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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폭력에 관련한 내용들이 작품 속에서 ‘농담’이나 ‘희언’의 수준으로 재담론 화되는 양상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는 폭력의 당사자가 아니라 관찰자, 방관자에 가까 웠던 제삼자들의 발언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고 보았다. 물론

61) 셕​​쇼왈, “챵​은 광텬 등의싀초(柴草) 지고 단니​양을 아니보앗​냐? 비록 영웅쥰걸이 되려 브러 짐즛 그리​지라도 과연 듕난(重難)​여 뵈더라.” 뎡태위 미쇼왈, “싀초 지고 단닐 젹은 보지 아녀시나 극열​우듕(極熱驟雨中) 강외(江外)의 미곡 지고 오다가, 길 츼운다 하고 하리를 밀치고 닷거​, 우리​ 광텬인 줄 아지 못​고 가엄(家嚴)이 잡으라 보​시니, 하리 ​

오인을 난타​고 옷​발발이 ​졋거​, 보앗노라.” (<명주보월빙> 권9, 50-51면)

62) 김문희 역시 한글장편소설 속 여성들의 유머 담화에 대해서 “대상에 대해 날카롭게 펀치를 날 리는 것이 아니라 당위적 규범과 가치를 부드럽게 가격하기 때문에 화자와 좌중, 그리고 격하 대상자도 함께 웃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것의 전복성이 완전하지 못함을 지적한 바 있다(김문희, 고전장편소설 속 여성들의 유머 담화와 웃음의 성격 , 여성문학연구 41, 한국 여성문학학회, 2017, 204면).

63) 따라서 본고에서는 한글장편소설에서 농담으로 폭력 사건을 재담론화하는 것이 결국은 2차 가 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폭력 사건에 대한 무분별한 담론화의 과정이 2차 가해로 번지는 경 우는 현실 세계에서도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한글장편소설 속에서도 이러한 지점이 확인되는 것에 좀 더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과거의 과오를 들추는 과정을 통해 가해자의 실행을 문제 삼게 되므로 순기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인 여건들을 감안했을 때 진지한 문제제기나 오명을 되돌려 주는 식의 재담론화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을 가능성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작품 속에서 수시로 ‘농담’의 방식으로 재담론화되는 폭력 사건들은, 결 국 사건에 가담하거나 방관했던 인물들에게 웃음을 유발한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문제 가 된다. 웃음을 통해 유발된 이완의 정서는 작품 속 인물들로 하여금 더욱 쉽게 화 합과 화해에 도달하게 만든다.

이와 같은 점을 감안했을 때 작품 속에서 지속적으로 주인공에게 행복과 화합이 암 시된다는 사실에도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명주보월빙>에서는 등장인물의 발언이나 서술자의 발화를 통해 ‘천명’이나 ‘하늘의 뜻’을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쇼졔 모친 간졀​신 념녀(念慮)를 졀민​여 안​을 화(和)히

​ ​

고 안셔(安舒)히

​

왈,

“윤형이 맛​

​​

화를 지​여시로 존당 부뫼 쇼녀를 위​여 근심과 념녀를 노치 못​시나, 사​

마다 그러​리잇가? 원간 사

​

​ ​

슈(厄數)는 인력(人力)으로

​ ​ ​​

아니오니, 혹​쇼녀 등이 타일(他日)의 굿기​

일이 잇셔도,

​

망의 잇든 아니​오 리니,

​

위​

오디 아닌

​

을 미리 과려(過慮)치 마르샤, 졀념(絶念) 소려(消慮)​

쇼 셔. 만​(萬事) 명(命)얘니이다.” (<명주보월빙>권16, 24-25면)

태위 위로 왈,

“만​(萬事) 텬명(天命)이니

​ ​

등의

​ ​

회(厄禍) 괴이​여 이런 일이 이시나,

​

양 이리 고초​올 거시 아니오니, 타일(他日) 가변(家變)을 딘뎡(鎭靜)​고 모다 즐길 긔약이 업디 아니리이다.” (<명주보월빙>권52, 47면)

“만​(萬事) 텬얘(天也)라. 금일 경시의 화변(禍變)이 야시와 흡​

​

오나, 윤․

양․경 등이 본​쳥츈조요(靑春早夭)​

상뫼 아니오니, 일시 변괴 놀납​오나 혹​

면​

​ ​

동 엇디 알니잇고? 이러

​ ​

과회(過懷)​샤 셩톄를 상​오디 모르쇼셔.” (<명 주보월빙>권54, 7면)

인용문 , , 는 모두 <명주보월빙> 속에서 폭력의 피해자로 등장하는 주인공 들의 발언이다. 이들은 일관되게 ‘천명’ 등을 언급하며 현재의 어려움이 모두 일시적 인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정혜주는 윤명아를 향해 모든 일이 인력으로 미칠 바가 아니니 심사를 상하지 말라면서 위로한다. 윤광천은 위부인과 유부인이 곧 반성할 것 이라며 낙관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폭력이 피해자가 끊임없이 표현하는 낙관적 전망 은 독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짐작해 볼 수 있다.

한편 작품 속 폭력의 구심점이 되고 있는 신묘랑은 처음부터 자신이 조부인과 그

모자녀를 해칠 수 없으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따라서 악의 세력 이 결국 몰락하고 말 것이라는 예측은 신묘랑의 내면을 통해 반복적으로 제시된다.

이와 같은 전망이나 확신이 무색하게 주인공들의 삶은 참혹하게 망가진다. 그러나 그 들이 정신적으로는 전혀 위해를 입지 않는 점에 주목해 본다면 예측이 전혀 틀렸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글장편소설의 폭력 서사는 독자들로 하여금 그들이 끝내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견고한 성품과 인내심을 지닌 인물들이라는 점을 상기시키 면서 작품에 몰입하도록 만들었을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유효공선행록>과 <보은기우록>에서 폭력의 주체로 등장하는 위지덕이나 유 연 등은 반복적으로 폭력을 저지르면서도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거나 후회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들은 폭력을 저지르고 곧바로 피해자인 아들을 찾아가 사과를 하 기도 한다. 이와 같은 장면에서 독자들은 그들의 폭력이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 는 점을 예감했을 가능성이 있다.

공이 그 온화(溫和)​고 효슌(孝順)​미 이

​

트믈 보​

다시

​ ​

(責)​

말이 업셔 뎡쇼져​

침소로 도라가라

​

고 공​

​ ​

당의 올녀

​ ​

가이 좌(座)​

졍​​후 두어 그 릇 음식을 가져다가 먹으믈 권​니 (후략). <유효공선행록>권2, 114면)

유정경은 사정없이 폭력을 휘두르다가도 유연의 온화함과 효순함에 감동하여 갑자 기 그 죄를 사하고 음식을 대접한다. 독자들은 어쩔 수 없는 부자의 정에 이끌리는 유정경의 모습을 보며 이들이 곧 화해할 수 있을 것이라 낙관했을 것이다. 특히 유연 이 적소에서 보낸 편지를 반복적으로 꺼내어 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서술 등은 유정경 이 곧 마음을 돌려 유연을 용서할 것이라 기대하게 만든다.

이와 같은 장면은 <소현성록>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셕부인 왈,

“현부 티 말나. 승샹이 온가 일을 공쥬와 힐난티 아니므로 보내고

 그

(危殆)티 아니

아고로

운(厄運)과 텬수(天數)

도망티 못게

니,

그안심고 됴히 가 조각을 타 션쳐킈

라.” (<소현성록>권7, 90면)

“텬되(天道) 쇼〃야 보응(報應)이 명〃니 내 임의 뎔로 젼(前生)의 원슈 로

자 금셰(今世)예 과보

바드니 엇디 타인을 리오. 일로조차 뎌의 날 해

일이 분명니 오직 고초 겻고 원억(冤抑)을 감심(甘心)야 타일(他日) 텬일지 광(天日之光)을 기릴 거시라.” (<소현성록>권11, 64면)

인용문 는 명현공주가 계교로 황상이 불렀으니 형씨를 데려가겠다고 했을 때, 소

현성이 허락한 것을 두고 석부인이 건네는 말이다. 그는 소현성이 ‘위태롭지 않음을 아는 고로’ 허락한 것이며, 액운과 운수는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니 ‘안심하고 좋게’ 가 라며 형씨를 안심시킨다. 인용문 는 정씨의 흉계를 대하는 이옥주의 태도를 보여준 다. 정씨와 자신은 전생의 원수였으므로 정씨가 자신을 해치려하는 것은 지금으로서 는 감내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석부인이나 이옥주의 태도는 운명에 순응하는 듯 보이지만, 이때 운명이란 결국 스스로를 광명으로 이끌 것이라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 다. 따라서 운명을 생각하는 일은 현재의 폭력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된다.

한글장편소설에서는 이와 같은 장면이 매우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등장인물이 심각 한 폭력에 노출되어 있거나 이 때문에 불행을 겪을 때, 폭력과 불행은 일시적일 뿐이 라는 점이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이 다 쇼녀의 명되(命途) 다쳔미라, 신명을 탄며 사을 한리잇가마

냥가(兩家)의 불(不孝) 비경믈 슬허나이다. 연이나 쇼녀의

(災厄)이 쇼

멸(消滅)  잇오리니 모친은 과도히 상회(傷懷) 불효(不孝) 더으지 마르 쇼셔.” (<임씨삼대록>권13, 62-63면)

댱시 맛당믈



고 거을 머초니 공 난두(欄頭)의 나와 우러〃 텬샹을 보니 옥영의 쥬셩(主星)이 빗치

읏〃 여  조각 구이 리와시믈 보고 웃고

왈,

“이 샤부인 운쉬(運數) 블니(不利)여 일시 굿기나 가히 셰쇽 약으로 회두키 어 려오니 진양이 만일 가지 아닌

구치 못리라.” (<유씨삼대록>권5, 44면)

인용문 는 <임씨삼대록>에서 설소저가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갖은 고초를 겪다가 모친을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건네는 말이다. 그는 스스로의 운명을 탓하면서도 ‘재 앙이 멸할 때가 있을 것’이라면서 모친을 안심시킨다. 안용문 는 <유씨삼대록>에서 진양공주가 사강의 부인인 유옥영의 부음을 듣고 하는 말이다. 그는 ‘사부인의 운수가 불리하여 일시적으로 고생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스스로 구하러 가겠다고 말한다. 진 양은 유옥영의 수명이 남아있으므로 실제로 죽었을 리가 없다고 믿는다.

실제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폭력 사건은 등장인물들의 자의적인 회과나 타의에 의 한 개과천선 등으로 인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것은 고전소설이 취하고 있는 매우 전형적인 서사 문법이다.64) 이와 같은 관습적 결말에 익숙한 향유자들은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형언하기 어려운 고초에 시달리는 순간에도, 그가 결국 행복한

64) 고전소설의 결말구조에 대해서는 서대석, 고전소설의 <행복한 결말>과 한국인의 의식 , 관 악어문연구 3,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978; 서인석, 고전소설의 결말구조와 그 세계관 ,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84 등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