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개방과 융합의 생태계 조성

문서에서 창조경제 (페이지 30-34)

IV.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방향과 과제

2) 개방과 융합의 생태계 조성

창조경제의 현상적 특징은 기존의 기술 및 산업분류 체계에 구애받지 않고 지식과 기술, 기술과 기술, 제품과 제품, 지식 또는 기술과 자본이 서로 자유롭게 결합 또는 융합하는 것이 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각종 칸막이 진입규제와 함께 정부 부처별로 분산된 규제권한, 그리 고 원칙 금지-예외 허용의 규제 시스템 등의 문제와 함께 제도상의 미비로 인해 새로운 제품 과 서비스,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 식하여 산업융합촉진법을 제정했으나 2013년 5월 기준, 동 법에 기초한 산업융합 신제품 적

21) 민간 R&D 중에서 서비스 R&D의 비중은 한국이 7.9%로서 영국(24.7%), 프랑스(12.3%), 일본(10.0%)에 비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박정수·김 홍석 외(2013), p.134 참조

22) 예를 들어 정부 R&D 과제 실패 경험을 창조적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실패 사례를 DB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일본 JST의

총 론

합성 인증 사례가 전무한 상태이다. 단일기술-단일산업에 기초한 기존의 규제 프레임을 그 대로 유지한 채 융합촉진법과 같은 땜질식 처방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산업 간, 기술간, 부처별 규제 칸막이를 동시에 허무는 근본적 개혁을 통해 융·복합을 위한 개방 생태계를 조성해야 비로소 경계를 뛰어 넘는 기업가적 발견 노력이 왕성하게 일어나고 창조 경제도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설명하면 첫째, 창조경제를 위한 개방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업종간 진입규 제의 장벽을 허무는 규제개혁이 시급하다. 특히 서비스산업은 일자리와 성장의 원천이 될 수 있음에도 지금처럼 분절적인 상태에서 저생산성으로 점철되어 있는 까닭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지나치게 세분화된 업종간 진입규제의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진입규제는 명분이 무엇 이든 결과적으로 사업자간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소비자후생을 감소시키는 한편, 해당 산업의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진입규제는 규제의 비용이 편익을 훨씬 능가하기 때문에 철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규제완화가 안 되는 까닭은 규제 지대를 누리 는 업종별 이익집단이 존재하고, 이들의 정치적 저항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비스 부문은 창조 역량이 가치를 발휘하는 산업들로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 활성화는 물론, 창조경제 비전의 구현을 위해서도 이 분야의 불합리한 규제를 우선적으 로 개혁해야 한다. 여기서 규제개혁은 업종간 융합을 가로막는 칸막이 규제를 철폐하는 선에 서 한발 더 나아가 자본과 기술 또는 자본과 지식이 자유롭게 결합하도록 하는 방안을 포함한 다. 예를 들어 종합건설업체가 건축 설계업을 겸업하지 못하게 한 것은 설계사의 직역을 보 호하겠다는 취지이나 이러한 칸막이 규제는 한국 엔지니어링 산업의 국제 경쟁력 향상에 걸 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전문자격증 소유자만이 사업을 하고 경영할 수 있도록 한 지금의 제도로는 외부자금 조달에 한계가 있고 규모의 경제와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 서 의료법인과 법무법인과 같은 지식 서비스 분야에서도 주식회사 형태의 설립이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를 바꿔야 할 것이다.

둘째, 단일 기술-단일 산업 패러다임에 기초한 부처별 규제기능을 통폐합하는 등 재조 정해야 한다. 기술이 다르고 산업이 다르다며 부처별로 규제권한을 분산한 것은 전통 산업사 회의 패러다임이며 융·복합이 일상화되고 있는 창조경제 시대에는 맞지 않다. 게다가 부처별 규제권한의 분산은 국민경제적 효율성보다는 부처 이기주의 또는 행정 편의주의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때문에 기업들은 중복규제에 시달리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제 품을 수출, 판매하려면 시험인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한국의 시험인증 수준은 경쟁력이 취

약해서 한국의 수출기업들도 외국 인증기관을 이용해야 하는 실정이다.23)

시험인증산업은 2009년 기준, 세계시장 규모가 910억 달러에 이를 만큼 그 자체로 유망 한 성장산업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시험인증을 산업적 관점이 아닌 규제 수단으로 접근하 고, 부처별로 규제권한을 나눠 가졌기 때문에 시험인증은 산업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기업들 은 여러 부처의 인증절차를 거치느라 출시하기도 전에 힘 빠지는 상황이 빈발하고 있다.24) 즉, 단일인정체계를 도입해서 정책역량을 집중시켜 왔던 EU와 달리 한국은 시험(KOLAS), 제품 (KAS), 시스템(KAB) 분야로 구분하여 분리 운영하는 한편, 110개에 이르는 법정 시험인증 제도 관할권이 12개 부처에 분산되어 있다. 정부도 융·복합 제품의 인증절차를 간소화하는 fast-track을 만들고 규제 소관 부처간 협력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 정도로는 문제 해결이 어 렵다.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인증제도와 기관을 통합하고 민간의 참여를 유도해서 시험인증 산업의 경쟁을 촉진하는 등의 근본적인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셋째, 원칙 금지–예외 허용 방식에 의존하는 현행의 규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정부 규제는 산업의 진화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없음에도 법령상 기준이 있는 경우에 한 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또는 신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허용하는 현행 규제시스템은 창의적 인 기업가정신의 발현을 억지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러한 규제시스템 때문에 외국에서 는 승인이 나고 판매가 되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비 슷한 제품을 개발해도 판매가 불가능한 불합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개발된 폐동맥 삽입용 혈압센서(CardioMems)나 패치형 혈당측정 센서(Eco Therapeutics) 등은 환자의 체내에 이식할 수 있는 의료기기인데 한국에서는 관련 규정이 없어서 비슷한 기 능의 의료기기 생산 및 판매가 불가능한 상황이며, 게다가 의료기기로 승인을 받는다고 해도 IT 기술을 이용하여 개인정보가 무선 상으로 전달되는 것은 현행 정보보호법에 위반되기 때 문에 또 다른 제도의 장벽에 부딪치는 문제가 있다.

원칙금지-예외허용의 방식으로 인한 부작용은 산업 및 기술 분류의 기존 틀에서 벗어나 는 신제품의 개발 및 출시를 막거나 지체시키는데 그치지 않는다. 원칙금지-예외허용의 규제 체계 하에서는 규제 주관 부처의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를 수반하는 법령 제·

개정 시마다 정부 부처는 서로 규제권한을 갖겠다고 비생산적인 정치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그 결과 필요한 제도의 신설을 막거나 아니면 여러 부처가 규제권한을 나눠 갖는 중복규제로

23) 여기에 대해 국제전기기술위원회 적합성 평가이사회(CAB)의 사무총장인 가브리엘 바르카는, “독자 기술로 신제품을 만들고도 검증은 다른 나 라에 의존하는 것을 보면 (한국 경제는) 마치 외발로 걷고 있다는 느낌이다”라고 평가한다. 머니투데이 인터뷰 기사(2012.1.3.) 참조.

24) 예를 들면 융합제품인 돌침대의 시험평가 절차를 보면, 가구 내구성 평가는 KCL에서(40만원), 전자파 시험은 전자파연구소에서(35만원), 항균 시험은 KTR에서(35만원)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 면에서 피수검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착용만으로 심박 수와 혈압 등을 측정할 수 있는 헬스 케어 의류를 개발하였으나 일반 의료제품인지 의료보조기기인지 분류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판매기준, 품질보증기준을

총 론

귀착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민간조사제도(탐정)는 지하경제의 양성화, 국민권익의 보호, 퇴직 인력의 재활용 등 여러 측면에서 도입이 바람직함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한국에서 만 불법인 채로 남아있다. 그 까닭은 동 제도를 누가 관할해야 할지를 둘러싸고 정부 안의 첨 예한 갈등이 국회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결정을 유보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 때문에 원칙금지-예외허용 방식은 원칙허용-예외금지 방식으로 바꾸 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는 원칙적 담론일 뿐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국민중심 원칙허용’의 관 점에서 규제체계를 바꾸려고 노력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는데 그 까닭은 규제의 근간을 이 루는 법률 제·개정권이 국회에 있기 때문이다. 행정부만의 의지와 노력으로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따라서 규제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은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 법부, 사법부도 참여하는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단기적으로 정부가 먼 저 해야 할 일은 법제도상의 근거 없음으로 인해 해당 산업의 태동과 발전을 가로 막고 있는 제도상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일이다.

넷째, 개방화 시대에 국제적 정합성과 부합되지 않거나 경제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는 폐 지 또는 완화해야 한다. 개방경제 시대에 기업 투자와 생산은 규제를 비롯한 기업 부담이 적 은 곳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국내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급증하는 반면, 외국인 직접투자는 정체 상태인 것도 규제 격차와 무관하지 않다. 다른 나라에는 없고 한국에 만 존재하는 규제는 한국 경제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행위와 다름이 없기 때문에 그런 규제 는 속히 폐지하거나 개선해야 한다. 예를 들면 지주회사에 대한 각종 행위규제를 시급히 완화 해야 한다. 지주회사 기업집단은 일반 기업집단보다도 강하고 불리한 규제로 인해 신규투자 에 나서기도 어렵다. 최근에도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보유의 원칙 금지 때문에 외국기업과 2 조 원대의 합작투자 기회가 좌초될 위기를 맞고 있다.25) 이에 대통령까지 나서서 규제완화 법 안의 통과를 요청하고 있지만 경제민주화의 화두에 갇혀 있는 국회는 아직 묵묵부답이다. 이 러한 사례에서 보듯이 국민경제적 측면에서 규제완화가 바람직하고 행정부가 추진 의지가 강 해도 국회의 정치적 이해득실 셈법에 가로막혀 무산될 수 있는 것이 한국 제도 환경의 특징이 자, 한계인 셈이다.

25) GS 칼텍스는 일본 쇼와텔타이요오일과 같이 1조원을 투자해서 여수에 파라자일렌(PX) 공정설립을, 그리고 SK 종합화학은 일본 JX 에너지와 울

문서에서 창조경제 (페이지 3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