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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혹 평준화 해부 蠱惑 平準化 解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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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혹 평준화 해부

蠱惑 平準化 解剖

김정래

(2)

고혹 평준화 해부

1판1쇄 인쇄/ 2009년 10월 29일 1판1쇄 발행/ 2009년 11월 3일

발행처/ 한국경제연구원 발행인/ 김영용 편집인/ 김영용 저 자/ 김정래 등록번호/ 제318-1982-000003호

(150-75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27-3 하나대투증권빌딩 전화 3771-0001(대표), 3771-0057(직통) / 팩스 785-0270∼1

http://www.keri.org

ⓒ 한국경제연구원, 2009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발간한 간행물은 전국 대형서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구입문의) 3771-0057

ISBN 978-89-8031-554-3 25,000원

* 제 작대 행: (주)FKI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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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 리 말∙

아래 법령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의 것일까?

제77조(혼인에 있어서 허락 및 배우자 결정에 관한 실시권자)① 적정 한 연령에 이른 자의 혼인에 있어서 배우자 결정은 그가 소속 된 가장(家長)이 결정한다. 이 경우 혼례절차 등 혼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혼인청의 혼인감(婚姻監)의 승인을 얻어 당해 가 장이 결정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예조판서(禮曹判書)가 정하는 지역 안 에 소재하는 혼인하려는 자의 배우자는 당해 혼인감이 결정한다.

많은 사람들이 조선시대의 법령쯤으로 짐작할 것이다. 사실 이러 한 혼인에 관한 황당한 법령은 전제왕정이었던 조선시대에도 없었 다. 그러나 다음을 보면, 위와 같은 전근대적인 의미에서 보아도 부 당한 법령이 21세기 대한민국에 존속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제77조(고등학교 입학전형의 실시권자)① 고등학교의 입학전형은 당해 학교의 장이 실시한다. 이 경우 입학전형방법 등 입학전형 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교육감의 승인을 얻어 당해 학교의 장이 정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교육과학기술부령이 정하는 지역 안에 소재하는 고등학교의 입학전형은 당해 교육감이 실시한다.

우리나라의 이른바 평준화 정책의 유일한 법적 근거가 되는 초・

중등교육법 시행령 제77조이다. 앞의 법령은 이를 패러디하여 혼인 의 경우로 바꾸어 본 것이다. 만약에 개인의 사생활인 혼인에 관한 사항, 특히 배우자 결정을 규정한 법령이 있다면, 그 사회는 근대국 가 기본도 갖추지 못한 사회이다. 그런데 우리는 학교선택이라는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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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결정을 국가가 나서서 강제배정 방식 을 동원하여 하고 있다. 게다가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교육감이 실시 하는 입학전형지역은 우리나라 웬만한 도시가 다 포함되어 있다(부

록Ⅱ-3 참조). 따라서 우리의 대다수 학생들이 교육감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를 배정받는 현실은, 혼인의 경우에 대입하면, 웬만한 처 녀, 총각들은 모두 혼인감이 정하는 자와 결혼해야 하는 것과 마찬 가지로 해괴하고 부당한 것이다.

혼인에 있어서 배우자를 고르는 결정권이 당연히 개인의 선택에 맡겨져야 한다면, 학교선택권 역시 개인의 선택에 맡겨져야 한다. 반 평생 이상을 같이 할 배우자를 결정하는 일이 개인의 행복과 관련된 기본권으로 중요한 만큼, 자신의 일생의 진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 는 학교선택도 기본권으로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언 제부터인가 알게 모르게 학교선택은 이런저런 명분에 묻혀서 국가권 력이나 교육당국이 결정할 수 있다는 그릇된 신념에 매몰되어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처럼 학교선택이 국가권력에 의한 강제배정에 따라 이루어지는 나라도 없다. 여기에 평준화 정책을 ‘전가(傳家)의 보도(寶 刀)’로 여긴 좌파 이념이 ‘공헌(?)’한 까닭도 있다. 그러나 과연 평준화 정책을 그렇게 애지중지 귀하게 여길 만큼 우리 교육에 진정 공헌하 였는가? 이에 선뜻 긍정적인 대답을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온갖 평 준화 정책의 폐해가 속출하여 각종 ‘보완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육을 통한 경쟁력, 교육 자체의 경쟁력 제고는 바닥을 치고 있으며, 교육 책무성을 물을 수 없는 형국에 놓여 있다.

전근대적인 제도인 노예제를 ‘보완’한다고 하면 어떨까? 만약 노예 제도가 폐해를 드러내고 있다고 하여, ‘보완책’으로 노예의 근무여건 이 개선되었다거나, 노예의 노역 효율성이 증가되었다고 해서, 노예 제를 폐지하지 않고 계속 보완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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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제를 폐지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결정적인 실책을 우리는 36 년 이상 우리 아이들 교육에서 범하고 있다. 이 책의 의도는 기본권 을 침해하고 여러 가지 폐해가 드러났으면, 이를 폐지할 생각이 아 니라 보완하자고만 하는 형국을 지적하고, 그 폐해의 심각성과 평준 화 정책 폐지의 당연함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이 책은 1974학년도부터 시행되어 온 이른바 ‘평준화정책’의 생성 과 변천, 개념, 폐해, 대처 방안을 탐색한 결과 마땅한 대안(보완책)이 없음을 확인하고, 이 정책의 폐지라는 결론에 이르러 폐지할 경우 요구되는 조치 등을 담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독자들이 본 내용 을 읽어가면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자세한 부연 설명을 따 로 하지 않겠다. 다만 이 책은 형식에 있어서 연구보고서 양식을 따 르지 않고 있으나, 평준화 정책의 역사와 현황, 그리고 각종 폐해를 드러내는 자료의 제시에 있어서는 연구기관에서 발간하는 보고서 형식을 답습하고 있다. 그렇기는 해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독자들 이 저자의 담론을 대한다는 느낌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서술하였다. 또한 독자들이 사실 확인을 따로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다소 긴 인용문을 그대로 옮긴 경우도 있고, 입수한 자료를 거의 그대로 게 재하기도 하였다. 평준화 정책이 드러내는 폐해의 심각성을 좀더 실 감하도록 하기 위한 저자의 고육지책이라고 변명하겠다.

일을 도모하는 데 있어서 늘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는다. 감사의 말씀의 첫 번째 주인공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에게 돌아가야 할 것 이다. 조의원은 이 연구가 탄생하는 기폭제 역할을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 책에 담긴 귀중한 연구자료를 제공해 주었다. 그의 적극 적이고 선도적인 역할이 없었다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올 엄두도 못 내었을 것이다. 또한 이평기 보좌관과 신진아 비서관은 자료 수집에 있어서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이 책이 이 분들의 의정활동에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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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마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한국교육개발원 김창환 박사와 이화여자대학 교 황규호 교수는 외국 사례를 분석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현재 두 분 모두 각기 중대한 보직을 맡고 있음에도 옛 동료와 친구의 처지 를 잊지 않고 나서 주었다. 역시 한국교육개발원의 차성현 박사와 황준성 박사는 자기 전공 분야에서 저자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도 움을 주었다. 이 책의 이른바 ‘평준화 효과’ 부분과 법제적 측면은 저자의 결실이라기보다는 두 박사님들의 열정이 담긴 것이라고 하 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다. 늘 부족한 선배를 채워주는 후배들의 기 대를 이 책이 보상해 주었으면 좋겠다.

또한 평준화 정책의 병리현상에 관한 자문에 응해 준 가톨릭대학 교 최창진 교수와 익명의 정신과 교수들에게, 그리고 표와 자료를 정리해준 부산교육대학교 유아교육과 학생들에게도, 이 책의 공덕이 있다면, 당연히 돌아가야 할 것이다.

여태까지 저자에게 귀중한 도전 기회를 여러 차례 주었던 전남대학교 김영용 교수는 한국경제연구원장의 분주한 경영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출판의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김 원장님의 따뜻한 배려에 이 책이 어떤 방식으로든 보답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또 조동호 부장님은 이 책이 제 모습을 갖추는 데 누구보다도 공헌하였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은연중에 지니고 있는 평준화의 환상과 착각을 일깨우길 두 손 모아 기원하는 바이다.

아울러 이 책의 내용은 한국경제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 혀둔다.

2009년 10월 저자 김정래 삼가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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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Ⅰ장 국면··· 11 1. 사회 전반의 우려 ···· ···· ···· ···· ···· ···· ···· ···· ···· ···· ···· ···· ···· ···· ···· ···· ···· ···· ···· ···· ···· ·· 13 2. 교육 내부의 접근방식 ···· ···· ···· ···· ··· ···· ···· ···· ···· ···· ···· ··· ···· ···· ···· ···· ···· ···· ··· ···· ·· 25

제Ⅱ장 개념··· 37 1. ‘평준화’라는 말 ···· ···· ··· ···· ···· ···· ···· ··· ···· ···· ···· ···· ··· ···· ···· ···· ···· ··· ···· ···· ···· ···· ··· ·· 39 2. 평준화: 제도인가, 정책인가? ·· ···· ··· ···· ··· ···· ··· ···· ···· ··· ···· ··· ···· ···· ··· ···· ··· ···· ··· ·· 52 3. 사회공학적 계획 ··· ···· ···· ··· ···· ···· ···· ··· ···· ···· ···· ··· ···· ···· ···· ··· ···· ···· ··· ···· ···· ···· ··· ·· 65 4. ‘평준화’의 오류 ···· ···· ··· ···· ···· ···· ···· ··· ···· ···· ···· ···· ··· ···· ···· ···· ···· ··· ···· ···· ···· ···· ··· ·· 73 5. 평준화: 단순계 사고의 결과· ···· ···· ··· ···· ···· ···· ···· ···· ···· ···· ···· ···· ···· ···· ···· ···· ···· ·· 80

제Ⅲ장 내력··· 89 1. 도입· ···· ···· ···· ···· ···· ···· ···· ···· ···· ···· ···· ···· ···· ···· ··· ···· ···· ···· ···· ···· ···· ···· ···· ···· ···· ···· ·· 91 2. 확대 및 변천· ··· ···· ···· ··· ···· ···· ··· ···· ···· ···· ··· ···· ···· ··· ···· ···· ··· ···· ···· ··· ···· ···· ···· ··· · 119 3. 현황· ···· ···· ···· ···· ···· ··· ···· ···· ···· ···· ···· ···· ···· ···· ···· ···· ···· ···· ···· ···· ···· ··· ···· ···· ···· ···· · 126 4. 현행 법적 근거 ·· ···· ···· ···· ···· ··· ···· ···· ···· ···· ··· ···· ···· ···· ···· ···· ··· ···· ···· ···· ···· ··· ···· · 135 5. 관련 법령의 변천과정 ···· ···· ···· ··· ···· ···· ···· ···· ··· ···· ···· ···· ···· ··· ···· ···· ···· ···· ··· ···· · 139 6. 평준화: 일본에서 따온 ‘짝퉁 학구제’ ·· ··· ···· ··· ··· ···· ··· ···· ··· ···· ··· ···· ··· ··· ···· ··· · 146

제Ⅳ장 폐해··· 165 1. 선택의 제한과 박탈 ·· ···· ··· ···· ···· ···· ··· ···· ···· ··· ···· ···· ··· ···· ···· ··· ···· ···· ··· ···· ···· ··· · 168 2. 불평등 조장 증후군 ·· ···· ··· ···· ···· ···· ··· ···· ···· ··· ···· ···· ··· ···· ···· ··· ···· ···· ··· ···· ···· ··· · 189 3. 사립학교 재정결함 보조금 ···· ··· ···· ···· ··· ···· ···· ··· ···· ···· ··· ···· ··· ···· ···· ··· ···· ···· ··· · 210 4. 법률적 문제 ··· ···· ···· ···· ···· ···· ··· ···· ···· ···· ···· ··· ···· ···· ···· ···· ···· ··· ···· ···· ···· ···· ··· ···· · 225 5. 평준화 관련 여론조사의 허점 ··· ··· ···· ···· ··· ···· ··· ···· ···· ··· ···· ···· ··· ···· ··· ···· ···· ··· · 247 6. 평준화 연구의 문제점 ···· ···· ···· ··· ···· ···· ···· ···· ··· ···· ···· ···· ···· ··· ···· ···· ···· ···· ··· ···· · 262 7. ‘평준화’: 단순계 사고의 폐해 ··· ···· ··· ···· ···· ··· ···· ···· ··· ···· ···· ··· ···· ···· ··· ···· ···· ··· ·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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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Ⅴ장 모색··· 289 1. 학교선택제 ··· ···· ··· ···· ···· ···· ···· ···· ···· ···· ···· ···· ···· ···· ···· ···· ···· ···· ···· ··· ···· ···· ···· ···· · 291 2. 일본의 학교선택권 강화 ·· ···· ···· ···· ···· ···· ···· ···· ···· ···· ···· ···· ···· ··· ···· ···· ···· ···· ···· · 298 3. 독일의 진학시스템과 학생선발제 강화 ·· ···· ···· ···· ··· ···· ···· ···· ···· ··· ···· ···· ···· ··· · 308 4. 영국의 학교선택권 확대 추이 ··· ··· ···· ···· ··· ···· ··· ···· ···· ··· ···· ···· ··· ···· ··· ···· ···· ··· · 318 5. 이명박 정부의 정책 ·· ···· ··· ···· ···· ···· ··· ···· ···· ··· ···· ···· ··· ···· ···· ··· ···· ···· ··· ···· ···· ··· · 325 6. 헌재 ‘뺑뺑이’ 합헌 판결 ···· ··· ···· ···· ···· ···· ···· ···· ···· ··· ···· ···· ···· ···· ···· ···· ··· ···· ···· · 360

제Ⅵ장 방안··· 371 1. 실패한 평준화정책· ···· ···· ···· ···· ··· ···· ···· ···· ···· ··· ···· ···· ···· ···· ··· ···· ···· ···· ···· ··· ···· · 373 2. 평준화정책 폐지에 대한 제 거부 반응 ·· ···· ···· ···· ··· ···· ···· ···· ···· ··· ···· ···· ···· ··· · 393 3. 평준화정책 폐지에 따른 제 조치 ·· ··· ···· ··· ···· ···· ··· ···· ··· ···· ···· ··· ···· ···· ··· ···· ··· · 413 4. 평준화정책 폐지에 따른 법령 정비 ···· ··· ···· ···· ···· ··· ···· ···· ···· ··· ···· ···· ···· ··· ···· · 439

제Ⅶ장 이섭利涉··· 453

부록··· 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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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Ⅰ. 후진국형의 교육에서 선진국형의 교육으로···487

부록 Ⅱ. 평준화 근거법령: 법, 시행령, 시행규칙 ··· ···· ··· ···· ··· ···· ···· ··· ···· ··· ···· ··· · 505

Ⅱ-1. 초・중등교육법 ··· 507

Ⅱ-2.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 535

Ⅱ-3. 교육감이 고등학교의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지역에 관한 규칙 ··· 595

부록 Ⅲ. 2 008학년도 평준화 지역 기초 자치구별 현황 ··· ···· ··· ··· ··· ···· ··· ··· ··· ··· · 597

부록 Ⅳ. 일본의 평준화 자료: 일본의 문부성 통지문· ···· ···· ···· ···· ···· ···· ··· ···· ···· · 603

Ⅳ-1. 1993년 문부성 통지문 ··· 650

Ⅳ-2. 1997년 문부성 통지문 ··· 641

Ⅳ-3. 동경도 학구제 개선 ··· 619

부록 Ⅴ. 서울특별시 학군별 출신 고등학교 서울대 입학생 현황 ··· ··· ··· ··· ··· ···· 631

부록 Ⅵ. 최근 5년간 연도별 재정결합보조금 지원현황 ·· ··· ···· ··· ···· ··· ···· ··· ···· ··· · 643

부록 Ⅶ. 현 고교평준화 제도의 위헌성(요지)· ···· ···· ··· ···· ···· ···· ···· ···· ···· ···· ··· ···· ···· · 651

부록 Ⅷ. 헌법재판소 ‘뺑뺑이’ 합헌 판결문 ··· ··· ···· ···· ···· ···· ···· ··· ···· ···· ···· ···· ··· ···· · 657

부록 Ⅸ. 평준화 효과 연구개요 ··· ···· ···· ··· ···· ··· ···· ···· ··· ···· ··· ···· ···· ··· ···· ··· ···· ···· ··· · 687

부록 Ⅹ. 외국의 사례 ··· ··· ···· ···· ··· ···· ···· ··· ···· ···· ··· ···· ···· ··· ···· ···· ··· ···· ···· ··· ···· ···· ··· · 731

Ⅹ-1. 독일 대학의 학생선발 방법과 고등교육 개혁 ··· 733

Ⅹ-2. 싱가포르와 홍콩의 교육행정체제 개혁 ··· 740

부록 Ⅺ. 사립학교법 입법예고 ·· ···· ···· ···· ···· ··· ···· ···· ···· ··· ···· ···· ···· ··· ···· ···· ···· ··· ···· · 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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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Ⅰ장 국면

<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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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회 전반의 우려

평준화정책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성과는 무엇인가? 그리고 평 준화정책이 야기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의 이면에는 평 준화정책으로 인하여 야기되는 여러 문제에 대하여 경제계 및 일반 인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는 달리 교육계와 교육 학계에서는 주로 이 정책의 찬반론에 초점을 두고 논의가 일고 있 다. 여기서는 ‘평준화’의 개념과 학문적 입지를 검토하기에 앞서 평 준화정책이 논란을 야기하는 국면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가. 경쟁력 약화

평준화정책의 찬반 여부를 떠나 우리 교육에서 평준화정책 문제 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그 폐해가 지적되고 있다. 하나는 평준화 정책이 경쟁에 대하여 반대 또는 대립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 이고, 다른 하나는 평준화정책이 인재육성 내지는 영재교육의 걸림 돌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첫 번째 쟁점이랄 수 있는 ‘경쟁’과 관련하여, 최근 한 일간 지와의 인터뷰를 통하여 윤종용 공학한림원 회장은 평준화정책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1) 물론 그는 ‘평준화’의 적용 범 위를 중등학교 교육과 함께 고등교육에 걸쳐 넓게 사용하고 있지만, 그의 인터뷰 내용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우선 그는 대학교육

1) 조선 일보 2009년 3월 30일자 A 1면 및 A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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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부실의 원인을 ‘평준화’에서 찾고 있다. 그는 “대학이 전공공부를 적게 시킨다”고 하면서, 이와 함께 교육좌파의 평준화 지상론을 “경 쟁하지 말자니, 지구상에 대한민국밖에 없다는 말인가”라고 꼬집어 비판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엔 세계가 경쟁하면서 발전한다. 세상에 우리뿐이 라면 평준화해도 된다. 하지만 유엔 가입국만 해도 192개나 된 다. 무인도에서 혼자 살 거라면 이런 고민할 필요도 없다. 경쟁 에서 이겨야 살아남는데, 우리만 경쟁을 시키지 말자고?

그는 이 문제가 결과적으로 평준화 교육이 우수 인재 육성과 영 재교육의 실패로 끌고 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평준화정 책으로는 영재뿐만 아니라 글로벌 리더 육성에도 실패한다는 것이 다. 그의 말을 더 인용하면:

사회를 지탱하는 건전한 시민을 기르는 데는 평준화 교육이 맞 다. 하지만 발전하려면 리더와 전문가가 필요하고, 평준화만으 론 안 된다. IQ 150의 영재를 IQ 100에 맞추자는 것은 평준화 가 아니라 역차별이다. 각 분야의 영재급 리더를 키우지 못하면 글로벌 무대에서 낙오하는 거다. 내 말은 평준화를 포기하자 는 게 아니다. 건전한 시민을 기르는 평준화의 전체 틀은 유지 하되, 소수 영재를 키우는 특수한 방법이 필요하다. 평준화를 깨는 게 아니라, 문제점을 탈피하고 극복하자는 것이다.

이를 인터뷰한 기자2)는 그의 과거 발언을 상기시키면서 그의 주 장을 부각시키고 있다.

언젠가 국내에서 공부한 박사는 ‘서해안 꽁치’, 미국서 공부한 박사는 ‘태평양 참치’라고 했다가 욕을 얻어먹은 일도 있지만 … 2) 조선 일보 박정훈 사회정책부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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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먹어도 할 말은 하자.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인재는 국내에만 머물지 말고 밖에 나가 글로벌하게 공부하고 경험을 쌓아야 한 다. 미국에서 공부한 박사는 창의적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고,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다. 연어 새끼를 동해에 방 류하듯, 큰물에 가서 배우라는 것이다.

윤 회장의 말은 결국 평준화정책이 인재 육성에 실패했다는 말이 다. 특히 나라의 운명을 가를 결정적인 인재배출을 위하여 평준화정 책은 재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국운(國運)’이라는 말까지 사 용하면서 영재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평준화정책 아래서 이 러한 인재가 배출될 수 없음을 꼬집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앞의 인용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러면서도 그는 평준 화정책이 시민교육을 위하여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듯하다.

‘건전한 시민 육성’이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이렇게 보면, 평준화정 책은 시민교육에 기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문제는 좀 더 심층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3)

평준화정책이 시민교육에 기여한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분명 평 준화정책으로 여러 문제가 야기된다는 점이 여러 분야의 인사들로 부터 제기되어 왔다. 위의 인터뷰와 같은 날 같은 신문에 보도된 기 업 인사담당자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통하여 이를 확인할 수 있다.4)

3) 이 문제는 평준화정책이 인성교육에 기여한다는 좌파 논거에 기인한다. 그러나 뒤 에 검토하겠지만, 지식교육을 회피하며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일은 가능하지도 않고, 국가경쟁 력 차원에서 도 치명적이 다.

4) 조선일보 2009년 3월 31일자 A8면(이인열 기자). 이 기사의 인터뷰에 응한 기업 인사책임자는 다음과 같다. 포스코 윤동준 상무, KT 정준수 상무, 신한은행 박찬 부행장, CJ제일제당 정태영 상무, 신세계백화점 최중섭 상무보, GS홈쇼핑 조성구 상무, 두산인프라코어 이종완 상무 등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인재와 현행 신입사원 의 아 쉬운 점은 이어지는 내 용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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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 따르면, 평준화 교육으로는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맞춤형’ 으로 길러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획일적인 인재, 비슷비슷한 인재 만을 길러낸다는 것이다.

학교 교육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 배출에만 최종 목표를 둘 수 는 없다. 건전한 시민으로서 인성(人性)이며 인문학적 소양, 올 바른 역사・사회 인식 등도 학교 교육이 포기하면 안 될 가치들 이다. 그러나 학교 교육을 받은 학생들 절대다수의 종착역은 기 업이란 점에서 대학은 기업들 요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이들의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대목은 평준화정책 이 인성교육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인성 측면에서도 기대치 이하 라는 것이다. 보도된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면:

많은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공교육이 겉으로는 인성 교육을 위 해 과도한 경쟁을 자제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정작 신입사 원을 뽑아보면 딴판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인력보다 더 심한 개 인주의, 희생이나 봉사를 형식적으로 이해하는 모습 등이 인턴 채용이나 심층 면접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평준화정책이 경쟁과 영재육성이라는 글로벌 사회의 요구를 가로막으면서 내세운 인성교육조차 성공했다고 할 수도 없 다. 평준화정책은 실제로 그 지향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이 점 역시 현장에 있는 인사담당자가 고백한 내용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보도 내용을 인용해 보면:

중외제약 한상진 인사부장은 “지금 기업들은 높은 토익 점수나 학점보다 남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인재를 우선적으로 뽑으려 하지만 그런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 익명을 요구한 한 임원은 “전인(全人) 교육을 지향하는 것인지, 특정 분야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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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를 키우겠다는 것인지 목적이 불명확한 게 문제”라고 했고, GS홈쇼핑의 조상구 상무는 “인재를 뽑으면 업무에 곧바로 투입 하기도 힘들지만 그렇다고 인성과 태도 같은 기본 소양이 빼어 나지도 않다”고 말했다. 포스코 윤동준 상무는 “신입사원 면접 을 해보면 전공 지식이 너무 피상적이고, 대학 내내 영어 공부 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평준화 교육에 대한 반론은 다만 기업 차원 의 인재 유치라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평준화 교육이 일부 단체에 서 주장하는 인성교육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애당초 평준화정책 이 걸림돌로 작용했던 영재교육과 경쟁체제 구축에 실패하였다면, 이 는 평준화정책에 대한 전반적이고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한 문제이 다. 이 연구가 평준화정책 문제를 다루려는 근본 의도이기도 하다.

나. 합리화 논거(1): 인성 교육

이미 오래 전부터 평준화정책은 ‘오리’에 비유되어 왔다. 이른바

‘오리의 비유’는 전인교육의 미명 아래 자신의 특기, 적성, 기량을 충 분히 살리지 못하고 똑 부러지게 어느 것 하나 잘하는 것이 없는 것 을 비유한 것으로서, 전주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명지고등학교 박성 수 교장이 맨 처음 사용한 말이다. 그의 말을 인용하면:

현재의 우리 교육은 백수의 왕으로 오리를 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속에서 수영을 할 수 있고 땅에서 뛸 수도 있으며 하늘을 나를 수도 있기 때문에 백수의 왕이 바로 오리라는 것 이다. 모든 것을 골고루 잘하게 하다 보니 한 가지도 뛰어나게 하는 능력을 기를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을 평균한 능 력이 아니라 하나의 특수한 분야만이라도 골라서 능력을 최대 한 개발해 내는 수월성의 교육을 학교교육에서 보장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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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 교육이 직면한 과제라고 하겠다.

모든 개개인이 잠재된 능력 가운데 최선의 것을 선택하여 최 고의 수준으로 개발하면 결과적으로는 국가 비교 우위의 수많 은 분야를 개척해 갈 수 있다.

이러한 교육의 체계는 선진 국가 중에서도 가장 앞서가는 국 가들이 가장 잘 마련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속적으로 미시적 교육체제를 국가 수준에서 비교분 석하면서 개인의 수월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꾸 준하게 만들어 갈 때 우리 교육은 선진국의 수준으로 지속되고 결국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5)

박성수의 지적은 우리 교육이 각 개인의 특기와 적성 등의 개인 이 보유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 평준화 체제를 비판한 것이 다. 그의 비판은 수월성의 맥락에서 언급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수월성이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시각처럼 부정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관하여 그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 고 있다.

수월성이라고 하면 흔히 뛰어난 소수의 천재나 영재의 문제라 고 치부해 버리기 쉽다. 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수월성의 교육은 모든 사람이 타고 난 여러 재능 가운데서 특별하게 선택한 분 야에서 가능성의 최고 정점까지 능력을 개발해 내는 것을 가리 킨다. 예를 들면 음악의 작곡, 미생물의 연구, 경제의 미시분석, 고대사의 연구 등 여러 분야에 높은 흥미와 능력을 갖춘 사람 이 여러 분야의 재능을 모두 골고루 일정 수준까지 개발하는 대신에 한 분야를 선택하여 가능한 최고의 수준까지 개발하는

5) 박성수, 「후진국형 교육에서 선진국형의 교육으로」, 한국세계학회 미간행 발표문, 2002. 이 글은 상당 시간이 경과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평준화정책과 관련하여 시사 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는 이하 전개되는 논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글 의 전 문을 <부록Ⅰ>에 전재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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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 가리키는 것이 수월성의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6)

그가 수월성을 강조한 것은 일부 좌파들이 과장하여 주장하는 공 교육을 저해한다는 의미도 아니고, 평등교육의 의미를 손상시키고 자 하는 의도도 아니다. 그는 다만 현 평준화 체제에서 수월성을 실현할 수 없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오리 사육’에 비견되는 평준화의 문제와 함께 논의되는 것이 이른 바 ‘붕어빵 교육’이다. 평준화정책 아래서는 모든 것이 획일화되어 있기 때문에, ‘붕어빵’처럼 똑같은 인물만이 배출된다는 것이다. 최 근 언론에 소개된 예는 우선 대학교육의 실패의 예로 ‘판에 박힌 능 력’을 가진 인재 배출이라고 하면서, 그 심인(沈因)은 중등교육에서 비롯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숫자도 숫자지만, 천편일률적인 교육내용도 문제다. 전국 각 대학 중국어 관련학과의 교육내용은 중국어학・문학・역사・문화 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사실상 ‘중국어만 할 줄 아는 졸업 생’만 ‘대량배출’하는 셈이다. 이런 ‘붕어빵 인재’들은 중국에 진 출한 한국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과 거리가 멀다. 가령 한국 휴대전화를 모방한 ‘짝퉁 전화’가 범람하는 중국시장에서 우리 기업에 필요한 인재는 중국어 구사능력뿐 아니라, 중국의 상거래 관행과 특허관련 법률지식까지 갖춘 ‘지식융합형 인재’

이다. 한 중문과 교수는 “무역실무나 법률 등을 가르쳐야 하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학부에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중국어학과에만 해당할까? 다른 외국어학과와 이 공계 학과들도 마찬가지다. 대학은 수십 년 전 갈라놓은 전공에 따라 매년 똑같은 졸업생을 배출할 뿐, 전공 간 융합을 통한 ‘현

6) 박성 수(2002) , 앞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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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 인재’를 길러내는 데는 취약하다. ‘대졸실업자 100만 명 시 대’가 말해주듯이, 이런 ‘붕어빵 대량생산’ 교육시스템은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붕어빵 교육’의 싹은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양된다. 선진국 학생들은 중・고교 때 이미 미래 직업과 관련된 ‘전문화된 학교’

로 나뉘어 진학한다. 대학진학을 위한 인문계 고교생은 50%를 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학생이 똑같은 과목을 놓고 점수경쟁을 벌인다. 이 제도를 통해 죽어나는 쪽은 학생과 학부모이고, 신나는 쪽은 입시학원뿐이다.7)

위의 인용문에서 평준화정책에 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지만,

‘거의 모든 학생이 똑같은 과목을 놓고 점수경쟁’이라는 표현에서 평 준화 교육이 야기한 동일한 교육내용, 동일한 경로를 전제한 현행 평준화정책을 지칭함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평준화정책은 그 명분 에서부터 실상에 이르기까지 모두 획일화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다 양한 교육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어서 학교성적이라는 단일한 잣대 로 쏠리는 ‘쏠림현상’으로 말미암아 아이들을 점수 경쟁으로 몰아넣 는다. 결과적으로는 평준화정책이 드러내놓은 인성교육의 명분과는 정반대로 사교육으로의 쏠림현상을 조장하게 된다. 게다가 평준화 는 학교선택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제도로서 ‘붕어빵 인재’ 육성 을 조장한다. 기자의 이어지는 지적은 평준화의 폐해가 앞서 소개한 대기업의 CEO와 인사담당임원의 걱정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며칠 전 저녁 자리에서 한 중소기업 대표는 “만약 김연아와 박 세리 선수가 우리나라 교육제도를 충실히 따랐더라면 세계 1등 이 될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한국에 교육부만 없어지면 교육이 살아날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한두 스포츠 종목을 가

7) 조선일보 2009년 4월 10일자 칼럼, 「아직도 ‘붕어빵 교육?」(지해범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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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 교육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깊은 실망감을 보여준다. … ‘붕어빵 인재’만 양산하는 현 교육 체계의 본질적인 문제에 ‘칼’을 대지 않는 이상, 내후년 전국 각 대학은 졸업을 두려워하는 4학년 학생들이 34배로 늘어날지 도 모른다. 그와 함께 사회 불만의 ‘폭발력’도 점점 늘어날 것이 다.8)

평준화정책은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재능, 기량을 ‘붕어빵 인재’로 만드는데다가, 어느 하나 똑 부러지게 잘하는 것이 없는 ‘오리형 인 재’를 양산하는 체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야기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평준화정책이 입학전형에서부터 교육내용, 학교재정, 교 사배치 및 처우, 학력평가체제 등에서 모든 것을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다. 합리화 논거(2): 평등의 실현

이른바 평준화가 평등을 실현한다는 표층논리는 수월의 개념을 크게 왜곡하였다. 우선 ‘평등’이라는 개념이 지칭하는 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평등’에 관한 심층적 논의는 거의 무한에 가깝게 전개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은 이 책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 다. 따라서 평준화의 쟁점이 되는 ‘평등’ 대 ‘수월성’의 문제를 다룸 에 있어서 우리는 교육계 원로 오천석 박사가 지적한 명료한 정리 방식에 의존하고자 한다. 우선 그는 ‘평등의 넓은 문’이라는 제하(題 下)에 ‘평등’의 의미를 네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9)

하나는 종교적 평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예수와 석가와 같 8) 조선 일보 2009년 4월 10일자 앞 의 기사.

9) 오천 석(1972) , 󰡔스승󰡕, 서울: 교 육과학사, 1997년 개정판, pp.109-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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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성자(聖者)가 설파한 바와 같이, 어느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는 생 각이다. 예수님의 ‘하나님의 자녀로서 차별받지 않으며’라는 설교나, 불가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사람은 모두 수행함으로써 불타(佛陀) 가 될 수 있음을 설교한 것’과 같은 경우를 지칭한다. 그러나 이는 종교적 의미에 한정되지 않고, 인간 존엄성(human dignity)사상으로 연결된다.

둘째, ‘평등’을 ‘동일’이 아닌 ‘동등함’으로 보는 것이다. 사람이 평 등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모든 이가 똑같다고 한다면 그것은 그릇된 것이라는 생각에 근거한 것이다. 동시에 사람은 여러 가지 사실에 비추어 다르지만 동등하게 대접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원로의 말을 인용하면: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해 두어야 할 점은, 동등 또는 평등과 동일과를 엄격히 구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평등사상은 비록 사람은 서로 같지 않되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고, 따라서 동 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에 반하여 동일은 처음 부터 사람을 같은 것으로 보거나, 같은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전자가 상차(相差) 속의 동등 대우를 의미할 때, 후자 는 획일적 사상을 농후하게 내포하고 있다. 이 차이를 교육 분 야에서 본다면 교육을 받을 동등한 권리와 동일한 교육을 받을 권리는 스스로 다르다. 어린이는 교육의 혜택을 입을 권리를 누 구나 다 같이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같은 교육을 받는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10)

여기서 우리는 ‘상차(相差)속의 동등 대우’가 실지로 무엇을 의미 하며, ‘교육을 받을 동등한 권리’와 ‘동일한 교육을 받을 권리’는 전 혀 다르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로가 지적한 바

10) 앞의 책, pp.1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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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로 획일 사상에 만연된 전체주의로 가게 된다.

셋째, ‘평등’을 ‘기회균등’에서 보는 것이다. 교육학계에서 ‘기회균 등’이 평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여러 주장이 있으나,11) 진정 기회 균등으로 보는 관점은 앞서 언급한 인간 존엄의 원리와 부합한다. 왜냐하면 균등한 기회가 부여되는 것은 당사자의 이익을 최대화하 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원로의 언급은: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준다는 말은 모든 어린이에게 동일한 교 육을 준다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각자의 능력과 자질에 상응하는 교육의 기회가 거부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다. 피교육자에게 가장 큰 소득과 이익을 줄 수 있는 균등한 교 육의 기회가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의 부동등 성(不同等性)을 무시하고 동일한 교육을 모든 어린이에게 강요한 다는 것은 균등한 교육 기회의 원칙을 오해하거나 무시하는 소 치이다.12)

사실 이 관점은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원로도 지적하고 있듯 이, 이는 고대 희랍의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등한 것은 동등하게, 차 이가 있는 것은 차등하게 취급한다’는 원칙에 근거한 것이다.

넷째, ‘평등’을 ‘수월의 확대’로 보는 것이다. 여기서 ‘수월의 확대’ 라는 말은 수월의 기준을 단일한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수월은 ‘과거처럼 소수만이 즐길 수 있 는 성취가 아니다.’ 원로는 이를 ‘엘리트의 복수화(複數化)’라고 표현 하였다. 원로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교사가 추구해야 할 엘리트적 교육은 각 사람이 가지고 있는

11) 예컨대 , 콜맨 (James Coleman)의 연구 와 이를 계 승한 국내 연구들 12) 오천석 (1972) , 앞의 책,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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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을 최대최고 한도로 개발시키는 일이다. 누구나 아인슈타 인과 같은 수월의 경지를 밟을 수는 없다. 그러나 누구나 자기 가 개척할 수 있고 도달할 수 있는 수월의 정상이 있다. 수월도 가는 길은 여러 갈래이다. 누구나 다 자기 나름대로의 절정을 향하여 그가 선택한 길로 전진할 수 있는 것이다.13)

즉 ‘평등’은 수월의 확장된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러려면 학교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 나 현행 평준화정책 아래서 ‘수월의 확대’나 ‘엘리트의 복수화(複數化)’ 를 가능하게 하는 다양성이 인정되고 있는가?

‘평등의 넓은 문’으로 가기 위하여 ‘인간 존엄성’, ‘상차(相差)속의 동등 대우와 존중’, ‘학생 이익의 극대화를 위한 기회균등’, 그리고

‘수월의 확대’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평준화는 이들을 보장하는 제도인가? 아닌 게 아니라, 원로는 이러한 논거에서 ‘평준화’의 개념 이 아무런 근거도 없으며, 오히려 교육력(敎育力)을 약화시키고 있으 며, 수준을 하향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14)

사정이 이렇다면, 우리는 평준화가 ‘평등’ 대 ‘수월’이라는 그릇된 이분법 속에서 불평등을 조장하고 수월도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13) 오천석 (1972) , 앞의 책, p.115.

14) 이어지 는 제Ⅱ장 제1절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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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교육 내부의 접근방식

이상은 평준화정책으로 인하여 교육계 안팎에서 제기된 일부 우 려를 소개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준화정책이 30여 년 이상 끈질기게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 중 하나로 교육계 내 부의 평준화에 대한 인식과 접근 방식을 들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것은 평준화가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국면인 데 반하여 이제부터 살 펴보려는 것은 교육계, 특히 교육학계 내부에 팽배한 평준화에 대한 인식과 학문적인 접근 방식이다.

교육계와 교육학계 내부에 퍼져있는 평준화에 대한 전반적인 우 세의견을 단적으로 집어 말하자면 평준화정책이 나름대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들 문제점이 평준화가 기여하 는 측면보다 훨씬 적다는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은 현 시점에서 필 자가 자의적으로 추정한 것이 아니다. 독자들은 평준화와 관련된 언 론 보도나 정책담당자들의 브리핑, 교육학자들의 세미나 발표, 심지 어는 대선 후보들의 선거공약 등에서 평준화 폐지를 들어본 적이 거 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논쟁에서 평준화는 ‘보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거의 모든 논자가 평준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도 ‘폐지’ 아닌 ‘보완’을 주장하는 논거는 바로 교육학계 내부에 널리 퍼져 있는 ‘평준화’에 대한 그릇된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평준 화’는 ‘폐지’ 아닌 ‘보완’을 해도 충분하다는 것인가? 정작 평준화정책 이 야기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면밀하게 따져보기나 한 것일까? 만약 평준화가 야기하는 심각한 문제점을 ‘심각하게’ 다루지 않고 피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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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언급하면서 그 표층논리에 근거한 장점만을 부각시킨다면, 그 리고 그 장점이라는 것들이 사실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라면, 그 것은 교육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깊이 반성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교육학계 내부에 팽배한 평준화에 대한 인 식과 학문적인 접근 방식을 심층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교육학계 내부에 팽배한 평준화에 대한 인식과 학문적인 접근 방식을 검토하고자 한다면 일차적 관심을 가지고 집중해야 할 문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첫째, 평준화가 야기하는 폐해가 과연 그 명분에 비추어 상쇄할 만 한 대수롭지 않은 문제인가 하는 점이다. 특히 평준화의 교육적 효과 를 주장하는 연구의 타당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평준화의 명분이 도입 명분이 어떠했는가는 제Ⅲ장 제1절에서, 그리고 이른바 ‘평준화 효과’ 연구의 문제점은 제Ⅳ장 제5절 및 제6절에서 검토할 것이다.

둘째, 평준화정책이 원래 의도했다고 하는 긍정적 효과가 과연 실 현되었는가? 이를테면, 평준화로 인하여 중학교 교육정상화, 과열입 시경쟁 완화, 지역 간・계층 간・학교 간 교육격차는 과연 해소되었는 가? 평준화정책이 내세운 명분은 현실적으로 실현되었다는 증거를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평준화정책은 그 명분에도 불구하고 오 히려 불평등을 조장한다는 의심이 야기된다. 이는 제Ⅵ장 제1절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셋째, 문제의 심각성을 노출하여 솔직하게 심층적으로 분석・검토・

비판하지 않고 번번이 ‘보완책’을 강구하는 논거는 무엇인가? ‘보완’ 대신에 ‘폐지’해야 하는 논거는 제Ⅵ장에서 검토하기로 한다. 다만, 여기서는 교육학계에서 왜 ‘보완’에만 급급하는 근거가 무엇인지를 검토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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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우리 교육학계의 평준화에 대한 인식으로 볼 때 위에 제기 한 문제를 대하는 태도는 한마디로 안이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평 준화에 관한 인식을 검토하기 위한 첫 번째 작업으로서 우리나라 기 라성 같은 교육학자들이 집필한 󰡔교육학대백과사전󰡕에 수록된 “고교 평준화” 항목을 살펴보자.

이 대백과사전에 “고교평준화정책”은 ‘정책목표의 달성도’와 ‘정책 수혜자의 만족도’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평가될 수 있다고 단언하고 있는데 이는 교육학계의 평준화정책에 관한 인식을 확인하는 좋은 단초를 제공해 준다.

우선 평준화정책이 실시된 이후 정책목표달성의 측면에서 교육현장 에 나타난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1) 중학교 교육과정 운영이 정상화되었다. 당초 고교입시가 치열하던 시절에는 중학교 교육이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 위주 교육으로 운영되어 파행적 교육과정 운영이 불가피하였 다. 그러나 고교평준화정책에 따라 고등학교 입시정책이 바뀌 면서 중학교 교육이 입시위주교육에서 탈피하여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중학생들에게는 중3병 으로 일컬어져온 과중한 입시부담에서 해방되어 정서적 긴장과 불안이 경감되었다.

(2) 과열 입시경쟁에 따른 교육적 문제와 사회적 병폐가 많이 해소(또는 완화)되었다. 과거 고교입시가 치열하던 시절에는 고 교 입시를 위해 많은 학생들이 과외를 받아야 했고, 고교진학을 위한 재수생이 엄청나게 증가해 왔다. 고교평준화정책이 실시 되기 전 해인 1973년의 경우 고입 지원자의 44.5%에 해당하는 30만 명 이상이 재수생일 정도로 재수생 누적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그러나 고교 입시제도의 개편으로 평 준화정책 실시 전까지 누증되어온 재수생은 사라지게 되었고, 고입을 위한 과열과외도 크게 완화되었다. 이로 인해 불필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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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투입되던 사교육비도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3) 고등학교 교육기회를 확대하면서 고등학교의 지역 간, 계 열 간, 학교 간 교육격차를 완화하였다. 고교평준화정책은 학생, 교원, 시설, 재정의 평준화정책을 지향하면서 고등학교 교육기 회를 대폭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고, 이로 인해 고교교육 의 기회균등 실현이 보다 적극화될 수 있었다. 또한 실업계 고 교진학을 우선 전형하는 입시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실업계 고등 학교에 안정적인 정원 확보와 우수한 학생 유치가 가능하게 되 었다. 이와 함께 고교평준화정책으로 고등학교 간의 격차가 완 화됨에 따라 과거와 같은 학교 간의 우열의식이 사라지게 되었 고 아울러 지역 간에 현격했던 교육격차도 완화되어 지역 간 균형발전은 물론, 지방학생의 대도시 유입의 억제와 함께 대도 시 인구 분산에도 부분적으로 기여하게 되었다.15)

위에서 강조하는 세 가지 ‘긍정적 변화’가 과연 타당한가를 살펴보자. 첫째, 대백과사전은 중학교 교육이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으로 인하 여 정상화되었다고 한다. 이어 제Ⅲ장 제1절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 만, 중학교교육의 정상화는 평준화정책 도입 당시 내세운 가장 큰 명분이다. 이른바 ‘중3병’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현재 중학생들의 학 원을 비롯한 사교육과 학교 내에서의 ‘방과후 학교’ 등으로 현행 중 학교교육이 정상화되었다고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중학생 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심화된 것이 현실이다.

둘째, 대백과사전은 평준화정책으로 인하여 사교육비 등의 사회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기술한다. 지금 평준화로 인하여 사교육비 문 제가 해소되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오 히려 평준화로 인하여 학교가 다양한 교육수요를 충족시켜 주지 못

15) 김영철, 「고교평준화정책」, 󰡔교육학대백과사전󰡕, 서울: 하우, 1998, p.92. 이하에 서 발 행연도 생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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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사교육비가 급증했다고 해야 옳다.16) 우리 현실과 한참 거리가 먼 언급을 대백과사전에서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고등학교 입시에 매달리던 재수생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된 듯하지만, 이것이 나중에 대학입학 재수생 문제로 전환・누적된 것은 시인하지도 않고 기술하 지도 않았다. 게다가 평준화정책은 사교육 증가만이 아니라 수월성 저하 문제, 책무성 결여 문제, 과도한 교육 재정 지출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양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지적을 뒤로 하고 사 회문제를 해결한 구원 투수로 묘사하고 있다. 평준화정책이 야기하 는 전반적인 폐해는 특히 제Ⅳ장을 통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셋째, 대백과사전은 평준화정책으로 인하여 교육기회가 확대되었 고, 격차가 해소되었으며, 균형발전에 기여했다고 한다. 우선 교육기 회가 확대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경제 발전에 따른 국민 들의 생활수준과 의식수준의 향상에 따른 것이지, 평준화정책의 결 과 때문이 아니다. 이러한 논법은 마치 평준화 지지논자들이 평준화 지역의 학력이 그렇지 못한 지역보다 높다는 터무니없는 주장과 통 한다. 평준화 실시지역이 대부분 대도시이고, 평준화를 실시하지 않 는 지역이 농어촌 아니면 인구가 얼마 되지 않는 중소도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지역 간의 학력 차이는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 치 평준화가 학력 신장에 기여한 것처럼 호도(糊塗)한다. 이를 두고

혹세무민(惑世誣民)이라는 말이 가장 잘 들어맞는 듯하다.

학교 간, 지역 간 교육격차가 해소되었다는 평가도 사실을 한참이 나 호도하고 있다. 평준화로 인하여 지역 간 학력 차이는 더욱 벌어 지고 있다. 특히 서울특별시 자치구별 명문대학 진학자 수를 보면

16) 평준화정책은 그 명분과는 정반대로 사교육 시장을 확대시켜 놓았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쏠림현상 ’이다. 이는 제Ⅵ장 제2절에서 검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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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확인할 수 있다(제Ⅳ장 제2절). 학교 간의 차이도 평준화로 줄어 든 것이 아니라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점을 새겨보면 많은 사립대학에서 이른바 ‘고교등급제’를 왜 인정하려는 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평준화정책은 긍정적 변화보다는 그 폐해를 드러내는 정책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것이 현실에서 벌어지 는 사태를 직시하는 정직한 자세이다. 그러나 평준화정책이 불평등 을 해소하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폐해를 야기하는데도 불구하고 사 실 관계를 왜곡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왜 그럴까? 이 에 답하기 위하여 짚어보아야 할 더 심각한 문제는 평준화정책이 야 기하는 여러 가지 폐해를 은폐하려는 의식이 은연중에 팽배해 있다 는 점이다.

물론 대백과사전에서 ‘정책달성의 측면’에서 문제점과 부작용도 지적하고 있다.

(1) 효율적인 학생지도의 곤란과 함께 고교교육의 질이 저하 되었다는 우려를 낳게 되었다. 평준화정책에 따라 학교별 학생 선발기능이 사라짐에 따라 고교 내 학습 집단이 이질화되어 효 율적인 학습지도가 곤란해지게 되었다. 이처럼 학습지도의 효 율성이 떨어짐에 따라 고등학교의 전반적인 질적 수준이 저하 됐을 것이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2) 사학의 건학이념을 구현하기 어렵고, 일부 사학에 재정난 을 초래하게 되었다. 고등학교의 학생 선발권이 사라져서 사립 학교의 경우, 건학 이념 등 학교의 특수성을 살리기 어렵고, 공 납금이 공립과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일부 사립학교는 심 각한 재정난을 겪게 되었다.

(3) 추첨 배정방식에 의해 학생이 학교에 할당되기 때문에 학 생(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이 제한되는 문제를 갖고 있다. 고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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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화 실시로 과거와 같이 극심한 학교 간 격차는 사라지게 되 었으나, 그 대신 평준화 지역 내에서 학군 간, 학교 간 불평등으 로 특정 학군 선호 경향이 심화되었고(예: 8학군), 나아가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기도 하고 있다.17)

평준화정책에 대한 학계의 접근 방식과 인식에 있어서 문제가 심 각하다는 것은 위의 진술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특히 사립학교 의 건학이념과 학생선발권 문제와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 문 제의 중차대함을 부각시키지 않은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제

Ⅳ장 제1절과 제Ⅴ장 제1절에서 좀 더 상세하게 언급하겠지만, 학교 선택의 문제와 사립학교의 자율과 책무의 문제는 실정법의 차원에 서 보면 위헌 문제를, 권리의 차원에서 천부적 권리 침해 문제를 야 기한다. 그러나 위의 언급에는 그러한 심각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 다. 지나가는 시선으로 남의 집의 문제인 양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과 문제 접근 방식은 같은 글에서 재확인된다.

첫째, 고교평준화정책을 폐지해야 할 논리로서 가장 중요하게 제기되는 것은 교육의 수월성을 추구하여 교육의 질적 수준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고교교육에서도 사학의 자율성이 크게 신장될 필요가 있다.

셋째, 학부모와 학생의 학교 선택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18)

정작 심각한 문제는 평준화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의 논거일 뿐이라고 일축해 버리고, 이러한 단점은 평준화정책이 기 여한 측면에서 모두 상쇄될 수 있다는 인식이다. 왜냐하면 평준화정

17) 󰡔교육학대백과 사전󰡕(1998), p.92.

18) 󰡔교육학대백과 사전󰡕(1998),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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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폐해를 토대로 이 정책을 폐지해야 할 것인지 여부를 보다 면 밀하고 심층적으로 다루었어야 함에도 그런 논거를 해당 백과사전 원고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평준화정책의 심각 한 폐해를 심층적으로 다루지 않고, 이런 ‘문제점과 부작용’이 마치 정책 수혜자의 만족도 측면에서 상쇄되는 것처럼 논의하고 있다.

한편, 정책 수혜자의 만족도라는 측면에서 볼 때, 고교평준화정 책의 주요 성과와 문제점에 대해 고교 교육의 수혜집단(학부모,

교사, 등)은 고교평준화정책의 실시로 입시위주의 중학교 교육과

정 운영이 개선되고, 중학생들의 정서적・신체적 발달이 촉진되 고, 고등학교 교육격차가 줄어들고, 실업 및 과학기술 교육이 진흥된 것으로 나타났다(<표 1>참조). 그러나 고등학교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하기가 어렵고, 고등학교별 특색이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고등학교 학생들의 학력변화에 대해서는 향상되었다는 반응과 저하되었다는 반응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특이한 것은 중고등학생의 과외가 늘어났다는 것으 로, 이것은 평준화정책 실시 이전과의 비교보다는 최근 과외 허 용 등에 따라 과외가 과열되고 있는 문제를 주로 의식하여 응 답한 것으로 해석된다.19)

위에서 평준화정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곧 객관적 실증 자료에 의존하기보다는 이른바 ‘정책 수혜자 만족도’라고 하여 여론조사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를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앞서 지적한 문제, 학교선택권과 학생선발권 문제의 심각성을 여론 조사에 함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정책 수혜자 만족도’

19) 󰡔교육학대백과사전󰡕(1998), p.92. 위의 인용문에서 언급하는 <표 1>이라는 것은 기존의 평준화정책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실린 여론조사 결과를 말한다. 대개 긍정 적인 것으로 나타난 결과를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제Ⅳ장 제5 절에서 그 의미와 타당도 및 신뢰성을 검토할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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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해 놓고서 평준화정책이 가져다주는 교육 욕구 충족도와 이 정 책으로 인하여 드러나는 책무성 등의 문제를 도외시하고 그것을 여 론 조사 하나에 의존하는 안일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 째, 설사 평준화에 관하여 실시한 다양한 여론 조사가 ‘정책 수혜자 만족도’를 나타낸다고 하더라도 그 여론조사의 방식이 온전하게 이 루어졌는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표본의 문제 같은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여론조사에 담긴 문항 진술 방식을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설문을 어떻게 하는가 에 따라 반응도와 반응 결과가 달리지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서는 제Ⅳ장 제5절 및 제6절에서 검토하기로 한다.

이상의 사실을 토대로 하여 확인할 수 있는 점은 평준화정책의 근원적이고 심각한 문제는 지엽적이고 표층적인 문제로 다루고, 마 치 그 명분이 그대로 우리 교육현실에 실현된 것처럼 기술되어 있다 는 점이다. 이와 같이 기술되어 있다는 점은 곧 우리 교육학계가 그 런 방식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여기서 우리는 평준화정책에 관한 교육학계의 인식과 문제 접근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정작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교육 학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일반인에게 파급되는 영향 때문이 다. 대백과사전은 그 방면의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전문적 지식과 정보를 일차적으로 의존하는 제1차적 정보원이다. 물론 어느 집필원 고에나 필자의 주관이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논 의 대상이 되는 이 원고의 경우는 평준화정책의 실상과 문제에 대하 여 자문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부당한 편견과 편파적인 지식과 정보를 각인시키고 있다.

물론 문제의 이 글이 대백과사전이 갖추어야 할 찬반 논거를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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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으로 모두 담고는 있다. 그러나 실제로 대백과사전 원고는 양비

(兩非論)과 양시론(兩是論)을 같은 비중으로 병렬시키면서 평준화는

유지하되 문제점이 있으면 보완해야 한다고 결론을 맺고 있다.

현행 고교평준화정책은 계속 유지해야 할 그 나름대로의 필요 성과 타당한 논리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아울러 평준화정책을 폐지해야 할 그 나름대로의 필요성과 타당한 논리를 가지고 있 다. 고교평준화정책에 대한 찬성론자들이 제기하는 평준화정책 의 유지의 필요성과 논리는 대체로 입시부활에 따른 문제와 부 작용을 극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크게 의식하고 있다. 반면에 고 교평준화정책의 폐지론자들은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과 경쟁을 통한 교육의 수월성 추구를 크게 의식하고 있다. 이념적으로 대 비할 때, 평준화 유지 쪽에서는 교육의 기회균등이라는 평등 이 념을 강조하게 되고, 평준화 폐지 쪽에서는 경쟁을 통한 수월성 추구라는 자유이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고교평 준화정책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양 극단에 위치하고 있 는 교육정책 이념간의 절충적 조화와 평준화 유지와 폐지 시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교육문제와 부작용을 극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20)

문제가 있으면 근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해야 하는데, ‘보 완’해야 한다고 결론을 맺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렇게 ‘보완’해야 하 는 논거는 위의 글로 보면 여전히 충분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다. 양 비론과 양시론, 그리고 절충안의 병렬적 열거가 위의 글이 지닌 논 거라면 논거이다. 그러나 여전히 “고교평준화정책을 발전시켜 나가 기 위해서”라는 단서를 달음으로써 대백과사전원고의 필자는 평준 화는 유지되어야 할 정책이라는 점을 천명하고 그 보완책을 마련해 야 한다고 항변하는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 20) 󰡔교육학대백과 사전󰡕(1998),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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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고, 이 점에서 ‘양비론’과 ‘양시론’은 구색 맞 추기에 동원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이상의 검토를 통하여 교육학계에 각인된 인식과 문제접근 방식 을 확인하였다. 중요한 점은 우리 교육학계에 각인된 인식과 문제접 근 방식이 결정적으로 놓치고 있는 점을 심층 검토해야 한다는 점이 다. 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선택권, 학생선발권, 사립학교의 자율과 책무의 문제는 평준화의 어떤 장점에도 불구하고 상쇄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평준화가 야기하는 문제가 마치 수월성의 추구에만 국한된 것으로 보는 시각은 평준화가 실현하고자 한다는 평등의 이념에도 맞지 않 는다. 사실 ‘평등’과 ‘수월’은 대립하는 반대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상호 보완개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기 때문에 평준화정책 이 수월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결국 평등의 원리에도 위배된다 고 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무엇보다도 학교선택권, 학생선발권, 사 립학교의 자율과 책무의 문제는 평등과 수월의 문제보다 원초적일 수 있지만, 그로 인하여 상쇄되거나 무마될 문제는 결코 아니다.

둘째, 은연중에 퍼져 있는 인식인 ‘평준화가 기여한 측면이 있다’ 는 주장이 과연 현실에서 들어맞는 주장인가 하는 점이다. 평준화로 인하여 ‘중학교교육이 정상화되었다’든지, ‘사교육이 감소되었다’고 하는 주장이 과연 여러 가지 폐해를 드러낸 현실을 그대로 솔직하게 인정한 주장인가? 맞는다고 자꾸 우기는 것은 우화에 ‘벌거숭이 임 금님’이라고 외치는 어린 아이를 오히려 바보로 만드는 위선자의 행 태이다.

셋째, 상황이 이와 같을진대, 평준화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평준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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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한다는 수많은 정책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평준화정책 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것은 바로 평준화가

“보완”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폐지”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암시하 는 것이기도 하다. 마치 질병의 원인이 되는 환부를 도려낼 생각은 하지 않고 환부를 보기 좋은 붕대로 감싸는 꼴과 유사하다. 내부 깊 숙한 환부는 자꾸자꾸 썩어 가는데, 질환의 원인 규명은 하지 않고 대증요법에만 매달리는 것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이러한 병리현상 은 제Ⅵ장 제2절에서 좀 더 자세히 검토하기로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내용 외에 교육학계에 팽배한 평준화정책 보완 을 위한 논의는 무수히 많다. 평준화정책을 찬성하는 쪽도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하고, 반대하는 쪽도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할 정도이다. 하지만 여기서 제기한 문제만으로도 이 책을 통하여 평준화정책을 폐지해야 할 당위성은 확보된 셈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검토만으로 지난 36년 간 막무가내로 이어온 평준화정책을 폐지하자고 할 수는 없다. 이제부터 평준화정책의 개념에서부터 이 정책이 도입된 배경 과 과정을 포함하여 드러내는 갖가지 폐해와 문제점을 검토하기로 한다. 이어 드러난 문제점을 상쇄시킬 대안은 없는가를 살펴보고, 없다면 왜 폐지해야 하며 폐지할 경우 어떤 실질적 조치가 요구되는 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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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Ⅱ장 개념

<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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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평준화’라는 말

필자가 아는 바로는 1974년 이른바 ‘평준화정책’이 도입되기 이전 에 ‘평준화’라는 말이 어디서, 누구에 의하여 만들어지거나 전파되었 는지 정확히 단정할 수는 없다. ‘평준화’라는 용어의 연원과 그 의미 의 정확성이 확보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세력과 언론에 의 하여 ‘평준화’는 도덕적으로 온당한 것 또는 우리가 지향할 가치가 있는 ‘무엇’인 것처럼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입증하 는 가장 간명한 예가 ‘비평준화 지역이 평준화되었다’라는 보도나 표 현에서 찾을 수 있다. ‘비평준화’ 앞에 붙은 ‘비(非)’라는 부정(否定)을 나타내는 접두어 때문에 ‘평준화’라는 말은 상대적으로 그리고 아무 런 근거 없이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

더욱이 이러한 긍정적 어감을 실은 의미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 념적 성향과는 무관하게 골고루 퍼져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필자 와 친분이 있는 서울의 명문여자대학교에 재직하는 자칭 보수적이 라는 교육학 교수에게 필자가 평준화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며 그 폐 지 논거와 필요성을 밝히고자 한다고 하니, ‘이미 평준화 근간을 모 두 흔들어 놓았는데요? 뭘!’이라고 반응한 바 있다. 기존의 특수목적 고등학교, 자립형사립고등학교 등으로 인하여 평준화의 근간(?)이 다 흔들린데다가, 더군다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자율형이니 뭐니’ 하 며 ‘사수해야 할 평준화가 다 깨져 버렸다’는 것이다. 이 경우처럼

‘평준화’는 이념적 분포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전가(傳家)의 보도 (寶刀)처럼 소중히 간직하고 다루어야 할 아주 좋은 제도처럼 인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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