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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평화복지체제의 개념과 구성

2. 평화복지체제 담론의 내용과 지향

선도적으로 담론을 제기한 참여연대 평화복지체제 담론을 중심으로 평 화복지체제가 지향하는 바를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평화복지국가는 분단이라는 한반도의 역사적 특수성에 주목하여 평화와 복지 연계에 기초한 복지체제로, 평화와 복지의 상보성에 대한 이 론에 기반하고 있다. 평화와 복지의 상보성에 대해서 윤홍식(2015)은 평 화와 복지가 동시에 추진될 수 있고 추진되는 것이 분단체제를 평화적으 로 극복하여 평화복지국가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평화와 복지의 공진(共進)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평화와 복지의 관계를 상보관 계로 표현 하든 공진관계로 표현하든 중요한 것은 한반도에서 분단을 극 복하는데 있어서 복지담론이 적극적으로 통일 후의 국가 모습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 연구도 바로 평회 복지국가에 대한 이런 입장에서 평화체제를 앞당기거나 촉진할 수 있다 는 시각에서 출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복지담론의 측면에서 평화복지국가라는 새로운 접근은 분단체제에 기 초한 복지담론이나 통일담론이 갖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홍성 태. 2017; 조성은. 2018). 평화복지국가를 설명하는 연구들을 보면, 평화 와 복지를 둘러싼 담론들을 국가 단위에 기초하여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 다. 한국은 발전국가 이전에 안보국가이며(김동춘, 2013, p. 30), 안보국 가는 발전국가와 분리불가능한 쌍생아이기 때문에(구갑우, 2012, p. 19)

남북한의 분단·전쟁 체제는 병영국가와 전시국가를 초래하였고(김동춘, 2013, p. 30), 분단·전쟁 체제는 안보국가, 냉전 자유주의, 냉전 자본주 의를 양산(김동춘, 2013, p. 32)하는 부정적 결과로 이어졌다. 20세기 후 반 안보·발전국가의 한 축인 발전국가가 해체되었지만 신자유주의적 안 보국가로 전환(구갑우, 2012, p. 19)하였다고 평가되며, 여전히 분단·전 쟁 체제와 신자유주의 체제의 상호작용으로 복지제도 등 민주주의의 사 회적 기반이 붕괴(김동춘, 2013, p. 32)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결 국 한국의 근현대사를 볼 때 분단은 반공주의를 양산하고, 반공주의는 발 전주의와 결합(유범상, 2014, p. 284)하여 반공주의와 개발국가의 결합 으로서의 반공개발국가(윤홍식, 2016, p. 106), 권위주의적 반공개발국 가를 대신한 신자유주의적 반북개발국가(윤홍식, 2016, p. 128)로 이어 지는 부정적 체제를 만들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국가 지향은 반공개발국 가의 대안으로서의 평화복지국가(윤홍식, 2016, p. 127)로 나아가야 한 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한반도 분단체제의 특수성에 기초하여 평화 복지국가를 설명하는 대표적 논리라고 할 수 있다(민기채. 2019). 여러 가지 논의의 지점이 있지만 조금 단순화 시켜서 본다면 냉전분단체제가 야기한 한국의 복지국가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서는 냉전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논의의 틀이 필요하며 이것이 평화복지국가 또는 평화복지체제 담론의 핵심 주제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둘째, 평화복지국가는 전쟁 또는 군축을 기반으로 한 복지국가 건설이 라는 전쟁-복지국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바탕으로 한다. 전쟁이 복지국 가 건설에 이로운 것인가 또는 해로운 것인가에 대한 해명은 분단 하에서 중요하다. Rokkan(1975, p. 570)의 국가발전단계(침투, 표준화, 참여, 재분배)중 두 번째 단계인 표준화 단계에서는, 주변부의 대중들을 중심부 의 제도 내로 편입함으로써 동질한 문화로 일체화시켜야 하는데, 징병제

를 통한 군대유지는 매우 중요한 방도로 설명된다. 이때 표준화 단계에서 의 군대라는 것은 국가수립의 지배도구 내지 전쟁수행의 주체로 인식되 었지, 복지제도의 확대와는 유기적으로 연결지어 설명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평화복지국가 논의에서는 전쟁 또는 전쟁 위기 조장이 복지국 가 건설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는 점에 논점을 맞추었다. 예를 들어, 실제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이나 이스라엘은 전쟁-복지국가이며, 군산복합체를 보편적 복지국가의 실현 도구 가운데 하나이자 군사적 자립을 위한 토대로 생각 하는 스웨덴의 길은 유사 전쟁-복지국가로 규정되기도 한다(구갑우, 2012, p. 21). “분단체제 하에서 전쟁국가의 형태를 가진 한국형 복지국 가는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구갑우, 2012, p. 19)는 논리는 군축의 중요성, 북한을 넘어선 한반도 비핵화, 수출형 군수산업으로의 전환이 갖 는 위험성,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의문 등 다양한 문제제기의 이론적 토 대를 제공해 주었다는 측면에서 평화복지국가로의 길의 조건에 대한 논 의의 기반이 되었다고 본다(민기채. 2019).

셋째, 평화복지국가는 반공주의가 제약하는 정치적 주체의 문제를 확 장시키는 지향을 담고 있다.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남한 사회를 지배하여 왔던 레드 콤플렉스는 사회주의 혁명이 아닌 사회개혁 운동조차도 적을 이롭게 하는 반국가행위 또는 이적행위로 규정하여 왔다. 반공법에서 국 가보안법으로 개명하였지만 그것들이 진보세력의 탄압도구였음은 역사 적으로 자명하다. 동시에 국가의 전쟁 위기 조장을 통해 사회운동세력을 탄압함으로써, 결국 복지국가 확장을 막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정치적 주체(역량)와 형성조건에 대한 역사적 평가 및 향후 평화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주체 논의는 다양하다. 서구와 달리 노동계급의 소극적 복지 국가 태도 하에서 시민정치운동의 정당 연대 중요성을 강조(구갑우,

2012, p. 17)하는 한편, 복지동맹과 평화동맹의 연대(구갑우, 2012, p.

22)나, 국가와 시민사회 두 주체의 공동 추진(김동춘, 2013, p. 42)과 같 이 주요 주체들 간의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평화복지국가로의 이행과정 이 제시된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현재 진보정당들의 평화복지관은 구현 방안과 주체의 연결이 불분명(김윤철, 2014, p. 134)한 점을 극복해서, 진보정당과 개혁적 자유주의 정당 간의 연합 정치(이남주, 2014, p. 185) 를 이루거나, 풀뿌리 지역 공동체에서 평화복지동맹 구축(조흥식, 2014, p. 239)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복지국가 의 주도세력인 노동계급에 주목하여 한국 복지국가 주체세력인 노동계급 을 중심으로 한 좌파세력의 형성과 연대의 제약으로서의 한반도 분단(윤 홍식, 2013, p. 84)에 주목하기도 한다. 반북개발국가는 주체 세력의 형 성과 성장을 차단(윤홍식, 2016, p. 129)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복 지국가의 전제가 되는 한민족 경제권 건설 주체로서 남북한과 700만 명 의 해외 동포(김동춘,2013, p. 47)에 주목하는 논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