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개혁의 실천과제
2. 대학 M &A의 활성화
대학의 구조조정은 크게 개별 대학 차원에서 내부 구조개혁을 통하는 방 법과 달리 타 대학과의 M&A를 모색하는 등의 구조조정 방법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대학들 간의 M&A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으며 현재 이
를 검토 중인 대학들도 상당수이다. 그러나 전문대학 혹은 산업대학이 4년제 대학과의 M&A를 통하여 4년제 대학화하거나 군소 지방대학들의 대형 종합 대학으로의 몸집불리기 수단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4) 이 들 사례의 경우 4년제 대학화 혹은 대형 종합대학화를 통한 단기 이익 추구 에 몰두함으로써 M&A가 장기적으로 가져다 줄 수 있는 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과 대학의 효율성 및 안정성 제고 등을 간과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정부는 대학들 간의 M&A에 대한 자의적이고 간섭적인 정책보다는 일관 된 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사례는 한 학교법인 내에서의 다른 고등교육기관 간 혹은 국립대학 간 M&A에만 제한되고 있는 바, 정부 는 서로 다른 사학 법인간의 M&A가 가능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정비를 하여야 한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되는 대학 M&A의 원칙을 제시하고 이를 홍보할 필요가 있다.
본 장에서는 우리나라 대학 M&A의 주요 원칙으로 동반발전(mutual development), 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 대학의 효율성 및 안정성 제고 등을 제시한다.
가. 동반 발전 (mutual development)
미국을 포함한 해외의 최근 대학간 M&A의 추세는 단순히 폐교를 회피하 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학문적 수월성을 추구하기 위한 주 요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Martin & Samels, 1994).
특히 미국에서는 과거 대학간 M&A에서 비자발적 폐교, 도산, 강요된 구 조조정, 대량 해고, 예산 삭감 등만이 부각되면서 M&A를 통하여 교육의 질 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반성이 있어 왔다.
따라서 최근에는 M&A를 통하여 단순히 생존만을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동반성장(mutual growth)을 목표로 하는 M&A의 새로운 접근법이 제시되고 있다.
4) 최근 우리나라 대학간 M&A의 사례 분석과 논의에 대하여는 백성준 외(2000) 및 박헌 문 희주 백형찬(2000)을 참조
우리나라에서는 미국과는 달리 대학의 양적 성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상황이므로 동반성장 모형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대학이 단순히 폐교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M&A 를 활용하는 경우 교육의 질적 개선이 시급히 요구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 로 오히려 더 큰 부실을 낳을 수 있어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따라서 우리나라 대학의 M&A에는 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과 대학의 효율 성 및 안정성 제고를 동시에 추구하는 동반발전(mutual development) 모 형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동반발전 모형은 최근 우리나라 대학들 의 일부 사례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대학 간 M&A가 서로 다른 조직의 구성원 간의 첨예한 갈등을 초래하기 쉬운 상황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기에 적합한 모형일 것으로 판단된다. 즉 한 기관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M&A보다는 win-win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보다 실현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반발전형 M&A는 통합 이후에도 이전의 캠퍼스들이 그대로 보존되고 예산과 학생수만 늘리라는 것은 아니다. 모든 참여 기관이 새로 탄생하는 대 학에서 그대로 보존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는 불가능하였던 새로 운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교수와 행정가들은 M&A를 통하여 통합 이전 개별 대학의 자율성을 크게 포기하여야 하지만 그 대신 통합된 대학에서 새로운 발전의 가능성을 공동으로 추구할 수 있어 야 한다는 것이다.
동반발전(mutual development)을 목표로 하는 M&A의 경우에는 대상 대 학들의 교육목표가 보완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폐교를 회피하 기 위한 것이 주목적인 M&A의 경우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재정적으로 취약 한 대학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곳에 재정적으로 건전하고 공격적 확장 전략 을 가진 대학이 있는 경우 주로 이루어지며 대상 대학들의 교육목표가 잘 조화될 수 있느냐는 우선적으로 고려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대상 대학들 의 교육목표가 상호보완적일 때 비전을 공유할 수 있고 공동의 발전을 추구 할 유인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고 단지 지리적 인접성이나 재정 적인 이유로만 M&A가 추진된다면 그만큼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다.
교육 목표가 보완적이라는 것은 M&A 대상 대학들이 반드시 유사한 교육 과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M&A 대상 대학들의 교수와 행 정가들이 공동의 미래를 구상할 수 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 구조, 인력, 명성 등이 합쳐짐으로써 통합된 기관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비전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 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
M&A가 동반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M&A를 교육의 질적 수준을 제 고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 교육과정의 전면 재검토
M&A는 기존의 교육과정을 전면 재검토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계기를 제 공한다. 사실 교과과정개편을 위한 공동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M&A 과정 의 초기에 하여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이다. 교과과정을 전면 재검 토할 수 있는 기회를 M&A와 같은 충격 없이 일상적인 행정 과정에서 가지 기는 쉽지 않다. M&A라는 기회를 통해서 대상 대학들의 교육 프로그램을 하나하나 매우 구체적으로 재검토하여야 한다. 백지에서 시작한다는 방식으 로 각 프로그램 간의 연관성, 프로그램의 향후 새로 통합되는 교육기관의 교 육목표에의 부합성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여야 한다. 이 경우 새로운 프로그 램만을 검토할 것이 아니라 평가를 미루어 두었던 과거 프로그램들도 새로 검토하여야 한다.
2) 보완적 학위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강화
종합적인 교육과정의 재검토가 이루어지고 나면, 구체적으로 M&A 이전에 제공되었던 프로그램들 중에서 보완성이 큰 프로그램들을 어떻게 통합 후 집중적으로 강화하여 나갈 것인지를 계획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학과 및
단과대학간 통폐합이 필연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M&A 대상 대학들의 교육 프로그램들의 강점들을 잘 조합하여서 보다 더 경쟁력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M&A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3) 교육과정의 중복성 제거
M&A에 있어서 종합적인 교육과정의 개편은 보완성이 큰 프로그램들을 집중적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교육과정의 중복성 제거에도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교육과정의 중복성은 대상 대학들의 교육 프로그램들을 통합하는 과정 에서 단과 대학 혹은 학과의 통폐합을 통하여 상당 부문 제거될 수 있다. 이 에 더하여 각 프로그램에 있어서 과거 누적되어 왔던 중복성을 M&A라는 기회를 활용하여 제거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4) 교수 자원의 확장
M&A는 필연적으로 교수진의 양적 확장을 가져오게 되므로, 이를 교육의 질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들이 법정교 수충원률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므로 M&A는 각 학과에서 법정교수충 원률을 충족시키고 더 나아가 교수 자원의 심화를 가능케 한다. 물론 M&A 이후 교수들은 고용안정성이 약화를 우려할 수 있으나, 가능한 한 교수진의 고용안정성의 위협을 최소화하는 대신 늘어나는 교수 자원이 교육의 질 향 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수 인사제도를 보다 능력중심으로 전환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동반발전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다.
다. 대학의 효율성 및 안정성 제고
M&A는 교육의 질적 수준과 동시에 대학의 효율성 및 안정성을 제고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1) 재무구조의 개선
M&A를 실천하기 이전 단계에 이미 창의적이고도 솔직한 재무계획이 수 립되어야 한다. 단순히 폐교를 회피하고자 하는 식의 소극적인 계획이 아니 라 대상 대학들의 보완성을 충분히 살려서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 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현재 대상 대학들의 재정 상황에 대한 철저한 현실 인식 아래서 경제적으로 납득이 갈 수 있는 재무 구조의 개선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2) 학생 충원의 안정화
특히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는 M&A를 통하여 "학생시장점유율(student market share)"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원칙이 될 수 밖에 없다. 학생으로부터의 등록금이 대학 재원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많은 대학들이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생 충원의 확보 가 어려운 M&A는 성공할 수 없다. 미국의 예들을 살펴보아도 M&A 직후에 는 학생규모를 통합하기 이전의 총 학생규모보다 약간 적은 수준에서 시작 하는 것이 보통이나, 4-5년 이후에는 이전의 총 학생규모를 넘어서는 경우도 많이 있다.
우리의 경우 많은 대학들이 법정교수확보율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므 로 통합 이후 법정교수확보율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학생 규모를 이전의 총 학생규모 보다 줄여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M&A는 언론매체들이 주목하는 등 다양한 대학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통합된 대학의 학생시장점유율을 조기에 안정화시키는 계기로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3) 대학 행정의 효율성 제고
M&A는 대학행정을 효율화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제공한다. 대학 행정에 서는 일반적으로 규모의 경제 (economies of scale)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 져 있다. 예컨대 학생이 100명인 학과에 비하여 300명이 있는 학과에서도 학 장은 1명이면 되며 행정보조 인력도 반드시 3배까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