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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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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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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교문화 연구를 위한 프리고진 이론의 적용 가능성과 그 한계

*

전종윤**

81)

< 목 차 >

1. 들어가는 말

2. 유교문화 연구와 일리아 프리고진의 산일구조와 자기조직화

3. 프리고진의 ‘요동’ 개념과 인문·사회학적 적용 4. 시간의 비가역성과 역사적 시간

5. 나오는 말

【요약문】 인류의 오랜 역사와 함께 발전한 과학은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왔고, 우리의 문화로 스며들었다. 뉴턴의 중력 이론 역시 우리에게 기계론적 세계관을 제공하였고, 17세기부터 현재까지 문명사적·문화사적인 측면에서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양자이론과 상대성이론, 그리고 열역학 등은 뉴턴이 세운 자연법칙의 견고성을 흔들고 있다. 특히 프리고진은 비평형 열역학 이론으로 뉴턴의 고전 동력학을 비판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새로운 진화론적 과학 패러다임을 주장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은 유교문화를 연구하는 데 프리고진의 이론이 적용 가능한지를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프리고진의 산일구조와 자기조직화, 시간의 비가역성의 개념을 집중 조명했고, 이 개념들과 유교문화의 연계성을 살폈고 프리고진의 시간 이론의 한계성을 밝혔다.

【주제어】 유교문화, 프리고진, 산일구조, 자기조직화, 시간의 비가역성, 역사적 시간

* 이 논문은 2018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18S1A6A3A01045347)

**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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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문화는 다양하다. 그 다양성 가운데 사과와 관련된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인 류의 역사를 뒤바꾼 세 개의 사과 이야기가 그것이다. 아담과 이브의 사과는 기 독교에서 말하는 원죄의 시작을 알렸고, 뉴턴의 사과는 만류 인력의 법칙을 탄생 시켰고, 세잔의 사과는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는 시도였다. 이 가운데 뉴턴의 사 과는 문화사적으로나 문명사적으로 주요한 변곡점 역할을 하였다. 사과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영감을 얻은 뉴턴역학은 모든 것이 공중에서 땅으로 떨어 지는 데 하늘에 있는 저 달은 어떻게 그곳에 머물러 있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시작하였다.

그 결과 만류 인력과 중력을 다룬 뉴턴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1687)1) 는 단순한 하나의 과학책이 아닌 과학 혁명을 집대성한 책이 되었고, 심지어 17 세기 이후 오늘날까지의 기계론적 세계관의 견고한 초석이 되었다. 오랫동안 서 양의 과학을 이끌어온 뉴턴식 결정론적 세계관에 따르면 인간이 속한 세상은 하 나의 거대한 자동적 조직체이고, 마찰 없는 진자의 움직임, 태양의 주위를 도는 지구의 운동, 지구의 주위를 도는 달의 운동 등은 결정론적이며 가역적인 현상들 이다. 이것이 바로 고전적인 관점으로서의 과학적 전통이자 보편적 법칙의 근간 이다. 과학은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왔고, 우리의 문화로 스며들었다.2)

중요한 것은 현상들 뒤에 숨어 있다고 여겨진 불변한 그리고 영원한 진리의 추구였다. 갈릴레오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로 천동설이 무너진 이후에도 신에 의해 창조된 지상의 세계와 천상의 세계(우주)는 같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도록 창조되었다는 믿음은 버려지지 않았다. 데카르트가 실체를 ‘사유하는 것(res

1) 프리고진·스텐저스 저, 신국조 옮김,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2011, 36쪽.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 대한 날 중의 하나가 뉴턴이 그의 원리(principia)를 런던의 왕립학회에 제출한 1686년 4월 28일이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책에는 운동의 기본법칙들이 실려 있으며 우리가 오늘날까지도 사용하고 있는 질량, 가속도, 관성 등과 같이 근본적인 개념들을 명료하게 설정하고 있다.”

2) “나는 인간사회의 본성과 과학세계의 지배적인 관점 또는 「패러다임」과의 너무나 분명한 평형관계를 암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나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이 흔히 하는 것처럼 과학을 사회·경제 적인 「토대」 위에 세운 어떤 「초(超)구조물」로 취급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학은 「독립적인 변수」는 아니다. 과학은 사회 안에 자리잡고 있는 열려진 계(界)이며, 매우 두터운 되먹임 고리 (feedback loup)에 의하여 사회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과학은 외적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과학의 발전은 중요한 사고방식들에 대한 문화적인 수용태세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앨빈 토플러, 「과학과 변화」, 프리고진·스텐저스,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2011, 9 쪽(강조는 필자의 것). 김준흥, 「문화가 인간의 적응에서 갖는 중요성」, 2019, 119-138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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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ns)’과 ‘연장되는 것(res extensa)’이라는 이원론으로 구분한 이후에도

‘무한하고 영원하며 불변하고 전지전능한 존재’로서의 전통적 신의 실체는 그대 로 받아들였듯이, 뉴턴도 중력의 원인을 신의 존재에서 구했다. 이것이 고전과학 과 기독교 문화의 상관관계이다. 즉, ‘신이 우주를 지배한다’는 전제하에 신학과 철학, 그리고 과학이 공조하여 결정론적 세계관을 주도한 것이다.

뉴턴의 법칙은 과거와 미래의 역할은 역사적 관점에서도 동일하다고 가르친 다. 이런 시각에서 라이프니츠는 “최소한으로 말하더라도 신과 같이 통찰력 있는 눈으로 보면 현재 존재하는 것(quae sint), 존재하였던 것(quae fuerint), 그리 고 앞으로 존재하게 될 것(quae mox futura trahantur)을 비롯한 우주에 존재하 는 모든 존재의 전체적인 경과를 알 수 있다”3)라고 말했다. 라플라스는 라이프 니츠의 주장을 계승하여 1814년에 발행한 그의 저서 확률에 대한 철학적 시론

에서 “어떤 주어진 순간에 자연이 움직이는 모든 힘과 그것을 구성하는 존재들의 각각의 상황을 알 수 있는 하나의 지성이 우주에서 가장 큰 물체와 가장 가벼운 원자의 움직임과 같은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을 만큼 방대하다면, 이는 동일한 법칙에 포함될 것이다. 지성에게 불확실한 것은 없으며 과거와 같은 미래가 그 앞에 드러날 것이다”4)라고 주장했다. 라플라스가 말한 지성은 후대에 ‘라플라스 의 악마’라는 이름이 붙여질 만큼 초월적 능력을 소유한 존재로 상징화되었다.

그런데 신 중심적 문화는 다윈의 종의 기원(1859) 출간 이후 큰 변화를 맞 이하게 된다. 다윈의 생물 진화와 자연선택 등은 당시 유럽 사회를 지배하던 기 독교 사상의 극렬한 공격 대상이 되었지만, 진화론은 생물학의 발전에 힘입어 보 완·수정되었고, 여러 과학적 증거들로 진화의 과정이 증명되면서 현재 진화론의 논리는 더욱 견고해졌다. 그 결과 진화론적 사고는 생물학을 넘어서서 인류의 문 명과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심지어 19세기에 볼츠만(Boltzmann)은 다 윈이 성공한 생물학적 진화론을 물리학에 적용하려고 시도하였지만 뜻을 이루지 는 못했다. 어쨌건 이제 우리는 ‘진화적 패턴이 물리의 기본 법칙에 포함될 것일 까’라는 물음을 더 이상 회피할 수 없게 되었다.

진화론과 더불어 20세기 들어 뉴턴의 자연법칙에 균열을 초래한 과학 이론 중

3) G.F. Leibniz,Nouveaux essais sur l’entendement humain, 1966, 39쪽. (I. Prigogine, La fin des certitudes, 2001, 20쪽 재인용)

4) P.-S. Laplace,Essai philosophique sur les probabilités, 184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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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열역학 제2법칙이다. 고전적 동력학을 대표하는 뉴턴의 기계론적 세계관 은 시간의 무한성과 가역성에 기초하지만, 새로운 과학 이론인 열역학 제2법칙 의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법칙을 주장한 학자들에 따르면, “만일 이 세상이 거대한 기계라고 한다면, 이 기계에서는 유용한 에너지가 새어 나오고 있으며 멈추고 있다”5)는 것이다. 우주라는 기계는 영원히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우주에는 피할 수 없는 에너지의 손실이 있다는 것이다. 열역학 제2법칙 을 도입한 클라우지우스(Clausius)의 이론에 의하면 “세상의 에너지는 일정하 다. 세상의 엔트로피는 최댓값을 향하여 증가”6)하고 있다. 엔트로피의 증가는 세상(우주)에서 벌어지는 비가역 과정이라는 클라우지우스의 주장은 세상(우주) 의 진화적 입장을 최초로 정립한 사례가 되었다. 뉴턴과 그의 추종자들이 세운 단일 계로서의 우주 모형에서는 시간을 가역적인 것, 곧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것으로 설명했지만,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손실된 엔트로피를 보충하기 위하 여 이 우주의 시간을 거꾸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시간에는 방향성이 있다는 것이며 에딩턴(Eddington)에 의해서 ‘시간의 화살’이라고 불렸다. 시간 의 화살 이론이 진실이라면 시간은 새로운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 우주는 끊임 없이 팽창하고 있고, 시간은 일방통행의 길에 있으며, 시간은 비가역적이고 더는 가역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열역학 제2법칙과 양자이론, 그리고 상대성이론이 나오면서 확실성의 시대는 종말을 맞이하였고 가능성과 확률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주지하듯이 이 변화는 창조론에서 진화론으로의 전환점과 맞물려 들어간다. 이 전환점의 시대에 일리 아 프리고진은 그의 독창적 이론인 ‘산일구조(散逸構造)’와 ‘자기조직화’, 그 리고 ‘시간의 비가역성’ 등을 제시하였으며, 이를 통해 20세기 후반에 새로운 과학을 세우고자 하였다. 한 마디로 그의 새로운 과학 운동은 현대 과학의 업적 을 등에 업고 다윈의 진화론을 과학에 적용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선진 유학의 가르침과 세계관을 수용하면서 성립된 우리나라의 유교문화도 서 양의 기독교 중심 문화와 유사한 역사적 부침을 거치게 된다. 조선 이전, 즉 삼 국시대에 이미 유교의 기본 개념이 수용되었으나 고대 문헌을 해석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정도였고, 백성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불교와 도교 등에 대한 신뢰도가

5) 프리고진·스텐저스 저, 신국조 옮김,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2011, 11쪽.

6) 프리고진·스텐저스 저, 신국조 옮김,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2011, 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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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았다. 고려 후기 충렬왕 시절에 주자학이 도입되었지만, 유교와 유교문화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정착하였을 때는 조선의 개국과 함께 국가 이념으로 성리 학이 채택된 이후이다. 그러나 19세기 말 대내외적 난관에 봉착하여 전통적인 유교사회가 해체되고, 그에 따라 유교문화의 근간 역시 흔들리게 되면서 점차 그 가치를 잃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소멸한 것처럼 보였지만 파편화된 형태로 이곳저 곳에 흩어져 있었던 유교문화는 서양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와 접촉하면서 새로 운 형태로 우리 삶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이를 김윤희는 탈영토화를 거친 유교문화가 새롭게 자기조직화하는 과정이라 고 규정한다.7) 근·현대의 격변기에 이데올로기로서의 유교가 잠시 요동하는 상 태에 놓였지만, 완전히 해체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의 사회와 문화 속에서 새로 운 형태로 내재화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를 유교문화의 자기조직화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윤희는 프리고진의 이론, 특히 산일구조와 자기조직화 개념으로 유교문화의 탈영토화와 재영토화 현상을 설명한다. 그래서 본 연구에 서는 김윤희의 선행연구를 비판적 시각에서 검토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유교 문화 연구를 위해서 프리고진 이론의 적용 가능성과 그 한계를 철학적으로 탐색 하고자 한다.

이 연구를 위해 필자는 리쾨르의 ‘이야기된 시간’ 즉 ‘인간의 시간’에 주목하 고자 한다. 리쾨르의 주저 중 하나인 시간과 이야기(Temps et récit)의 주요 논의 내용은 우주적 시간(자연적 시간)과 현상학적 시간(체험적 시간) 사이의 아 포리아를 극복하기 위한 탐색인데, 그 해결책으로 리쾨르는 이야기된 시간으로 서의 인간의 시간을 제시했다. 즉, 인간의 시간은 역사적 체험을 함의하고 있는 인간의 역사적 시간이 된다. 프리고진이 말한 시간의 비가역성(또는 시간의 화 살)의 문제는 역사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를 리쾨르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려고 한다.

2. 유교문화 연구와 일리아 프리고진의 산일구조와 자기조직화

유교문화 연구를 위한 프리고진 이론의 적용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앞

7) 김윤희, 「근현대 유교담론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 모색」, 2019, 29-63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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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이와 관련된 선행연구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일리아 프리고진(Ilya Prigogine, 1917~2003)은 러시아 출신 벨기에 물리학자이자 화학자로서 산일구 조(structures dissipatives)8)를 그의 과학 이론으로 발표하였다. 프리고진에 따 르면 안정적인 평형상태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불안정한 비평형상태에서 미시 적인 요동(搖動, fluctuation)의 효과로 거시적인 안정적 구조가 출현할 수 있는 데, 이 안정적 구조가 산일구조이며, 이런 과정이 자기조직화이다. 한 마디로 그 는 혼돈(카오스)으로부터 질서를 가져다주는 메커니즘으로서의 산일구조와 자기 조직화를 주장하였다. 이후 그의 과학 사상은 순수 과학적 내용, 즉 통계역학, 열역학, 복잡계, 카오스 이론뿐만이 아니라 포스트모더니즘과 생태주의 사상, 그리고 사회과학(사회질서와 사회체계 연구 등)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먼저 복잡계(complex systems)에 관한 대표적 연구들은 권세은(2003)의 「복 잡성 패러다임의 개념적 이해」, 김문조(2003)의 「복잡계 패러다임의 특성과 전 망」, 박만준·안호영(2010)의 「복잡계로서의 물질과 마음」, 이한나와 김희용 (2014)의 「복잡성 이론이 지식사회의 교사 역할에 주는 함의」, 김연재(2010)의

「복잡계 이론에서 본 주역과 그 메타적 세계관-동아시아적 사유원형의 모색을 중심으로」, 김성철(1999)의 「복합체계론과 신제도주의의 방법론적 연계」 등이 있다. 이어서 사회질서와 체계에 관한 사회과학 연구로는 홍윤기(1998)의 「사회 질서와 사회능력-그 이론적 분석과 철학적 반성-」, 최창현(2013)의 「사회갈등 및 통합에 관한 연구-사회엔트로피이론 관점에서」 등이 있고, 생태주의와 관련 된 논문으로는 최민자(2007)의 「생태정치학적 사유와 현대 물리학의 실재관」과 권정임(2010)의 「비결정론과 생태적 합리성-비결정론에 대한 맑스의 생태사회 론의 양가성 비판과 변형-」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열역학에 관한 연구는 신국 조(1992)의 「비평형 열역학과 프리고진」이 있으며, 마지막으로 유교담론 연구 에 프리고진 이론을 도입한 김윤희(2019)의 「근현대 유교담론 연구의 새로운 가 능성 모색」은 이 분야에서 유일한 논문이며, 본 연구를 촉발한 주요한 참고자료 이자 비판적 분석의 대상이기도 하다.

8) 프리고진이 새로운 연합. 과학의 변신(La nouvelle alliance. Métamorphose de la science)

(1979)에서 프랑스어로 표현한 산일구조는 ‘les structures dissipatives’이다. 그가 이를 영어로 번 역하면서 ‘dissipative structures’가 되었다. 우리말 번역으로는 산일구조 이외에 소산구조, 무산구 조 등이 있는데 필자는 산일구조라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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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교문화를 보는 새로운 시각

자크 데리다의 마르크스의 유령들(1993)은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를 논 하면서 ‘유령’이라는 매개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아주 독특하다. 데리다는 셰익 스피어의 햄릿 1막 5장의 햄릿과 유령의 대면 장면으로 마르크스의 유령들

의 1장을 시작한다. 그런데 왜 유령인가? 데리다의 책이 출간된 해는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몰락하여 역사적 공산주의9)가 종말을 맞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고, 공산주의의 몰락은 신자유주의의 도래와 시기 적으로 맞물려 들어갔다. 그러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승리 선언에도 불구하 고 이 새로운 세계 질서 속에는 또 다른 새로운 재앙들(실업, 빈곤, 망명 및 이 주, 경제전쟁, 자유 시장의 모순, 종족 간의 전쟁, 외채 누적 등)이 잉태하고 있다. 그 결과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는 여전히 자본주의를 비판적으로 검증 하는 합리적 수단으로 유령처럼 다시 돌아올 수 있으며 마르크스의 유령은 자유 주의자들에게는 악몽처럼 언제든 다시 출현할 수 있게 되었다.10)

마르크스의 유령처럼 유교문화는 우리의 문화 속에 소멸하지 않고 살아있다.

우선 근대 이후 유교 사회가 해체되면서 사라진 것처럼, 그리고 사라질 것처럼 보였던 유교문화는 우리의 삶의 저변에 흩어져 있다. 조선의 유교적 통치 이데올 로기가 몰락하면서 서양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우리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에 새로운 질서를 제공한 것 같지만, 여전히 유교문화는 살아남아서 한국인의 유 교적 정체성으로 거주하고 있다. 이런 시각에서 김윤희는 “현재 한국은 자본주의 와 민주주의 사회이고, 이 사회에 여전히 유교문화라고 지칭되는 것이 작동”11) 한다고 말한다.

이어서 김윤희는 2000년대에 제기된 유교담론 관련 연구들은 “서양과 동양, 전통과 근대라는 이분법적 사유를 전제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하고, “유교와 서구적 근대를 대립적인 것으로 보거나 복합적인 것으로 보는 인식에는 서양=근 대/ 동양=전통이라는 구분이 전제되어” 있으며, “유교문화는 사라진 동양의 전 통이고, 지켜야 하는 전통문화로 간주”하고 있음을 분석하고 있다.12) 그러나 이

9) 공산당 선언의 첫 문장은 “한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로 시작한다.

10) 진태원, 「마르크스의 유령들, 데리다의 유령들」, 자크 데리다 저, 진태원 옮김, 마르크스의 유령 들, 2017, 359-377쪽 참조.

11) 김윤희, 「근현대 유교담론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 모색」, 2019, 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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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같은 관점으로 유교를 연구한다면 “유교에서 근대의 보편적 가치 또는 한국전 통의 긍정성을 발견하는 데는 성공할 수 있지만, 탈유교사회에서 유교문화가 지 식인에 의해 코드화되고 일상생활을 규율하는 담론으로 작동하는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13)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한국 지식인들이 유교문화와 자본주의·민주 주의를 접속시켜 생산한 담론들이 연결, 중첩되어 형성된 현재의 질서관념을 산 일구조(dissipative structure)로 파악할 것”과 “한국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질 서 관념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미세한 동요들-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를 지식인들이 소환한 유교문화의 요소로 이해할 것”을 제안한다.14)

이는 유교문화를 연구하는 기존의 시각과 차별화된 시각이다. 즉, 다원주의적 현대 사회의 특성을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단순히 유교 전통의 장점만을 계승하여 현대 사회의 문제에 대한 대안처럼 사용하자는 것도 아니며, ‘텅 비고 거짓’(‘虛 와 假’)된 유교 전통을 완전히 폐하자는 것도 아니며, 탈유교화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 잔존하는 유교적 질서 체계와 문화를 비판적으로 분석하자는 것이 다. 방법론적으로는 후기 구조주의자들의 해체적 관점과 개념들을 이용하여 유 교문화 연구를 위한 새로운 지평의 확장을 지향한다. 그런데도 김윤희의 연구에 서는 프리고진의 산일구조와 자기조직화에 관한 구체적 분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에 본 연구에서 그 부분을 더욱 깊이 있게 탐색하여 유교문화 연구에서 프리고진 이론이 어떻게 적용 가능한지, 그리고 어떤 한계점 이 있는지 살피고자 한다.

2) 프리고진의 과학적 패러다임

물리학자·화학자 프리고진의 시도는 새로운 과학 이론을 제시하는 것에 그치 지 않고, 새로운 존재론을 제안하는 것이다.15)고전적 관점에서 자연법칙은 ‘확

12) 김윤희, 「근현대 유교담론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 모색」, 2019, 46쪽.

13) 김윤희, 「근현대 유교담론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 모색」, 2019, 46쪽.

14) 김윤희, 「근현대 유교담론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 모색」, 2019, 51쪽.

15) 리쾨르는 프리고진의 공헌을 과학적 영역을 넘어선 철학적 영역에 이르렀다고 평가하였다. “(…) 우리는 여기서 존재로부터 생성으로(From Being to Becoming)와 영원과 시간 사이(Between Eternity and Time」의 프리고진의 존재론을 재발견한다.” P. Ricoeur, Evenement et sens, 1988 (Problèmes et controverses). Vrin-Société Bourguignonne de Philosophie, 1991, 4쪽 (강조는 필자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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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성’을 의미한다. 즉, 라이프니츠와 라플라스의 주장처럼 적절한 초기 조건 (conditions initiales)이 주어지기만 한다면 미래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고 과 거로도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전 제한다면 더는 확실성을 내세울 수 없고, 자연법칙의 의미도 ‘가능성’ 또는 ‘확 률’로 이해하게 된다. 이를 프리고진의 말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정립된 물리 법칙은 우리가 살고 있는 불안정하고 진화하 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이상화되고 안정한 세상을 설명할 뿐이라는 것이 내 생각 이다.16)

프리고진은 과학이 반드시 확실성을 담보할 필요가 없고, 가능성과 확률만을 제공할지라도 그것이 과학의 무용성으로 해석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 자신 의 생각을 새로운 합리주의라고 주장하였다. 이런 시각에서 자연을 설명하기 위 해서는 법칙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가 일어나다’, ‘어떤 사건이 불 시에 나타나다(생성되다)’, ‘어떤 경우가 있다’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건 (évènement)’ 개념 역시 필요하다.17) 이와 더불어 오늘날의 사회적 다양성과 변화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법칙보다는 사건이 더 유용하다. 안정, 질서, 균등 및 평등 등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질서, 다양성, 비평형, 비선형 등을 우리 주위 에서 자주 목격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사건 개념은 확실성이라는 토대 위에 세워 진 법칙에 균열을 초래하고, 안전한 계(系, system)에 예외라는 미세한 요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우주는 뉴턴식 자연법칙처럼 닫혀진 계이 면서 안정한 계인가? 프리고진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그러면서 그는 진 자(振子, pendulum)과 연필의 예를 제시한다.

16) 프리고진 저, 이덕환 옮김, 확실성의 종말. 시간, 카오스 그리고 자연법칙, 1997, 35쪽.

17) “프리고진 교수가 우리에게 예를 보여준 것과 같이 기계 물리학, 양자 물리학 및 우주론의 수정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가 지각하는 환경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사건-의미’의 상관적 용어의 사용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첫째이다.” P. Ricoeur, Evenement et sens, 1988, 2쪽(강조는 필자의 것).

“이제 자연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법칙’뿐만 아니라 획기적인 새로움의 요소를 도입하는 ‘사건’도 필요하게 된다.” 프리고진 저, 이덕환 옮김, 확실성의 종말. -시간, 카오스 그리고 자연법칙, 199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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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a) 안정한 평형 (b) 불안정한 평형

안정한 계와 불안정한 계의 차이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진자를 생각해 보자.

처음에 평형 위치에 있을 때는 포텐셜 에너지가 최소이다. 이 진자를 조금 밀어 주면 [그림 1]의 (a)와 같이 곧 평형 위치로 되돌아온다. 이것이 바로 안전한 평형이다. [그림 1]의 (b)처럼 연필을 세워 놓으면 불안정한 평형이 되는데 세워 진 연필은 아주 조금만 건드려도 쓰러지기 때문이다. 안정한 운동과 불안정한 운 동에도 이와 비슷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18)

뉴턴의 고전 동력학은 진자의 운동과 같은 안정한 평형과 닫혀진 계와 안정한 계를 전제하는 결정론적 운동 방정식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세상에서는 ‘우연’

은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며, 세상의 모든 조각은 우주라는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짜임새 있게 그리고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다고 간주한다. 실례로 미국헌법의 초 안자들은 “이러한 우주상의 영향을 받아 견제와 균형이 시계 부품들처럼 째깍거 리는 지배를 위한 기계를 창조”19)하였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브라질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킨다’라거나 ‘중국 북경에서 나비 의 날갯짓이 뉴욕에서 폭풍을 일으킨다’와 같은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로 알려진 카오스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결코 안정한 평형의 계가 아닌 불안정한 계 이다.20) 매년 반복되는 이상기후와 천재지변은 이 세상이 변화와 무질서의 소용

18) 프리고진 저, 이덕환 옮김, 확실성의 종말. 시간, 카오스 그리고 자연법칙, 1997, 38쪽.

19) 앨빈 토플러, 「과학과 변화」, 프리고진·스텐저스 저, 신국조 옮김,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2011, 10쪽.

20) “고전 과학은 질서와 안정성을 강조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 반대로 모든 수준의 관찰에서 요동과 불안정성, 다중 선택과 한정된 예측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카오스와 같은 개념이 일반화되면서 오늘날에는 우주론에서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학 분야의 사상 속으로 스며들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고전 물리와 양자 물리도 불안정성과 카오스를 고려할 수 있도록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노력이 완성되면 진화하는 우주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자연법칙을 정립하게 될 것이다.” 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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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에 놓여 있음을 방증한다.

이런 맥락에서 프리고진과 그의 동료들로 구성된 소위 ‘브뤼셀 학파’는 환경, 에너지, 물질, 정보 등이 서로 교환하는 열려진 계들이 있다고 설명한다. 즉, 모 든 계는 끊임없이 ‘요동’치는 하위 계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뉴턴 식 고전 물리학이 말하는 예외와 우연과 같은 극히 미세한 현상들은 더는 물리적 인 우주의 작은 부분(혹은 단일 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관심을 두는 대부분 현상이 실제는 무질서와 혼돈 그 자체이고, 우주는 복수적이고 복잡 한 계로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무질서와 혼돈 속에서 우리가 관찰하는 특이한 순 간, 곧 ‘분기점(bifurcation point)’은 한 번의 요동이나 복합적인 요동으로 인해 서 어떤 혁명적인 사건으로 나타나는데, 문제는 이 순간, 분기점, 사건을 예측하 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계가 혼돈과 무질서로 인하여 붕괴할 것인지, 아 니면 프리고진이 ‘산일구조’라고 부르는 새로운 구조와 자기조직화 과정으로 진 행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에게 분명한 것은 “안정성은 더 이상 물리 학의 일반적 법칙과 결과가 아니다”는 것이고, “정상상태가 계나 또는 그 주위환 경에 의하여 생기는 서로 다른 종류의 요동에 대하여 반응하는 방법을 조사해야 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어떤 경우에는 분석에 의하여 어떤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그러한 상태에서는 어떤 요동이 줄어드는 대신에 증폭되어 전체 계를 침범하게 되어 그 계가 최소 엔트로피 생산에 해당되 는 정상상태와는 정성적으로 매우 다른 새로운 지역을 향하여 진화하도록 강요한 다”라고 결론짓는다.21)

그렇다면 어떻게 무질서로부터 구조가 생기는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떻게 자기조직화가 이루어지는가? 이 질문들에 대하여 프리고진과 그의 동료 스텐저 스(Stengers)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우리는 평형에서 멀리 떨어진 상태(far-from-equilibrium conditions)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구조가 자발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형에서 멀리 떨어진 조건하에서는 무질서와 열적인 혼돈으로부터 질서로 변환된다는 것 이다. 물질의 새로운 동역학적 상태, 주어진 계와 그 주변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초래하는 상태가 생겨나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새로운 구조를 그 형성과정에서

고진 저, 이덕환 옮김, 확실성의 종말. 시간, 카오스 그리고 자연법칙, 1997, 14쪽.

21) 프리고진·스텐저스 저, 신국조 옮김,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2011, 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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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산일(散逸)과정의 건설적인 역할을 강조하기 위하여 산일구조라고 불러왔 다.22)

이처럼 프리고진과 스텐저스는 계를 평형(equilibrium) 상태의 계, 평형 근처 (near equilibrium)의 상태에 있는 계, 평형에서 먼(far-from- equilibrium) 상 태의 계들로 구분하였는데,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인간의 새로운 자연과의 대 화(Order out of Chaos: Men’s new dialogue with nature)(1984)23)의 영어 판 서문을 쓴 앨빈 토플러는 다음과 같은 예시로 우리의 이해를 돕고 있다.

원시적인 한 족속을 생각해보자. 만일 이 족속의 출생률과 사망률이 같다면 이 족속의 인구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다. 적당량의 식량과 다른 자원이 있다 고 할 때, 이 족속은 생태적인 평형상태에 있는 한 국지적인 계의 한 부분을 이루 고 있게 된다. 출생률을 증가시켜 보자. 상응되는 사망자의 수가 없는 약간의 추 가적인 출산은 별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계는 평형에서 가까운 상태로 변 해갈지 모르나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평형상태나 이에 가까운 상태에 있는 계들에 큰 변화를 일으키려면 커다란 충격이 필요하다. 그러나 만일 출생률이 급 격히 상승하게 되면, 계는 평형상태에서 멀리 밀려나게 될 것이며, 이때에는 비 선형관계가 주로 지배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계들이 이상한 일들을 하게 된다. 외부영향에 극도로 예민해지거나 작은 입력에도 거대하고 깜짝 놀랄 만한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즉 전체 계가 우리가 보기에는 괴상하다고 할 수 있 는 방법으로 그 자신을 재조직하게 될지 모른다.24)

이처럼 프리고진의 비평형계(non-equilibrium systems) 이론은 고전적 법칙 이나 전통적인 규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무질서와 혼돈 상태에서의 자발적인 재조직화나 질서화는 우연이나 예외로 이해되었었지만, 프리고진의 공헌으로 과학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22) 프리고진·스텐저스 저, 신국조 옮김,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2011, 49쪽.

23) 이 책의 프랑스어판은 새로운 연합. 과학의 변신(La nouvelle alliance. Métamorphose de la science)(1979)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토플러의 서문은 없다. 그리고 제3부 「존재로부터 생성으로」 부분은 ‘시간의 근본에 대한 것과 물리적 과학의 골격 안에서의 진화적 패러다임의 설정 에 관한 프리고진과 스텐저스의 새로운 결과’를 담아 영어판에서 새롭게 작성되었다.

24) 앨빈 토플러, 「과학과 변화」, 프리고진·스텐저스 저, 이덕환 옮김,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1997, 13-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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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극적인 무산[산일]구조의 예는 바로 생명체기도 하며 이러한 무산[산일]

구조는 무질서한 주위 환경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들이며 대신 엔트로피를 ‘무산 [산일]’시킨다는 것이다. 프리고진은 이러한 제안을 가상적인 화학반응계인 ‘브 뤼셀레이터(Brusselator)’를 통하여 수식화하였으며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수많 은 화학반응들에 적용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그의 제안이 실험적으로 증명된 것 은 소련의 과학자 벨로소프(Belousov)와 자보틴스키(Zhabotinsky)가 발견한 새 로운 화학반응을 통해서다. 말론산, 브룸산 이온, 세륨 이론을 묽은 황산 용액 속에 넣고 화학반응을 시킬 때 어떤 온도에 이르면 분기 현상이 일어나고 복잡한 구조가 생성됨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벨로소프-자보틴스키 반응을 설명 하기 위하여 오리건 대학의 과학자들은 프리고진의 이론을 따라 ‘오리고네이터 (Oregonator)’라는 화학반응 모델을 세웠으며, 이 모델을 통하여 이 새로운 화 학반응을 성공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25)

산일구조와 자기조직화에 관한 해설을 프리고진과 스텐저스에게 직접 들어보 자.

오랫동안 난류는 무질서 또는 소음으로 규명되어 왔다. 오늘날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제로 난류의 운동이 거시적인 축척으로는 불규칙적이 고 혼란스러운 것으로 보이지만 미시적인 축척으로는 고도로 조직적인 것이다.

난류에 관계되는 다수의 공간 및 시간의 축척들은 수없이 많은 분자들의 합치된 행동에 해당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볼 때, 층 흐름으로부터 난류로의 전이 는 자생적인 조직화의 과정이다. 층 흐름에서는 분자들의 열적인 운동에 속하던 계의 에너지 일부가 거시적인 조직적 운동으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26)

이 예시는 욕조에 채워둔 물을 방류할 때 발생하는 소용돌이를 생각하면 이해 하기 쉽다. 처음에는 무질서하게 물이 배수구로 빠져나가면서 불안정한 층(層) 의 흐름을 보이다가 점차 물이 내려가는 속도와 회전하는 속도가 증가하고, 중력 이 작용하면서 배수가 원활해진다. 이때 물의 회전반경이 줄어들지만, 회전속도 가 증가하여 소용돌이 관(vertex tube) 형태의 구조를 이루게 된다. 즉, 물이 무질서하게 빠져나가다 물의 압력과 중력, 원심력 등이 작용하여 어느 순간 서로 균형을 이루게 되면서 깔때기 형태의 안정된 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이를 프리고

25) 신국조, 「비평형 열역학과 프리고진」, 1992, 259쪽.

26) 프리고진·스텐저스 저, 신국조 옮김,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2011, 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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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의 산일구조와 자기조직화로 이해할 수 있다.27)

그런데 산일구조와 자기조직화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 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성적인 변화에 대하여 모형을 세우는 본 격적인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그들은 혁명의 개념에 서광”28)을 비췄다. 프랑스 혁명을 놓고 고찰해보면, 루이 16세 시기의 사회적·정치적 변화를 갈망하며 급 등했던 다양한 요구들의 분출을 ‘요동’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정치적 요동은 현존하는 안정한 평형상태의 계를 점차 평형에서 멀리 떨어진 상태의 계 로 보내게 되면서 이 계의 구조를 위협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이 계는 임계점, 즉 분기점에 다다르게 되었는데 이것이 결국 프랑스 혁명의 발발로 이어 지게 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연속적인 불안정성이 어떻게 궁극적인 변 화를 일으키는가를 설명함으로써 프리고진과 그의 동료들은 산일구조와 자기조 직화 이론을 밝혀냈다.

3. 프리고진의 ‘요동’ 개념과 인문·사회학적 적용

지금까지 고찰한 프리고진의 과학적 패러다임이 무질서와 질서, 물리학과 생 물학, 우연과 필연 등을 이해하는 데 뉴턴의 과학 법칙보다 설득력 있게 보일지 라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화학실험으로 증명된 ‘요동’

을 실험실 밖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물론 앞서 프랑스 혁명을 산일구조로 해석해보았지만, 좀 더 구체적인 적용 가능성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홍윤기는 사회질서 문제를 고찰하면서 프리고진의 요동 개념에 관심을 가졌 다.29) 프리고진의 패러다임이 전통적 뉴턴식 동력학의 질서정연한 법칙 질서를

27) 김문조, 「복잡계 패러다임의 특성과 전망」, 2003, 9-10쪽 참조. 김용정, 「엔트로피법칙과 프리고 진의 산일구조」, 1996, 153-154쪽 참조. “예를 들면 수도꼭지를 적당히 열면 물의 흐름 R은(이 물의 흐름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를 소위 레이놀즈의 수[數] R이라고 한다) 그 레벨이 일정하므로 물줄기는 둥글게 낙하한다. 그러나 수도꼭지를 좀 더 열어 레이놀즈의 수 R을 크게 하면 돌연히 무질서한 난류로 변한다. 이것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날마다 경험하는 일이다. 유체의 비선형계의 본질은 동일한 조건에서 작동을 해도 많은 상이한 상태가 나타난다. 물의 흐름 R이 커지면, 즉 수압 이 강해지면 층(層) 흐름의 구조에 불안정이 일어나 난류의 구조가 나타나게 되는 그것은 그 내부에 어떤 미시적인 요동의 질서가 있어 그것이 확대되어 난류의 구조가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28) 앨빈 토플러, 「과학과 변화」, 프리고진·스텐저스 저, 신국조 옮김,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2011, 24쪽.

29) 홍윤기, 「사회질서와 사회능력-그 이론적 분석과 철학적 반성-」, 1998, 345-373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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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혼돈 질서로 변혁하였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그는 “질서가 곧 자기완결 적인 조화상태에서의 안정을 의미하고, 무질서가 무한한 교란 내지 혼돈 상태에 서의 불안정과 동일시되던 질서담론의 고전적 이분법은 사실상 그 근거를 잃게 된다”30)라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가역적 과정이 일반적이고, 비가역적 과정이 예외라는 것을 뒤집어 비가역적 과정이 일반적이고, 가역적 과정이 예외라는 프 리고진의 주장에 동의한다. 특히 그는 프리고진의 ‘요동을 통한 질서 모델’, 즉 작은 원인으로 엄청난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 불안정한 세계의 모델을 차용하여

“사회질서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사회질서를 질서와 무질서의 비평형적 상호작용 질서로 파악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31)라는 결론을 도출한다.

앞서 살펴본 김윤희의 연구에서 그는 “유길준의 서유견문에서 서술된 자본 주의는 서구의 자본주의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유길준은 시장을 매개로 사적 이 윤추구가 공익적 성격을 띠게 되는 것은 타인과 경쟁하면서도 배려하는 개인의 윤리적 태도 때문이라고 설명”했음을 주목하여, 애덤 스미스가 시장의 자율적 조 정의 기제(機制)인 ‘보이지 않는 손’의 작동 원리를 국가와 유가적 가족 윤리의 작동 원리로 대체했다고 본다.32) 이어서 김윤희는 “유길준은 노동야학독본 (1908 발행)에서는 자본주의의 시장 메커니즘을 자조[自助]로 설명했다”33)라 는 점에 주목한다. 스스로 도움이 된다는 의미의 자조는 실은 서로 도움이 된다 는 뜻이라는 유길준의 독특한 해석에 집중하여 “유길준은 노동자 윤리로 근면, 절약, 상조(相助), 청결, 진언(眞言) 등의 유교적 윤리관을 동원하여 노동윤리 의 내용을 구성”34)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유길준의 사례를 통해 김윤희는 19세기 말 비록 평형상태의 유교사회가 크고 작은 요동들로 인하여 비평형상태 로 전이되었지만, 지식인들(특히 유길준 등)은 비평형상태에서 조직화된 특정한 구조를 형성하였고, 유교적 요소들이 자기조직화하는 과정에 기여하였음을 밝힌 다.

김윤희 역시 ‘요동’ 개념에 주목하여 유교문화 연구에서 프리고진 이론의 적 용 가능성을 찾는다. 즉, “근현대 지식인들이 소환했던 유교문화가 거시적 균형

30) 홍윤기, 「사회질서와 사회능력-그 이론적 분석과 철학적 반성-」, 1998, 354쪽.

31) 홍윤기, 「사회질서와 사회능력-그 이론적 분석과 철학적 반성-」, 1998, 370-371쪽.

32) 김윤희, 「근현대 유교담론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 모색」, 2019, 51-52쪽.

33) 김윤희, 「근현대 유교담론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 모색」, 2019, 53쪽.

34) 김윤희, 「근현대 유교담론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 모색」, 2019, 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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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유지하기 위한” 미세한 요동이라고 한다면, 이 요동의 과정을 찾아내기 위해 서는 “파편화된 것들의 자기조직화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개념 도구가 필요하 다”라는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다.35)

IMF 시대를 반추하면서 유교문화의 산일구조와 자기조직화의 단면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은 당시 시민들이 보여준 유교적 정체성이다. 나보다는 가족과 공동체 를 우선시했던 그들은 분명 서양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신봉하던 사람들이었 다. 그런데도 절박한 상황, 즉 평형에서 멀리 떨어진 상태에 도달하자 신자유주 의의 산물인 개인 중심적 사고의 틀에 갇혀있지 않았고 가족과 공동체를 위해 자 신을 희생하는 인간 중심적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구조의 유교문화를 자발 적으로 조직화하였다.

오늘날 ‘K-방역’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모델에 관한 논쟁에서도 프리고진 이 론의 적용 가능성이 있다. 2020년 전반기부터 오늘날까지 코로나19(covid-19) 가 가져온 충격과 공포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져있는 현시점에서 이 문제를 논하 는 것이 시기상조일 수 있겠지만, K-방역을 ‘유교적 정치 유산’ 정도로 취급하 는 서양의 시각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팬데믹(pandemic) 시대36)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과 대만이 유교적 정치 유산으로 방역에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는 첫째로 유교의 가부장적 집단주의, 둘 째로 국가적 통치권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등 질서에 순응하는 태도로 요약된다.

이는 유교문화에 익숙한 우리나라, 중국, 대만 사회가 권위주의적인 정부를 가장 으로 여기고 가족 구성원인 시민에 대한 강력한 지배와 통솔의 권한이 있다고 인 정하는 것이며, 또한 수직적인 성향의 시민들이 정부와 의료전문가들의 지침에 비판 없이 순응하는 태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재독 철학자 한병철(독

35) 김윤희, 「근현대 유교담론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 모색」, 2019, 55쪽. 김윤희는 벤야민의 알레고리 개념을 통해 이 개념 도구를 찾는다. “벤야민의 알레고리는 상징의 초월적인 보편성과 달리 현실의 균열지점들을 몽타주하여 현실을 역사적 총체성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알레 고리는 현실의 의미작용 양상을 철저하게 역사적인 관점에서 재구성하는 사유와 글쓰기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역사를 알레고리가 수집과 반복하는 변증법적 과정으로 이해한다. 명증한 상징과 달리 알레고리는 기표와 기의 사이의 모호성으로 인해 나타난 표현형식이기 때문에, 대상이 가진 상이한 모호성으로 인해 나타난 표현양식이기 때문에, 대상이 가진 상이한 차원—미덕과 악덕, 부 정과 긍정 등— 모두와 관계되어 있다. 즉 모든 문화적 표현들은 알레고리에 의해 가치가 고양, 하락, 전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36) 손민석, 「팬데믹 시대, 비판적 시민성과 정치신학-윌리엄 캐버너의 담론을 중심으로-」, 2020, 370-403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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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베를린예술대학교 교수)은 우리나라의 3T(Trace, Test, Treat) 방역, 즉

‘공격적인 환자 추적, 대규모 무료검사, 의료보험제도에 입각한 효과적 치료’는 디지털 감시라는 비민주적인 유교적 통치 기저가 작동하고 있고, 이는 언제든지

‘디지털 통제’이자 ‘디지털 치안 체계’로 변질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37) 그런데 이런 평가의 근저에는 서양 학자들이 내세우는 오리엔탈리즘을 중심으로 한 유교 문화에 대한 편견과 왜곡이 짙게 깔려 있다. 그리고 K-방역의 선방 요인을 ‘유 교 전통의 잔존이나 재출현’ 정도로 취급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이런 시각은 유 교와 유교문화가 새로운 가치로 재탄생하거나 그것의 지속 가능성에 동의하지 않 는 데 기인한다. 한편 황정아는 ‘K-방역과 민주주의’에 대한 진단 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민주적이고 대중적인 통제가 가능한 까닭은 촛불혁명의 원동력 이자 오래된 연대와 책임으로서의 ‘인민주권’ 때문이라고 하면서 ‘민주주의적 우애’가 한국적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38)

그러나 필자가 본 연구에서 밝히고자 하는 바는 비록 전통적 유교사회는 해체 되었지만, 유교문화는 파편화된 형태로 우리의 삶 속에 흩어진 채로 남아 있다가 특별한 불안정성과 요동(들)에 의해 다시 구조화되고 조직화된다는 것이다. 이 것이 유교문화의 산일구조이고 자기조직화 과정이다. 그렇다면 유교문화 중 어 떤 것이 우리 방역에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였는가? 필자는 세상을 살만하게 만드는 주요한 동인 중의 하나인 ‘더불어-잘-살기’를 바라는 한국인의 정체성이 라고 본다. 리쾨르는 남 같은 자기 자신(Soi-même comme un autre)에서

‘타자와 함께 그리고 타자를 위해서’ 사는 삶의 자세를 강조했는데, 이것은 성경 의 황금률(“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에서 가져온 그 의 윤리적 목표이다. 주지하듯이 선진 유학에서도 서양의 부정형 황금률(“다른 사람이 너희에게 하지 않기를 원하는 것을 너희도 다른 이에게 행하지 말라”)과 유사한 가르침이 있다. 그것은 ‘충서(忠恕)’인데, 이 개념은 논어와 중용에 서 비롯되었다.39)

‘충서’는 공자가 ‘도(道)’와 ‘인(仁)’, 그리고 ‘서(恕)’로써 설명하는 윤리

37) 한병철 교수의 독인 벨트지 투고문(WeLT. 2020.3.23). “Wir dürfen die Vernunft nicht dem Virus überlassen.” 참조. 김재형, 「글로벌 생명 헤게모니 경쟁과 대한민국: K-방역 모델이 놓친 문제들」, 2020, 1-6쪽 참조.

38) 황정아, 「팬데믹 시대의 민주주의와 ‘한국모델’, 2020(가을호), 17-35쪽 참조.

39) 이석주, 「충서(忠恕)와 정보철학 ­구성주의의 관점에서-」, 2020, 238-259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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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적 의미와 같은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공자는 논어에서는 ‘서’를 중용에 서 ‘충서’를 중심으로 그의 윤리원칙을 밝혔는데, 논어의 ‘서’는 “자신이 하 고자 하지 않는 바를 타인에게 실행하지 말라[論語 「衛靈公」: 子貢問曰, “有 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子曰, “其‘恕’乎! 己所不欲, 勿施於人.]”라는 의미이고, 중용에서의 ‘충서’는 “자신에게 실행하기 원하지 않는 것 역시 타 인에게 실행하지 말라[中庸: 忠恕, 違道不遠, 施諸己而不願, 亦勿施於人.]

라는 의미이다.

공자의 충서 개념을 재해석하여 오늘날 유교문화에 영향을 미친 사람은 주자 (朱子)이다. 주자 윤리학의 출발선은 ‘리(理)’이다. 마음에 내재하는 하나의 본 체인 ‘리’가 있고, ‘리’를 마땅히 행하는 것, 곧 도덕의무의 본질적 의미이자 실 천적 차원에서의 역량이 ‘충’이다. 그리고 ‘리’에 따라서 ‘충’을 구체적인 영역 에서 실천하는 것이 ‘서’이다.

하나로 꿰뚫는 ‘일관’은 단지 하나의 ‘리’이다. 그 본체가 마음[心]에 있으 면, 아버지를 모시는 것이 곧 ‘효(孝)’가 되고, 군주를 섬기는 것이 곧 ‘경(敬)’

이 되며, 벗을 사귀는 것이 곧 ‘신(信)’이 되는 것이니 이것이 단지 하나로 꿰뚫 은 ‘일관’이다.40)

인간의 마음에 내재된 ‘리’가 있어서 인간은 도덕 주체가 되고, 이를 실천하는 도덕적 의지가 있어서 ‘충’과 ‘서’로 실제화된다는 것이 주자의 도덕 실천 원칙 이다. 주자는 종종 진실한 ‘충’이 있을 때 ‘서’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의미에서 ‘충’과 ‘서’ 모두는 중요한 개념이지만, 필자는 ‘서’ 개념을 통해 K-방역의 선방 요인을 탐색하려 한다. 이를 위해 김혜수의 연구(2017), 즉 「주자철학의 충서(忠恕) 개념 분석과 그 윤리학적 함의 고찰」41)을 참조한다.

김혜수에 의하면 주자는 “‘서’를 자기의 입장으로 미루어 보는 ‘추기’로 설명”하 는데, “‘서’는 자기의 입장으로 미루어 다른 사물에 미치는 ‘추기급물(推己及 物)’ 혹은 ‘추기급인(推己及人)’”42)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이 논어와 중용

40) 朱子語類 27권: 一貫只是一理, 其體在心, 事父即為孝, 事君即為敬, 交朋友即為信, 此只是 一貫.

41) 김혜수, 「주자철학의 충서(忠恕) 개념 분석과 그 윤리학적 함의 고찰」, 2017, 311-327쪽 참조.

42) 김혜수, 「주자철학의 충서(忠恕) 개념 분석과 그 윤리학적 함의 고찰」, 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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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충서에 관한 주자의 해석이다.

‘추기급인’으로서의 ‘서’는 타자에게 해악을 금지하는 원칙을 도덕행위의 표 준으로 삼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을 금지하는 것, 이것이 바로 밀의 자유론에서 보여주는 ‘해악 금지의 원칙(no harm principle)’이다. 타인 에게 해악을 주지 않는, 즉 해악 금지(no harm)의 행위는 최소의 도덕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일차적인 도덕의무이자 도덕의 기초이다. 한 국가사회의 도덕적 또는 윤리적 수준을 평가하는 가장 근본적인 척도가 바로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하지 않는 ‘해악 금지의 원칙’을 잘 지키는 데에 있다.43)

‘서(恕)’는 코로나19 시대에 다른 사람의 처지에 서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원 리이다.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가 물리적 거리두기를 의미한다면,

‘서’는 타자를 배려하고 타자와 함께 공존하겠다는 독선적·이기적 자아(주체)에 대한 자발적 거리두기이다. 나로 인하여 전염병이 전파되어 다른 사람들이 피해 를 보는 것을 염려하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해악을 끼치지 않겠다는 ‘추기 급인’으로서의 ‘서’, 곧 팬데믹 시대의 ‘서’는 타자와 함께 그리고 타자를 위해 서 위기 상황 속에서 살아남아서 ‘우리’로서 살만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마음 씀 이기에 K-방역 선방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고, 유교문화의 산일구조이자 자기조 직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4. 시간의 비가역성과 역사적 시간

에딩턴은 물질적 세계의 본성(The Nature of the Physical World)(1928) 에서 시간의 일방적인 방향성으로서 ‘시간의 화살(arrow of time)’을 언급하였 다. 그에 의하면 시간의 화살은 시간의 비가역성(비대칭성)을 의미하며, 시간은 가역적일 수 없고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만 향한다는 점에서 화살에 비유하여 표현한 말이다. 프리고진은 이 개념을 그의 과학적 패러다임의 시간론을 설명하 는 데 사용하였다.

프리고진은 과학에서 시간 재고찰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많이 강조하였다. 그 까닭은 고전적인 뉴턴의 동력학에서부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양자 물리

43) 김혜수, 「주자철학의 충서(忠恕) 개념 분석과 그 윤리학적 함의 고찰」, 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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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물리 법칙의 시간 개념에 따르면 과거와 미래는 구별 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44) 시간을 가역적으로 보는 관점은 역사를 끊 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보는 인문·사회과학적 관점으로 확장되었고, 시간에 관 한 문화적 개념들도 이에 따라 발전했다. 그러나 이는 시간의 패러독스에 빠지는 결과에 불과하다. 그래서 프리고진은 비평형 물리학의 발전이 시간의 비가역성 을 증명한다고 보았다.

클라우지우스가 사용한 불안정하고 진화하는 엔트로피(엔트로피는 희랍어로

‘진화’를 뜻한다)45) 개념은 고전 물리학의 오랜 신념인 불변성과 안정성에 반하 는 이론이다. 엔트로피가 무질서하게 증가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은 불안하고 불 확실한 우주의 미래를 예측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 세계적인 무분별한 에너지 남용은 환경의 오염과 이상기후와 생태위기 등과 같은 혼돈과 무질서로 되돌아오 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세상은 혼돈의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불안감 이 우리를 옥죄고 있다. 그러나 프리고진은 요동과 불안정성이, 곧 ‘비결정론적 가정’이 지배하는 세상을 더는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시간의 화살을 확립하게 되면 자연의 두 가지 중요한 특성인 통일성과 다양성 을 모두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시간의 화살이 우주의 모든 부분에 공통으로 적용 되기 때문에 통일성이 나타난다. 당신의 미래가 바로 나의 미래에 해당하고, 태 양의 미래는 다른 별들의 미래가 된다. 다양성은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방안에 들어 있는 어느 정도 열적 평형에 가까이 있고, 분자 수준의 무질서 상태에 있는 기체의 혼합물인 공기에서 찾을 수 있다. 방안에는 나의 집사람이 마련해 준 아 름다운 꽃꽂이도 있다. 꽃꽂이는 시간에 따른, 비가역적인, 비평형 과정의 덕분 으로 평형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고도로 조직화된 대상이다. 이 같은 시간의 긍정 적인 역할을 고려하지 못하는 자연법칙은 절대로 만족스러울 수가 없다.46)

이와 같은 프리고진의 낙관론은 무엇 때문인가? 그는 “비평형은 무질서를 만 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비평형 효과가 없다면 생명의 진화란 없었을 것이다”47)라고 하면서, 비평형 물리학의 장점을 제시하였

44) 프리고진 저, 이덕환 옮김, 확실성의 종말. 시간, 카오스 그리고 자연법칙, 1997, 11-12쪽 참조.

45) 프리고진 저, 이덕환 옮김, 확실성의 종말. 시간, 카오스 그리고 자연법칙, 1997, 28쪽.

46) 프리고진 저, 이덕환 옮김, 확실성의 종말. 시간, 카오스 그리고 자연법칙, 1997, 62-63쪽.

47) 프리고진, 「동서양의 과학관 및 자연관의 조화」, 1996,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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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러면서 그는 “문명은 더 이상 시간이 무시되는 과학문화와 시간이 핵심적 인 역할을 하는 인간문화로 나누어지지 않는다. (…) 이제 우리는 일관성 있는 이론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우리는 같은 우주에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48)라고 선언하였다. 따라서 비평형 열역학은 프리고진에게 평형에서 멀리 떨어진 상태 에서 산일구조와 자기조직화가 발생한다는 이론을 증명하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 라 진화론적 과학관을 정립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한편 프리고진의 동료이자 같은 물리학자인 에리히 얀치(Erich Jantsch)는 그 의 저서 자기조직화하는 우주(The Self-Organizing Universe)(1979)에서 우 연적이고 비결정론적인 원리를 ‘자기초월’을 통한 진화 과정으로 규정함으로써 프리고진의 진화론적 패러다임에 힘을 실었다.49)

이제 눈을 돌려 역사적 시간 문제를 고찰해보자. 인간은 더는 신의 조력자나 자연의 관찰자가 아니며, 진화하는 자연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프리고진 의 시각에서 역사적 시간의 문제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근대철학에서 시 간의 시간화(The temporalization of time in modern philosophy)」50)라는 연구 를 통해 마이크 샌드보스(Mike Sandbothe)는 칸트와 하이데거의 근대철학에서 의 시간의 시간화 성찰을 논의하면서 ‘현대 시간 철학’의 세 경향을 소개한다.

그중 하나는 시간의 융합적 사고인데, 그에 따르면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야 물리 학, 화학 및 생물학 간에 소위 ‘자기조직화’ 이론의 틀에서 ‘글로벌 시간(global time)’ 개념이 개발되었고, 수학적으로 구현되었다. 이 새로운 시간 개념은 자 연 시간(natural time)과 역사적 시간(historical time) 사이의 오래된 이중성을 극복하고 20세기 전반을 특징지었던 시간에 대한 물리적, 생물학적 및 철학적 접근 간의 갈등을 해결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프리고진의 시간의 비가역성 개념도 글로벌 시간 개념처럼 자연 시간과 역사적 시간을 통합적으로 보는 관점 을 내포한다고 해석한다. 그런데 과연 인간의 고유한 체험의 시간인 역사적 시간 을 자연적 시간에 포함시킬 수 있는가? 그리고 진화하는 자연에 편입되고 부속 화된 인간의 경험과 행위의 가치는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는가?

이와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철학자들 중심에는 폴 리쾨르(Paul Ricoeur)가 있

48) 프리고진, 「동서양의 과학관 및 자연관의 조화」, 1996, 18쪽.

49) 에리히 얀치 저, 홍동선 옮김, 『자기조직하는 우주』, 1989, 74-83쪽 참조.

50) Mike Sandbothe, "The temporalization of time in modern philosophy", 1999, 17-35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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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는 시간과 이야기와 기억, 역사, 망각에서 자연적 시간, 곧 우주적 시간에는 ‘현재가 없는 시간’이며, 역사적 시간과 체험적 시간, 곧 현상학적 시 간을 내포하는 ‘인간의 시간’은 ‘현재가 있는 시간’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런 이 유로 양자 시간, 열역학적 시간, 은하 변환 시간 또는 종의 진화와 관련된 자연 의 시간에 인간의 시간을 포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더 나아가 변 화(또는 진화)와 역사 개념의 상호 중첩은 이질적인 두 이해 간의 일관성을 추구 하는 것이며, 상호 오염 현상을 초래한다고 경고하였다. ‘익명의 순간’과 현재가 없는 현재로서는 인간의 고유한 정체성을 말하는 ‘이야기 정체성(identité narrative)’51)개념을 포섭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사상의 핵심이다. 따라서 자 연과 역사적 시간 사이의 화해할 수 없는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통섭적 정리(定 理)’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시간적 측면의 존재론적 보편성이 자기조직화 이론에 서 역사화된 자연적 시간의 통합으로 입증되었다고 간주하지만, 우주의 시간과 현상학적 시간 사이에 인간의 시간이 존재함을 강조하는 리쾨르는 이를 수용할 수 없었다.

시간과 이야기에서 리쾨르는 인간의 경험은 시간적 차원을 갖는다고 규정한 다. 즉, 인간의 역사는 이야기된 역사이고, 문학은 이처럼 이야기된 인간의 역사 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된 역사’는 특별히 ‘누구’의 행동에 관한 것이 고, 그 누구의 정체성이 바로 이야기 정체성이다. 그리고 이야기 정체성은 자기 의 존재적 차원을 내포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의 성격이나 습관 등은 그 사람 의 쉽게 변하지 않는 정체성을 의미한다. 성격이나 습관은 시간이 흘러도 변화가 없으므로 한 사람을 분간할 수 있지만, 이야기 정체성은 습관이나 성격 이상의 것, 곧 한 사람의 존재적 가치이자 자질을 함의한다. 그래서 리쾨르는 이야기 정 체성은 ‘약속의 이행’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자기 유지’이며 “내 욕구가 변하고 내 의견이나 내 취향이 바뀔지라도 내가 한 약속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고 실 행할 것이라는 의지의 표명”52)이다.

51) 이야기는 ‘누구’의 행동을 말한다. 그것은 이야기를 자신의 고유한 영역으로 이끄는 행동이며, 그 것이 무엇이든지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것이 마치 일어났던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야기 정체 성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면서 형성되는 서사적 성격을 지닌 정체성이다. 더 나아가 역사와 허구의 교차를 거치면서 특정한 개인이나 공동체는 개인적 정체성과 집단적(혹은 공동체적)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52) P. Ricœur,Soi-même comme un autre, 1990, 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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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역사, 망각에서는 이야기 정체성 개념을 더 발전시켜 리쾨르는 ‘기억 -역사-망각’이라는 삼중의 관계구조 속에서 정체성 문제를 다루었다. 개인의 기 억뿐만 아니라 집단과 공동체의 기억은 사회 속에서 얽히고설키면서 서로에게 영 향을 끼치고, 이것이 공동체의 역사가 된다. 그리고 개인이나 집단이 망각했던 것을 다시 회상하는 과정을 통해서 개인과 공동체의 정체성은 새로운 의미를 부 여받는다. 그런데 프리고진의 시간의 비가역성 개념은 이런 풍부한 역사적 시간 의 의미를 포섭하지 못한다.

게다가 리쾨르는 기억, 역사, 망각에서 “역사는 기술되고 간행되고 읽히는 고문서에서부터 역사가의 텍스트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글쓰기이다”53)라고 말 했다. 다시 말해 역사가는 익명의 순간을 말하지 않는다. ‘누구’의 이야기—그것 이 허구 이야기이든 사실에 관한 이야기이든 상관없다—는 특정한 시공간을 가지 며, 독자에 의해 읽히고 재해석되기 마련이다. 그 누구의 이야기는 ‘행동하며 고 통받는 인간(homme aggisant et souffrant)’의 고유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타자 와의 관계성과 세계 속의 어느 공간과 시간을 함의한다. 게다가 인류가 쌓아놓은 전통을 계승하고 이를 다시 혁신하는 과정을 거쳐서 미래의 시간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미하일 바흐친(Bakthine)의 말처럼 인류의 전통과 문화라는 ‘목소리의 복수성’은 나의 목소리와 겹쳐서 다시 발화되고 앞으로도 발화될 것이다.

5. 나오는 말

프리고진의 패러다임(산일구조, 자기조직화, 시간의 비가역성 등)은 고전 물 리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 이론이자, 진화론적 세계관으로 평가 받는다. 이 패러다임은 뉴턴의 역학이 그랬던 것처럼 문화적 차원에서 새로운 시 각을 제공한다. 즉, 인간은 자연을 군림하는 신의 조력자나 관찰자가 아닌 그저 자연의 한 부분에 불과한 존재가 되었지만, 자연과 새롭게 대화할 수 있게 되었 다. 또 이제는 특정 자연법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확실성을 포기하 였지만, 가능성과 확률로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합리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평가를 수용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문제는 본 연구의 논의 대상이 아니다.

53) P. Ricoeur,La mémoire, l’histoire, l’oubli, 2000, 3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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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적어도 ‘진화적 패턴이 물리의 기본 법칙에 포함될 것일까’라는 물음을 회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필자는 클라우지우스의 주장을 통해 엔트로피의 증가 는 세상(우주)에서 벌어지는 비가역 과정이자 세상(우주)의 진화적 입장을 최초 로 정립한 사례를 살폈고, 프리고진의 새로운 과학 운동은 현대 과학의 업적을 이용해 다윈의 진화론을 과학에 적용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더 나아가 프리 고진의 동료인 얀치는 산일구조의 동역학을 ‘자기초월’로 설명했고, 우주의 진 화를 ‘정신의 진화’로 이해함을 확인했다. 그렇지만 프리고진의 진화론적 과학 이론과 유교문화 연구와의 관계를 분석하는 데 미진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 으며, 다음 연구에서 해결할 과제로 남겨두고자 한다. 그런데도 프리고진의 산일 구조와 자기조직화 개념을 통한 유교문화 연구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인하였 고, 동시에 그 한계점도 밝혔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향유하는 문화는 인류가 축적해 놓은 전통이고, 역사는 이를 기록 하여 후대에 전달한다. 망각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기록이지만, 이 기록은 실재를 왜곡할 수 있다는 단점이 상존한다. 그래서 기억의 오용과 망각의 남용의 문제에 유념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전통은 혁신을 통해 새롭게 해석할 수 있으 며 미래를 현재와는 다르게 바라보고 기약할 수 있다. 이렇듯 유교문화는 전통과 혁신의 변증법을 통해 새롭게 연구되어야 한다. 우리는 ‘익명의 순간’과 ‘현재가 없는 현재’에 살지 않는 존재이며, 과거에 영향을 받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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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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