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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조장 증후군

문서에서 고혹 평준화 해부 蠱惑 平準化 解剖 (페이지 189-200)

평준화정책이 평등을 실현하지 못한다는 증후군은 학교별 차이와 지역 간 차이를 점점 더 벌여놓는 데서 가장 쉽게 확인된다. 앞서 평준화정책은 도입 당시 학교 간의 격차를 줄인다는 명분에 의하여 추첨에 의한 강제 배정을 단행한 제도라는 점을 검토하였다. 그러나 그나마 억지로 강제 배정을 한 평준화정책의 명분이 평등의 실현인 데 그 명분이 무색해 지는 것이다. 이를 살펴보자.

가. 교육격차의 문제

우선 학교 간 교육격차 문제를 살펴보자. 한국교육개발원의 한 연 구결과를 통해 평준화 지역 내에서 학교 간 교육격차가 있음이 최근 보도에 의하여 알려졌다. 이를 그대로 옮겨보기로 하자.

한국교육개발원 김양분 박사팀이 23일 내놓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 성장에 관한 중학교 효과’ 논문에 따르면 2005년부터 시작 된 한국교육종단연구 결과 학생의 성적 향상에 학교가 미치는 영향력이 90%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종단연구란 2005년에 중학교 1학년이었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고등학교 졸업 시점까지 성장, 발달 상황을 조사하고 고교 졸업 이후의 대학 진학, 직업 획득 과정을 만 30세까지 장 기간 추적 조사하는 교육개발원의 대표적 연구사업을 말한다.

전국에서 표집한 150개 중학교, 6천908명의 학생이 조사대상 으로 김 박사팀은 이들 학생의 3개년(중학교 1학년 때부터 3학년 때 까지) 영어・수학 학업성취도 점수, 학생자료, 학교자료 등을 토

대로 성적변화와 학교 간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수학교과의 경우 입학 직후인 중학교 1학년 학생들 의 성적을 결정짓는 요인 중 학교 비중이 20%였지만 이들이 3 학년이 된 뒤 성적향상 여부를 결정짓는 요인 중 학교 비중은 88.7%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입학 당시 학생의 성적은 학교 자체의 역량(20%)보 다 학생 개개인의 능력에 따른 차이가 크지만 중학교 교육과정 을 거치면서 학교의 교육역량에 의해 개별 학생 성적이 달라지 는 비율이 거의 90%에 이른다는 뜻이다.

영어교과의 경우 입학 당시 학생들의 성적을 결정짓는 요인 중 학교 비중은 30.8%였지만 3년 뒤 학교 비중은 51.8%로 높아 졌다.

학교의 교육역량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력이 영어 교과(51.8%)

가 수학 교과(88.7%)에 비해 낮은 것은 영어 교과의 특성상 과 외・유학 여부, 부모 직업, 형편 등 가정 배경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김 박사는 “일반화하기엔 한계가 있지만 조사 결과는 학교 간 불 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시사한다”며 “특히 학생의 성장 정도에 학교가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학교 간 격차를 줄이고 공교육의 효과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122)

평준화정책이 표방한 대로라면, 어느 학교를 가나 학생들의 교육 격차는 오차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 즉 한 학교에서 영어 상위 1%

이면 다른 학교에서 상위 1%에 있는 학생과 학력(學力)이 오차 범위 내에서 같아야 한다. 위의 보도 내용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평 준화정책이 학교 간의 격차를 해소하지 못한 것이다. 전교조와 일부 좌파단체가 주장하듯이, 평준화정책이 고등학교 간의 차이를 인정하 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은 오류를 범하는 셈이다.

122) 연합뉴스 2008년 10월 23일자

그러면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제Ⅱ장 제 5절에서 평준화정책이 단순계 사고에 함몰된 결과라는 것을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단순분배에 따른 1/n 사고와 그로 인하여 동일결과 의 평등을 도출해 낼 수 있다는 단순계 사고에 입각한 사회공학적 계획에 의한 것임을 지적한 바 있다. 위의 연구 결과는 바로 이러한 폐해를 입증해 주는 것이다. 평등을 실현하고자 시도된 평준화정책 의 획일주의적 요소가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 꼴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평준화정책이 획정해 놓은 학군간의 학력차이 를 벌여놓음으로써 그 폐해를 확인해 준다.

나. 학군 간의 불평등 문제

이어 평준화 지역 간에도 학력의 차이가 드러남은 이미 여러 차 례 보도된 바 있다. 지난 참여정부의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 이 제기한 문제를 보도한 내용을 보자.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24일 서울대의 진학 가능성을 지역 별 인구를 근거로 분석한 결과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가 1~2위 를 차지했다고 주장했다.

민의원은 이날 국회 교육위의 국립대 국정감사에서 “주소지를 기준으로 현재 서울대 재학생 수를 1519세 인구로 나눠 진학 가능성을 조사한 결과 서초구가 30.9명당 1명꼴로 가장 높았고 30.29명당 1명인 강남구가 2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재학생이 1명인 충북 증평은 1천694명당 1명으로 서 울대 재학생을 배출한 전국 시군구 중 가장 낮았고 전남 고흥, 강원 정선, 강원 화천은 서울대 재학생이 없었다.

진학 가능성에서 1~2위를 차지한 서초와 강남은 증평에 비해 각각 54.8배와 51.3배만큼 가능성이 높았고 인천 옹진군(42.5배),

서울 종로구(32.8배), 송파구(25.7배)가 35위를 차지했다.

서울 동작구(21.8배), 경기 과천시(21.7배), 양천구(20.3배), 대구 수성구(19.2배), 영등포구(18.7배) 등 순으로 조사돼 10위권 중 서 울의 자치구가 7개를 차지했다.

16개 시・도 중 서울의 고교생은 상대적으로 진학 가능성이 낮 은 전남보다 5.2배나 가능성이 높았고 대전(전남 기준 2.4배), 대구

(2.1배), 광주(1.9배), 부산(1.8배) 등 광역시가 2~5위를 차지했다.

민의원은 ”서울대에 가려면 소득 수준과 사교육 여건이 좋은 강남, 서초 지역이 유리하다는 속설이 또다시 사실로 규명됐다

“며 ”서울대 입시제도가 소득 격차 이상으로 진학 가능성 격차 를 벌이고 있는 데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123)

위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재학생 수를 기준으로 볼 때, 서 울 강남지역 출신이 가장 많고, 대도시 지역이 많다는 내용이다. 평 준화정책이 실시되는 지역별로 같아야 할 학력이 크게 벌어지고 있 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평준화 실시 지역의 학력이 골고루 분포되어 야 할 평준화정책의 이상이 허구이며, 평준화정책이 평등실현의 목 적을 달성하지 못한 증거가 부각된 것이다. 단지 이 문제를 제기한 국회의원이 문제의 본질을 다른 방향으로 보는 데 있다. 즉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 간 격차를 조장하는 심층적 원인이 평준화정책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표층적 현상인 격 차만 해소하라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이를 가지고 혹자는 거꾸로 평준화를 실시하는 대도시 지역 출신 학생이 학력이 좋으니, 그것이 평준화의 결과라는 억지 주장을 할지도 모른다. 그 러나 대도시 지역의 학생이 우수한 것은 대도시 지역이 부모의 학 력, 경제 수준에 있어서 중・소도시나 농어촌에 비하여 높기 때문이

123) 연합뉴스 2006년 10월 24일자

지, 그것이 평준화 때문이 아니다.124)

여기서 문제는 학군별, 학교별로 균등하게 학생을 배정하였으면, 평준화정책이 의도한 결과대로 비슷한 성적 분포의 결과를 도출해 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데 있다. 그 구체적인 증거는 서울특 별시 소재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이 서울대학교에 진학한 학생 수를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이하 논의에서 증거 자료 제시가 서울대학교 신입생 수를 토대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서울 의 주요 대학에서 신입생들의 출신고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 다. 그나마 서울대학교는 국립대학교이기 때문에 국정감사 등에 필 요한 자료를 국회의원이나 관계 당국에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 서 대부분의 논의 자료가 서울대학교 신입생을 토대로 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표 Ⅳ-1>은 최근 5년간 서울특별시 소재 고등학교를 교육청별로

묶어 출신학생들이 서울대학교에 진학한 숫자를 나타낸 것이다.

<표 -1> 최근 5년간 서울특별시 11개 교육청별 서울대학교 입학 생 수

2009 2008 2007 2006 2 005 최근 5년간

총 입학생 수

동부교육청 20 29 28 26 24 127

서부교육청 102 89 101 80 87 459

남부교육청 31 28 32 37 35 163

북부교육청 82 105 84 72 81 424

중부교육청 245 222 222 213 202 1104

강동교육청 126 136 155 135 153 705

강서교육청 107 130 125 153 147 662

강남교육청 291 301 263 335 341 1531

동작교육청 42 42 35 44 36 199

성동교육청 130 131 126 126 134 647

성북교육청 47 51 45 44 43 230

출처: 조전혁 의원실.

124) 이와 관련한 심층적인 검토는 이어 지는 제6절에서 하도록 한다.

단적인 예로 강남교육청 산하 출신고교 학생들이 동부교육청 출신 학생에 비하여 12배가 넘는 입학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편차 가 심하게 벌어지는 근본 원인은 학교선택을 박탈하고 주거지역에 따 른 강제배정을 하는 평준화정책의 속성 때문이다. 주거지역에 따른 강제배정이 조장하는 불평등 문제는 필자가 처음으로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지적된 바 있다.125)

<표 Ⅳ-1>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기에 앞서 이해를 돕기 위하여 서울

특별시내 고등학교 분포와 평준화 추첨 배정 학군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림 Ⅳ-1> 서울특별시 교육청별 고 등학교 현황

위의 <그림 Ⅳ-1>에서 서울특별시 소재 교육청은 그대로 학군을

의미한다. 예컨대, 강남구와 서초구를 포함하는 강남교육청은 잘 알 려진 ‘8학군’이다. 이를 다시 학군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25) 이를테면, Friedman, Milton and Rose, Free to Choose, 1979. 민병균 외 역, 󰡔선 택 할 자유󰡕, 서 울: 자유기업원, p.215 이하.

<표 Ⅳ-2> 서울특별시 학군 배 정표

학군 1 2 3 4 5 6 7 8 9 10 11

교육청 동부 서부 남부 북부 중부 강동 강서 강남 동작 성동 성북

자치구 동대문, 중랑

은평, 서대문,

마포 영등포,

구로, 금천

도봉, 노원

종로, 중구, 용산

강동, 송파

강서, 양천

강남, 서초

동작, 관악

성동, 광진

강북, 성북

이상의 그림과 학군 배정표를 참고로 하여 <표 Ⅳ-2>에 나타난 최 근 5년간 서울대학교 신입생 수를 보면, 그 편차가 인구 편차를 훨씬 넘어서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동부교육청(1학군), 남부교육청(3학군), 동작교육청(9학군 )소재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의 입학 실적이 5년간 200명 이하인 데 반하여, 강남교육청(8학군)은 무려 7배가 넘는 1,531 명이 입학을 하였으며, 중부교육청(5학군)은 5배가 넘는 1,104명에 달 하였다. 이는 강남지역 학생들의 성적이 우수하다는 것과 이른바 ‘공 동학군’의 학교 배정이 가능한 시내 중심가에 자리 잡은 학교들의 성 적이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한다. 여기서 ‘공동학군’은 평준화 지역에 서 그나마 제한된 선택권이 인정된 학교들의 학군으로서 도심 인구 공동화에 따라 이 지역 학교에 지원자 중에서 추첨 배정하는 학군을 가리킨다. 거주인구가 적은 중부교육청 산하 고교 학생들의 성적이 월등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러니까 그나마 가고 싶은 학교에 간 학생들의 성적이 좋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어 강남의 아파트 단지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는 강동교육청(6학군)과 강서교육청(7학 군)의 성 적이 동부교육청에 비하여 5배 이상 차이가 나는 705명, 662명이다. 물론 학력에 영향을 주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잡하게 작용하고 있 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사실이 불평등을 조장한다는 증후군으로 볼 근거를 제공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평준화정책은 근거리 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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