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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본의 고등학교 입학 전형 방식을 검토함에 있어서 늘 상기해야 할 점은 추첨제나 기타의 방식에 의하여 단위학교 선발권 을 박탈・제한하도록 한 제도가 국・공립학교에 한정되어 있었으며, 사립학교는 이 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사립 학교의 입학전형에 관하여 국가가 간섭하거나 제재를 가한 적이 없 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일본의 고등학교 입학전형에서 사용하는 두 가지 주요 방법은 ‘조사서’와 ‘학력검사’이다. 여기서 조사서는 졸업생의 중학교 에서 작성한 것으로 우리의 ‘생활기록부’와 유사하며 내신 성적, 발 달상황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학력검사는 각 도・도・부・현(都・道・

府・縣)의 교육위원회(우리의 광역단위 교육청)가 실시한다. 문부과학성 (이 하, 문부성 )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내리지 않는다. 즉 중앙 에서 직접 개입하거나 간섭하지 않는다. 다만 문부성은 고등학교 입 학전형 등에 관한 통지문을 내려 권고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 서는 우리의 평준화 제도와 관련하여 볼 때 일본이 왜 이 제도를 폐 지했는가를 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문서인 1993년과 1997년의 문부 성 통지문을 중심으로 검토해 보기로 한다.

2) 1993년(平成5) 문부성 통지

이 통지문97)은 공립고등학교 전형, 사립고등학교 전형, 업자 테스

97) 원문 번역은 <부 록 Ⅳ-1> 참조.

98)를 지양하는 전형개선, 중학교 진로지도 요강, 유의사항의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통지문의 기본 원칙은 고등학교 입학전 형이 개성의 신장,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되도록 한다는 데 있다. 공립학교에서는 다양한 선발방법을 도입하고 특히 학력검사와 조 사서를 중심으로 한 전형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에서 ‘조사서’는 우리나라의 생활기록부나 학적부에 해당한다. 사립학교에서도 역시 공립학교의 전형원칙을 따르도록 하였지만, 공립학교와 똑같은 잣대 로 규율하는 것은 아니다.

업자 테스트를 적극 활용하는 학교가 늘어나기 때문에 자제할 것 을 요청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처럼 사교육을 무조건 죄악시하는 것 은 아니다. 이어 중학생들의 진로지도를 충실히 할 것과 함께 유의 사항을 명기하고 있다.

3) 1997년(平成9) 문부성 통지

이 통지문99)은 위에서 소개한 1993년 지침을 토대로 하여 이른바

‘유토리(여유)교육’ 대신에 교육력의 강화를 골자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문서이다. 이 통지문은 앞의 것보다는 단위학교의 선발권을 강

98) 일본의 고등학교 전형에 관한 문건을 보면 ‘업자(業者) 테스트’, ‘업자 시험’ 등의 표현이 많이 나온다. 이는 사설 기관(출판사)에서 시행하는 모의고사(학력테스트) 와 같은 것을 지칭하는 말로서, 1990년대 일본 고등학교 입시에서는 이러한 사설 기관에서 실시하는 모의고사 성적 등을 고입참고자료로 많이 활용했다고 한다. 예 를 들어 당시 모 지역에서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91.6%가 이 시험을 치렀고, 일부 사립 고등학교에서는 이 성적에 의존하여 학생선발을 하였다고 한다. 위의 지침 등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일본의 교육당국은 명시적으로 이를 지양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업자 시험은 사교육이라고 하여 무조건 죄악시하면서 실상은 정반대로 사교육에 의존하는 우리의 현실을 되씹어보는 좋은 계기가 된다. 물론 사교육을 조장하자는 의도는 아니다.

99) 원문 번역은 <부 록 Ⅳ-2> 참조.

화하는 방향으로 도・도・부・현 교육위원회가 지도할 것을 명기하고 있다. 특히 학력검사를 통한 선발 방법의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역 시 고등학교 교육의 다양화와 유연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상의 통지문을 검토하여 볼 때 일본의 고등학교 입학 전형은 우리나라처럼 학군에 억매이거나 추첨에 의한 학생 배정 대신에 유 연한 학교운영과 학력고사의 실시, 그리고 단위학교별 전형을 권장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우리의 평준화 제도의 근간이 되는 학구제와 추첨제에 관 한 일본의 실정인 바, 다음 절에서는 이를 살펴보기로 하자.

나. 2009년 현재의 일본 고등학교 전형 방식

현재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중 27개가 학구(學區)를 존속시 키고 있다. 즉 20개 도・도・부・현이 학구제를 폐지한 것이다.

학구제(學區制)는 2002년 1월부터 폐지되도록 조치되었다. 이는 2001년(平成13년)7월 ‘지방교육행정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법률’의 개 정에 따라 관련 법령에서 학구제 항목을 삭제하여 공립고등학교의 학구제를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100) 이를 토대로 하여 동경도(東京 都)와 와카야마현(和歌山縣)이 학구제를 폐지한 것을 필두로 하여 2008년에 이르기까지 총 20개 도・도・부・현이 학구제를 폐지하였다.

문부과학성이 그 취지를 발표한 것을 보면 다음과 같다. ‘학구 철폐 취지는 통학구역을 이른바 현(縣)의 전 지역을 학구로 하는 것 과 통학구역의 확대를 일률적으로 의도하여 지침을 내리는 데 있는 100)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일본은 사립학교를 학구제, 학교군제 등으로 하여 학생선

발에 관한 제재나 간섭을 한 적이 없다. 일본에서 이른바 평준화 해제 조치는 그 대 상이 모두 국・공립학교이다.

것이 아니라, 공립고등학교 통학구역의 설정 존폐 여부, 설정 방법 등 일체의 결정을 교육위원회(우리의 교육청)의 판단에 두려는 것이 다.’101)

다음 <표 Ⅲ-9>는 일본의 학구제를 폐지한 연도별 지역이다.

<표 Ⅲ-9> 고등학교 학구제 폐지 연 도별 지역 연도 (都縣) 2003년(平成15년) 동경도(東京都), 와카야마현(和歌山縣) 2004년(平成16년) 후쿠이현(福井縣), 사이타마현(埼玉縣) 2005년(平成17년) 아오모리현(靑森縣), 아키타현(秋田縣),

카나가와현(神奈川縣), 이시가와현(石川縣) 2006년(平成18년) 이바라키현(茨城縣), 시가현(滋賀縣),

나라현(奈良縣), 히로시마현(廣島縣) 2007년(平成19년) 군마현(群馬縣), 야마나시현(山梨縣), 톳토리현(鳥取縣) 2008년(平成20년) 니가타현(新潟縣), 시즈오카현(靜岡縣), 시마네현(島根縣),

이오타현(大分縣), 미야자키현(宮崎縣) 자료: 일본 문부과학성 내부 자료

<표 Ⅲ-9>에 제시된 도・도・부・현 이외의 27개 도・도・부・현도 비록 학구제를 존치하고 있으나 우리처럼 일률적으로 추첨제를 적용하는 것도 아니다. 학구제 안에서 학교의 선발제도를 허용하고 있으며, 다 만 학구제를 폐지한 도・도・부・현과 다른 점은 학구제를 존치시킴으 로써 학교선택권과 학생선발권을 존중하되 과열되기 쉬운 경쟁을 다 소 완화하려는 듯하다. 그리고 학구(學區)안에 경제적으로 열세인 지

101) 문부과학성의 이러한 추지를 밝힌 원문은 다음과 같다. “学区に関する規定を削 除した趣旨:通学区域をいわゆる全県一学区にすることや通学区域の拡大 を 一律に意図す るものではなく、公立高 等学校の通 学区域の設 定につい て 、こ れを設 定す るか否 か、 また 、どの ように 設定 する のかに つい て、これを教育委員会の判断に委ねるとする趣旨。”

역을 포함시킴으로써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도록 하려는 배려가 담 겨있다고 할 수 있다. 아직도 학구를 형식적으로나마 존치시키고 있 는 일본의 사례는 제Ⅴ장 제2절에서 좀 더 살펴보기로 한다.

중요한 사실은 학구제(學區制)를 폐지함으로써 학력이 향상되고 있 다는 점과 함께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호도를 만족시키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이하 라 항에서 살펴볼 설문 조사 결과가 입 증하고 있다.

다. 동경도의 고등학교 입학전형 방식의 변천

동경도 고등학교 입학 전형 방식은 우리나라 평준화 제도를 도입 할 당시 모방한 일본의 학구제를 대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동경도 의 경우 이 제도를 우리나라처럼 경직되게 운영하지 않았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사립학교를 포 함하여 추첨 방식에 의하여 학교선택권을 박탈하고 있다. 일본의 것 을 모방하여 도입하면서도 이 장점이나 운영상 유연성 등을 전혀 고 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하여 동경도의 고등학교 입학 전형 방식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동경도의 고등학교 입학 전형 방식은 신제 학제가 도입되면서부 터 살펴볼 수 있다. 처음부터 단위 학교별로 전형하던 것을 학구제 를 도입한 것은 1952년이다. 이후 입학전형 변천을 시기별로 보면,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① 19521966년: 학구합동선발제도

② 19671981년: 학교군(學校群)제도

③ 19821993년: 그룹합동선발제도

④ 19942002년: 단독선발제도(학구제 존 속)

⑤ 2003년 이후: 학구제 완전 폐지(일체 제약・통제 없는 자유로운 학교 선택권 보장)

이 다섯 가지 유형에 대한 개요를 간략히 정리해 보기로 한다.

①: 1952년도에 도입된 학구합동선발제도는 학구 내에서 학교 선

택을 한 후 선발시험 결과를 토대로 전형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단 독 선발제도에서 입학시험 경쟁 과열을 이유로 하여 학구를 나누고 이 안에서 선발시험 결과에 따라 전형하는 방식이다.

②: 1967년에서 1981년까지 시행한 학교군 제도는 현행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평준화’와 가장 유사한 제도이다. 한 학구 안에서 몇 개의 고등학교를 학교군(群)으로 묶어서 이들 학교 에 대하여 배정하는 방식이다. 1973년 우리나라가 일본의 고등학교 입학전형을 모형으로 ‘평준화’를 도입할 당시 일본의 고등학교 입학 전형제도가 바로 이 학교군제도였다. 당시 일본에서 이 제도의 도 입 사유가 ‘중학교 교육의 정당화와 수험경쟁의 완화’와 ‘고등학교 동일학급 내의 상호 친화감을 촉진’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중학교 교육 정상화’, ‘과열경쟁 완화’, ‘상호친화감’은 ‘교육여건의 동일화’라 고 하는, 현재까지도 평준화를 지지하는 우리나라 좌파 세력이 줄 기차게 주장하는 논거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평준 화지지 세력은 일본이 거의 30년 전에 폐기한 낡은 논리에 억지로 매달리고 있는 셈이다. 일본에서 1967년에서 1981년까지 시행한 학 교군 제도는 ‘강제배정’을 특징으로 한다. 강제 배정은 결과적으로 학교선택 박탈에 따른 불만으로 이어진다. 그 결과 학구제와 학교 군 제도에 얽매이지 않은 사립학교를 선호하게 된다.102) 즉 사립학 102) 독자들이 일본의 고등학교 전형에 관하여 접할 때마다 늘 염두에 둘 것은 일본에

교 지원자가 급증하게 되고, 사립학교의 학력과 명문대학 진학 실 적이 올라가고, 따라서 자연히 사립학교 선호도가 올라가게 된 것 도 이 학교군제도 때문이다. 학교군제도는 ‘입시경쟁완화’가 ‘희망학 교’ 말살을 가져온 제도이고, 우리의 평준화가 전가의 보도처럼 매 달린 모형이다.

③: 1982년부터 1993년까지 시행된 그룹 합동선발제도는 학교군

제도 아래서 도립고등학교(우리의 공립고등 학교)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 지고 학교군제도의 학교 선택권 침해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어 학교 군제도의 강제배정을 완화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내용은 학구를 2 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자기가 소속한 그룹에 1개 학교를 지원하고, 나머지 그룹에서 다른 학교 선택의 가능성을 두게 하는 제도이다. 다시 말하자면, 성적순에 따라 제한적으로나마 학생들의 학교선택권 을 보장하고자 한 제도이다. 당시에 각 그룹은 학생 1,000명에서

1,500명이 속해 있었으며, 동경도내 30개의 그룹이 존재하여 이들

가운데서 선택권을 부여하고자 했던 것이다. 지원한 그룹의 학교에 대하여 선발고사 성적을 가지고 그 순위에 따라 배정되는 데, 자연 히 성적이 하위 학생들의 학교배정에 대한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없 는 제도이다.

그룹합동선발제도는 학교군제도의 강제배정의 폐단을 인정한 제 도이긴 하지만, 여전히 학교선택권의 보장이라는 취지에 근본적으 로 어긋나는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이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서 사립학교는 관주도의 입학전형 대상이 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예나 공립학교에도 평준화를 하지 않는 지금이나 사립학교는 이른바

‘뺑뺑이’ 대상에 된 적이 없다는 점을 늘 기억해야 일본의 제도를 이해하는 데 있 어 서 혼선을 피할 수 있다.

문서에서 고혹 평준화 해부 蠱惑 平準化 解剖 (페이지 147-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