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대통합을 국정운영의 중요한 목표로 제시했다. 사회 의 모든 이슈에 대해 소득계층, 지역, 세대, 이념 등으로 분열된 우리 사회를 볼 때, 국민대통합은 시급히 이루어야 할 현안이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다. 역대 정부에서 모두 국민통합을 외쳤지만, 성공한 정권은 없었다. 국민통합은 구체적 정책이 뒷받 침되지 않는 정치 구호적 성격을 가지므로 쉽게 추진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박 당 선인이 약속의 실천을 강조해 온 만큼 역대 정권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성공적으 로 국민통합 이루길 기대한다. 국민통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방향을 확실히 정립하는 것이다. 통합은 단순히 여러 가지 것들의 섞임이 아닌 우리 사회 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으로의 통합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통합 그 자체가 아닌 통합의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예시로 필자가 자주 드는 사례 가 통일에 관한 노래이다. 우리 국민이 즐겨 부르며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대표적인 노래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들 수 있다. 가사에 담긴 통일에 대한 염원에는 국 민들의 일치된 공감이 있을지라도 실제 정책에 있어선 통일 그 자체만 바라보는 접 근을 경계해야 한다. 통일같이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감성적인 차원 을 넘어서 냉철한 논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소원이란 경제적 비용이 아무리 높아도 해야 하는 절대적인 경지를 의미한다. 통일이 우리 국민의 소원이라고 북한에 대한 민국을 가져다 받칠 수 있을까. 시장경제 체제를 포기하고 사회주의 체제로 넘겨서 얻는 소원성취를 원하는 국민은 몇 몇 종북주의자를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다. ‘우리 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이면에는 그 통일의 방향이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일 것 임을 묵시적으로 가정하고 있는 것이며 국민들의 공감은 바로 여기에 깃들어 있는 것이다.
박 당선인이 내세운 ‘국민대통합’이란 용어는 정치적 표현이며, 학문적 영역에선
‘사회통합(social cohesion)’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사회통합이란 저성장이 일상화된 우리 경제환경 속에서 우리 경제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들어가기 위한 사회자본 (social capital)이다. 이는 신뢰(trust)로 표현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자본과 노동
국민통합은 정체성 확립부터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2013-01-18
등과 같은 경제적 요인을 통해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 신뢰와 같은 사회 자본이 축적되어 사회통합이 이루어져야만 좋은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이명박 정 부 초기의 촛불시위는 국익을 위한 정책도 사회통합이 되지 않으면 제 효과를 발휘 할 수 없고 그것이 또 다른 사회분열의 씨앗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예다.
사회통합의 기본방향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체제, 감성적인 정치용어는 분열과 혼란을 가 중시킬 뿐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통합의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사회통합을 계층, 세대, 지역별 단순한 섞음, 인위적 나누기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적당히 감성적인 정치용어를 개발하여 선전하는 수준의 사회통합이라면 이는 분열을 원하는 진영의 먹잇감이 된다. 사회통합의 기본방향은 ‘자유주의와 시 장경제 체제’이다. 이미 헌법에 명시된 우리의 정체성이지만, 우리의 정체성마저도 많은 위협 속에서 지켜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말로는 통합과 상생을 운운하면서 도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한민국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이에 더 해 북한의 체제를 옹호하고 대한민국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집단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들 집단은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공동체 내에 존재하지만, 결국 정부의 어 떠한 정책도 부정하고 사회분열을 시도하는 집단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의 촛불시 위도 이들 집단들의 선동이 주요한 요인이다. 이들 집단에게 사회통합이란 어설픈 손짓은 활동무대를 마련해 주는 것이자 결국 제 2의 촛불시위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계기가 된다. 박근혜 당선인은 ‘100% 대한민국’을 이야기 하였으나 현실에서 국민 100%를 위한 사회통합은 없다. 우리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집단에겐 사회통합이 란 손짓보다는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법치주의를 앞세워야 한다. 선동에 능 한 이들 집단에겐 사회통합을 통해 정치적 선동기회를 주어선 안 된다. 이들은 과 거에도 이런 기회를 활용하여 자신들의 논리만을 내세우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 으면 그 책임은 소통부재의 정부 탓으로 돌려왔다. 사회통합의 기본방향으로 국가 정체성의 확립의 중요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사회통합은 소득계층, 지역, 세대, 이념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골고루 섞는 것이 통합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시장경제 체 제를 가진 국가치고 소득불균형이 없는 나라는 없다. 지역 간 갈등도 선진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세대와 이념을 어떻게 통합할 수 있을까. 우선 통합에 대한 기본시 각을 바꿔야 한다. 통합의 반대는 갈등이다. 갈등은 우리 사회의 발전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개인의 발전도 스스로의 자아갈등에서 시작한다. 자아갈등이 없이 개인의 정신적 성장과 지적 독립은 불가능하다. 사회적 갈등도 마찬가지다. 계층, 지역, 세
대, 이념 간 갈등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를 나쁘게만 보고 제거하려 고만 들어선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이런 갈등을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한 에너지 로 전환하도록 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갈등이 서로를 적으로 돌리는 극단으로 가 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통합의 기본방향은 자신과 다른 상대진영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나와 다른 것은 곧 틀린 것으로 규정하고 상대를 바꾸려고만 들 면 문제가 생긴다. 법질서 범주 속에서 상대방 간의 차이를 존중하는 사회가 통합 사회인 것이다.
사회통합을 앞세우면서 가장 오류를 범하기 쉬운 분야가 소득계층 간 통합정책이 다. 소득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무리하게 무조건적 세금과 무차별적 복지로 소득차 이를 과감하게 줄여보려는 정책방향은 필연적으로 사회통합이 아닌 사회분열을 가 져온다. 정부는 일정 수준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해야 하지만, 성장속도를 고려하지 않은 무조건적 조세 및 복지정책은 우리 사회를 피폐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분열된 다. 지역, 이념, 세대영역에 비해 소득계층 영역은 상대적으로 정책목표와 수단이 논리적으로 뚜렷하므로, 정치권 및 관료들은 이런 정책추진을 선호하게 된다. 박근 혜 당선인이 국민대통합을 기치로 내세웠으므로 정치권과 관료들은 앞다투어 정책 경쟁을 할 것이고 이때, 가장 가시적이고 손쉬운 것이 소득불균형 완화를 통한 국 민통합이다. 국민통합 의지를 너무 강하게 보이면, 어설픈 정책수단이 서둘러 개발 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우리가 과거 정부들에게서 보아왔듯 오히려 더 큰 분열 이었다. 이런 과오를 새겨 새 정부는 진정한 통합의 교두보를 쌓을 수 있기를 희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