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전망

농업분과 협상은 4차 협상에서 긴급수입제한조치를 기본협정문에 포함시키기 로 합의하는 등 다소의 성과도 있었지만 협상의 진도로 볼 때 아직까지 뚜렷 한 협상의 진전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주요 민감 품목의 양허 등 핵심 쟁점에 대한 협상은 12월 초에 미국에서 열릴 5차 협상 이후로 넘겨진 상태이다. 당초 협상 일정대로라면 5차 협상에서 FTA 협상이 종료되는 것이었지만 지금까지 의 협상 진척 상황을 볼 때 연내 협상 타결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러한 협상 진도를 고려하여 한․미 양국은 4차 협상이 종료된 후 상품, 섬유 등 이견이 큰 분야는 2006년 1월에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6차 협상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하였다.

미국의 무역촉진권한 만료시한(2007년 6월 말일), 미국 의회 선거 결과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은 협상을 3월까지는 종결짓고자 시도할 것이다. 무역촉진권한 의 연장에 대하여는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기 때문에 미국은 협상타결 시 한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 권한이 만료되고 나면 미국 행정부의 협상 입지는 크게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2006년 11월에 치러진 미국 의회 선 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것도 한․미 FTA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큰 영 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 그러나 민주당의 성격상 섬유, 자 동차 등 미국의 취약산업에 대한 보호 경향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경우 우리나라의 취약산업 개방과 연계시킬 수 있다면 우리나라 농업부문의 개방 폭은 축소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가 협상안의 의회 비준 을 고려하여 성과위주의 협상결과를 도출하고자 한다면 우리나라에 대한 개방 압력은 가중될 수도 있다.

3.1. 협정문 협상

농업분과의 통합협정문은 4차 협상에서 작성에 합의하였으나 예상보다 지연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통합협정문 작성에 합의하기는 하였으나 그 구체적인 내용과 주요 쟁점은 아직도 미결인 상태로 남아있어 완전한 형태의 협정문은 협상 종결 직전에야 작성될 전망이다. 농산물 긴급구제조치는 급격한 수입 증 가나 수입가격 하락 등으로 농업 피해가 발생할 것에 대비한 것으로 수입 의존 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도입여부가 농업분과 협상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수입쿼터 관리도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우리나라가 현재 유지하고 있는 제도에서 크게 벗어나고 시장 질서를 교란시 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할 분야이다. 따라서 이들 분야 에 대한 양국의 입장 차이는 아직도 상당부분 남아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실질적으로 협정문 작성 협상은 품목별 시장개방 협상과 연계하여 진 행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농산물 긴급구제조치(SG: Safeguard) 도입 여부는 우리의 민감품목 개방 여부와 직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민감 농 산물의 개방 폭이 클수록 SG 도입의 필요성은 증가하는 것이다. 쿼터(TRQ) 관 리에 대한 미국의 요구 수용 여부도 우리가 관세철폐 방식 이외에 어느 정도나 TRQ 방식을 도입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농산물 긴급구제조치 문제는 미국이 호주와의 FTA에서 30여개 품목에 대하여 동 제도를 도입한 점, WTO 농산물 긴급구제조치(SG) 도입 배경 등을 강조하면 우리나라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여지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국영무역 등 현행 쿼터 관리방식은 국내 시장안정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를 동시에 보호하는 한편 수입 차익의 농업부문 환원을 통한 농업보호의 측면 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기는 매우 어려운 분야이다. 특 히 국내외 가격차가 큰 품목을 민간 자율수입에 맡길 경우 국내산으로 판매되 는 등 소비자와 생산자 피해 우려되기 때문이다. WTO 규정과의 합치성, 충분 한 시장접근 기회 보장 등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함으로써 쿼터 관리의 신축성

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대응할 분야이다. 그러나 협상은 양보가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양보할 부분과 지켜야 할 부분을 구분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다.

TRQ 관리방식 관련 미국의 요구사항은 우리나라 TRQ 관리에 상당한 부담을 초래하는 내용이나, DDA 농업협상의 방향과 흐름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다.

따라서 미국의 주장 가운데 일부는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TRQ 관 리가 복잡하고 투명하지 못하다는 문제 제기가 많으므로 투명성을 높이는 방 향으로 TRQ 관리방식을 부분적으로 개선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선착순 배정 의무화 등 우리 TRQ 관리에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는 주장은 수용이 어려울 전망이다. TRQ 관리방식은 국내외 가격차가 크고 국산과의 식별이 어려워 국 내 유통질서를 교란시킬 가능성이 높은 품목(예, 곡물류)에 대하여는 신축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3.2. 양허안 협상

농산물의 경우 양허틀에 대한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기타는 관세철 폐 예외는 물론 부분철폐, 일정기간 유예 후 철폐, 쿼터 제공, 15년 이상의 장기 철폐 등 다양한 시장개방 방식이 포함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다양한 시장개 방 방식이 합의된 뒤에 영허틀은 최종적으로 확정될 사안이다. 물론 이러한 우 리나라의 농산물 양허틀은 미국과 다르고 공산품 분야와도 다를 것이다. 품목 별 시장개방 방식이 확정되기 전에 양허틀에 합의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는 농산물 전체 품목 가운데 20%에 가까운 284개 품목을 미정으로 분류하여 보수적인 양허안을 제출하였고 4차 협상에서 제시한 수정양허안 미 정이 크게 감소하지 않은 상황이다. 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낙농품, 고 추, 마늘, 양파, 사과, 배, 감귤, 오렌지, 포도 등 주요 품목이 지금은 모두 ‘미정’

으로 분류되어 있고 미국은 예외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 상당한 마찰이 예 상된다. 6차 협상부터는 이러한 품목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진행될 전망 이다.

우리나라는 농산물 분야에서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이러한

태도는 상품분야 등 타 분야에서 미국의 보수적인 입장과도 연관되어 있었다.

그러나 6차 협상부터 본격적으로 타협을 시도할 경우 미국이 타 분야에서 개방 폭을 확대할 경우 우리나라의 농산물 양허안도 추가적인 수정이 불가피할 것 이다. 현재의 우리나라 양허안은 우리나라 농산물 가운데 미국으로부터 수입 증가가 예상되는 대부분의 품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의 시장개방 요 구 수준과 큰 차이를 타나내고 있어 협상 타결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미정으로 분류된 품목의 양허유형을 결정하는 것이다. 양국의 이익이 균형 있게 반영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양허유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품목별 특성을 고려하여 관세의 부분감축, TRQ 제공 또는 TRQ와 관세감축과의 조합, 일정기간 유예 후 감축 등 다양한 양허방식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허안은 예상되는 농가 피해, 농업의 다 원적 기능, 상호 이익의 균형 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작성되어야 한다.

시장개방 수준에 상당한 의견 차이를 보이는 품목과 양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초민감 품목에 대한 논의는 6차 협상 이후에 다루어질 가능성이 높 다. 초민감 품목에 대한 협상은 1월에 개최될 6차 협상 이후에 빅딜 형태로 결 론을 짓고자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농산물 분야의 시장개방 수준 결정 에 있어서 우리나라와 미국이 서로 비슷한 수준의 민감 품목을 가지고 있다면 농업부문 내에서의 타협이 가능할 것이나 양국의 농업 경쟁력으로 볼 때 농업 부문 내에서의 타협 가능성은 매우 낮다. 협상은 국가 전체의 균형을 맞추는 형태로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