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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식생활 실태와 건강

2. 건강과 보건실태

김정은 시기 북한은 종합병원 설립 등 의료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의학 연구소, 의약품공장을 현대화하면서 보건의료분야의 기술적 개건과 현대 화를 진행하고 있다. 통일부 심층조사도 김정은 시기에 북한 주민들의 병 원 이용 비중은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병원 이용 목적’을 2012~2019년 추이로 조사했을 때 평균 질병 55.6%, 상처 치료 18.8%, 통증 13.8%, 임신 및 출산 12.9%, 건강 검진 6.4%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질병 때문에 병원을 이용하는 목적은 감소하는 반면 건강 검 진을 위해 병원을 찾는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 거시 추이로 볼 때 북한의 의료 서비스 범위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장화 이후 식생활에 소득 차이가 반영되고, 식생활 문화가 소 득계층별 차이로 나타나는 것처럼 북한 주민의 영양과 보건 상태 또한 양 극화 추이를 보인다. 국가는 국제사회의 지원에 의존하고, 주민들은 시장

을 통한 약품 구입에 의존하면서 소득에 따른 계층별 의료서비스 접근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가. 국제사회의 지원 의존

세계기아지수(GHI)의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기아지수는 2019년 ‘심 각’과 ‘위험’ 상태 사이에 위치하며, 2019년 측정한 119개국 중 109위를 차지하였다(Global Hunger Index, 2019). 2020년을 기준으로는 107 개국 중 96위로 다소 완화되었으며 단계도 ‘심각’한 상태로 평가되었다 (Global Hunger Index, 2020). FAO와 WFP는 2019년 현재 북한은 136만 톤의 식량이 부족하며(FAO/WFP, 2019, p. 43), 식량안보의 취 약성이 곧 북한 국내 빈곤층의 생계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 우려를 표명하 고 있다. 국제사회는 북한 주민들의 영양 상태는 ‘충분히 다양한’ 식품을 섭취하지 못하여 영양부족의 악순환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추정한다(UN OCHA, 2019).

거시적으로 보면 북한의 유아사망률과 아동사망율은 감소세를 나타내 고, 95%에 육박하는 높은 예방접종률은 영유아 질병 예방에 상당한 개선 을 이루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여전히 5세 미만의 아동이 사망하는 원 인은 설사와 폐렴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의 기초보건 상태는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는 충분한 영양섭취, 필수의약품 그리고 경 구 수액제만으로도 예방율을 높이고 사망률을 더욱 감소시킬 수 있기 때 문이다.

2017년 기준 산모사망률 역시 출생아 100,000명 당 89명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신희영 외, 2019, p. 186). 북한의 전체 출산 중 8.9%의 산모가 집에서 출산을 하는데 (UNFPA, DPRK, 2015, p. 82), 이 경우

산모의 사망 가능성이 높아진다. 집에서 출산하는 경우 산모 사망의 주원 인인 분만 후 출혈, 감염, 폐혈증 등이 충분히 예방되지 못하고 감염되어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한편 북한의 결핵 발병률은 2000년 이후 인구 100,000명 당 500명 안 팎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신희영 외, 2019, p. 192). 북한 에서는 매년 10만 건 이상의 결핵 발생 건수가 보고되고 있고, 500명 이상 의 다제내성 결핵(MDR-TB)이 발생하고 있다(WHO, 2019, p. 35). 이에 2018년 북한은 IPPF(International Planned Parenthood Federation) 의 지원을 받아 ‘련합진료소 창설’ 계획을 수립하고 24-여개의 리(里)진 료소들에서 임산모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총 443,041건의 재생산 건 강봉사를 진행하였다. 보건의료 기초단위인 진료소가 제 역할을 하지 못 하는 현실에서 시급한 보건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전략적 방안이었고, 의 료 시급계층에 대한 건강봉사를 단행한 것이다(조선가족계획 및 모성유 아건강협회, 2019). 국가의 의료전달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못한 현실과 의료전달체계를 통해 의약품을 제대로 공급하고 있지 못하 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지원하는 기초보건 치료와 의약품 공급에 알맞 은 연합진료소 체계를 기획한 것이다.

<구술자 C>는 2017년 도(道) 산원병원에서 출산한 경험을 가지고 있 었다. 산모수첩과 진찰, 출산 등은 의사에게 담배 한 갑 정도 제공하고, 출산 시에는 조선 돈 3만원(인민페 20원)을 지불했다고 했다. 영아는 출 산 후 일주일부터 예방접종을 시작해서 주기적으로 진행했다고 했다. “예 방주사는 무료예요. 유엔에서 들어왔다는 예방주사, 주사기 한 대씩 딱딱 애한테 맞고 버리는 거예요. 이렇게 작은 거” 하면서 작은 일회용 주사기 를 신기하다는 듯 구술했다. 영유아 및 모자보건 분야는 국제사회의 인도 적 지원 물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북한은 평양에

유선종양병원을 현대화 한 이후 2014-2015년 시기 전국 인민반 별로 여 성의 유방암과 자궁암 검사를 진행하였으며, 2018년 국경을 넘다 걸려 단련대에 구금되었을 때는 의사들이 여성 모두에게 자궁, 질염에 관한 구 강약과 좌약을 복용케 하도록 하였다고 했다. <구술자 C>는 북한 당국은 다른 건 몰라도 여성과 아동 즉 모자보건사업은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많 이 개선 향상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구술자 D>의 경우는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북한 전역의 유명 하다는 병원은 다 다녀보았지만 불신만 가득한 경우였다. 평양의 종합병 원에서도 CT 사진을 찍었고, 약 100불 정도 지출했다고 했다. 가는 병원 마다 진단이 다르고 원인을 찾지 못했다. 끝내 좋은 결과는 얻지 못했다 고 했다.

북한의 의료 현황은 의학적 지식, 과학기술적 장비, 훈련된 의료진과 병원시설 등의 면에서 취약하고 부실한 상태이다. 당국은 동의학을 강조 하면서 예방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이미 발병한 환자들에 대한 치 료는 적확하게 제 때에 치료되고 있지 않다. 북한에서 자주 유행하는 질 환은 독감, 간염, 결핵이 대표적인데 국제기구를 통해 청진기, 혈압계, 백 신 등의 예방약을 공급받아 지역별로 균등하지 못한 치료를 진행하고 있 는 하고 실정이다.

나. 의약품의 시장 의존

북한 주민들은 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불신이 깊은 편이다. 서울대 사회 변동조사에서도 무상치료에 대한 만족도는 긍정적 답변이 19%인데 반해 부정적 응답이 50.0%로 나타났다. 부정적 답변 중 ‘매우 불만족’이라는 응답은 33.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천경효 외, 2020, p. 126). 환자 입

장에서는 어차피 완전한 무상치료도 아니고, 치료비 대신 처방전에 따른 약품 값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은 대체로 자가 진단을 통해 시장이나 개인약국을 통해 약을 구매하여 복용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앞선 <구술자 D>는 현재 북한 내 의학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의대 진학 학생들의 대다수가 학업성취는 낮으면서 돈이 있는 부유계층들이기 때문에 의대를 졸업하고 나온 최근의 의료진 실력은 한심하다는 것이다. 의학대학에서 학업을 진행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이를 감당할 만한 부유층의 자식들만이 진학하기 때문에 이들의 실력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김정은 시기 북한 당국은 의사들의 근무지 외 진료행위를 불법으로 간 주하지 않는다는 방침아래 의료진의 개인 진료를 허용하였다. 구술자들 에 의하면 병원 당국이 해결하지 못하는 환자 치료의 문제를 의료진 개개 인들이 사적 의료행위를 통해서라도 치료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 다는 것이다. 다만 반드시 개인병원, 개인약국의 의료행위는 관련한 자격 증을 갖춘 이들만이 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자격증을 보유한 개인 의 사들이 병원 근무 대신 집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공식적으로 진료비를 받 을 수 없기 때문에 약값에 진료비를 더하여 약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 되고 있다. <구술자 D>에 의하면 의약제품은 대부분이 중국산이며, 북한 자체로 생산하는 의약품은 포도당(5%짜리와 25%짜리 두 종류), 회충약, 동약(고려약) 정도라고 했다.

북한의 독특한 현상 중 하나는 자가 진단 및 자가 치료의 비중이 높다 는 점이다. 또 동의학의 실제적 활용도 매우 일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구술자 E>는 북한 ‘가정에서 ‘나비침’ 놓는 방법은 거의 다 할 줄 알며, 또 집안에 환자가 있다면 주사도 놓을 줄 알게 되고, 약 이름들도 대충 알

기 때문에 웬만한 병은 다 자체로 해결하는 편‘이라고 했다. 환자와 환자 의 가족이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 곧 의사·약사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경 제력이 있는 집에서는 병원보다 침을 잘 놓는 민간 침술사들을 집 안에 들여 치료비 대신 숙식을 제공하며 장기간 한의 치료를 받기도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식생활과 건강에 관한 북한주민실태를 간략히 요약하 면 다음과 같다. 첫째, 김정은 시기 전면적인 농업개혁은 농업생산량 증 대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 향후 대북경제제재 및 기후변화 변수가 농작물 생산에 어떻게 나타날지 보아야겠지만 거시적 추이로 보면 긍정적 개선 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둘째, 식생활이 개선되고 식량부 족으로 인해 끼는 굶는 일은 발생하고 있지 않다. 다만, 농업개혁 이후 농 촌에서도 빈부의 격차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농업소득에 따른 계층화 현 상이 도시의 시장화와 맞물려 구조화되고 있다는 점이 파악되었다. 또한 소득의 격차, 소득계층의 불균등한 분포는 북한 주민의 식생활 환경에도 빈부격차가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셋째, 건강과 보건실태 또한 거시적 으로 개선되는 긍정적 신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영유아, 모자

지금까지 살펴본 식생활과 건강에 관한 북한주민실태를 간략히 요약하 면 다음과 같다. 첫째, 김정은 시기 전면적인 농업개혁은 농업생산량 증 대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 향후 대북경제제재 및 기후변화 변수가 농작물 생산에 어떻게 나타날지 보아야겠지만 거시적 추이로 보면 긍정적 개선 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둘째, 식생활이 개선되고 식량부 족으로 인해 끼는 굶는 일은 발생하고 있지 않다. 다만, 농업개혁 이후 농 촌에서도 빈부의 격차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농업소득에 따른 계층화 현 상이 도시의 시장화와 맞물려 구조화되고 있다는 점이 파악되었다. 또한 소득의 격차, 소득계층의 불균등한 분포는 북한 주민의 식생활 환경에도 빈부격차가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셋째, 건강과 보건실태 또한 거시적 으로 개선되는 긍정적 신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영유아, 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