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과 회복의 다층적인 흔적의 형상화 -연구자의 작업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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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생성과 회복의 다층적인 흔적의 형상화 -연구자의 작업을 중심으로A Visualization of Multilayered Traces of Birth and Recovery -focused on researcher’s art works정윤영,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회화전공 / 김희영(교신저자), 국민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Jeong, Yun Young_Painting Major, Department of Fine Art, Graduate School of Kookmin University / Kim, Hee Young(Corresponding author)_Department of Fine Art, College of Art, Kookmin University. 요약. 본 연구는 연구자가 와병과 치유의 과정을 겪으며 갖게 된 개인의 기억을 시각화한 회화 표현의 의미 를 다루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 생명체의 생성, 소멸, 회복 및 재생의 유기적인 과정을 형상화하는 연. 중심어 생성과 회복 욕망 신체 생명력 층위. 구자의 작업은 ‘식물성’, ‘신체성’, ‘여성성’에 긴밀하게 연관된다. 연구자의 작업 중 식물과 신체의 형 상은 직접적인 체험에 근거하며, 와병과 치유의 과정에서 연구자의 신체와 정신에 남은 삶의 다층적 층위를 회화로 표현한다. 연구자의 중첩된 회화 작품은 생명의 힘을 회복해가는 상호작용 안에서의 생 성과 회복이라는 축적된 층위와 흔적을 시각화한다. 이를 위해 연구자가 시각화한 식물의 형태, 생장 과 분열, 증식, 생명의 법칙 등은 추상으로 표현했다. 이 연구의 목적은 이를 통해 육체와 정신이 혼재 된 채 이탈과 회귀의 과정이 교차하는 궤적을 추적하고, 혼성적인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열린 틀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에 있다. 연구 방법에 있어서는 생명체로서의 존재감에 기반하여 반추상과 구상이 혼합된 비대상적 화면을 구성한 연구자의 각 작품에서 조형 언어의 연속성을 분석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그리고 신체와 정신이 유기적인 관계 안에서 상호 반응하면서 살아있는 존재를 생성하는 생명력 을 분석하고자 한다. 결과적으로는 생성, 소멸, 회복, 재생 등의 내적인 흔적을 드러냄으로서 연구자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의식과 무의식의 중첩된 층위를 모색하고자 한다. 화면 안에서 펼쳐지는 미적인 실 험은 연구자의 신체에 인각된 구체적인 경험을 토대로 이끌어가는 자율적 창조 행위임과 동시에 삶이 라는 타율적 층위를 포용하여 조형적 지평을 확장하는 생성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ABSTRACT. This study is meaningful in dealing with the meaning of pictorial expressions that visualize personal memories that the researcher has through the process of illness and healing. The. Keywords birth and recovery desire body vitality layers. researcher’s work to shape the organic processes of creation, extinction, recovery, and regeneration of life is closely related to ‘planticity’, ‘physicality’, and ‘femininity’. The shapes of plants and bodies in the researcher's work are based on direct experiences, and the multi-layered life of the researcher's body and mind in the process of illness and healing are expressed in the paintings. The researcher's superimposed paintings visualize the accumulated layers and traces of generation and recovery within the interaction that restores the power of life. To this end, the shape of the plant, growth and division, proliferation, and the laws of life were expressed and visualized by the researcher in the abstract form.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track trajectories where the process of deviation and regression intersect and to present an open framework in which hybrid elements interact with each other. As for the research method, the emphasis is on analyzing the continuity of formative language in each work and the researcher composed a non-objective screen in which semi-abstract and figuration are mixed based on the existence as a living being. And we want to analyze the vitality of the body and the mind to interact within an organic relationship and create a living existence. Through revealing the inner traces of generation, extinction, recovery, and regeneration, in conclusion, we intend to seek the overlapping layers of consciousness and unconsciousness that make up the identity of. 본 논문은 연구자의 2020년. the researcher. Aesthetic experiments on the screen are autonomous creative activities that are. 미술박사 학위논문의 일부를. based on the specific experiences perceived by the researcher's personal experience, and the. 수정, 보완하였음.. concurrent process of creating a formative horizon by embracing the multiple layers of life.. 554.
(3) 1. 서론 본 연구는 연구자의 신체에 인각된 회복을 위한 노력과 이에 대한 기억의 층위를 시각화한 과정을 다룬다. 생명체의 생성, 소멸, 회복 및 재생의 유기적인 과정을 형상화하는 연구자의 작업은 ‘식물성’, ‘신체성’, ‘여성성’에 긴밀하게 연관된다. 연구자의 작업에 표현된 식물과 신체 의 형상은 직접적인 체험에 근거하며, 연구자의 신체에 기억된 삶의 다층적인 층위를 드러낸다. 연구자의 중첩된 회화 작품은 생명의 힘을 회복해가는 상호작용 안에서의 생성, 소멸, 회복이라 는 축적된 층위와 흔적을 시각화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죽음을 생명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성적 자아가 연구자의 작업에서 중요하다. 따라서 연구자는 연약한 신체, 성적 은유를 내포한 식물을 소재로 식물 이미지를 혼합, 형상화하고 있다. 본 연구는 식물성을 자연의 생성과 회복 의 대상으로 표현한 작가들을 선행연구로 고찰함으로써, 식물의 생명력을 자기 정체성과 시각 언어로 인종하려는 연구자의 표현 의의와 특징을 고찰하고자 한다.. 2. 경계의 공간으로서의 신체 2.1. 식물성에 내재된 욕망 연구자의 작업에서 등장하는 식물은 생물학적인 의미보다는 상상과 재현의 중간 지점에 위치 한 상징에 가깝다. 식물성(植物性)의 사전적 정의는 ‘식물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한 성질을 지닌 것’을 뜻한다. 그러나 연구자는 식물성을 단순히 환경적인 요인이 수반된 생태학적 특징에 국한하지 않고, 문학적인 의미로 확장하여 다양한 상상력을 포용하는 조형적 표상으로 표현하 고자 한다. 연구자의 작업에서 식물성에 천착한 점은 ‘시간성’, ‘생명성’, ‘성장’ 등이다. 연구자 의 작업 <Untitled><Figure 1>는 향후 작업을 계획하는 밑그림이다. 연구자는 꽃에 관한 인간의 경험이 단순히 시간성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성장’이나 ‘생성’과 관련된 ‘감각’과 더 밀접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식물의 형태에서 느낀 생명력을 작업에 담고자 직관적 방식 으로 식물을 사유하였다.. <Figure 1> Jeong, Yun-young, <Untitled>, 2017, Color on Wood, 32.5×21.5cm (Each). 생명력을 얻기 위한 일련의 상호작용 과정을 형상화하는 연구자의 작업은 마틴 존슨 히드 (Martin Johnson Heade, 1819-1904)의 작품 과 비교해 볼 수 있다. 히드는 다윈의 종의 기 원을 접한 이후, 자연을 역동적으로 진화하는 것으로 새롭게 이해하였다. 히드는 30년 이상 벌새와 살아있는 난초를 소재로 다뤘다. 그의 작품 <Orchids and Hummingbirds> <Figure 2>는 꽃 본연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려 한 작가 의 의도와 솜씨가 엿보이는 수작이다. 진화론 <Figure 2> Martin Johnson Heade, <Orchids and. Hummingbirds>, 1875-1890, Oil on Canvas, 38.1×50.8cm. 의 관점에서 자연의 선택은 매우 중요한데, 히 드의 꽃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벌새가 꽃의 수 분 활동을 돕는 역할을 하는 점은 히드가 생태. 계의 상호관계성에 주목함을 보여준다. 즉, 작품에서 꽃이나 새라는 소재의 묘사보다는 자연 기초조형학연구 22권 2호 (통권104호). 555.
(4) 안에서 벌어지는 상호의존적인 생성 과정을 드러내려 했음을 볼 수 있다.. <Figure 3> Jeong, Yun-young, <Pleurothallis. <Figure 4> <Pleurothallis Dilemma> Working Process. Dilemma>, 2019, Oriental Color on Silk Layered Canvas, 112.1×145.5cm. 연구자는 생태계의 유동적인 변화에 대한 히드의 관심에 공감하면서, 고정된 체계나 구조에 대한 변화를 시도하는 ‘식물적 욕망’을 작품 <Pleurothallis Dilemma><Figure 3>에서 다각적 으로 형상화했다. 이 작품이 제작되던 시기를 기점으로 연구자는 형상을 해체하고 반추상적 조형 요소로의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본 작품과 함께 그 작업 과정<Figure 4>을 비교하 여 살펴보면, 뭉뚱그려진 수렴의 과정을 통해 창출된 종합적인 형태와 선후 관계를 뒤섞으며 엎치락뒤치락하는 층위들의 운동 상태를 보다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연구자가 생각하는 식물성의 특징은 생장과 분열을 지속하는 것에 있었다. 이러한 식물에 결핍에서 파생 된 욕망을 투영시켜서, 결핍으로 인한 고통이 해소되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치유와 회복을 말하고자 했다. 흔히 식물은 주체적으로 움직이지 못한다고 간주되어 동물의 대척점에 있다고 이해되지만, 식물도 능동적인 생물로서 뿌리를 내리고 새싹이 움트며 냄새를 뿌려 벌레 를 부르는 등의 적극적인 삶의 방식을 갖고 있다. 식물만이 지닌 생명 활동 방식과 그 노력의 흔적들은 연구자에게 삶에 대해 더 깊은 차원의 내적 성찰에 이르게 했다. 식물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독자적인 힘과 생존 방식은 생에 대한 욕망 을 지닌 생명체들이 서로 연이어 파생된 채 유기적으로 상호 연결된 흐름을 연상시킨다. 여기서 욕망에 대한 다음의 철학적 성찰을 돌아보 게 된다. 자끄 라캉(Jacques Lacan, 1901-1981)은 ‘욕망’을 욕망하는 것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결핍의 결정체’로 보았지만,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와 펠릭스 가타리(Félix Guattari, 1930-1992) 는 욕망을 ‘생성의 근원이자 과정’으로 수용했고, 생성과 탈주의 방식 으로 뻗어나가는 탈구조적인 관점에서 욕망이 주체의 결여에서 비롯되 는 것이 아닌, ‘유동하는 어떤 흐름’으로 이해했다. 그들에게 욕망은 주체 의식 바깥에 존재하는 자율적 역량이므로 욕망을 생명 자체, 생명 <Figure 5> Marc Quinn,. 흐름의 과정으로 바라봤다 (Kim, M., 2009, p.37). 이러한 ‘욕망’이라. <Summer Skating on the. 는 개념의 연장선상에서 연구자의 작업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작가는. Thames>, 2008, Oil on Canvas, 241×169.5cm. 마크 퀸(Marc Quinn, 1964-)이다. 그는 작품 <Summer Skating on the Thames><Figure 5>에서 각기 다른 계절에 피는 꽃들의 조합을. 과장된 원색적 색채로 표현했다. 반짝이는 정교한 묘사와 인공적인 질감은 오히려 감상자에게 불편한 느낌을 주는데, 그는 이미 삶 속에 다가와 있는 죽음을 의식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 뒤에 도사린 허무함을 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작업에서 꽃은 유한한 생명을 상징함과 동시에 흘러가는 시간을 잡을 수 없는 인간의 무력함을 상징한다. 퀸의 작업과 연구자의 작업에서 드러 나는 결정적인 차이는 구체적인 욕망의 대상이 다르다는 점에 있다. 퀸의 경우에는 죽음의 상징 (memento mori)을 통해 생의 유한성을 상기시키고 이를 넘어서는 무한함을 추구한다. 그러나 퀸의 작업과는 달리, 다음에서 기술한 것처럼 연구자의 작업에서 욕망은 생명 그 자체이자, 556.
(5) 생명 흐름의 과정이며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힘이다. 꽃잎의 수맥을 연상시키는 섬세한 선묘, 율동적으로 흐르는 듯한 굵직한 선적 요소들, 때로는 세밀한 부분을 대담하게 덮는 붓 터치, 흐르는 물감 등 다양한 형태와 색채가 자유롭게 어우러 진 화면은 작가의 부단한 조형 실험을 보여준다. 생기 가득하고 역동적인 추상의 화면 위에 제시된 절개된 꽃의 단면, 잎의 줄기, 혹은 장기를 연상시키는 유기적 형태는 무한한 자유가 부여된 자율적인 화면의 리듬을 간헐적으로 정지시키는 듯하다. 이는 단지 구상성의 개입으로 인해 추상적인 화면 안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조형적 타협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이러한 조용 한 분절과 정지는 작가의 미학적 실험의 근거를 드러내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Jeong, 2019, p.60).. <Figure 6> <Masdevallia Constricta> Working Process. <Figure 7> Jeong, Yun-young, <Masdevallia. Constricta>, 2019, Oriental Color on Silk Layered Canvas, 112.1×145.5cm. 꽃은 관습적으로 균형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간주된다. 연구자는 꽃의 형태에 대한 관습 적 접근에서 벗어나 꽃잎이나 열매의 일부를 잘라내고 덧붙여 불완전한 형태로 묘사했다. 그리 고 추상적이고 표현주의적인 붓질의 흔적과 과감한 구도 안에서 발생되는 긴장과 충돌, 이완과 같은 조형적 균형을 구현하고자 했다. 이러한 생성과 회복의 과정이 시각적으로 중첩된 대표적 인 작품 <Masdevallia Constricta>의 작업 과정 <Figure 6>을 살펴보면, 추상적인 그리기의 궤적이 고스란히 축적됨을 확인할 수 있다. 비정형의 이미지와 풍부한 선묘는 향후 작업 과정을 기대하는 밑그림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자유자재하게 화면에 뒤덮인 채 드러나고 사라지는 색면과 선들은 생성과 재생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주제에 접근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완성된 작품 <Figure 7>에서는 세포 분열의 과정을 연상시키는 식물 이미지를 통해 식물이 수동적 존재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욕망의 주체이자 주변 환경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능동적 주체로서의 생존 양상이 보다 뚜렷하게 드러난다. ‘의태(mimicry)’는 다양한 식물 종 중에서도 난초에서 흔히 발견되는 모방 행동을 일컫는다. 의사교접은 식물이 특정 곤충의 암컷 과 모양과 냄새가 비슷한 꽃을 이용해 수컷을 유인하고 수컷 곤충은 난초 꽃을 암컷으로 착각하 는 가짜 짝짓기를 의미한다. 의사 교접 중에 수컷은 실제 짝짓기에는 실패하지만, 난초와 짝짓 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온몸에 꽃가루를 뒤집어쓰게 된다. 의사교접을 마친 수컷이 다른 꽃으 로 날아가 다시 짝짓기를 시도하면 몸에 묻어있던 꽃가루가 그 꽃으로 옮겨 가 수정이 이루어진 다 (Blevins, 2017/2004, pp.83-84). 이렇듯 식물에 내재된 욕망은 상호교환적이고 능동적인 에너지로부터 출발한다. 이러한 ‘식물성 욕망’과 관련하여 환경운동가 마이클 폴란(Michael Pollan, 1955-)은 그의 저서 욕망하는 식물에서 식물도 자기 종을 퍼뜨리기 위해 동물을 유혹하여 이용했다고 설명한다. 객체로서 수동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진 식물도 욕망의 한 주체로서 동물과 동등한 욕망을 상호 교환하며 공존해 왔다는 것이 그의 견해이다 (Pollan, 기초조형학연구 22권 2호 (통권104호). 557.
(6) 2007/2001, pp.19-20). 이처럼 부동적인 식물에 내재된 욕망을 과감하 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는 조지아 오키프 (Georgia O'Keeffe, 1887–1986)의 <Oriental Poppies><Figure 8>이다. 채집된 식물의 형 태와 생태를 정리하고 설명하는 식물 도감과 달리, 전면적인 포즈로 제시된 그녀의 붉은 양 귀비는 박동하는 듯한 욕망을 느끼게 한다. 화 면 속 양귀비는 어딘지 모르게 낯선 풍경 같기 도 하며 육체적 관능성을 드러낸다. 신체와 공 간을 오가는 듯 하고, 실재와 환상을 오가는 듯 <Figure 8> Georgia O'Keeffe, <Oriental Poppies>,. 1927, Oil Paint on Canvas, 76.2×101.9cm. 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같은 묘사는 이미 지 그 자체를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단면으로. 상정하고 이것을 영원한 포즈도, 부동적 단면도 아니라고 주장한 들뢰즈의 통찰을 연상시킨다 (Deleuze, 2002/1983, pp.20-27). 연구자의 작업도 이처럼 다층적인 경험과 기억의 층위를 시각화하고자 한다. 언어로 형언하기 힘든 어떤 경험에 대한 반응은 꽃으로 함축된 시간과 공간의 결과물로서 화면에 드러난다. 대상의 본질을 전혀 뜻밖 의 것으로 바꿈으로써 대상이 지닌 잠재적인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마치 인간이 시간과 공간의 밖으로 내던져진 듯한 경험을 하게 한다. <Figure 9> Jeong,. 연구자는 작업 <Phalaenopsis Taida Pearl><Figure 9>에서 대상인. Yun-young, <Phalaenopsis. 식물의 일부분을 포함하고, 정면성보다 측면성에 더 주목했다. 이는 평. Taida Pearl>, 2019, Oriental Color on Silk. 소 연구자가 식물의 주변적인 것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태도에서 비롯. Layered Canvas,. 되었다. 식물의 전체보다는 부분, 정면보다는 측면을 포착하여 무질서. 91×116.8cm. 속에 특정한 형태나 구조를 갖춤으로써, 생명이 미완의 상태로 움츠림 과 동시에 나아감을 거듭하는 순환의 과정을 담았다. 작업 과정에서 연구자가 식물에 이입되기도 하고, 식물이 연구자에게 이입되기도 하 는, 즉 신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이 결합되는 식물의 혼성성을 통해 무의식을 회화적으로 구현하여 생명의 리듬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작. <Figure 10> Jeong,. 업 <An Opaque Body><Figure 10>에서는 ‘혼성된 신체’나 ‘중첩을. Yun-young, <An Opaque. 만드는 방식’이 어떤 상태이기보다는 ‘과정’으로서 존재한다. ‘과정으. Body>, 2019, Oriental. 로서의 그림’은 사이사이에서 중간 값을 불러일으키며, 우연성, 이중성. Color on Silk Layered Canvas, Hexagon 30cm. 과 모호성을 인식하게 한다.. 2.2. 중층 공간 – 과정으로서 신체 현재까지 인간 존재의 기원이 된 것은 구체적인 물질로서의 육체였으며, 그러한 육체에 생기를 부여하는 것은 실증적인 사유와 관련이 깊다. 본격적인 작품 논의에 앞서 연구자 작품에서 ‘구 조’로서 기능하는 신체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육체라는 용어는 생물학적 개체, 정신적, 성적 구성물, 문화적 산물 등 여러 의미를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통칭하는 ‘신체’는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을 이루는 전체, 그것의 활동 기능이나 상태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하여 메를로 퐁티 (Merleau-Ponty, 1908-1961)의 견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신체를 하나의 통일체로 기능하는 전제가 신체 도식(schéma corporel)이라고 주장했다 (Washida, 2011/1994, p.117). 우리는 객관적으로 표상되는 자신의 신체상과는 별도로 자신에 의해 내면으로부터 알려지는 자신만의 신체상을 가지는데, 신체는 지각과 관계하는 다양한 감각 영역이 처음부터 상호적으 558.
(7) 로 번역 가능하게 주어져 있는 것이다. 자신의 신체를 부분들이 밀접하게 서로 연관된 ‘하나의 종합’으로서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퐁티가 신체를 바탕으로 관심을 기울인 주제는 삶의 세계였는데, 그는 거의 대부분의 이원론을 거부했다. 그는 존재의 연속성 관점에서 이 문제를 사유했는데, 그가 정립한 살 (flesh)과 키아스마(chiasma) 개념은 존재가 분화되었지만 고립된 것은 아닌 ‘요소의 상호 연 결’을 설명하는 것이다. 피부의 조직이 얽혀있듯 의식은 ‘세계의 조직’ 속에 사는 것이다. 인간 은 누구나 일상 속에서 사회적 구성물로서의 육체, 의미가 각인된 육체를 지닌 채 살아간다. 하지만 연구자의 작업에서 육체 개념은 단순히 새로운 욕망의 대상에 대한 관심만으로 표현된 것이 아니며, 낯설고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탐 구하는 과정이 담긴 하나의 연속체이다. 연구 자의 작업에서 부각된 면 안에 면, 색 안에 색 으로 중첩된 대상의 실체는 양란이지만, 나풀 거리는 꽃잎 사이에 언뜻 비치는 신체의 일부 를 시각화한 것은 요소들 간의 상호 연속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자는 자신의 몸으 로 직접 존재의 연약함을 체험한 뒤부터 식물 에 관심을 가졌으며, 식물로 위장한 듯한 신체 를 그려 인간 생명의 유한성을 드러내려 했다. 꽃에 대해서 탐미적 태도를 취하는 일반적인 접근 방식과는 달리, 2019년 <겹의 언어> 연 작은 식물의 학명이나 식물계통학의 개념을 작 품명으로 정했다. 이 역시 꽃보다 생명 그 자체 를 바라봤으면 하는 연구자의 의도가 담긴 것 <Figure 11> Jeong, Yun-young, <A Uterus is. 이다.. Different from a Vagina>, 2016, Color on Cotton. 작품 <A Uterus is Different from a Vagina>. Layered Canvas, 53×46cm. <Figure 11>에서는 연구자가 신체를 치유로. 이끄는 화합의 공간으로 종합하여 수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삶과 죽음의 경계가 뚜렷하게 갈리는 일련의 고통, 다른 말로 표현하면 주체가 어딘지 모를 미궁을 향해가다 어딘가 에 당도하면서 분열되는 듯한 모호함을 형상화했다. 연구자의 외상성 즉, 육체적 고통을 유발하 는 정신적 근원인 트라우마는 이러한 기억에서 기인했다. 개인적인 투병과 관련된 직접적인 체험에서 파생된 ‘신체의 식물 같은 느낌’이나 ‘분절된 의식의 흐름’과 같은 심리 상태는 ‘회복’ 이나 ‘재생’과 같은 유기적인 과정에 더 가까이 다가서는 계기가 되었다. 작품명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연구자가 여성의 자궁이나 질, 모세혈관 같은 신체의 일부를 변형하여 유기적으로 표현하고, 유약하고 미완결된 신체 장기 이미지에 식물이라는 대상을 투영시킨 혼성성은 신체 의 재현에 머문다기보다 신체를 매개로 하여 외부 환경과 연결되는 것에 더 가깝다. 연구자는 작품에서 생명체의 외피를 은유하는 일종의 피부처럼, 화면은 연구자의 피부가 되고, 실제에 놓여진 신체가 다시 화면에 스며드는 양상을 표현했다. 외부 환경과 만나는 피부에 대한 연구자의 관심은 신체와 관련된 서사를 보다 직설적으로 언급 하고, 동시에 추상적이며 불명확하게 몸을 재현한 에르네스토 네토(Ernesto Neto, 1964-)의 작업과 중요한 지점에서 조응한다. 그의 작업 <A Gente se encontra aqui hoje, amanhã em outro lugar. Enquanto isso Deus é Deusa. Santa gravidade><Figure 12>은 인체의 수족, 내장, 피부를 상기시키는 기묘한 형상이나 변칙적인 구조가 특징적이다. 이 작품은 신축성 있는 소재 안에 쌀, 스티로폼 등의 물질을 채워 넣은 유기적인 형태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감상자에 게 시각이나 촉각적 자극과 함께 다차원의 장소로서의 신체를 탐험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연구 기초조형학연구 22권 2호 (통권104호). 559.
(8) 자의 작업과 네토의 작업은 그 외연이 전혀 다 르게 느껴지지만, ‘살아있음’이라는 상태를 의 미하는 신체와 그것이 외부 세계와 연결되는 지점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러나 연구자의 작업은 신체의 무정형으로부 터 형상을 획득하려는 노력 속에서 자기를 재현 함과 동시에 보다 우회적인 방식으로 신체를 개 입시킨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지닌다. 또한 연구 자의 작업은 외과적 수술을 경험한 후 생긴 상처 <Figure 12> Ernesto Neto, <A Gente se encontra aqui. 와 흉터, 정신적 외상을 일종의 스티그머. hoje, amanhã em outro lugar. Enquanto isso Deus é. (stigma)로 규정하고자 한 결과로 볼 수 있다.. Deusa. Santa gravidade>, 2003, Polyamide, Styrofoam and Rice, 650×630×1620cm. 지난한 투병의 과정에 잠식되었던 체험은 자신 의 신체를 다시금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었고,. 보다 직관적으로 몸속 깊숙한 곳의 창자를 느껴보는 감정은 삶의 방식에 대한 결정과 실천에도 영향을 주었다. 2.3. 존재의 유한성. <Figure 13> Jeong, Yun-young, <Plants>, 2017,. <Figure 14> Jeong, Yun-young, <Plants>, 2017,. Mixed Media, 46×35cm. Mixed Media, 53×46cm. 연구자는 신체와 관련된 일련의 경험에 노출되면서 신체가 가장 가까이 있는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것은 신체가 연구자의 작업에서 중요한 소재가 된 주된 계기이다. 연구자에 게 있어서 신체는 ‘일련의 경험을 축적하는 연속체’라고 할 수 있는데, 작가로서 타인의 경험과 차별되는 신체와 관련된 체험은 작품의 제작 동기가 되었다. 신체가 외부로부터 침해되고 훼손 된 느낌은 단순히 경험에서 끝나지 않고, 이전과 달라진 불완전한 신체에서 비롯된 상실감은 ‘어디까지가 나의 몸인가?’ 하는 의문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어서 <Plants><Figure 13> <Figure 14>에서는 그러한 신체가 내재화되어 중층적 공간으로 변모하였으며, 그 사이사이에 경계가 열렸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열린 경계선에서 식물이 지닌 생명의 리듬을 통해 생명력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면서 회복과 재생을 거듭한 과정이 담겨있다. 생장과 분열, 증식의 과정 등의 생명의 법칙을 수용하는 열린 경계선에 대한 조형적인 모색은 오키프의 작업 <Pelvis with the Distance> <Figure 15>에서도 보인다. 화가 마스덴 하틀리(Marsden Hartley, 1877-1943)는 오키프의 골반 그림을 ‘무한과 유한의 경계선’이라고 <Figure 15> Georgia. 묘사했는데, 이를 통해 그녀가 태초를 암시하는 뼈를 통해 하늘을 보는. O'Keeffe, <Pelvis with the. 것이 구조적이라 여겼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겠다. 오키프의 이 작업. Distance>, 1943, Oil on Canvas, 75.5×60.6cm. 을 보면서 연구자는 부드러운 살갗이 감싸고 있었을 뼈의 이미지를 통 560.
(9) 해 뼈와 살의 경계, 그리고 그 사이의 빈 공간에 대한 시원적 상상력과 그것의 표상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즉, 인공과 자연의 대척점에 존재하는 인간의 사유와 현상, 과거의 어떤 목적에 부응한 탄생과 성장, 죽음을 경험했던 생명체의 뼈를 통해 올려다보이는 파란 하늘과 그 너머의 무한한 공간이 상념에 젖게 한다.. <Figure 16> Jeong, Yun-young, <Pseudocopulation>, 2019, Oriental Color on Hemp Cloth, 57×180cm. 연구자는 몸 속 깊이 각인되어 토막 난 생각들을 작품 <Pseudocopulation><Figure 16>에서 식물적인 상상력을 덧댄 장기의 형상에 빗대어 표현했다. 살과 뼈는 고체이지만 피는 액체다. 식물 같기도 하고 동물 같기도 한, 혹은 액체 같기도 하고 고체 같기도 한 상호침투적 이미지는 핏줄이 순환하듯 화면에 생기를 불어넣고 서로 교감한다. 이미지들 사이의 관계, 층위를 넘나드 는 동적 교환의 상태를 통해 감각이 순환하고, 분절된 이미지들의 의미는 총체적 순환 안에서 잠재적으로 운동하지만 끝내 드러나지는 않는다. 살과 뼛속에 감춰진 간, 쓸개, 창자, 위, 신장 같은 장기 기관들은 각각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고 있다. 연구자 작업의 불완전한 육체 형상은 관능적인 유희의 장소로 보일 수 있으나, 생생함은 세상과 접촉하는 육체의 어느 특정 부분을 감각적으로 드러내기에는 다소 무질서한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돌출과 후퇴, 앞과 뒤의 공간적 관계, 거리 등의 다양한 요소로 중첩된 화면은 피할 수 없는 고통을 거친 후 생명의 회복을 향해가는 반전의 과정을 구현한다. 이렇게 표현된 이탈 과 회귀의 과정은 신체에 인각된 회복과 생성의 긍정적인 힘을 내포한다.. 3. 성적 자아와 정체성 3.1. 성적 존재로서 자아 미술에서 사용되는 ‘에로티시즘(eroticism)’ 개념은 일반적으로 육체적 애욕에 관계하는 기호 나 작품의 관능적인 정욕을 불러내는 성질을 의미한다. 서양 철학과 문학의 전통적 시각이 성적 이라는 사실은 애초부터 지식이 성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사실과 근본적인 면에서 연관성을 보인다. 사실주의적 전통에서 출발한 시각 중시 태도는 세상을 알고자 하는 욕망의 반영이며 현실에 대한 탐구와 동일시된다. 태초부터 인간의 시선은 무엇인가를 보고 욕망을 느끼며 감응 하는 행위를 원했으며, 궁극적으로 금기의 대상을 본다는 것은 매력적임과 동시에 일정 부분 위험이 수반된다. 현대미술에서의 에로티시즘은 직접적인 성적 표현보다는 외적인 대상을 내 적으로 투영시키거나 혹은 내적인 대상을 다른 차원으로 변주하는 행위와 그 확장 가능성을 모두 포괄한다고 볼 수 있다. 연구자에게도 인간의 신체 중 흥미를 끄는 부분은 성적인 측면에서의 육체이다. 이는 단순히 생식 능력만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소멸을 생명력으로 소생시킬 수 있는 ‘성적 자아’를 뜻한다. 육체는 남녀 간의 성차, 기원, 자의식과 같은 문제로부터 시작되기도 하면서 역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성이란 단순히 육체만의 문제가 아니며, 그것은 인간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환상과 상징의 복합물이자 만족과 상실의 환상에 의해 주도되는 것, 즉 생식적 유용성으로부터의 일탈로도 볼 수 있다.. 기초조형학연구 22권 2호 (통권104호). 561.
(10) 그런 면에 있어서 연구자는 리비도(libido)와 여성성을 회복하고 복원하는 것을 더욱 조형적 으로 구현하고자 꽃의 관능적인 특성을 묘사한 다. 작품 <Plants><Figure 17>에 묘사된 강 렬한 양란의 꽃잎과 화려한 색채는 일련의 생 성적 리듬을 보여준다. 양란의 매혹적인 형태 는 여성 생식기의 부분을 연상시키는 유기적인 형태에 중첩되어 조형적인 가능성을 확장한다. 이처럼 상이한 것들의 만남을 통해 구현된 형 상은 생명의 연장과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염 원한다. 윤회를 통한 끊임없는 존재의 지속, 죽 음 다음에 이어질 다른 차원의 존재에 대한 성 찰은 ‘지금, 여기’에서 경험되는 가시적으로 갈 등적인 요소들이 영속하지 않음을 알고, 없어 <Figure 17> Jeong, Yun-young, <Plants>, 2017,. Mixed Media, 100×80.3cm. 질 것에 대한 욕망의 허무함을 인식하게 한다. 라캉의 ‘욕망과 생애의 충동’은 연구자의 작업. 에서 ‘삶과 죽음의 공존’, ‘생성적 삶에 대한 인식’, ‘죽음의 충동’으로 연결된다. 죽음은 비었으 나 에너지로 충만하고, 죽음은 몸과 몸 사이의 관계를 무한히 확대하기 때문이다. 연구자에게 회화는 자연의 형식과 조응하는 몸의 형식을 드러내는 하나의 틀이다. 역설적이게도 조르쥬 바타이유(Georges Bataille, 1897-1962)에게 있어서도 에로티즘, 즉, 성적 에너지는 죽음 충동을 위해 필요했다. 그는 우리가 생산성과 유용성에 치중하여 에너지의 소모로 간주되는 에로티즘이 오랫동안 우리의 사유에서 배제되었다고 지적했다 (Bataille, 2002/1989, p.5). 그에게 있어서, 에로틱이라는 것은 금지에 대한 위험한 위반이며 에로틱의 결정적 행위는 결국 벌거벗기는 것에 있다 (Brooks, 2000/1993, p.213). 외적인 대상에 내면 을 투영하는 일, 혹은 내적인 대상을 2차원으로 옮기거나 3차원에 떠오르게 하는 행위들로 작업의 또 다른 층위의 가능성이 확장된다. 연구자의 작업에서 등장하는 형상들의 실체는 해부 학적으로 육체를 형상화한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누구나 매일 일상적 삶을 영위하면서 생명 에너지를 지닌 채 자연스러운 물질의 순환 과정을 경험하지만, 자신의 신체가 장기로 연결되고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쉽게 망각한다. 그러나 연구자는 잊고 있는 몸의 내부를 조금 더 적극 적으로 외부로 이끌어내서 생명의 힘을 회복하고자 작업한다. 이를 위하여 겹겹의 화면에 중화 (中和)적인 행위로서 흔적들을 중첩시켰으며, 이 과정 중에 서로 다른 성질의 것들이 섞이면서 독자적인 성질을 잃거나 중간 성질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성적 에너지를 생명의 근원으로 이해하는 연구자의 작업은 귀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 1819–1877)의 작품 <L'Origine du Monde><Figure 18>와 비교하여 논의할 수 있다. 중첩된 층위 사이 사이의 접점을 희석하는 방식으로 작업한 연구자의 작품과 달리 쿠르 베의 이 작품은 제목에서 암시한 것처럼 생명의 근원을 상징하는 여성 <Figure 18> Gustave. Courbet, <L'Origine du Monde>, 1866, Oil on Canvas, 46×55cm. 의 생식기를 화면 전면에 부각시켰다. 이는 그의 사실주의가 가지고 있는 조금 복잡한 양상을 보여준다 (Kim, Y., 2004, pp.43-44). 연구 자의 개인 경험에 기초하여, 생명의 근원을 표현하기 위해 성적 은유를 내포한 형상을 그리듯 쿠르베 역시 성을 생명의 근원으로 인식하고 있 음을 알 수 있다.. 욕망의 근원과 여성의 신체, 그리고 에로티시즘에 대한 논의는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가 다원화 562.
(11) 될수록 다층적으로 펼쳐진다. 그러나 19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소 단편적이었던 시각 은 복잡하고 맥락적인 해석을 불러일으키게 되었고, 이는 결국 신체가 에로틱한 욕망을 매개하 는 기표라는 점을 함께 강조하는 것이다 (Kim, Y., 2004, pp.56-57).. <Figure 19> Art Orienté Objet, <Que le cheval vive. <Figure 20> Eduardo Kac, <Edunia>, 2003-2008. en moi>, 2011. 이와 함께 성적인 차원에서의 욕망을 살펴보는 것에서 확장하여 ‘생명의 연속성’ 측면에서 유전 자를 변형하는 방식으로 인간과 동 · 식물 간의 위계를 해체하고자 했던 작품들로 지속적인 변 이를 보여준 작품들도 있다. 아르 오리앙테 오브제(Art Orienté Objet)의 마리옹 라발 장테트 (Marion Laval-Jeantet)는 ‘스스로’ 실험용 동물이 되기를 자처했다. 그는 퍼포먼스를 위해 말의 혈장 주사를 맞았고, 이로 인해 신체의 내분비계와 신경계가 변화를 일으켰다. <Que le cheval vive en moi><Figure 19>이라는 작품 제목처럼 그의 몸에 말이 들어와 살게 되었고, 이러한 혼합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 균열을 냈다.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유전공학적 작업을 한 에두아르도 카츠(Eduardo Kac, 1962-)는 그의 작업 <Edunia><Figure 20>에서 자신의 혈액에서 추출한 면역 유전자를 꽃에 이식함으로써 새로운 종의 제작자가 되었다. 이것은 인간 과 꽃의 유전자 결합물이자, 부분적으로 꽃이고 부분적으로 인간인 새로운 종류의 자아를 창조 했다 (Shin, S., 2016, pp.161-171). 이처럼 생명의 본질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바이오 아트 작업들은 유전적인 거부 상태로 계속된 충돌을 일으키면서도 생물학적으로 다른 종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른 피’를 수혈하는 것은 곧 그 존재를 이식하여 그것이 ‘되는 것(becoming)’이며, 존재가 서로 겹쳐지는 것이다. 연구자의 작업이 이들의 작업과 비교했을 때 보이는 결정적인 차이는 결국 실존성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생명 체로서의 존재감을 반추상과 구상의 형태를 넘나들며 비대상적으로 화면을 구성한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화면 안에 담긴 육체와 정신이 혼재된 채 이탈과 회귀의 과정이 교차하는 궤적들 은 생명력을 표현하려는 일련의 회화적 실천 과정이다. 3.2. 여성성의 회복 연구자는 생성과 회복의 과정을 직접적으로 체험하면서 세계의 안과 밖, 삶과 죽음 같은 것에서 성적 에너지를 느꼈고, 그것을 작품으로 승화하고자 했다. 다음은 연구자가 2009년 수술을 받은 직후에 적은 단상이다. 수술 직후의 희미한 기억이 떠올랐다. 의식조차 마비된 어지럼증 속에 가늘게 눈을 떴다. 도려 낸 환부를 얄팍하게 덮은 앙상한 뼈와 거죽만이 남았다. (...) 서늘했던 온몸에는 온기가 돌아왔 고, 살이 차올랐고, 생기가 돌았다. 암흑 속에서도 몸뚱어리는 한결같이 생성과 순환의 몸부림 으로 버둥거렸다. -작업 노트. 기초조형학연구 22권 2호 (통권104호). 563.
(12) <Figure 21> Jeong, Yun-young, <Anna Katharina>, 2019,. <Figure 22> <Anna Katharina> Working Process. Oriental Color on Silk Layered Canvas, 80.3×116.8cm. 연구자 몸에 인각된 이 체험은 <Anna Katharina><Figure 21>에 상징적으로 담겨있다. 이 작업은 작품명과 동명의 학명을 지닌 난초 ‘안나 카타리나’에 신체 일부를 연상시키는 수술 부위를 겹쳐서 표현했다. 피와 살을 연상시키는 붉은 꽃잎, 관음죽을 연상시키는 날렵한 초록빛 의 이파리는 화면 중앙에 위치한 관절을 에워싼다. 본 작품의 초기 작업 과정<Figure 22>을 보면, 추상적인 붓질과 형상들이 나타남과 동시에 사라지면서 비대상적 화면 구성에 집중한 궤적을 볼 수 있다. 작품에 드러난 신체는 형상에 의존하기 보다 여성으로서 느끼는 신체의 성격을 다루고자 한 것에 가깝다. 이는 일부 생식기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연구자가 겪었던 아픔과 고통에 관한 불행한 기억을 소환시키기도 한다. 한편, 개인적인 아픔의 기억에 근거한 연구자의 작업이 단순한 질병의 조형적 단상으로 간주되거나, 진부한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본 여성성으로 오독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연구자에게 있어서 ‘여성적인 것’은 연약함, 나약함, ‘강하지 않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생명력을 수용하는 과정과 관련 있다. 또한 몸의 감각과 시간의 흔적이 남은 여성적인 상태와 연관된다. 여성의 몸으로 겪은 질병과 고통을 기억하고, 통렬함과 부드러움, 강함과 약함 같은 모순되고 긴장된 상처를 감소시키고, 그 너머를 바라보면 서 삶 속의 성장을 모색하고자 한다. 여성의 신체를 통해 경험한 생성과 소멸의 과정에 대한 표현은 비록 연구자와는 다른 형식의 작업이기는 하지만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의 <Henry Ford Hospital> <Figure 23>에서도 강렬하게 보여진다. 이 작품에서 여성은 칼로 자신을 지시하며, 낙태를 암시하는 여성의 침대에는 피가 흥건히 고여있다. 그녀의 왼손은 세 개의 붉은 리본을 쥐고 있는데, 그것은 실패한 임신의 상징물이다. 다소 불균형한 골반 뼈는 교통사고로 인한 유산의 원인을, 달팽이는 여성의 임신 주기와 섹슈얼리티를 상징한다. 이 작품을 통해 칼로는 자신의 감정을 매우 충실하게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Park, H., 2007, p.99). 여성 신체성을 다룬 연구자의 작품 <Mormolyca Ringens> <Figure 24>에서는 화면 중심을 차지한 이미지를 꽃술과 꽃잎의 부분 중 겉껍 질을 벗겨낸 속살과 유사한 형태를 포착했다. 전체가 아닌 부분으로서의 식물 이미지를 분절 하고 특정 부분을 포착하여 사용했다. 움푹 꺼 진 부분에서 얼핏 연상되는 생식 기관이나 입 술의 이미지는 다른 비교 작품들처럼 직접적인 방식으로 신체를 구체적인 묘사로서 드러내거 나,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는 주제나 기존의 여 성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는 <Figure 23> Frida Kahlo, <Henry Ford Hospital>,. 1932, Oil on Metal, 31.1×39.3cm. 않다. 하지만 오히려 인간과 식물이라는 이종. 564.
(13) (異種)을 교접하듯이 혼재된 상태로 두는 것은 경계에 구애받지 않고 모호하고 복합적인 것을 표현하려는 노력이다. 연구자의 관심은 도식 화된 성적 이미지가 아닌 식물이라는 대상에 상상력을 투영하여 대상 을 여러 가지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갖는 것에 있다. 사실상 암술과 수술, 꽃받침과 꽃잎으로 이루어진 꽃은 여성의 생식기를 은유하기도 하고, 시각적이고 유동적인 의미를 가진다. 여성으로서 느끼는 신체의 성격 은 일부 생식기를 연상시키는 반추상적 붓질에 의존해 있는 것만은 아 니다. 여성으로서 경험한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작품으로 표현했다는 <Figure 24> Jeong,. 점은 칼로의 작업과 일정 부분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두 작업의 결정. Yun-young, <Mormolyca. 적인 차이는 연구자의 경우 상호관계적인 생성과 회복의 과정을 식물. Ringens>, 2019, Oriental. 과 신체의 형상에 빗대어 은유적으로 표현하였으나, 칼로는 고통과 분. Color on Silk Layered. 열 등 직접적 상황을 여러 상징을 통해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 Canvas, 116.8×91cm. 있다. 생성을 암시하는 여성의 신체는 다양한 상징성을 가지고 표현되어왔 다.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1911-2010)의 작품 <The Birth><Figure 25>에는 여성으로서의 신체가 부각되었는데, 이는 어 떤 면에서 하나의 작은 세계로 볼 수 있다. 다른 생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여성의 몸과 그 본연의 모습, 그리고 그 몸이 경험하는 복합적인 상태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와 달리 연구자는 대체로 신체의 장기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성적 차원에서 일부만을 보이게 하거나 상실과 획득을 거듭해 배열, 병치한다. 특히 여성을 여성이게 하는 신체의 일 부분, 자신의 몸속 깊이 감추어져 확인할 수 없음에도 항상 그 존재를. <Figure 25> Louise. 느끼게 되는 기관을 통하여 경계를 지운다. 삶과 죽음, 강함과 약함 등. Bourgeois, <The Birth>,. 이항 대립적 관계를 넘어서서 생명을 위한 노력의 흔적들을 인간의 보. 2007. 편적인 경험으로 나타내고자 했다. 이러한 상호적인 관계를 통해 변형. 된 모습으로서 수동성과 능동성의 병존을 보여준다. 연구자는 세계 속에서 끝내 폐기하지 못하 는 어떤 믿음을 확신하고, 식물처럼 연약하지만 한편으로 강인하게 유한함으로부터 오는 절망 에 직면하고자 작업 안에 성적인 요소를 다루면서 볼 수 없는 생명력을 표현한다.. 4. 결론 본 연구는 연구자의 작업에 내재된 신체에 인각된 회복을 위한 노력과 이에 대한 기억의 층위를 시각화한 과정을 다뤘다. 연구자의 작업에 표현된 식물과 신체의 형상이 단순히 직접적인 체험 에 근거한 것에 그치지 않고, 생명체의 생성, 소멸, 회복 및 재생 등의 유기적인 과정을 형상화 하면서 연구자의 신체에 기억된 삶의 다층적인 층위를 드러내는 역할을 해왔음을 규명했다. 연구자의 중첩된 회화 작품은 생명의 힘을 회복해가는 상호작용 안에서의 생성과 회복이라는 축적된 층위와 흔적을 시각화한다. 이를 위해 연구자가 다루는 식물의 형태와 그것의 생장과 분열, 증식의 과정, 생명의 법칙은 추상적인 이미지, 그리고 일련의 연속성을 내포한 조형 언어 로서 형상화된다. 연구자는 생명체로서의 존재감에 기반하여 반추상과 구상의 형태를 넘나들 며 비대상적 화면을 구성한다. 이를 통해 드러나는 육체와 정신이 혼재된 채 이탈과 회귀의 과정이 교차하는 궤적을 추적하고, 혼성적인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열린 틀을 제시하고자 했 다. 그러므로 이 연구는 시 · 공간 속에서 관계적으로 유동하는 신체와 정신의 결합으로서의 생명력을 표현하려는 노력 등이 회화적 실천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성찰한 것이며, 궁극적으로 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허물고 중첩된 층위를 모색하면서 생성, 소멸, 회복, 재생의 유기적 인 흔적들을 수용하는 상황으로부터 미감의 분석을 도출하려 한 노력이다. 화면 안에서 펼쳐지 는 미적인 실험은 연구자의 신체에 인각된 구체적인 경험을 토대로 이끌어가는 자율적 창조 기초조형학연구 22권 2호 (통권104호). 565.
(14) 행위임과 동시에 삶이라는 타율적 층위를 포용하여 조형적 지평에 관한 논의를 확장하는 생성의 과정이며, 회화적 실천의 자율성이 갖는 의미를 진단하고 제시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겠다.. References Deleuze, G. (2002). Cinema, tome 1. L'Image-mouvement (Yoo, J. S. Trans.). Vision and Language. (Original work published 1983). Georges Bataille. (2002). The Tears of Eros (Yu, K. H. Trans.). Literary and Ritual. (Original work published 1989). Jeong, Y. Y. (2020). A Study of Correlational Expression through Overlapping Paintings : Focused on My Works. [Published Doctoral dissertation]. Kookmin University. Kim, H. Y. (2011). Abstraction Beyond Autonomy: Jacques Ranciere Politics of the Aesthetic. Journal. of Contemporary Art Studies, 15(2), 41-77. Kim, M. J. (2009). Le sens de la philosophie de Gilles Deleuze à traverse le concept du désir : la fuite et le devenir. Journal of the New Korean Philosophical Association, (57), 31-50. Kim, Y. A. (2004). Feroticism. Kaema books. Kiyokazu Washida. (2011). Phänomenologie (Lee, S. C. Trans.). b-book. (Original work published 1994). Michael Pollan. (2007). The Botany of Desire (Lee, K. S. Trans.). Taurus books. (Original work published 2001). Park, H. S. (2007). Life & desire in painting (명화 속의 삶과 욕망). Maronie books. Shin, S. C. (2016). Bio Art : art of life. Mijinsa. Wiley Blevins. (2017). Ninja Plants : Survival and Adaptation in the Plant World (Kim, J. E. Trans.). Darun. (Original work published 2017).. 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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