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개혁의 실천과제
4. 대학 정보의 공개
대학의 교육서비스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것이 가 장 효과적으로 대학의 책무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도 대학교육에 대한 우리나라의 정보공개 수준은 매우 낮은 것이 사실이다.
소비자들의 대학의 질적 수준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을 때 대학 간 에는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경쟁이 이루어 질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 우에는 대학 간의 경쟁 압력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질적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큰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막대한 인원과 시간을 투입한 각종 대학 평가의 자료들도 상당 부문 공개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정부가 대학들에 대하여 직접 평가를 하고 그 최종 결과만을 소비자에게 알 리는 것보다는 소비자가 대학들을 비교 평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집 계하고 확산시켜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본 고에서는 대학 정보 공개의 일환으로 특히 전문대학 취업률 공표제도 를 도입할 것을 제언한다. 이 정책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크게 다음 세 가지 가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 고등교육 기관들의 취업률에 대한 조사는 보다 포괄적으로 이루어져 야 한다. 무엇보다, 매년 4월을 기준으로 취업 (혹은 진학 및 입대) 여부만 물어보는 방식은 졸업생의 전반적인 취업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 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졸업생에 대하여 4월 기준으로만 할 것이 아니라 적 어도 졸업 후 1년 동안 두 번 이상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취업 여 부만이 아니라 취업 형태 혹은 임금 수준 등에 대하여도 자세한 조사를 하 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다 구체적으로 교육인적자원위원회가 2002년 4월의 대통령 보고 자료에서 제언한 바와 같이 졸업생 진로조사(graduates' survey) 를 매년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졸업생들의 주민등록번호를 각 대학 및 학과별로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하여 이들의 취업상황을 고용보험 DB를 통하 여 자동적으로 추적하여 파악할 수 있도록 하며, 졸업생 진로조사의 결과와 함께 통계 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조사
들의 결과들을 모두 일반인들이 볼 수 있게 하여, 조사의 신뢰성과 엄밀성을 높여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고등교육기관의 졸업생에 대한 취업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고등교육의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라고 할 수 있는 졸 업생 취업률에 대한 정보가 체계적으로 수집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 존의 수집된 자료들도 총량만 교육통계연보에 공개되었을 뿐 개별 대학별 혹은 전공별로 공개되지 못했다. 향후 모든 고등교육기관의 졸업생 취업 상 황에 대한 졸업생 진로조사의 결과와 고용보험 DB의 정보가 대학별로 그리 고 전공별로 공개되도록 하는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 사실, 각 전문대학 의 전공별 취업 상황에 대한 공개는 매우 강력한 책무성 강화 수단이 될 수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소비 혹은 투자를 위하여 고등 교육에 지불하는 금액의 최종적인 산물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 를 가지게 되는 동시에, 각 대학에서는 졸업생의 취업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크게 강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각 대학의 내부 개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 나가 전공간의 조정 혹은 통폐합이라고 볼 때, 전공별 졸업생의 취업 상황에 대한 투명한 공개는 각 대학들의 내부개혁에 있어서 중요한 준거기준을 제 공한다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동시에, 자료의 투명한 공개는 자료조사의 오류의 폭을 크게 줄이는데도 기여할 것이다. 전문대학 졸업생의 취업 상황이 과거와 다르게 투명하게 공개되는 동시에 고용보험 DB 등을 통 하여 확인되는 체제를 갖추게 되면 각 대학들이 부정확하게 조사자에게 보 고하는 문제는 해소될 것이다.
셋째, 각 전문대학 혹은 전문대학내 전공별 취업 상황에 대한 자료를 전문 대학에 대한 평가와 재정지원에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현재 전문대학에 대 한 평가의 경우 이미 취업률이 주요한 평가 항목에 포함되어 있지만,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보다 포괄적으로 취업상황을 알 수 있는 조사체계가 먼저 갖추어져야 취업률을 평가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하여 대학 사회가 납 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전문대학의 경우 취업률이 학교 평가의 중요 한 기준이 될 수 있으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
다. 4년제 대학의 경우 기초학문 분야에 대한 연구 및 학문 후속세대의 양성 등도 매우 중요한 기능이므로, 단순히 졸업생의 취업상황만을 대학 평가에 활용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지만, 전문대학의 경우에는 기술인 력 양성이라는 보다 분명하고 단일의 목표를 가지고 있으므로, 졸업생의 취 업상황은 전문대학의 책무성을 강화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전문대학 졸업생 취업 공표 제도를 효과적으로 시행하 기에 적당한 대상도 없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전문대학은 기술인력양성이라는 명확하고 단순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하여 미국 의 community college만 하더라도 기술인력양성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대 한 봉사, 학습부진 학생들을 위한 교육 등 다양하고 복잡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취업률의 졸업상황이 이들 기관의 책무성을 요구하는데 중요하 기는 하지만 반드시 우리나라 전문대학처럼 강력한 수단이 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미국의 community college는 많은 학생들이 시간등록제 학생으로 직 장을 다니면서 재학하거나 직장을 다니기 위하여 휴학을 한다. 또한 community college에는 중도에 그만두는 학생도 매우 많아서 약 35%의 학 생이 한 학기 혹은 그 보다 짧게 학교를 그만 둔기도 한다(Kane and Rouse, 1999). 이러한 상황에서 졸업생 취업 상황은 학교의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로 서의 역할이 미약할 수밖에 없다. 반면 우리나라 전문대학에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입학하여 거의 대부분이 군 입대를 위한 휴학을 제외하고는 2년 재학 후 졸업을 하고 바로 직장을 가지려고 하기 때 문에, 졸업생의 취업 상황이야말로 전문대학의 성과를 바로 나타내는 좋은 지표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문대학은 대부분이 사립이라는 것도 졸업생 취업 공표 제도를 도입하기 좋은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사실 95% 이상의 전문대학 학생이 사립 기관에 재학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부작용 없이 이들 기관의 질적 수준 을 담보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 정부가 과거 개발연대에서와 같이 전 문대학의 교육환경, 교수, 재단전입금 등의 투입요소에 대한 규제를 통하여
질 관리를 하는 것은 개별 사립 전문대학의 자율을 지나치게 제한하여 전문 대학이 지니는 활력과 발전 가능성을 억제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따 라서 전문대학의 질 관리를 위하여 정부가 택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정책은 전문대학 교육의 산출물(output)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통하여 소비 자가 선택하도록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 서 졸업생 취업 공표제도는 과거 투입요소에 대한 규제 중심의 정책을 대체 할 수 있는 매우 적합한 정책 수단으로 보여진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교육 기관들의 성과에 대한 정보의 공개는 학생들간 우수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과열된 경쟁 여건 아래서 교육기관간의 서열 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것에 대하여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전문대학 취업률의 경우에는 반드시 입학생의 성적과 일대일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 이 아닌 것으로 나타난다(이주호 김선웅 이혜연, 2003). 즉 우수한 학생을 유 치한 대학의 졸업생 취업률이 반드시 높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오 히려 성적이 열등한 학생들을 뽑아서 이들의 취업률을 높이는 전문대학이 졸업생 취업 공표제도를 통하여 시장에서 인정받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전 문대학 취업 공표제도는 전문대학이 신입생 성적에 의하여 서열화되는 현상 을 악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해소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다. 그리고 취업률 공 표제도의 도입 이후 취업률이 낮은 것으로 공개된 학교의 재학생이 불이익 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 취업률에 관한 정보없이 학교를 선택했다가 막상 졸업할 시점에서 취업되지 않는 경우를 사전에 방 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가 취업률을 높이기 위하여 노력하게 되는 등의 긍정적 효과들이 이러한 잠재적 부작용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기대된 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노동부, 교육부, 직업능력개발원, 노동연구원, 교육개발원 등에서 전문대학 졸업생의 취업 상황에 대한 통계 정보를 다각 도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배양해 왔다. 특히 이러한 노력은 1997년 외 환위기 이후 청년층 실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체제가 갖추어 지지 못한 대부분의 개발도상국 혹은 일부 선진국에 비하여, 우리나라에서는 별도의 큰 투자 없이도 전문대학 졸업생 취업 공표
제도를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최근 모든 정부 정책에 있어 서 정보의 수집과 공개는 비용효과 면에서 매우 우수한 정책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문대학 졸업생 취업 공표제도는 이미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만큼 빠 른 시간 내에 제도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앞으로 전문대학 취 업률 공표제도가 정착되는 시점에서 취업률 공표를 전문대학에만 국한시키 지 않고 4년제 대학까지 확대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