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방 (양허안) 협상

3.1. 3차 협상

3차 협상은 2006년 9월 6일부터 9일까지 미국에서 개최되었다. 우리나라는 26 개 정부 부처 및 13개 국책연구기관에서 218명이 참석하였고 미국은 20여개

부처에서 약 100여명이 참석하였다. 17개 분과 및 2개 작업반 모두에서 협상이 진행되었다. 3차 협상에서는 관세 양허안과 서비스/투자 유보안에 대한 본격적 인 협상이 진행되었다.

미국은 농산물에 관한 한 전 품목에 대해 비교 우위에 있기 때문에 모든 품 목에 대한 관세를 10년내 철폐하겠다는 양허안을 제출하였지만 일반 상품까지 포함할 경우, 미국의 양허비율은 88%에 그쳐 보수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상품 기준으로는 97%에 대해 양허계획을 제출했 지만 민감도가 높은 농산물은 미정(undefined)으로 분류하여 양허대상에서 제 외시켰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미국이 섬유, 자동차 분야 양허안을 보수적으로 작성한 데 유감을 표시한 반면, 미국은 우리나라 농산물 양허안이 보수적으로 작성되었음에 실망감을 표시하는 현상을 보였다.

우리나라는 관세철폐의 유형을 다섯 가지로 설정하여 양허안을 작성하였다.

관세철폐 유형은 즉시, 3년, 5년, 10년, 15년, 미정 등으로 미국의 관세철폐 유 형보다 관세철폐 기간을 길게 설정하였고 미정이라는 유형을 둔 점에서 미국 보다 보수적인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양허안을 분석해보면 즉시철 폐 532 품목(전체의 34.7%), 3년 철폐 36 품목(2.4%), 5년 철폐 147 품목 (9.6%), 10년 철폐 332 품목(22.9%), 15년 철폐 200 품목(13.1%), 미정 284 품 목(18.5%)으로 매우 보수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미정으로 분류된 품목이 많은 품목군은 육류와 유조제품, 낙농품, 채소 및 채 소 조제품, 과일 및 견과류, 곡물 및 유지작물 등이다. 반면 담배, 음료 및 주류, 기타 공업용 원료 등은 관세철폐 양허 비율이 높다. 원피, 가죽, 모피, 견사, 양 모, 면, 마직물 등은 모든 품목을 관세의 즉시철폐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관세 의 즉시철폐 비율이 가장 낮은 품목군은 육조제품, 담배, 유기화합물(HS 29류) 등이다. 미정이란 양허제외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쌀, 대두, 보리, 쇠고기, 돼지 고기, 닭고기, 사과, 배, 포도, 감귤, 고추, 마늘, 양파, 천연꿀, 인삼 등 주요 농 산물 대부분이 여기에 포함된다. 따라서 이 양허안이 원안대로 타결된다면 우 리나라 농업부문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만큼 보수적이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미국에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에 농산물을 많이 수출하지 않고, 미국이 모든 품목의 관세철폐 양허안을 제시하였기 때문에 우리의 양허 요청서는 관세철폐 기간을 단축해 달라는 정 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농업분야에서의 협상은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는 의 미이다.

농업분과 협상은 양측이 제시한 양허안에 대한 개괄적인 논의와 평가 그리 고 미국이 준비한 양허요구사항을 기초로 논의를 진행하였다. 미국은 모든 농 산물의 관세를 10년 이내에 철폐하는 내용의 양허안을 제시하였다. 관세철폐 기간은 즉시, 2년, 5년, 7년, 10년 등이다. 미국은 주요 민감품목에 대한 논의는 다음 협상으로 미루고, 사료용 옥수수, 밀 등 민감도가 낮은 품목에 대한 논의 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였다. 이러한 품목의 특성은 미국이 한국에 수출을 많이 하고 있는데 한국의 자급률은 매우 낮은 품목, 가공식품의 원료로 쓰이거나 축 산사료의 원료가 되는 품목, 관세가 낮아 국경보호 효과가 미미한 점 등이다.

민감한 품목부터 시작하면 협상 자체가 어렵고 난관에 부딪쳐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의 양허 요구안에 쌀을 포함한 모든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10년내에 철폐해야 된다는 요구를 담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측의 양허요구를 공식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 는 반응을 보였고, 이에 대해 미국 측이 양보할 의사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협 상이 종료되었다.

3차 협상에서 파악된 미국의 협상 의도는 이미 상당 정도로 수입이 개방된 사료용 옥수수와 대두, 그리고 가공농산물의 추가적인 시장개방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 2차 협상 때까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우리나라 의 농산물 세이프가드 조항 도입에 대해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선 점 등이다.

미국은 대미 수입금액이 크고 국내생산이 적은 품목, 국내 농업에 영향이 작은 가공농산물 등에 관심을 표명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국내 생산이 미미하거나 저율관세 대상 품목과 같은 민감성이 덜한 품목들에 대한 우선적인 양허수준 개선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3차 협상에서 우리나라는 수정양허안을 제시하지 는 않았다.

3.2. 4차 협상

4차 협상은 2006년 10월 23일부터 27일까지 한국에서 개최되었다. 우리나라에 서는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농림부, 산업자원부,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와 국책연구기관에서 250여명이 참석하였다. 미국은 무역대표부 (USTR: US Trade Representative)를 중심으로 국무부, 상무부, 농무부 등에서 100여명이 참석하였다. 협상은 16개 분과 및 2개 작업반에서 이루어졌으며, 정 부조달분과는 10월 16일 제네바에서 별도로 개최되었다.

4차 협상에서는 축산물, 과일, 채소, 음료 및 주류 등 3차 협상에서 다루지 않은 주요 품목에 대한 미국의 개방요구안을 검토하고, 협정문 초안에 대한 합 의를 도출하기 위한 노력이 주로 이루어졌다. 미국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축산물 대부분의 개방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과일 가운데에서는 특히 사과, 오렌지, 딸기, 체리 등에 관심이 높았고, 채소 가운데에서는 고추, 마늘, 양파, 신선토마토, 신선감자, 당근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미국은 자국의 관 심이 높은 품목은 관세의 즉시철폐를 요구한 반면, 관심도가 낮은 품목은 5년 또는 10년의 관세 철폐를 요구하였다.

미국은 우리나라 양허안 가운데 자국 관심품목에 대한 양허요청서(Request List)을 제시하였으며, 지난 8월 15일 교환한 1차 양허안에 비해 일부 개선된 내용을 담은 자국의 수정양허안도 제시하였다. 우리나라도 수정양허안을 제시 하여 민감도가 크지 않은 일부 품목은 대부분 의견 접근이 이루어졌고, 입장이 다른 경우 중간 수준에서 절충점을 찾는 등 협상에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 되고 있다. 4차 협상에서 가장 큰 쟁점은 우리나라가 미정으로 분류한 품목들 을 어떠한 형태로든 양허유형을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미국은 미정이라고 표시된 품목들에 대하여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4차 협상에서는 우리나라가 미 정으로 분류한 품목에 대해서는 별 다른 논의가 없었으나 미국은 미정으로 분 류된 품목은 5차 협상까지는 어떠한 형태로든 양허유형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민감도가 높은 품목은 5차 협상에서 타협이 이루어지기보다

는 2007년 1월에 열릴 예정인 6차 협상 이후에 시도될 가능성이 높다.

4차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제시한 수정양허안은 ‘미정’으로 분류된 품목 가운 데 민감도가 낮은 품목을 ‘관세철폐’ 대상으로 하였고, 이미 관세철폐하기로 한 품목 중에서 일부는 철폐기간을 15년에서 10년, 10년에서 5년 등으로 철폐기간 을 단축한 것이다. ‘미정’에서 관세철폐로 분류된 품목은 상추, 토마토 등 수입 가능성이 낮은 품목, 아보카도와 같이 국내 생산이 없고 소비도 거의 없는 품목 등이다. 미국은 이러한 수정양허안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을 보여 협상 타 결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양허가 필요할 전망이다.

4차 협상의 성과 가운데 하나는 농업분과의 통합협정문 작성이다. 양측이 TRQ와 농산물 SG를 모두 협정문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함에 따라 통합협정문 이 작성되었다. 미국은 그동안 인정하지 않던 긴급수입제한조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였고, 우리나라는 TRQ 물량관리 지침을 협정문 초안에 포함시키기로 하였다.

TRQ와 SG의 세부 사항에 대하여는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기 때문에 세부 지 침에 대한 협상은 추후 이루어질 예정이다. 긴급수입제한조치의 경우 발동기준 (물량 또는 가격 등), 발동요건, 발동기간, 대상 품목, 관세 수준 등이 결정되어 야 할 부분이다. 미국이 주장하고 있는 TRQ 물량에 대한 국영무역 및 수입부 과금(mark-up) 금지, TRQ 물량의 선착순 배분, 용도제한 철폐 등에 대한 절충 점을 찾는 것도 다음 협상의 주요 쟁점 사항이다. 우리나라는 TRQ 품목의 투 명한 관리 등의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품목에 따라서는 기존의 TRQ 관리 방식 의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의견 차이가 크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