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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절 평화와 복지와의 관계

1. 적극적 평화와 복지국가

고전적인 복지국가 논의에서 평화는 복지국가의 전제 조건 또는 실천 요강의 하나로 간주되어 왔다. 복지국가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영국의 템플(William Temple)이 ‘welfare state’를 ‘warfare state’와 대비하 는 용어로 선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상균(1987)에 따르면 베버러지 (William Beveridge)는 “평화는 사회정책의 제반문제보다 더 중요하며

사회주의나 보수주의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김상균, 1987, p. 56).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을 마친 후 발전한 복지국가에서 평 화는 기본적인 전제조건으로 여겨졌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전쟁 의 위험은 군비의 강화를 수반함으로써 국가의 복지예산을 제한하기 때 문에 복지국가의 실현을 제약할 수 있으며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전쟁과 같 이 비평화가 국민들에게 주는 심리적 부담은 여러 가지 반복지 현상을 가 져오기 때문에 복지국가의 실현을 어렵게 만든다. 한국전쟁의 경험들 가 진 우리나라의 사례에서도 전쟁 이후 생명경시, 질서무시, 이기주의 편법 주의, 찰라주의 등과 같은 부정적 가치관의 형성이나 기존 가치체계에 대 한 충격은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비인간적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있다 (김경동, 1984).

요컨대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평화로운 상태를 지속하여 국민 들이 심리적인 안정을 갖고 이를 토대로 생활의 질을 높이는 제반 정책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복지국가의 전제가 되는 평화는 어떤 상태일까?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회피하는 것으로 복지국가의 전제는 충족되는 것인가 하 는 질문을 하게 된다. 갈퉁(Galtung)의 견해를 보면 복지국가는 보다 적 극적 의미의 평화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갈퉁(Galtung, 2000)은 전쟁의 부재 상태를 소극적 평화로 규정하고,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착취, 폭력을 정당화하는 문화적 폭력까지 해소된 상태를 적극적 평화의 실현으로 규정하고 있다. 적극적 평화 개념에서 강 조되는 정치적 민주주의, 경제적 공정 등이 실현되는 것은 일반적인 복지 국가 지향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이다. 즉 복지국가가 지향하는 평화는 갈퉁의 주장과 같이 보다 적극적 평화의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하 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민들에게 주는 심리적 안정감에 초

점을 둔다면 소극적 평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적극 적 평화의 개념을 원용한다면 평화라는 틀 속에서 복지 문제를 개념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차원에서 복지와 평화의 문제를 검토하자면 분단에 따른 남북 간의 긴장과 대립의 해소 수준의 평화의 정착은 소극적 평화 상태를 의미 한다. 우리의 경우는 그동안 소극적 평화 상태를 염두에 두고 분단을 극 복하는 노력을 해온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통일된 한반도를 염두에 두 고 적극적 평화를 실현하는 분단 극복을 상상해본다면 분단체제의 극복 은 남북 간의 사회통합의 문제와 복지의 문제가 동시에 고려될 필요가 있 다. 한반도 평화체제에서는 남북 지역 내에서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착취 의 해소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적극적 평화가 경제적 착취, 정치적 억압, 문화적 폭력까지 해소한 상태를 지향한다면, 우리가 그려야 할 통합된 한반도는 적극적 평화를 정착하는 수준이어야 할 것이다.

그간의 평화복지국가의 논의에서 평화와 복지는 동시에 연결하여 추진 되어야 한다는 당위적인 논의는 평화복지국가가 단순히 분쟁이 해소된 평화 상태에서의 복지가 아닌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통일과 평화를 지향하는 복지국가로서 적극적 평화를 추구하는 통일된 국가로 나아간다면 소극적 평화를 유지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한 반도의 발전과 사회통합을 지향해야 하고, 북한 주민들의 복지 문제도 남 과 북의 통합을 지향하는 차원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평화복지체제는 소극적 평화 유지 상태인 공존에서 적극적 평화유지 상태인 통합으로 나 아가는 것이며, 평화체제의 실현은 필연적으로 남한과 북한의 사회통합 을 고려한 복지 발전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과 정책적 틀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