한다는데 대한 인식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영국은 SRI 내지 ESG 고려투자의 공시제도를 입법화한 대표적인 나라가 되었다.

영국에서는 1995년 연금법(Pension Act 1995) 및 관련규칙에 의하면 연기금은 투자방침을 문서화함과 동시에 이를 연차보고서에 기재하도 록 규정하였다(동법 제35조). 나아가 2007년 7월에 연금법 규칙개정에 의하여 기금수탁자가 투자 의사 결정시 ESG 요소의 고려여부와 그

고려수준을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투자대상처를 선택하거나, 보유 또는 매각할 경우 사회적, 환경적, 윤리적 요소가 고려된다면, 그 정도 및 의결권 등의 행사에 관한 방침을 투자방침에 기재하도록 규정하였다. 물론 ESG 요소에 대한 고려자체가 강제적인 의무는 아니 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활동에 힘입어 연기금에 의한 사회적 책임투 자는 크게 증가하였다.

4. 회사법(Company Act of 1985) 개정노력

2005년 런던증권거래소, 뉴욕증권거래소, NASDAQ상장 영국기업에 대하여 연차보고서의 일부인 OFR(Operating and Financial Review : 영업 재무상황)에 재무보고서와 함께 환경문제에 관한 정보(해당 기업의 사 업이 환경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포함하여), 당해기업의 사용자에 관한 정보, 사회 및 커뮤니티에 관한 정보를 포함하도록 하였고, 특히 이러 한 문제에 관한 해당기업의 방침과 그러한 방침이 어느 정도 실현되 고 있는가에 관한 정보의 공개를 의무화하였다. 나아가 일정한 경우 환경문제와 사용자문제에 관한 정보를 포함한 수행(performance)지표 를 이용한 분석자료를 포함시키도록 하였다. 이 개정안 2005년 시행 계획이었으나, 산업계 및 정부내부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시행전에 폐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