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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절 주택건설 현황

1. 건설 경기의 부양

가. 주택거래의 활성화

김정은 시기 주택건설의 시작은 평양시 창전거리의 건설이었다. 김정 일 시기 계획된 것으로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고안된 건 설사업이었다. 평양의 중심부인 만수대 거리를 현대화하여 만수대 언덕 과 김일성 동상 그리고 만수대 거리에 이르는 구역을 새롭게 단장할 것을 목표로 하였다. 김정일 시기 창전거리 건설사업은 내내 지연되다가 김정 은이 집권하자 선대 수령의 유훈 사업을 서둘러 마무리하라고 다그치면 서 2012년 6월에 완공한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은 창전거리 조성에 깊숙 이 관여하고 도심을 새롭게 리모델링하며, 평양시 전반의 스펙타클한 전 경을 구상하였다. 이후 김정은은 매년마다 새로운 거리를 조성하면서 발 전된 건축기술, 미감 있는 건축디자인, 효율성을 증대한 에너지건축, 편 리성을 확대한 인테리어를 강조하며 건설·건축에 관한 다양한 연관 산업 들을 동시에 활성화시켰다(박희진, 2018a, p. 28).

북한이 건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 매체의 보도 경향에 서도 알 수 있다. 일례로 2018년 한 해 동안 「로동신문」과 「민주조선」에 보도된 건설 부문 관련 기사는 총 480여 건이었다. 유형별로 보면 공장

시설과 인프라 건설이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냈고, 공장 > 인프라> 농림 어업> 교육복지> 문화휴양> 살림집> 종합기사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로 보면 평양시와 평안남도에서 건설 비중이 높게 나타났으며, 도시별로 는 평양시와 남포시, 그리고 원산시와 삼지연시의 건설 보도가 많았다.

조사를 더 진행해보아야 하겠지만 김정은 시기 북한 당국의 건설은 매우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생산현장을 중심으로 재건축, 신축 건설 등의 현대화 건설이 중점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북한 당국의 건설 경기 활성화는 첫째, 국가 차원의 투자 활성화 및 경 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건설사업이 미치는 전후방 산업연 관 효과를 통해 건재생산과 원부자재 (시멘트, 목재, 타일, 유리 등) 시장 의 활성화, 마감재 생산과 보일러, 물탱크 등 국산품 소비 진작을 통해 공 식경제를 순환시키고자 한 것이다. 둘째, 시장화 이후 사금융이 발달하고 국가의 재정은 무력화된 데 반해, 시장 활동을 통해 자본을 축적한 주민 들의 외화자금은 그 규모와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가운데 건전한 투자처 를 마땅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 경기를 부양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북한 주민의 주거생활 측면에서 보면 북한 당국의 건설 경기 부 양책은 긍·부정의 효과를 동시에 지닌다. 부정적 측면은 북한 주민들에게 기존의 살림집은 주거의 개념 속에 모든 세대에게 주어지는 복지의 산물 이었다면, 신규 아파트 건설과 주택 공급 정책은 주택이 상품으로 거래되 어 주거입지와 주변 생활환경에 따라 상품의 가격이 차등화 되는 변화를 가져와 북한 주민들의 불평등한 주거생활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 국 자본이 대거 유입되면서 북한의 국내 부동산 자산의 침식도 병행될 우 려가 있다. 반면 긍정적 측면은 그동안 주택을 개보수할 권한이 개인에게 있지 않은 까닭에 기존의 낡고 오래된 살림집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이

제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더 이상 불편한 생활을 지속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소위 ‘주택결정권’을 갖게 된 주민들이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거 나 집 꾸미기를 통해 거주 조건을 개선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나. 선호주택과 계층별 주택유형

북한 「살림집법」규정에는 국가가 부담하여 주민들의 살림집 보장을 원 칙으로 명시하고 있다(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살림집법, 제3조). 그러 나 대체로 북한 주민들은 본인들의 능력으로 살림집을 마련하고 있다. 살 림집 거래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거래를 ‘교환’으로 명 시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교환’이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은 주택을 교환하면서 동시에 주택의 크기, 입지조건, 주변 생활환경을 고려 한 가격 차이에 따라 집의 교환 비용을 지불한다. 구매가 되는 것이다.

연구진이 그동안 만났던 북한 주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북한 주민들이 모두 큰 규모의 집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북한 주민 대부분이 아 파트를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북한의 경제 상황, 전기 상황, 노동 및 직 업 생활 여건 등이 고려해야 할 요소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3단계 로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시장화 초기 북한 주민들은 무조건 시장 활동에 유리한 조건을 선 호하였다. 집에서 물건을 제조하여 시장에 나가 파는 사람들은 소위 ‘독 집’이라고 하는 단독집을 선호하였다. 여유 공간이 있는 집에서 술도 빚 고, 두부도 만들고, 국수도 만들 뿐 아니라 앰플 주사약도 만들고, 마약도 제조하였다. 시내 중심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시외 단독집으로 이사 가는 이유가 대부분 장사활동에 필요한 물품을 제조하기 위한 집을 원했기 때 문이다. 두 번째, 그동안 신분이 변변치 않아서 낙후한 삶을 살았던 노동

자들 중 시장 활동을 통해 돈을 번 사람들은 시장이 가까운 곳으로 이동 하거나 교육·교통 조건이 좋은 시내 중심으로 이주하였다. 시장 활동과 거주 조건을 연계하여 스스로 새로운 직주근접을 실현하는 것이다. 세 번 째, 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장사 활동보다는 개인의 사생활을 중시여 기는 사람들이었다. 집을 치장하고 가꾸며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타인과 차단된 공간에서 은밀한 사생활(드라마보기, 게임하기, 술 파티하기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선호했다(박희진, 2018b, pp. 76-79). 3 단계의 구분에서 분명한 것은 상위 계층일수록 장사 활동과 무관한 아파 트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표 7-1〉 계층별 살림집 유형(2019년)

구분 상층 중층 하층

아파트 35.3 32.9 14.3

연립주택 29.4 35.7 64.3

단독주택 23.5 27.1 14.3

기타 11.8 4.3 7.2

전체(N, %) 17(100.0) 70(100.0) 28(100.0) 자료: 천경효, 강채연, 박상민, 이혜원, 정은미, 임경훈, 조용신. (2020). 북한사회변동2019: 시장

화, 정보화, 사회분화, 보건.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p.76

서울대 사회변동조사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하층은 아파트에 거 주하는 사람의 비중이 14.3%로 가장 낮게 나타났고, 반대로 상층은 아파 트에 거주하는 비중이 35.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천경효 외, 2020, p.

76, 위의 <표 7-1> 참조). 이제 ‘집(주택)’은 북한의 계층을 구분하는 또 하나의 지표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식생활, 의생활에서 구분할 수 있 는 계층 차이와 다르게 주생활에서 나타나는 계층 차이는 ‘안정된 주거’

와 ‘생활의 정착’을 의미하기 때문에 좋은 주택일수록 그만큼의 권력 크 기를 반영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