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의 순간을 포착하는 시간과 의식에 관한 연구 - 연구자의 회화작품을 중심으로 -
전체 글
(2) 장면의 순간을 포착하는 시간과 의식에 관한 연구 - 연구자의 회화작품을 중심으로 A Study on the Time and Consciousness of capturing the moment of scene - Focusing on the Work of a Researcher 사윤택, 한국교원대학교 강사 Sa, Yun Taek_Korea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 요약 중심어 현대회화에서의 시간성 이미지의 순간 망각 순간의 충격 시간과 의식. 20세기의 서구 모더니즘 미술에서 등한시 된 재현의 환영은 다시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미술에서 재현미술과 추상미술이라는 양자 사이의 개념을 와해시키며 세계의 정보를 흡수하는 이미지로 읽혀지고 있다.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인식하는 장면들을 단순히 아름다움의 대상으로만 파악하기 보다는 이미지를 텍스 트로 접근하게 만드는 개념적인 분석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시기를 맞이하여, 본 연구는 이미지와 함께 이야기 가 깃들어 있는 ‘장면으로서의 회화’가 ‘회화-그 자체’의 질서에서 탈주(脫走)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는 지 사유해 보는 계기를 갖고자 하였다. 이에, 이미지로 파악하는 시간성, 순간의 트릭(trick)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현대미술에서 시간성이 보여주는 개념과 사례를 이론적 바탕으로 삼아, 이미지의 순간을 장면으로 포 착하여 시간성(temporality)이 결합하는 본인의 작업에 대한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자 작업에 서는 짧은 순간의 동인(動因)이 발생하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개입하는 순간적인 의식에 관한 회화적 표현 방법에 대한 논리적 고찰이 이뤄지고 있다. 둘째, 인식의 흐름에 개입하고 생성되는 순간을 통해시간 속에 잠재하고 있는 인간의 의식과 망각, 기억의 개입과 교차를 통해-그림 속 장면에서 시간성이 성립하 는 지점을 밝혀준다. 셋째, 장면의 시간과 실존적 시간의 관계가 ‘생성의 순간’으로 전환되는 현상을 규명하고 있다. 본 연구자의 작업에서 보이는 장면의 순간은 회화에서 시간과 공간이라는 체험의 현상학 너머, 의식에 관 한 문제를 새롭게 도출한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갖는다. 추후, 후속 연구자들 또한 현대사회에 적합한 회화작업 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가능성과 논리적인 관점들을 지속적으로 연구하여 회화작업의 독창적인 길을 넓혀 나가 길 바란다.. ABSTRACT. The illusion of representation in the Western modernist art of the twentieth century is again read as an image that absorbs the information of the world by breaking down the concept between Keyword reproduced art and abstract art in postmodernism art. It requires a conceptual analysis that allows us to approach images with text rather than merely grasping the scenes we perceive as temporality in contemporary objects of beauty in modern society. In this period of time, this study is an opportunity to think painting about whether the 'painting as a scene', in which the story is accompanied by images, can escape from the order of 'painting - itself' I would like to have them. In this study, the theoretical moment of Image basis of the time, the trick and the Augmented Reality of the moment, the concept of time in pyknolepsy modern art, The results of my research on my work that captures the moments of images as impact of moment scenes and combine them with temporality are as follows. First, in the researcher 's work, there time and consciousness is a logical examination of the time, space, and momentary consciousness that intervenes in the flow of time that short - time drivers generate. Second, through the consciousness and forgetting of the human being, the intervention and intersection of memory, which are latent in the moment-time generated in the flow of cognition, we reveal the point where the temporality is established in the picture scene. Third, the phenomenon that the relation between the scene time and the existential time is transformed into the 'moment of creation' is identified. The moment of the scene seen in the work of this researcher has the implication that the problem of consciousness is newly derived beyond the phenomenon of the experience of time and space in painting. Future researchers will also want to continue to study the possibilities and logical perspectives necessary to realize appropriate painting work in contemporary society and to broaden the original way of painting work.. 본 연구는 연구자의 2016년 박사 학위 논문을 요약하는 과정에서 수정하고 보완 한 것입니다. 144.
(3) 1. 서론 1.1. 연구 목적 및 필요성 동시대 미술의 현장은 사회, 문화, 경제, 정치가 충돌하고 융합하는 장치와 예술가의 기제들이 만연하다. 우리가 영위하는 이 세계의 조건은 매일같이 소비되는 과잉된 정보들의 세계, 그리 고 미디어로 채워지는 감각과 사이버 시대의 가상현실의 세계로 채워지고 있다. 이렇게 후기 정보화 시대로 대체되는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창조는 새로운 형식과 이념에 대한 도전이기 보다는, 삶과 예술행위, 태도가 예술의 주요한 가치가 되고 있다. 이제 예술은 삶에 대한 근본 적인 재해석과 담론을 필요로 한다.1) 그런 면에서 연구자의 회화에서 주목하는 ‘시간성(temporality )’2)의 논제는 삶-존재에서 얻어지는 자의식과 관계를 맺고 있다. ”예술에 있어서 자의식이 갖는 성찰적 기능과 정서적 민감성, 그리고 의식에서 붉어져 나온 사회적 소통의 기능들이 어떻게 시간성의 논제와 가까워 질 수 있는지를”3) 관찰-사유하는 과정을 수반하고 있다. 이 와 함께 연구자의 ‘회화적 장면’을 통해 제시하는 시간성의 문제는 물리적이거나 수량적 관계 의 성질이 아니다. 그것은 좀 더 사건적인4) ‘순간’을 통해 ‘생성’되는 순간순간(moment by moment)의 내면을 개념화 한다. 그렇기 때문에 회화 속에 단순히 주어지는 장면(scene)을 재현(再現)하는 것도 아니다. 그에 선행하는 인간 ‘인식’의 기본 형태인 ‘눈의 깜박임(blink one’s eyes)’을 통해 새롭게 ‘리셋(reset)’되는 것 같은 이미지의 순간을 발견하는 것이다. ‘시 간-존재’에 개입하는 의식을 통해 물리적인 시간에 반(反)하는 심리적인 시간성의 개념을 성립해 본다. 바로 정지된 이미지인 회화작업에 ‘순간을 포착하는 시간과 의식’에 대한 시간성 의 외연을 넓히는 일과 함께 회화작업의 심층적인 탐문을 필요로 한다. 1.2. 연구 내용 및 방법 동시대 미술의 실험에서 보여 지는 인식소(episteme)의 변화를 반영하는 보편적인 지각관습 에 의한 예술 표현은, 급변하는 사회적 환경을 제한적인 모습으로 보여준다. 이제 우리의 인식 과 관계한 대상과 사물, 공간, 시간, 기억 등은 새로운 터전위에서 사유를 시도해야 한다. “오늘 날의 화가들은 ‘그리는’ 행위를 재현(再現)으로 인식하는 태도로부터 화면에서 벌어지는 미지 의 ‘사건(affair)’으로 맞이할 필요가 있다.”5) 그러므로 이 세계에 대한 시간-순간의 포섭(包 1) 사윤택, 「짧은순간의 긴 충격이 주는 시간성의 미학」, 「예술과 미디어학회」: 서울, 제11권 1호, 2012. p.73. 2) 시간성(時間性, Zeitlichkeit, Temporality)은 시간에 대한 현존재와 관련된 성격을 가리키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시간성은 어떤 대상 및 현상, 상황 등에 주입되는 시간의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시간을 인식하는 후설의 ‘의식의 흐름'이나 하이데거의 현존재의 실존으로, 미래와 직면해 있는 동시에 과거를 짊어지며 과거ㆍ현재ㆍ미래가 통일된 질서로 이뤄진다. 즉 이러한 시간성이 현존재를 구성하며 시간적 성격이라는 것이 시간성이다. 하이데거로부터 거론된 용어로 실존주의를 주장하였던 그의 노작『존재와 시간』(Sein und Zeit, 1927)에 이 개념이 설명되어 있다. 박찬국,『하이데거의 존재의 시간 강독』, 그린비, 2014. 또한 20세기 이 후에 전개된 후기철학사상의 시간관에 영향을 끼친 들뢰즈가 강조하는 시간성이란, 공간적 측정개념에 종속되어 있는 시간 개념이 아니라, 공간적인 측정에서 벗어난, 그래서 일상적으로 파악하기 힘들게 되어 버린 모호한 시간의 잠재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들뢰 즈는 이러한 시간 규정을 베르그송의 견해로부터 도출해낸다. 하이데거와 동시대적으로 펼쳐진 베르그송의 시간성의 핵심은 현재는 지나가고 있고 동시에 지나간 과거는 현재에 보존된다고 한다. 지나가고 있는 현재와 보존되고 있는 과거라는 이러한 두 가지 시간 성은 들뢰즈의 시간 이미지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하이데거의 시간성은 현재에 비해 과거를 항상 뒤에 지고 미래를 향해가는 과거, 현재, 미래가 기투(企投)하는 통합적 질서를 가지고 있다면, 베르그송은 과거의 개념도 현재와 동등한 비중을 갖는 시간성의 개념이 라 할 수 있다. 들뢰즈의『의미의 논리』(Logique du Sens, 1999)에서 거론된 아이온(aion)의 시간개념과 같이, 과거, 현재, 미래 가 서로 종속된 관계로서 시간이 미래를 지향하는 것이 아닌, 서로 동등한 시간개념으로 과거, 현재가 같이 자라고 그 사이사이로 무수하게 분화되어 가는 잠재성의 시간이기도 하다. 질 들뢰즈, 이정우 옮김,『의미의 논리』, 한길사, 1999. 이렇듯 들뢰즈가 영화를 통한 ’시간과 이미지‘에서 강조하는 바는 영화의 서 사구조가 기/승/전/결의 스토리 구조를 갖는 것은 이 세계의 시간을 닮아 있는 것이라고 한다. 다만, 스토리의 전개만 있을 뿐이 며, 들뢰즈가 영화에서 강조한 시간성은 내러티브의 중심, 재현적 성격 등을 갖지 않는 현대영화의 성향애서 찾아진다. 추론하자면 기/승/전/결의 구조는 시간에 가까운 것이다. 시간성이란 시간의 사이에서 다시 분화되고 생성 시킬 수 있는 의식적인 시간의 성 격인 것이다. 즉 회화의 멈춰져 있는 시간 이미지에서 발견되는 잠재적 시간이다. 그러므로 본 연구자의 회화에서 ’순간의 충격‘ 혹 은 시간의 알레고리를 포착하는 그림의 순간(들) 속에서 의식적 작용에 의해 또 다른 가능성을 현시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물 리적으로 정지된 화면인 회화에서도 시간성이 성립되는 것이다. 자칫, 시간을 지각하는 사고에 경도되어 시간과 시간성을 오인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사윤택, 2016, 재인용). 3) 이미정, 「예술가의 자의식과 예술창작의 관계탐색」, 「미술과 교육」: 서울, 2016. p.24. 4) “세계는 사물들의 총체가 아니라 사건들의 총체이다.”라는 의미대로 세계는 있는 그대로의 사물들의 실체가 아니라 사물이 일정상 황의 측정된 시간과 결합하는 사건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비트겐 슈타인, 「논리철학 논고」, 책세상: 서울, 2006. 기초조형학연구 20권 2호 (통권92호). 145.
(4) 攝)은 연구자의 회화에서 실험되고 있는 연구방향이다. 그리고 ‘가시적인 현상(voyant-visible)’ 을 통해 우리의 의식 속에 내면화 되어 있는 시간의 속성을 회화에 주입하는 일이 연구의 주된 내용이다. 작업을 일궈내는 과정 속에는 보여 지는 현상에 대한 끊임없는 선택과 포기, 그리고 선택된 장면들을 가변적인 시간의 속성과 결합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는 연구의 방법은 전통적 인 재현미술의 성격에서 찾는 것이기 보다는, 20세기 이후의 후기철학에서 나타나는 시간성의 개념에서 찾아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물리적인 현실의 시간개념을 초과하는 디지털 가상 미디어의 세계와 그와 관계 맺는 현대미술의 경향에서도 찾고 있다.. 2. 이미지로 파악하는 시간성 2.1. 이미지로 반영되는 시각개념 본 장은 인식의 범주에서 포착되는 현상과 그 성격에 관한 내용일 수 있다. 우리의 시지각 (visual perception)은 직관적으로 마주하는 상황들을 인식체계 내에서 가공하고 정리를 함으 로써 안정 상태를 유지한다. 즉 “세계 내의 것들에 형식과 질서를 부여하고 인식체계 내의 연관 가능한 관계들 속으로 끌어 들이며 통일적으로 정립한다.”6) 인간의 의식은 이러한 반복 속에서 ‘새로움’을 체험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익숙함’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망각의 기제를 작동시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매일 맞이하는 현상으로부터 가시적인 것을 해석하 는 일은 인식의 틀 안에서 파악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인식의 범위 안에서 언제든 비켜가는 ‘그 무엇’이라고 할 수 있다. 항상 인식을 동반하는 사유의 틀 안의 ‘이미지의 순간’이라는 것은 시간을 의식하는 왜곡된 흐름과 망각이라는 무의식의 이면을 동시에 포함하게 된다.. <그림 1> 외부현상을 인식하는 것에 따른 기억과 망각의 연관성. <그림 1>과 같이 ‘눈을 깜박‘이며 ‘보는 것(seeing)’은 이미지를 포획(捕獲)하는 의식적 작용 이기도 하지만, 무의식과 같은 ‘망각(picnolepsie)’을 동반하기도 한다. 또한 그 망각의 ‘소멸’ 에서 불현 듯 스쳐지나가는 기억을 소환하는 것(momorands momentum)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문득 마주친 순간의 ‘물렁함’은 견고한 의식의 작용으로부터 익숙한 경험을 불러들인 다. 이렇게 스치는 장면을 포착해서 불러들인 이미지의 흔적은 ‘존재’에 관한 시간의 의미와 함께, 그 속에 잠재되어 있는 ‘생성’적인 시간의 사유를 불러들이는 연구의 근간이 되고 있다. 2.2. 철학에 반영되는 시간성 본 절은 시간에 대한 존재적 의미를 ‘생성적인 것’과 연결 지으려는 철학적 규명이다. 가령 “어느 순간에 포착된 이미지는 과거인가? 아니면 현재의 의미인가?” 이러한 물음에 답을 내리 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포착된 이미지를 인위적인 장면으로 전환시켜 표현하는 것 속에 생성. 5) 엄기홍, 「현대미술과 후기 현대미술에 나타나는 시간성의 이해, 하이데거와 들뢰즈의 시간관을 중심으로」, 「미술교육 논총」: 서울, 제 14권, 2002. p.311-312. 6) 황설중, 『인식론』, 민음인: 서울, 2009, p.104. “칸트(Immanual Kant 1724-1804)가 주관의 선험적인 인식 조건의 범주를 연역함으로써 그리고 대상이란 우리 주관에 의해 구성 된 것임을 밝힘으로써 이르게 되는 결과는 우리가 가능한 경험의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 주관의 인식 조건에 의해 구성된 세계는 바로 우리에 의해 구성된 세계(현상)이기 때문에 결코 있는 그대로의 세계 자체(물자체)가 아니다. 우리에 의해 경험 가능한 감성적 세계는 우리의 선험적인 주관의 인식 조건에 의해 객관적이고 필연적으로 인식될 수 있으나, 초감각적인 물자체의 세 계는 우리의 인식의 한계 바깥에 있어서 우리는 그것들을 결코 인식할 수 없다. 우리는 그것들을 단지 사고할 수 있을 뿐이다.” 146.
(5) 적인 시간의 의미가 반영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본 절은 이러한 사유로부터 연구자의 회화장면과 시간의 상관관계를 존재와 생성적인 관점에서 피력 할 수 있는 철학자 위주로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존재를 규명하는 철학자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 독일)로부터 존재의 시간을 생성적인 관점으로 파악 할 수 있는 철학자 베르그송 (henri bergson, 1859-1941)과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 프랑스)를 연결 짖고 있다. 이 세계의 모든 유한한 존재는 시간 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철학자 니체((F. W. Nietzsche, 1844~1900)는 영겁회귀(永劫回歸, eternal return) 사상을 통해, 삶과 시간의 조건 없는 상태 의 반복을 말한바 있다. 생(生)의 다가올 미래에 의미를 부여하가 보다는, 현존(現存)의 상태 로부터 영원히 회귀한다는 의미이다. 바로 시간의 허무와 현재의 시간을 맞는 인간의 의지와 자유로움을 피력한 것이다.7) 그리고 철학자 하이데거로부터 ‘존재(being)’의 시간관인 ‘회귀 (回歸)의 시간’을 떠올려 본다. 이는 각자 고유의 존재가 드러나기 위해서는 역사성과 시간성 이 축적된 ‘본래적(本來的) 자아’가 선행되어진다고 보는 것이다(박찬국, 2014 재인용). 우리 가 매 순간 맞이하는 ‘현존재(Da-sein)’에 선행하는 ‘본래의 존재’가 결정되어 있는 존재의 운명과도 같은 관계항(關係項)을 의미한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타자들의 시간 내에 이미 존재할 수 있고, 현전하는 우연적인 상황의 타자 속에 관계하고 있다고 철학자 샤르트르 (Jean Paul Charles Aymard Sartre, 1902~1980)는 말하고 있다.8) 이런 의미에서 현존재{現 存在)의 실존(實存)은 세계 내의 존재에 선행할 수 없는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9) 따라서 인간 의 현존재는 앞서 존재하는 시간의 실존 속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실-실존은 과거를 포섭하여 미래로 향해 ‘기투(企投)’하는 세계 내의 존재이기도 하다. 결국, 실존은 현재 에 속하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지만, 과거를 항상 포함한다. 이로써 존재는 늘 과거에 속한 동시에 현재의 시간을 상황에 맞게 위치시킨다. 이렇게 ‘세계 내에 있음’이라는 하이데거의 존재-시간관이 과거에 속한 현존재가 미래로 나아가는 통합적인 영역이라면, 철학자 들뢰즈 의 ‘잠재적인 것’에 관한 시간의 영역은 매 순간 분화할 수 있는 (현재로부터의) 이질적인 생성 을 의미한다. 들뢰즈의 잠재적인 시간이란 베르그송의 시간의 지속을 “순수한 지속”10)과 연결 한 생성적인 시간성과 관계 지을 수 있다.(앙리 베르그송, 2014 재인용) “이는 구조주의가 세계를 기호로 흡수하면서 도외시 하였던 신체, 권력, 욕망, 카오스, 역사 등과 같은 탈기호적 인 요소들로의 관심을 의미하며 그것은 동시에 후기사상에 반영되는 시간관이 크로노스 (kronos)의 시간개념으로부터 아이온(aion)의 시간으로의 복귀를 뜻한다.”11) <그림 2>와 같이 하이데거의 시간관과 함께, 베르그송과 들뢰즈로 이어지는 시간성의 차이와 개념을 제시한다. 들뢰즈는 『의미의 논리』에서 “크로노스의 관점에서 보면, 오로지 현재만 이 시간 속에 실존한다. 과거, 현재, 미래가 시간의 세 차원들인 것이 아니다. 오직 현재만이 시간을 채우며 과거와 미래는 시간 안에서 현재에 상대적인 두 차원이다. 크로노스는 광대하고 심층적인 현재들에 의해 지배되는 운동이다.”12) 반면 아이온에 따르면 현재가 과거와 미래라 는 시간 안의 연결이기보다는 현재를 매순간 두 방향으로 분할하는, 미래와 과거가 현재를 무한히 분할하는 순간으로 본다. 아이온의 순간은 현재 속에서 끊임없이 위치를 옮기고 그 자신의 위치를 변화시킨다. 아이온은 모든 현재를 “과거-미래의 두 방향으로 동시에 나누고 7) 소광희, 『시간의 철학적 성찰』, 문예출판사: 서울, 2016. p.49~68. 8) 전은희, 「도시의 부재된 장소에 대한 장소감 표현 연구」, 「성신여자 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서울, 2015. p.43~46. 9) 박찬국, 『하이데거의 존재의 시간 강독』, 그린비: 서울, 2014. 10) “예를 들어, 앞으로 어떤 행위를 할 것인가를 알고 있을 때라도, 내일 행할 행위를 오늘 생각해내려고 해보자. 그것을 상상하는 데는 운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운동을 하면서 생각하고 경험하게 될 것에 대하여 오늘 아무것도 알 수는 없다. 왜냐하면 내일 우리의 영혼의 상태는 그때까지 살아 지내온 삶의 전부와 아울러, 바로 그 특정 순간이 그 삶에 덧붙여줄 그 어떤 것도 포함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상태를 그것이 가져야만 하는 내용으로 미리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바로 오늘과 내일을 구분하는 시간이 필 요하다. 그 이유는 심리적 삶을 한 순간으로 수축시킬 때는 항상 그 내용에 변경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앙리 베르그송 지음, 이광 래 옮김, 『사유와 운동』, 문예출판사: 서울, 2004. p.20. 11) 하이데거, 이선일 역, 「존재와 시간」, 서울대학교 철학사상 연구소: 서울, 『철학사상』, 별책 제2권 제12호, 2003. p.311~318. 12) 질 들뢰즈, 이정우 옮김, 『의미의 논리』, 한길사: 파주, 1999. p.279-284. 기초조형학연구 20권 2호 (통권92호). 147.
(6) 또 나눈다(diviser et subdiviser). 이들은 두 번 투사된다. 한번은 미래로 한 번은 과거로, 이러한 이중의 방정식 아래에서 순수 사건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형성한다. 아이온은 현재와 닮은 점이 전혀 없다. 왜냐하면 순간은 아이온에 있어 미래와 과거로 끊임없이 분할되기 때문 이다.13). <그림 2> 하이데거의 존재의 시간과 베르그송, 들뢰즈의 시간관. 그러나 위의 논지처럼 하이데거의 시간관을 과거, 현재, 미래가 통합된 질서의 ‘세계 내에 있 음’으로 주어지는 시간의 개념과 연결지어 한정 짖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데거의 철학이 ‘존재론’이라는 점에서 잠정적으로 규정해 놓은 것이다. 이에 반해 베르그 송의 입장은 19세기까지 규정 짖던 시간에 대한 원인과 결과에 따르는 인과론적 도식의 입장 에 반대한다. “그의 철학적 관심은 시간, 자유, 진화와 같은 삶의 변화에 가까운 역동성으로 기울고, 그 기본적 힘으로서 ‘비-물질적인 약동(vital impetus)’을 강조하게 된다.”14) 그런 면에서 우리 삶의 변화를 반영하는 생성의 개념은 시간에 대한 상식적인 지각관습에 비교되는 역설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지각이란 일반적으로 시간이라고 이해하는 이미지를 공간으로 환원시키는 행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의미 있는 지각이란 지속적인 순환과도 같은 시간의 관념이 심리적 시간으로 전이되는 감각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베르그송이 제시하는 “지속의 본성은 근원적인 사물(underlying things)과 같은 본질적인 것의 반영이기 보다는, 오히려 그 질량 화 될 수 없는 변화로부터-감각의 영역에서-찾아지는 사유의 운동인 것이다. 즉 운동하는 개념으로의 시간의 지속은 직관이나 지성에는 포착되지 않지만, 실재하는 것 속에 잠재되어 있는 변화와 운동의 개념, 이것이 약동을 가능하게 하는 아이온의 시간이라 고 본다.”15). 3. 순간의 트릭(trick)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3.1. 가상공간의 놀이 오래전 인터넷에서 특정한 이미지의 순간을 ‘캡쳐(capture)’해서 놀이를 즐기는 네티즌들의 활동이 생각난다. 주로 특정 연예인들의 움직임의 한 순간을 포착하여 지속적으로 홍보된 이미 지에 ‘흠집’을 내는 놀이양상으로 기억된다. 이러한 네티즌들의 표현 역시 많은 시간동안 쌓여 진 이미지의 상식적인 지각관습에 변화를 주입하는, 새롭게 ‘생성되는 순간’의 개념으로 맞이 하게 한다. 이러한 속성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의 동작과 흐름에서 어느 한 순간의 ‘사이’ 를 포착해서 생성되는-잠재된 것들에서 도출된 순간이미지로 느끼게 한다. 바로 인터넷으로 보여 지는 이미지의 현존은 순간적으로 포착된 사이의 시간-모습으로 인해 크로노스라는 실 존의 시간 속에서 분할되는 아이온의 시간으로 약동하게 만든다. 이러한 시간개념은 일상 속에 서 빈번하게 맞이하는 인터넷과 전자정보로 주고받는 미디어의 환경 속에서 주로 생성되게 한다. 지속적인 이미지의 서사를 통해 공유된 경험은 필연적인 존재의 방식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필연적인 존재에 우연적인 ‘시간의 틈(a moment’s break)’을 형성한다. 그렇게 만들어 13) 같은 책, p.283-287. 14) 엄기홍,「현대미술과 후기 현대미술에 나타나는 시간성의 이해, 하이데거와 들뢰즈의 시간관을 중심으로」, 「미술 교육 논총」: 서울, 제14권, 2002. p.349. 재인용. 15) 앙리 베르그송 지음, 이광래 옮김, 『사유와 운동』, 문예출판사: 서울, 2004. 148.
(7) 진 순간 속의 장면(scene)은 이미지의 “시류(時流) 속에 살고 있는 자들의 가능태를 어느 정도 까지 포착할 수 있는지를 말한다.”16) 이처럼 <그림 3>은 “아무도 순간 캡쳐를 당할 수 없다” 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특정 연예인의 모습이다. 특정한 시간 주기를 갖는 움직임의 자연스런 모습 속에 잠재되어 있는 순간과 생성의 의미를 떠올리게 만드는 부분이다.. <그림 3> 특정 연예인의 자연스런 모습을 포착한 장면. <그림 4> 사윤택, TV의 기억, 132.1×162.1cm, Oil on canvas, 2012. <그림 4>에서는 ‘순간포착’의 다층적인 내면이 설정되어 있다. 뒤에 보이는 인물이 리모컨으 로 TV를 끄는 순간, 방금 전에 광고로 보았던 자동차가 일상공간으로 튀어나온다. 이는 방금 전에 보았던 자동차 선전광고의 순간적인 기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순간포착을 활성화 시키는 동인(動因)인 테니스공이 갑자기 날아 들어오면서, 공을 포착하려는 인물의 얼굴과 동작의 ‘틈(break)’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것도 이러날 것 같지 않은 일상공간에 순간포착이라 는 균열을 가하면서 인물의 몸은 두 개의 형체로 변형되고 얼굴은 일그러져 있다. 뒤에 보이는 컵은 흔들리는 모습으로 설정되어 있다. 순간포착이라는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모든 대상 들은 정적(靜寂)인 모습으로 보여 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움직임 속에서 이렇 게 흔들리고 일그러진 모습이 우리 삶 속에 존재하는 것들의 내면일 수도 있다. 우리의 인식을 통한 의식적 기제가 시공간을 자연스런 모습으로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순간이라는 ‘시간성’을 통해 모든 대상들이 활성화 되어지는 생성공간을 맞이하게 된다. 3.2. 순간 속의 사건과 트릭(trick) 본 절은 정보화 사회와 기술문명의 시대에서 빠르게 소비되는 정보의 양과 속도만큼이나 영향 을 미치고 있는 의식의 ‘부재(Absence)’ 현상에 대한 것들을 통해 순간과 의식, 장면을 재현하 는 것의 내면을 부연하고자 한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손에 쥔 찻잔이 ‘아차’ 하는 순간, 식탁에 ‘툭’ 하고 떨어지고 경험을 종종 하곤 한다. 그리고 분주한 일상 속에서 일에 몰입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눈의 초점을 잃고 한곳을 응시하는 현상 등을 경험하곤 한다. 이럴 때마다 부재의 효과는 단지 몇 초 동안 지속된다. 게다가 일상에서 부재의 시작과 끝은 갑작스럽게 찾아드는 순간의 연속장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감각은 깨어 있더라도 외부로 향한 의식은 온전하지 않다. 의식이 잠시 멈춰 있었던 순간은 대부분 명료하게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지나간다. 그런 경우를 ‘피크노렙시(Picnolepsie)’17)라는 용어를 빌어 설명할 수 있다. 이렇게 의식적 부재로 명명되는 순간은 움직임과 운동에 부가하는 속도의 질량만큼이나 우리 의 의식은 빠른 소멸로 인한 ‘비워짐’ 현상 같은 것이 찾아든다.. 16) 자크 랑시에르, 『M0DERN TIMES』, 현실문화연구: 서울, 2018. p.13. 17) 피크노렙시는 ‘빈번한, 자주’를 뜻하는 그리스어 피크노스(Picnos)와 ‘발작’을 뜻하는 그리스어 렙시스(lepsis)의 합성어로 ‘자주 일어나는 신경 발작’의 뜻이다. 폴 비릴리오 지음, 김경온 옮김, 『소멸의 미학』, 연세대학교 출판부: 서울, 2012. p.28. 이 같은 현상으로 연구자가 최근에 겪은 바를 통해 제시해 본다. 일을 앞두고 시간이 촉박해 식사를 해결하고자 주변의 식당을 들어간 적이 있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생각에 사로 잡혀 있다가 음식이 나오면서 식당 아주머니께서 거듭 말씀하셨다. “뜨거워요. 냄비에 손대지 마세요” “뜨거워요!” 그리고 답변이 오갔다. 거듭 “예! 예!” 그리고 순간, 냄비에 손을 대고 “앗! 뜨거워!” 를 연 발한다. 이렇게 의식 뒤편의 순간적 공백상태를 누구나 경험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사윤택, 2016 재인용). 기초조형학연구 20권 2호 (통권92호). 149.
(8) <그림 5> 속도/소멸의 순간과 재현- 순간의 트릭(trick)이 반영되는 과정.. <그림 6> 사윤택, (Ma)tric(x), 132×162cm, oil on canvas, 2017.. <그림 5>를 반영하는 ‘소멸의 순간’은 <그림 6>에서처럼 맞은편에서 공을 내려친 순간에 상대편 선수는 거의 본능과도 같은 몸놀림을 발휘해 공을 받아내려 하고 있다. 이 장면에서 특이한 점은 상대편 선수의 몸놀림은 ‘발작(Picnolepsie)’과도 상태에서 튕겨나가고 있다. 상 대편 선수의 동작은 빠른 공을 받아내기 위한 순간의 움직임에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상대편 선수가 놓친 공은 이미 바닥에 맞고 튕겨나가 뒤에 화면에 정지해 있다. 의식적으로 공을 받아 내려고 움직이지만, 튕겨나가는 사이 순간의 의식은 ‘공백(Picnolepsie)’ 상태를 맞이하게 된 다. 또한 이렇게 생성되는 “현실에서 순간은 몇 초 만에 종결되지만 그림에서와 같이 사건과도 같은 순간은 지연되고 있다. 그래서 이 장면은 ‘사건의 순간’이 아니라 ‘순간의 사건’을 응고시 켜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디지털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오늘날 고성능 카메라를 동원하 면 이 정도의 순간이라면 그림보다 훨씬 정교하고 정확하게 포착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그림은 제목 그대로 복잡한 사건들이 종횡으로 얽힌 매트릭스이자 눈속임(trick)이라 할 수 있다.”18) 온전한 의식으로 순간적인 현상에 깃든 시간의 속성을 재현한다는 것은 인위적인 장치(trick) 를 빌려오지 않는다면, 인간의 인식에 주어지는 현상적인 상황에 매몰될 수 밖에 없다. 이제 정보화 시대의 일상과 그에 따른 행동양식은 현실과 가상을 구분할 수 없는 미디어의 확장으로 인해, 현실의 시간은 이미 촘촘한 그물망으로 짜여진 ‘매트릭스(matrix)’로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정보화 사회 속 존재의 온전한 의식은 해체된다. 어쩌면 효과적으로 짜여진 이미지에 예기치 않은 흠집을 내거나, 잠시 의식이 비워지는 사태를 맞는 것은 시간이라는 일상의 서사 에 균열을 만드는 ‘생성의 순간’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순간의 이면을 ‘회화적 프로젝션 (painting projection)’이라는 장치를 통해 드러내는 것이 연구자 작업의 개념이다. 3.3. 가상공간-영화가 보여주는 시간성 본 절 또한 인식 주체로서 인간에게 나타나는 해체의 과정을 반영하는 복제와 ‘시뮬라크르 (simulacrum)’라는 정보화 시대의 개념을 영화가 반영하는 세계관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미디어 메커니즘의 범람 속에 영화가 반영하는 현실효과와 대중예술에서 보여 지는 시간과 공간의 문제를 다시 인식해 보고자 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디지털 미디어 장치를 통한 복제는 시공간의 주체적 인식론을 사회와 경제 체제의 안전망에 근접한 시스템에 맞는 현실을 제공하고 있다. 이미 현실에서 증명 되듯이 그 메타 데이터들은 물리적 실재와 가상현실, 그리 고 첨단과학의 융합을 기반으로 하는 증강된 현실(augumented reality)을 맞이하게 한다. “어 떠한 실재도 구분하기 어려우며 복제품에 대한 ‘원본’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일상을 발견하 고 있다. 더 이상 ‘실재(real)’의 영역과 함께 ‘모방(imitation)’ 또는 ‘모조(mimicry)’의 영역이 존재하지 않으며, 오로지 ‘시뮬라시옹’의 지평만이 있을 뿐이다.”19) 이렇듯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1929~2007, 프랑스)는 탈근대에서 도래하는 이미지의 새로운 지평을 말하고 있다. 18) 최태만, 「memorandus momentum」, 사윤택 개인전의 비평문에서 발췌, 아트스페이스h: 서울, 2013. p.2. 19) J. Baudriland Simulations, Senuiotext(e), 1983. 마단사럽 지음, 전영백 옮김, 『후기 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조형교육: 서울, 2005. p.268. 박상숙, 「현대미술의 해체와 뉴미디어 아트의 다원성 및 상호성에 대한 연구」, 「강원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박사학위 논문」: 원주, 2012, p.50. 재인용. 150.
(9) <그림 7> 영화〈The Matrix>,워쇼스키 남매 감독, 1998, 〈Inception〉, Christopher Jonathan James Nolan 감독, 2010의 한 장면. <그림 7>와 같이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근원적 코드로 이뤄진 글자와 숫자는 디지털 이미지의 이원적 코드를 상징한다. 아날로그 이미지가 빛의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진 시지각의 원리에 입각한 것이라면, 디지털 이미지는 ‘논리-수학-언어’의 중개에 의해 생성 되어지는 숫자로 나열된 이미지이다. 영화에서처럼 숫자로 보여 지는 터널장치가 가상 세계 혹은 가상의 이미지로 통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바로 디지털 이미지가 생성되는 것은 숫자화의 과정을 통해서이며 그 터널은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법인 것이다. 이 장면에서 숫자의 터널은 숫자에서 이미지로의 변환을 상징적으로 드러내 준다.20) 그리고 가상공간에서 끊임없이 돌고 있던 팽이 가 현실에선 멈출 것 같은 착각을 하지만 그것은 물리적인 구분일 뿐이다. 어떤 것도 갑자기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이 세계의 질서 속에서 우리는 지하철과 버스, 그리고 카페, 사람이 운집한 광장, 그 어느 곳곳에서 무표정한 모습으로 컴퓨터, 모바일 전화기를 통해 게임을 즐기는 이들을 흔히 목격한다. “그들에게 시공간은 무엇일까?” 이렇듯 가상현실의 실현 은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일상의 잠재된 이면을 극대화시킨다. 바로 “디지털 뉴미디어 매체에서의 시뮬레이션은 가상과 현실이 바뀌는 혼성의 극치를 보여주며 극단적으로 의도된 가상 실재로의 몰입은 이미지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그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21) 이제 이 세계를 구성하 고 있는 첨단과학의 시스템은 언제든지 그 어떤 것도 가능하게 생성시킬 수 있는 디지털 숫자의 잠재된 ‘접힘’과 언제라도 ‘펼침’의 ‘변환’22)을 생성하게 한다. 이러한 현실로부터 증강된 시공 간이 펼쳐지면서 우리의 시간성의 개념 또한 물리적 실체의 인과론적 관계를 초월하게 만든다.. 4. 현대미술에서 시간성이 보여주는 개념과 사례 4.1. 물리적 단위의 숫자와 디지털 코드의 순간 앞 장에서는 인터넷 가상공간의 순간, 인간의 의식과 시간성의 문제, 그리고 가상실재를 통한 시공간의 초월되는 영화적 양상을 결부지어 보았다. 본 장 2개의 절에서는 동시대의 현대미술 에서 보여 지는 현상 속 일부작품을 통해, 정보사회의 디지털 코드의 순간과 그 이미지를 인식 하는 인간 의식의 문제를 살펴본다. 첫 번째 절에서는 디지털 코드를 형성하고 있는 숫자의 장치를 통해 순간과 시간성의 의미를 제시한다. 두 번째 절에서는 정보로 받아들여지는 이미지 의 순간을 인식하는 것과 시간성의 문제를 살펴, 연구자의 작업과 결부지어 본다. 어느 사무실 벽에 걸려 진 초침으로 돌아가는 시계를 본다. 그리고 깜박이는 매 순간마다 바뀌 는 책상 위 휴대폰의 시간을 바라본다. 초침으로 돌아가는 아날로그는 연속된 흐름을 통해 표현되어지는 것으로, 서로 인과적으로 관계 맺는 숫자의 질서가 있다. 반면 “디지털 숫자의 개념은 ‘숫자에서 이미지’로, ‘실제에서 가상’으로의 이동을 나타낸다. 디지털 이미지는 변환의 산물이다.”23) 바로 숫자의 상징적 상태와 매트릭스의 시각적 교차 사이에서 이미지의 구현을 가능하게 한다. “0과 1의 조합으로 사운드를 표현하고, 텍스트를 표현하고, 이미지를 표현하기 도 한다.”24) 20) 심은진, 「‘매트릭스’에 표현된 메타 이미지 연구」, 청주대학교 학술연구소: 청주, 「예술문화분과」, 제 13집, 2009. p.210. 21) 조명식, 「현대미술의 다원성과 인식소」, 「공주국제미술제 심포지움」, 입립미술관: 대전, 2013. p.32. 22) 변환(transformation)의 의미는 “애벌레가 기어 다니다가 어느새 날개를 달아 날아오르는 변화의 상태”를 의미 한다. 우리의 현 실에서는 날 수 없더라도 가상현실의 게임에서는 날개를 달아 날아오를 수도 있다. 즉 전자 공간의 가상 시스템 안에서의 이미 지의 증폭현상은 언제든지 ‘변환’을 감행할 수 있다. (사윤택, 2016 재인용) 23) 심은진, 「‘매트릭스’에 표현된 메타 이미지 연구」, 청주대학교 학술연구소: 청주, 「예술문화분과」, 제13집, 2009. p.210. 기초조형학연구 20권 2호 (통권92호). 151.
(10) <그림 8> Miyajima,. <그림 9> Julius Popp, <bit fall pulse>, 2016, Korean Air Box Project,. <Wap time With Wap Self>, 2010. 국립현대미술관. <그림 8>의 작품과 같이 디지털 개념의 숫자는 무작위 적으로 변이를 거듭하는 증폭장치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간의 기록을 축적하는 것이기 보다는(깜박거리며) 숫자의 개체를 비워냈다 가 다시 나타나는 개체변이에 가깝다. 이렇게 순간순간 변환되는 숫자의 본질은 공간 속에 주어지는 시간의 속성이 물리적인 의미로 파악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림 9>는 거대한 규모의 대형 컨테이너 박스의 구조물을 3단으로 쌓아 올렸다. 그 위로부터 수백 개의 물방울이 짧은 순간,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면서 제각기 다른 언어를 보여주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작품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bit fall pulse〉는 데이터의 최소 단위 조각인 ‘bit’과 ‘떨어짐’ 의 ‘fall’, 즉 정보가 쏟아지면서 사라지는 순간과도 같은 존재를 의미한다. 바로 정보의 일시성 과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전파되는 전류의 파형(波形)인 정보 전달의 부호화(pulse)를 의미한 다. 작품은 실시간으로 인터넷과 뉴스피드에 게재된 단어의 노출빈도수를 측정하고 선별적으 로 물줄기가 단어를 만들면서 쏟아져 내리기를 반복한다. 순간적으로 쓸려 내려가는 물방울의 정보 데이터는 수초도 안 되는 정보의 일시성을 통해, 현대인이 해독하고 소통할 수 없는 과잉 정보의 시대를 보여주고 있다. 3층에서부터 1층까지 빠르게 떨어지는 물방울이 보여주는 단어 의 소멸은 디지털에 기반 하는 정보량과 시간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4.2. 순간의 개입과 이미지의 시간성 오늘날의 모든 이미지는 디지털 장치를 통해 검색되고 기록되어 세상의 정보를 흡수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의식 속에 기록된 이미지는 왜곡되어 질 수 있다는 것을 본 절에서는 제시한다. 어쩌면 정보사회 속의 “이미지의 진실은 기억에 복종하는 것이기 보다는 망각하는 것이다.”25) <그림 10>과 같이 두 개의 방에는 같은 모습으로 재생되는 이미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방에서 다른 방으로 이동한 후에 비춰진 이미지는 조금 전에 본 이미지 와 동일한 것이다. 즉 각각의 방에는 8초의 같은 이미지를 제시하고 다른 방으로 이동한 후에 도, 같은 이미지를(8초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 읽혀지는 작가의 의도는 인간 이 어떤 이미지를 지각한 후에 그 이미지를 의식할 수 있는 시간은 물리적 단위로 8초라고 가정한다.. <그림 10> Dan Graham, <Time Delay Room>,1994.. <그림 11> 오상택, <기억 공작소>, 2010.. 그렇기 때문에 “이미지라는 것은 의식 혹은 사물도 아니면서 의식과 사물 모두에 선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26) 이미지는 우리가 지각한 것을 명확히 의식화 할 수 없다. 그 속성은 24) 박상숙, 「현대미술의 해체와 뉴미디어 아트의 다원성 및 상호성에 대한 연구」, 「강원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박사 학위 논문」: 원주, 2012. p.69. 25) 사윤택, 「이미지의 지속가능한 현상을 반영하는 현대회화의 시간성 연구」, 「한국기초조형학연구」: 서울, 제14권 2호, 2013.4. p.188. 152.
(11) 우리의 의식 속에 명확히 안착하기 보다는 부유하고 운동하는 ‘시간의 내재성’27) 속에 함몰되 어 있다. 이는 영화의 흐름과 같이 이미지의 본질은 명료하지 않고 서사만 남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인간의 의식 속에 일시적으로 묶어 두는 8초의 이미지도 결국 동일한 8초의 재현으로 호환 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시사하고 있다. <그림 11>과 같이 일정 주기의 흐름에서 이미지가 포착되 는 순간의 실체는 지속되는 이미지의 한 순간에 불과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는 움직이는 순간 을 일시적으로 포착한 인위적인 재구성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순간적인 이미지의 단편을 무 한하게 재생한다 하더라도 움직임의 실체와 의식은 항상 그 ‘사이’에서 배회하게 된다.. <그림 12> 사윤택, “의식아! 요 놈 어딜 가!”,. <그림 13> 사윤택, “기억은 나를 구성하는 전부이자. 62×76cm, oil on paper. 2018.. 해체 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드로잉, 2018. <그림 12>의 연구자 작업의 제목은 “의식아! 요 눔 어딜 가!”이다. 그라고 <그림 13>의 연구 자 작업의 제목도 “기억은 나를 구성하는 전부이자 해체 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로 되어있다. 작업 속에는 각각 두 개의 동일한 인물이 설정되어 있다. 한 인물은 달아나다가 잡혀있고, 다른 인물은 숨 가쁘게 달아나고 있다. 바로 정보와 기호(sign)로 구성 되어지는 이미지의 실체를 기억하고 의식하는 것에 대한 시간과 의식의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5. 움직임과 속도가 제공하는 이미지의 순간 5.1. 짧은 순간의 충격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의식 동시대 미술의 적합한 발상과 방법으로 회화작업을 풀어낼 수 있는지 고민하는 일은 미술표현 의 의미를 새롭게 일깨우는 것이라고 본다. 자연적인 현상의 사실적 결합을 추구하는 재현회화 이후에 그것을 비판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삼는 모더니즘 미술의 전략 이후, 미술의 순수성에 문제의식을 갖는 포스트모더니즘 미술까지, 예술은 시대적 담론 중심의 소란스러운 시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현대미술의 전개과정에서 연구자는 2000년대 이후의 회화적 전략과 방법 론에 관심을 가졌었다. 그 과정에서 회화가 지닌 ‘그-자체’의 특이성을 존중하면서, 인식론적 환경에 접속되는 가시적인 현상에 시간의 속성을 결합하기 시작하였다. 첫 번째 선행조건으로 화면 속에 시간의 변화를 증폭시키는 동인(drive-공ball)을 발생시켰다. 공의 속도와 운동력 은 공간 본연의 분위기를 깨뜨리는 발상으로 시작되었다. 순간을 촉발시키는 동인에 의해 공간 은 필연적 위치를 잃어버리고 만다. 이처럼 순간-충격에 의해 흩어진 흔적-내면화된 순간순 간의 생채기가 우리 의식의 필연을 구성하는 요소라고 본다. 이러한 표현을 통해 드러나는 흔적에 따라 우리의 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던 것들을 추론 해 보는 것이다. <그림 14>는 이 같은 논리를 반영해 보고자 그린 생채기 모형이다. 화면 A로부터 ‘순간-운 동’을 발생시키는 동인이 생성되고 있다. 공은 짧은 순간에 흔적 B를 발생시키고 C와 D에게도 26) 김병선, 「영화의 시간성 표현을 위한 기호학적 모델의 제언-들뢰즈 “운동-이미지”의 기호화 과정을 중심으로」, 「한국언론정보학회 논문집」: 서울, 1999. p.19. 27) 들뢰즈에 따르면 이미지들은 실체에 앞서 존재하면서 주체와 객체, 실재와 관념 등의 이원론을 거부하는 “내재성의 평면(plane of immanence)’을 구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질 들뢰즈, 유진상 역, 『영화-운동이미지』, 시각과 언어: 서울, 2002. 기초조형학연구 20권 2호 (통권92호). 153.
(12) 흔적을 가했다. 그 앞에서 연구자는 포착된 생채 기를 통해 드러나는 의식을 더듬기 시작한다. <화면 B와 C>가 비교적 명확한 회화적 재현의 단계라면, <화면 D>는 원형의 흔적이 옆으로 퍼 진, 명료하지 않은 왜곡된 의식을 발동시킨다. 바 로 <화면 D>는 스쳐지나간 흔적에 대해 명확한 회화적 표상이 가능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의식적 <그림 14> 짧은 순간의 충격을 유발하는 동인에 의한 의식적 생채기 모형. 생채기(conscious scrach)’ 모형이다. <그림 15>에서는 부지불식간에 날아 들어온 테니스공 의 질량은 어느새 커져 있고, 그것을 받아치는 라켓 은 속도-공의 크기를 감당하지 못한다. 오고 갔던 많은 수의 공-흔적은 바닥에 눈(eyes)의 생채기를 만들어 낸다. 의식의 기록인 동시에 바닥에 오고 갔 던 흔적을 기억하는 ‘기억하는 순간(momorands momentum)’의 탄생이다. 즉, 빠른 순간에 의식으로 기억되는 왜곡된 생채기들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테니스 코트 내의 기호들은 각 자의 시점과 운동방 향을 가지고 있다. 바로 각자의 개체들은 각자의 존 재-시간성을 가지고 있으며, 짧은 순간의 충격에 의 해 “공간의 특이성과 장소성은 의식에서 배제되어진 다.”28) 그 ‘시간의 틈새’들 속에서 무의식은 활성화 되어지고 각 대상들의 시공간적 위계는 수평적이거 나 초월된 영역으로 드러나게 된다.. <그림 15> 사윤택, 순간에 일궈진 흔적, 259.6×193.9cm, oil on canvas. 2018. 5.2. 시간-순간을 의식하는 것에 대한 방법적 고찰 앞에서 설명된 부분은 짧은 순간의 충격에 의해 변 화하는 시공간의 왜곡된 틈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에 반해 본 절에서는 일상의 영역에서 시간을 의식하게 만드는 부분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 의 일상에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보편적 가설을 통해 시간이 (지속되는) 일시적인 반복 상태라는 현상(現像)중심의 가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그 가설은 베르그송이 말하는바, 시간이 수량화 되어지는 모순 혹은 습관화된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앙리 베르그송, 2004) 우리의 삶은 매순간 일상과 직면하면서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인해 어떠한 변화를 체험 하기도 하고 심리적인 변화를 맞이하기도 한다.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망각해 버린 그 무엇이 일상-시간의 틈으로 개입되곤 한다. 이렇듯 의식에 개입되는 시간의 움직임이-강물처럼 무 심히 지나가는 것 같은 시간에 어떤 차원이 머무는 지를 인식하는 것은, 시간의 인식론으로서 회화의 경지를 다시금 풀어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시간은 경첩에서 빠져 나왔다.(The time is out of joint)라는 「햄릿」의 1막 5장에 나오는 말을 제시해 본다.”29) 이처럼 “시간의 빗장 이 풀린” 그 틈새로 순간의 의식은 분절되면서 기억되는 부분과 망각되는 부분으로 각각 배당 된다. 바로 의식으로 통하는 시간너머에 숨겨져 있는 차원을 열기 위해서, 우리는 개입되는 순간에 나타나는 여백의 ‘시간적 틈새’를 예리하게 포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관점이 연구자가 일상 속에서 ‘장면의 순간’을 포착하려는 것에 대한 논리적 근간인 것이다.. 28) 박영욱. 『데리다와 들뢰즈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에서』. 김영사: 서울, 2009. p.30 29) 이 구절은 죽은 아버지의 유령에게서 진실을 듣고 난 햄릿이 내뱉는 말로서, 지금까지 안정되게 흐르던 시간질서가 깨어졌음을 가리킨다. 즉 “시간이 자신의 경첩에 머물러 있는 한, 시간은 연장적(extensif) 운동에 종속 되고 있다.” 김재인 지음, 「들뢰즈 사 상의 몇 가지 국면」, 「미학」: 서울, 제76집, 2013. p.206-207 154.
(13) <그림 16> 사윤택, 광화문을 지나다 뒤를 본다.. <그림 17> 사윤택, cctv의 진술 그 위에 드로잉,. Oil on canvas, 227.3x181.8cm(부분), 2018. 62.8×72.7cm, 장지 위에 혼합재료. 2018. <그림 16>은 광화문을 지나다 반복해서 뒤를 되돌아본 모습이다. 광화문을 등지고 걸어가며 간헐적(間歇的)으로 몇 차례 뒤를 돌아 본 모습을 한 화면 안에 병치 한 것이다. 반복적으로 돌아 본 광경 속에 이순신 장군상은 두 개로 나눠지며 작아지고 있었다. 그 순간에 연구자를 가로질러 지나가는 사람의 그림자 하나가 ‘난입’하고 있었다. 그렇게 불쑥 찾아든 사람들의 흐릿한 의식-흔적은 교차하는 그림자의 잔영으로 느껴지고 있다. <그림 17>은 이렇게 보여 주는 회화작업 이면에 잠재되어 있는 원리를 풀기 위해 드로잉으로 연계하는 작업이다. 우리의 의식 속에서 “빗장이 열리는 순간”은 그냥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고 끊임없이 운동하 는 것들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의 의식이 변화하는 존재를 확신할 수 있는 방법은 대상 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 대상의 배경지식은 의식 속에 자리 잡게 된다. 의식 자체는 애초에 없음으로부터 출발해서 이미 채워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거울 없이 얼굴을 파악 할 수 없다. 시간 내의 존재들에게 시간의 초월된 세계는 위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안의 존재들에게 의식이란 시간을 인식하는 기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간은 온전하게 인간의 의식 내에 사로잡 히지 않는다. 연구자의 작업에서 생성시키고 싶은 시간성의 문제는-의식 내에 비켜나가는 예측 없는 움직임과 사건(시간성)은-어쩌면 졸고 있을 때 생기는 관측 가능하지 못했던 영역 의 것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연구자는 스튜디오 내외부에 cctv를 설치하여 수시로 장면을 응시하고 있다. 그것은 정보화 시대에 이미지의 실체를 관측하게 만드는 대표적 이미지 기록 시스템이기도 하다. 그렇게 미처 관측되지 못했던 순간-의식이 깨어있는 시간에 관측되지 못했던-장면들을 기록하며 드로잉을 시도하고 있다. 5.3. 장면 속 실존과 생성의 순간 우리는 삶 속에서 때로는 무의식이 의식의 작용보다 더 강하게 느낄 때가 있다. 가령, 누적된 피로감에 잠이 부족하다면 일상생활에 장애가 온다. 무의식이 활성화 된다는 것은 잠을 자는 동안에 이뤄지는 잠재적인 활동이다. 본 논문의 3장 2절에서 제시한 ‘피크노렙시’라는 용어는 “‘빈번한, 자주’를 뜻하는 그리스어 피크노스(Picnos)와 ‘발작’을 뜻하는 그리스어 렙시스 (lepsis)의 합성어로 ‘자주 일어나는 신경 발작’의 뜻이다.”30) 바로 잠을 자는 렘수면(rem sleep)31)기 동안에 빈번하게 일어나는 꿈의 작용과도 연결되는 의미이다. 무의식이 인간의 의식 너머에 존재하는 ‘그 무엇의 차원(another dimension)’이라면 일상생활 속에 잠재된 것들 이 꿈을 꾸는 동안 초월된 영역에서 활성화 되는 것으로 본다. 연구자는 이렇게 의식의 흐름 30) 폴 비릴리오 지음, 김경온 옮김, 『소멸의 미학』, 연세대학교 출판부: 서울, 2012. p.28. 31)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통해 무의식을 이해하는 데 꿈이 중요하다는 점이 알려진 이후 1950~60년대에 꿈의 과 학적 배경에 대 한 연구도 활발해졌다. 그러나 생리학적 연구 성과가 많이 나오면서 꿈은 무의식보다 뇌의 복잡한 시스템과 연관되어 있고, 렘수면 이라는 독특한 수면 중 뇌의 활동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수십 년이 지나면서 렘수면의 발견은 역설적으로 수면과 뇌 과학의 발전에 혁신적인 계기가 되었고 오히려 정신분석은 그 중요성이 줄어들었다. 1977년 하버드 대학의 존 앨런 홉슨(John Allan Hobson)과 로버트 맥컬리(Robert McCarley) 같은 학자는 꿈은 정신분석적 의미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면 중 생리 적 신호가 무작위로 발생한 것을 뇌에서 나름대로 해석한 것일 뿐이라는 ‘꿈 생성의 활성화-생성 모델(activation-synthesis model of dream production)’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현, 「렘수면의 발견 - 자는 동안에도 눈동자는 움직인다! 정신의 학의 탄생」, 네이버 지식백과, 2016.01.15. 기초조형학연구 20권 2호 (통권92호). 155.
(14) 속에 무수히 읽혀지는 시간이라는 영역에서 무의식이 활성화 되는 영역을 순간이 개입되는 작용으로 본다. 그 순간 속에서 미처 읽혀질 수 없는 차원의 공백상태의 시간주기를 ‘생성의 차원’으로 보고 있다. 바로 연구자의 작업은 ‘눈을 깜박이는’ 작용 속에 보여 지는 ‘존재’의 것들을 포착하여 특정한 ‘장면’으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그 장면 속에서 시간의 존재는 시간의 흐름에 주어지는 움직임의 ‘역’32)을 통해 나타난다. 그리고 그 역의 리듬에 이외의 사건과 흐름을 주입하는 것을 연구자는 ‘생성’하는 시간성의 개념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장면을 목격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안다는 것(knowledge)’은 의식에 선행하는 정보와 지식으 로 판단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축적된 정보와 지식 속에 일상 속 대부분의 것은 판단 가능한 영역이라 하더라도, 미처 관측 가능하지 않은 시간주기의 cctv를 목격하는 행위는 어떠한지를 생각해 본다. 그라나 그것 역시 cctv를 살펴보는 사이에 이미 의식은 장면을 해독 한다. 하지만 의식과는 별도로 시간의 속성은 달라진다. 어느 주기의 일정한 시간 내에서 미처 목격하지 못했던 장면을 ‘생성’하게 하는 ‘관측 장치’로 작용하게 한다. 측정 전에는 우리의 의식선상에서 측정되지 않는 시간차원에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관측이 시작되기 전과 관측되 어지는 “중첩 상태에 있지만, 측정을 하면 하나의 분명한 실재적 상황으로 귀결된다.”33) 즉, 장면 속 실존이 생성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만든다. 이로써 관측 전의 무의식은 cctv를 관측함 과 동시에 상황을 파악하는 의식이 개입된다. 관측되는 현존재의 시간-의식은 이미 과거 속 장면을 목격함과 동시에, 어긋나는 두 가지 방향의 시간성의 관계가 성립한다.. <그림 18> 사윤택, cctv의 진술 - 그 위에 드로잉, 종이 위에 혼합재료. 2019. <그림 18>은 특정한 시간주기의 cctv를 관측하며 관측 전의 상황과 관측후의 상황을 기록한 드로잉 작업이다. 특정장소의 관측 전 시간주기의 느낌을 추상적으로 기록한 후에, cctv를 관 측하며 장면 속 상황을 기록하였다. 이 과정에서 “텍스트 어구의 나열이나 이미지의 불분명한 맺음은 장면 속 순간의 몰입을 생생히 전달한다. 그 ‘연속적 불연속성’이”34) 같은 ‘장소-다른 시간주기’의 장면을 관측하는 시간성 안에 존재한다.. 6. 결론 및 제언 21세기의 시각적 환경은 아이폰과 갤럭시폰 같은 첨단 영역의 궤적을 따라 뉴미디어의 얼리어 답터(early adopter)형 예술에 경도되어 있다.35)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인식하는 장면 들을 단순히 아름다움의 대상으로만 파악하기 보다는, 이미지를 텍스트로 접근하게 만드는 개념적인 분석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시기를 맞이하여, 본 연구는 이미지와 함께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장면으로서의 회화’가 ‘회화-그-자체’의 질서에서 탈주(脫走)하여 새로운 가능. 32) 봄에 맞추어 씨를 뿌리고 가을에 걷는 것도 자연의 움직임에 농부의 움직임이 리듬을 맞추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움직임 이 어디서나 ‘역’을 만든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역이란 이처럼 자연과 인간이 리듬을 맞추어 움직임에 따라 만들어진 ‘시 간’의 형태일 것이다. 이진경,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그린비; 서울, 2012. p.7. 33) 김상욱, 『김상욱의 양자 공부』, 사이언스 북스: 서울, 2017. p.47. 34) 김영기, 「creative report」, oci미술관 결과보고전 자료집: 서울, 2019. p.7. 35) 김남수, 「시간의 숨겨진 차원을 접고 펼치는 마법사」, 아트프로젝트 경기창작센터 사윤택 전시 비평: 안산, 2016. p.4. 156.
(15) 성을 열 수 있는지 사유해 보는 계기를 갖고자 하였다. 이에, 2장에서 이미지로 파악하는 시간성에 대한 탐구로, 이미지로 반영되는 시각 개념과 철학 에 반영되는 시간성을 살펴보았다. 2장은 이미지를 반영하는 인식과 의식작용의 기제와 ‘존재 -시간성’에 대한 철학적 규명을 위해 각각 2개의 절로 분류 하였다. 3장에서는 현실의 시간개 념을 초과하는 가상공간 속 순간과 ‘회화적 재현-트릭(trick)’의 관계, 디지털 영상미디어가 보여주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속 시간성의 개념을 규명하기 위한 3개의 절로 구성 되었다. 3장은 현대사회를 구성하는 정보사회 시스템의 원리를 잘 드러내 주는 장으로서, 인간 의 인식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시각정보의 원리와 시공간의 개념을 규명하는데 필요한 1개의 절을 더 추가하였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4장은 2개의 절을 통해, 현대미술에서 보여 지는 디지 털의 시간개념과 그 기본단위인 숫자에서 이미지로 전환되는 순간에 개입하는 정보와 이미지, 그리고 이미지의 순간을 해석하는 시간성의 개념과 사례를 이론적 바탕으로 삼았다. 마지막 5장에서 제시하는 이미지의 순간을 장면으로 포착하여 시간성(temporality)이 결합하는 본인 의 작업에 대한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자 작업에서는 짧은 순간의 동인(動因) 이 발생시키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개입하는 순간적인 의식에 관한 회화적 표현 방법에 대한 논리적 고찰이 이뤄지고 있다. 둘째, 인식의 흐름에 개입하고 생성되는 순간 을 통해-시간 속에 잠재하고 있는 인간의 의식과 망각, 기억의 개입과 교차를 통해-그림 속 장면에서 시간성이 성립하는 지점을 밝혀준다. 셋째, 장면의 시간과 실존적 시간의 관계가 ‘생성의 순간’으로 전환되는 현상의 관점을 연구자의 작업에서 활용하는 cctv라는 기록 장치를 통해 규명을 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장면의 순간이 회화 작업에서 시간과 공간이라는 체험의 현상학 너머, 의식에 관한 문제를 새롭게 도출하고 있다. 그리고 회화 작업에서 시지각적 환경으로부터 얻는 정보를 시간 성에 관한 물리학적이고 사회학적인 지평으로 외연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시사점 을 갖는다. 추후 후속 연구자들은 동시대에 적합한 회화 세계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가능성과 논리적인 관점들을 지속적으로 연구하여 회화작업의 독창적인 길을 넓혀 나가길 바란다.. 참고문헌 김상욱, 『김상욱의 양자 공부』, 사이언스 북스: 서울, 2017. 나쓰우메 마코토 외 13인, 강금희 역, 『현대물리학 3대 이론』, 아이Newton: 서울, 2016. 박영욱, 『데리다와 들뢰즈,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에서』, 김영사: 서울, 2009. 박찬국, 『하이데거의 존재의 시간 강독』, 그린비: 서울, 2014. 비트겐 슈타인, 『논리철학 논고』, 책세상: 서울, 2006. 소광희, 『시간의 철학적 성찰』, 문예출판사: 서울, 2016. 스티븐 호킹, 킵손 외, 김성원 옮김, 『시공간의 미래』, 해나무: 서울, 2002. 앙리 베르그송 지음, 이광래 옮김, 『사유와 운동』, 문예출판사: 서울, 2004. 이진경,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그린비: 서울, 2012. 자크 랑시에르, 『M0DERN TIMES』, 현실문화연구: 서울, 2018. 질 들뢰즈, 유진상 역, 『영화-운동이미지』, 시각과 언어: 서울, 2002. 질 들뢰즈, 이정우 옮김, 『의미의 논리』, 한길사: 파주, 1999. 폴 비릴리오 지음, 김경온 옮김, 『소멸의 미학』, 연세대학교 출판부: 서울, 2012. 하이데거, 이선일 역, 『존재와 시간』, 서울대학교 철학사상 연구소: 서울, 『철학사상』, 별책 제2권 제12호, 2003. 황설중, 『인식론』, 민음인: 서울, 2009. Fenigstein, A,『Self-consciousness, self-attention, and social interac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979. Georges Didi-Huberman, 『Confronting Images : Questioning the Ends of a Certain History of Art』,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Press: Pensylvania, 2009. J. Baudriland Simulations, Senuiotext(e), 1983. 마단 사럽 지음, 전영백 옮김, 『후기 구조주의와 포스트 기초조형학연구 20권 2호 (통권92호). 157.
(16) 모더니즘』, 조형교육: 서울, 2005. Roy Ascott, Edward A. Shanken, 『Telematic Embrace: Visionary Theories of Art, Technology and Consciousness』,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California, 2007. Susan Tallman, 『The Contemporary print from pre-pop to Postmodernism』, Thames and Hudson: New York, 1996. 김병선, 「영화의 시간성 표현을 위한 기호학적 모델의 제언-들뢰즈 “운동-이미지”의 기호화 과정을 중심으로」, 「한국언론정보학회 논문집」: 서울, 1999. 김재인, 「들뢰즈 사상의 몇 가지 국면」, 「미학」: 서울, 제76집, 2013. 박상숙, 「현대미술의 해체와 뉴미디어 아트의 다원성 및 상호성에 대한 연구」, 「강원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박사학위 논문」: 원주, 2012. 사윤택, 「이미지의 지속가능한 현상을 반영하는 현대회화의 시간성 연구」, 「한국기초조형학연구」: 서울, 제14권 2호, 2013. 사윤택, 「짧은 순간의 긴 충격이 주는 시간성의 미학」, 「예술과 미디어학회 논문집」: 서울 제11권 1호, 2012. 심은진, 「‘매트릭스’에 표현된 메타 이미지 연구」, 청주대학교 학술연구소, 「예술문화분과」: 청주, 제13집, 2009. 엄기홍, 「후기현대미술과 현대미술에 나타나는 시간성의 이해, 하이데거와 들뢰즈의 시간관을 중 심으로」, 「미술교육 논총」: 서울, 제 14권, 2002. 이미정, 「예술가의 자의식과 예술창작의 관계탐색」, 「미술과 교육」: 서울, 2016. 전은희, 「도시의 부재된 장소에 대한 장소감 표현 연구」,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서울, 2015. 김남수, 「시간의 숨겨진 차원을 접고 펼치는 마법사」, 아트프로젝트 경기창작센터 사윤택 전시 비평: 안산, 2016. 김영기, 「creative report」, oci미술관 결과보고전 자료집: 서울, 2019. 조명식, 「현대미술의 다원성과 인식소」, 공주국제미술제 심포지움, 입립미술관: 대전, 2013. 최태만, 「memorandus momentum」, 사윤택 개인전 비평문, 아트스페이스h: 서울, 2013. 하지현, 「렘수면의 발견-자는 동안에도 눈동자는 움직인다! 정신의학의 탄생」, 네이버 지식백과, 2016.01.15.. 158.
(17)
관련 문서
투고일 2021 02 10 심사기간 2021 03 01 14 게재확정일 2021 03 23 DOI https //doi org/10 47294/KSBDA 22 2 15 전통문화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패턴디자인 개발에
투고일 2020 08 10 심사기간 2020 09 01 14 게재확정일 2020 09 15 열린 개념으로서의 중첩에 관한 연구 본인의 회화작품을 중심으로A Study on Superposition as an Open Concept
투고일 2019 10 10 심사기간 2019 11 01 14 게재확정일 2019 12 03 이데올로기적 기록으로서의 코믹스의 기능 아트 스피겔만의 <마우스>를 중심으로 The Role of Comics
투고일 2019 10 10 심사기간 2019 11 01 14 게재확정일 2019 11 27 디지털 환경에서 공간의 개념적 특성에 관한 연구 Research of Space Conceptual Characteristics in
투고일 2019 06 10 심사기간 2019 07 01 14 게재확정일 2019 08 02 3D 펜을 활용한 융합적 감성의 현대 의상디자인 연구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서체를 응용한 창작의상
투고일 2019 02 10 심사기간 2019 03 02 18 게재확정일 2019 04 01 나와 코헤이의 작품에 나타난 다의적 중간 지대 The Polysemous Middle Zone Presented in the Work of
투고일 2018 08 10 심사기간 2018 09 01 16 게재확정일 2018 10 05 자동차 디자인에서의 패러매트릭 디자인 적용특성 연구 EV컨셉카를 중심으로 Parametric Design
투고일 2016 02 10 심사기간 2016 03 01 20 게재확정일 2016 04 08 박현기의 탈테크놀로지 영상에 관한 고찰 –거울작업을 중심으로A Study on Park Hyun Ki’s Transcend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