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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BACO체제의 비효율성

86 KOBACO체제 비판 및 미디어렙 경쟁도입

제4장. KOBACO체제의 비효율성 87 격이 균형에서 이탈할지라도 사회후생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제한된 광고시간을 광고시간 에 대한 지불의사(willingness to pay)가 큰 광고주 순서대로 할당했을 경우에만 타당한 매우 특별한 결과이다. 현실적으로 KOBACO가 지 불의사 순서대로 제한된 광고물량을 광고주에게 할당할 능력이 없 을 뿐만 아니라, 의도적으로 지불의사가 낮은 중소광고주에게 우선 적으로 광고시간을 배정하기도 하기 때문에, 수직적 공급함수하에서 도 요금상한규제와 그에 따른 초과수요는 사회후생의 손실을 초래 하는 것이다.

또한 비인기 시간대에 대해 균형보다 높은 가격을 적용하는 것은 초과공급을 만들어 내는데, 추가적인 끼워팔기가 없다면 이러한 초 과공급은, 수직적 공급함수하에서도, 필연적으로 사회후생의 손실을 초래함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KOBACO는 끼워팔기를 통해 초과 공급을 해소함으로써 균형에서와 같은 광고물량이 판매되도록 유도 하고 있지만, 이러한 끼워팔기는 (뒤에서 자세 히 분석되듯이) 더 큰 사 회후생의 손실을 초래하는바, 균형에서 이탈된 인위적 가격의 비효 율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더 증폭되는 것이다.

둘째, 자의적 할당에 따른 왜곡이 초래된다. 인기 시간대에서의 초과수요는 곧 공급자에게 협상력의 우위가 주어짐을 의미하며 이 는 다시 자의적 할당(rationing)의 문제로 이어진다. 자의적 할당의 왜 곡은 이미 경제학에서 잘 알려진 현상인바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 을 것이다. 방송광고의 경우, 광고주들이 부족한 광고시간을 확보하 기 위해 KOBACO에 대해 여러 가지 음성적이고 불법적인 거래를 제안하거나, 또한 KOBACO 역시 광고시간을 할당하는 것을 광고주 에 대한 특혜로 간주하여 그에 대한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발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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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된다.26)

셋째, 왜곡된 시그널(signal)을 제공하여 자원배분의 비효율을 초래 한다. 가격은 개별 경제주체들에게는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시그 널이 된다. 인기 시간대의 광고요금이 낮다는 것은 공급을 억제하고 수요를 늘리는 시그널이 된다. 따라서 인기 시간대의 낮은 광고요금 은 광고시간이 갖는 사회적 가치를 실제보다 낮게 왜곡함으로써 광 고공급에 대한 장기적 투자를 제한하고 광고구매에 대한 과도한 투 자를 유도한다. 특히 광고주들이 지상파 TV 3사의 인기 시간대 광 고를 과도하게 수요하게 되는데, 이는 타 광고매체의 성장을 억제하 여 광고산업의 균형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시청률 경쟁의 억제는 프로그램의 수준을 떨어뜨린다

KOBACO의 요금규제는 방송사들의 시청률 경쟁을 억제한다. 방 송사들에게는 광고수입이 가장 중요한 재원이다. 따라서 광고수입 을 높이기 위해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높이는 경쟁을 할 수밖에 없 다. 더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여 광고수입을 높이려는 방송사들의 시 청률 경쟁은, 일반 시장에서 제품의 질과 서비스를 통한 시장점유율 경쟁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시장점유율, 매출, 시청률, 이익을 높이려는 공급자들 간의 경쟁이야말로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이고도 필연적인 수단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방송광고시장에서는 이러한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방 송사들의 제품은 프로그램인데, 프로그램의 질과 흥미를 높여 아무

26)물론 이러한 가능성은 과거의 사실일 뿐 현재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 .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이 잠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의적 할당의 폐해 는 충분하다.

제4장. KOBACO체제의 비효율성 89 리 시청률을 높여도 그에 따라 광고요금이 높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광고물량은 방송법에 의해 고정되어 있고 광고요금은 KOBACO에 의해 규제되어 있다는 사실은 방송사의 수입이 방송사의 노력과 아 무 상관없이 이미 사전적으로 고정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즉 프로그 램을 잘 만들든지 못 만들든지 방송사의 수입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 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송사는 이익증대를 위해서 프로그램 제작 비용을 축소할 인센티브를 갖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인센티브는 낮아지고, 그와 반대 로 비용과 노력을 줄여 수준 낮은 프로그램을 만들 유혹과 인센티브 는 높아지는 것이 현 요금규제의 가장 심각한 폐해인 것이다.

이혜갑(2004)은 현재의 광고요금은 고정된 시급을 기준으로 책정되

고 있고 변동요금의 반영이 매우 미약함을 지적한다(<표 4-1> 참조). 즉 동일한 시급에 속한 프로그램의 광고요금은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대 부분 비슷하고, 매일 방송되는 같은 프로그램의 요금이 고정되어 있으 며, 같은 시간에 방송되는 다른 요일의 프로그램들도 거의 같은 수준의 요금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는 탄력요금 제의 적용이라는 명목으로 도입된 GS요금제가 사실상 고정 시급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효과적인 광고집행을 통한 광고시장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시청률과 상관없는 요금규제의 폐해에 대해 최양수(1996)도 ‘시청 률 경쟁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했던 시도가 오히려 시청률 경쟁을 통 해서는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의 제공 기회도 원 천적으로 차단한 채, 낮은 제작비로 제작 가능한 상업적인 프로그램 들의 집중적인 중복 편성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폐해를 낳는 모순적인 현상’을 지적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기획과 제작 준비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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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4-1. MBC 2003년 10월 SA시급 프로그램

프로그램명 요일 시간대 광고단가(천 원) 광고단가지수* 시청률 시청률지수*

코미디하우스 19 8,477 81 3.9 52

일일연속극

<백조의호수>

20 10,005 96 9.2 122

20 10,005 96 8.2 109

20 10,005 96 7.8 104

20 10,005 96 6.1 81

주말연속극

<회전목마>

20 11,925 114 14.3 190

20 11,925 114 11.4 152

MBC뉴스데스크

21 11,910 114 6.9 92

21 11,910 114 6.8 91

21 11,910 114 6.0 80

21 11,910 114 5.8 77

21 11,910 114 5.3 71

21 11,910 114 5.1 68

21 11,910 114 5.0 67

MBC베스트극장 21 9,960 96 4.8 64

MBC스포츠뉴스

21 9,480 91 6.9 92

21 9,480 91 6.4 85

21 9,480 91 5.7 76

21 9,480 91 5.3 71

21 9,480 91 5.0 67

21 9,480 91 4.6 61

21 9,480 91 4.2 56

느낌표 21 9,180 88 8.0 107

미니시리즈

<좋은사람>

21 10,215 98 6.8 91

21 10,215 98 9.1 121

시사매거진2580 21 9,600 92 5.1 68

타임머신 22 6,358 61 12.4 165

특별기획드라마

<대장금>

21 12,255 118 16.7 222

21 12,255 118 15.0 200

평균 10.418 100 8.0 100

: * 지수=평균기준 자료: 이혜갑(2004)을 수정

제4장. KOBACO체제의 비효율성 91 이 짧아져 각본의 완성도가 낮아지고, 짧은 제작기간으로 인해 새로 운 탤런트를 교육시키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며, 상품적인 가치가 있는 소수 탤런트의 출연료가 급증하게 되며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 한 인력의 투입이 충분치 않고 임시 고용된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투입됨으로써 방송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2) 판매방식의 비효율성

끼워팔기

KOBACO에 의해 균형가격보다 높은 값이 매겨진 비인기 시간대의

광고는 끼워팔기를 통해 판매된다(끼워팔기 내용은 <표 4-2> 참조). KOBACO

(2008)에 따르면 지역민방의 경우 광고비의 35.6%가 끼워팔기를 통한 수입이고, 종교방송의 경우 자력으로 판매 가능한 판매율은 현재 판매수 준의 102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표 4-2. 끼워팔기에 의한 방송광고 참여비율

구 분 중복응답 1순위 2순위 3순위

지상파 TV + 지역방송 72.0 38.7 37.2 33.7

지상파 TV + 지상파 TV 67.0 20.4 29.8 17.4 지상파 TV + 라디오(종교방송 제외) 60.0 18.3 14.9 17.4

지상파 TV + 종교방송라디오 49.0 16.1 9.6 18.6

지상파 TV + 협찬광고 13.0 3.2 4.3 8.1

지상파 TV + 케이블방송 10.0 2.2 3.2 4.7

지상파 TV + 철도광고 2.0 1.1 1.1 0.0

자료: 한국광고주협회(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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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끼워팔기는 이미 지적한 것처럼 광고공사의 독점력과 수 급의 불일치를 초래한 요금규제에서 비롯된 특별한 판매방식이다. 끼워팔기에 대한 광고주들의 불만은 매우 커서 101개 회사 광고주 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광고주협회(2004)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우리나라 방송광고 유통의 문제점으로 끼워팔기 지적한 비율이 전 체의 92.9%로 1위를 차지했다. (중복 응답가능)

❙그림 4-2. 방송광고 유통의 문제점

(단위: %)

거래질서(끼워팔기, 강매 등) 판매방식(GS) 광고수수료제도 매체자료부족 광고제도(시스템)

자료: 한국광고주협회(2004)

방송국의 수입이 대부분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 소득 이 보장되어 있다는 것은 광고유치에 대한 노력이 낮아짐을 의미하 고, 이것은 곧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작할 유인이 약해짐을 의미한 다. 물론 비인기 시간대의 프로그램 제작비용을 확보하고 종교방송 등 군소방송사의 재원을 확보함으로써 방송과 언론의 다양성을 추 구한다는 논리에는 많은 찬반논란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비인기 시간대 및 군소방송사의 광고에 대해 높은 요금을 책정한 후 끼워팔기를 통해 모든 광고시간을 판매해 주는 방식은 심각한 인센 티브 문제(incentive problem)를 초래한다. 높은 가격에 모든 광고물량

제4장. KOBACO체제의 비효율성 93 이 판매되어 수입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종교방송이나 지역민방 등 의 군소방송사들이 질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시청률을 높이려 는 노력을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즉 현재와 같은 끼워팔기는 경쟁 력 없는 군소방송사들이 계속 경쟁력 없는, 즉 시청자들을 끌어들이 지 못하는 방송사들로 안주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박원기・이규환(2008)은 비록 미국, 영국, 일본 등의 국가에서도 끼 워팔기가 이뤄진다는 것을 이유로 KOBACO의 끼워팔기를 옹호하고 있으나 이는 적절한 반론이 아니다. 이는 무엇보다, 미국, 영국, 일 본 등과 달리, 우리나라의 미디어렙 시장은 KOBACO의 독점하에 거래와 가격, 그리고 판매방식 등의 모든 행위가 획일적으로 규제되 고 있는 전 세계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형태이기 때문 이다. 또한 위에서 언급된 국가들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의 경우 방 송광고요금의 산정과 판매 시 GRP27)를 보장하거나 혹은 CPM28) 등 에 기초한 과학적인 시청률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우리나라에서처럼 광고주가 방송사의 끼워팔기를 거부할 아무런 권 한도 갖지 못하는 상황이 전혀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외국의 단편적인 끼워팔기 사례로 우리나라의 끼워팔기를 정당화하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못하다.

업프론트(Upfront) 판매 방식

업프론트 방식은 6개월 혹은 1년 이상의 광고를 한꺼번에 판매하

27) Gross Rating Point. 프로그램 또는 광고의 총 시청률을 말한다. 예를 들어 30% 청률을 가진 프로그램에 대하여 2번 광고를 할 경우 GRP30% × 2 - 60%가 된다. 28) Cost Per Mill. 특정 매체가 1,000명의 시청자에게 도달하는 데 드는 비용. 시청률 이 높은 시간대의 광고일수록 CPM은 낮다. Mill은 로마숫자로 1,000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