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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평화복지체제의 개념과 구성

3. 평화복지체제의 개념

평화복지체제는 이념적 지향으로서 논의되는 과정에 있어 그 개념이 학술적으로 명확히 정의된 바는 없다. 다만 평화복지체제라는 담론은 분 단체제에 기초한 냉전적 사고에 대한 도전에서 그 개념의 틀들이 논의되 고 구성된 것으로 이해된다. 냉전적 사고에 기초한 한반도 통일국가의 논 의에서는 선평화·후복지라는 사고의 틀이 지배적이었지만, 평화복지체제 에 관한 논의에서는 기본적으로 평화와 복지 공진론(共進論)8)의 입장에

8) 공진론이란 평화 체계의 구축이 복지 체계의 구축에 선행되거나 복지 체계의 구축이 평 화 체계의 구축보다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과는 달리 복지 체계와 평화 체계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고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서 평화복지체제를 구성하고 논의하고 있다. 평화복지체제 담론은 한 반도의 분단 현실에서 복지국가는 어떻게 가능한가?’의 현실적이고 현재 적인 문제제기인 동시에 분단체제 이후의 한반도의 통일된 모습을 지향 하는 미래의 비전에 관한 담론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담론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의식에서 본다면 평화복지체제란 남북이 공생 공영하면서 사회 통합을 위한 체제를 염두에 둔 미래 지향적 체제 모델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평화복지국가 담론논의에서의 대표적 개념 정의를 보면 평화복 지국가는 한국사회의 사회·정치·경제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정의된, “한 국사회에서 실질적 민주주의를 심화시키고, 양극화와 불평등을 심화시키 는 재벌중심의 신자유주의적 개발주의 성장방식을 지양하는 사회가 시장 경제에 대한 통제권을 회복함으로써 정상의 결과가 공정히 분배되는 복 지체제”이다(이병천, 윤홍식, 구갑우, 2016, p. 131). 이러한 개념정의에 서 강조되는 것은 한국사회가 놓인 특수성에 의해서 분단체제가 복지체 제를 제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분단을 기반으 로 한 반공이데올로기가 개발독재체제를 지탱하고, 개발독재체제는 복지 를 통한 재분배를 억압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는 여전히 사 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사회적 양극화와 과잉자본 이 공존하는 남한의 불균형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이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가 한반도 평화 과정을 위협하는 악순환”(이병천, 윤홍식, 구갑우, 2016, p. 83)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논의 구조는 필연적으로 평화복지국가라는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 기 위한 핵심적인 두 가지 과제를 제시하게 된다. 즉, “분단으로 비롯된 반공(반북)주의를 대신해 ‘한반도 평화’를, 경제성장 제일주의에 의존하 는 (신자유주의적) 개발국가를 대신해 복지국가를 한국사회에서 실현”(이

병천, 윤홍식, 구갑우, 2016, p. 135)하는 것이 결국 평화복지국가로 나 아가는 길이라는 것이다.

평화복지국가 논의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분단체제라 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서구의 복지국가 논의만 으로는 한국 복지의 낙후성 또는 복지 확대의 지체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이유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분단체계를 고려하지 않은 저간의 논의 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남북 관계에서 평화체계의 정착을 염두에 두고 사 회복지에 관심을 갖고 복지국가를 지향한다면 주목해야 하는 것이 바로 평화체제가 복지국가의 필요조건이라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복지국가의 개념을 가장 먼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의 템플 대주교 는 1940년대에 적국(敵國)이었던 독일을 전쟁국가(warfare state)로 규 정하면서 자신의 조국인 영국은 복지국가로 가야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전쟁(warfare)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복지(welfare)를 적극적으로 제시 하여 일종의 국가 지향을 담지한 개념으로 복지와 국가를 조합하여 제시 하였다. 이후 많은 복지국가 연구자들이 복지국가에서 평화와 민주주의 는 전제된 것으로 간주하여 왔다(조성은. 2018).

평회복지국가에 관한 담론에서 주목하는 것은 복지국가들이 평화를 전 제하고 발전되어 왔지만, 적극적으로 군사적 활동을 줄이거나 군비를 세 계적으로 축소하려는 노력은 사실상 회피되어 왔으며, 오히려 “복지국가 가 ‘전쟁-복지국가(warfare-welfare state)’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이 병천, 윤홍식, 구갑우, 2016, p. 200). 따라서 평화복지국가론은 기존의 복지국가에 단순히 평화를 덧붙이지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이고 항구적인 평화체계를 구축하려는 적극적 노력을 지향하는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보 다 확실히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전개되었다.

역사적으로 2차 세계대전 과정의 독일은 “국제적으로는 제국주의 전쟁

을 수행하면서 국내적으로는 복지 서비스를 확대하여 이른바 ‘전쟁-복지 국가’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매우 중요한 의미 있는 사례”(김태성, 성경륭, 2014, p. 121)로 꼽힌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보편적인 복지국가의 전형 인 스웨덴도 ‘중립(neutrality)’이라는 신화의 우산 하에서, 국제관계의 사회민주주의적 개혁을 모색하는 외교정책을 전개하면서 동시에 군사주 의와 군사주의적 정책을 추진하는 군산복합체를 활용하던 복지국가”(이 병천, 윤홍식, 구갑우, 2016, p. 201)라고 평가된다. 역사적으로 스웨덴 은 2차 세계대전 중에 연합국과 주축국 양자 사이에 중립을 표방하면서 도 독일의 압력을 받아들여 스웨덴을 거쳐 노르웨이로 전쟁 물자를 수송 하는 것을 허용했고, 결국 노르웨이는 독일에 점령당한바 있다. 물리적 충돌을 뜻하는 전쟁이 아니더라도 이른바 군산복합체(軍産複合體)의 입김 이 센 자본주의 국가들의 경우 군수 산업의 필요에 의해 국지적인 무력 사용을 종종 활용한다. 이러한 점에서 지금의 미국과 이스라엘이 대표적 인 전쟁-복지국가 유형에 속하고, 스웨덴을 비롯한 서유럽의 복지국가들 도 대부분 군수 산업의 발전 등 여러 형태의 군사주의에 결합되어 있어 전쟁-복지국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구갑우, 2012). 지금의 스웨덴 역 시 냉전시대가 끝났음에도 미국의 정치·군사 동맹의 우산 아래에서 전투 기 엔지의 개발, 로켓 프로그램, 핵개발 등을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무 기산업을 유지하고 군사적 자립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평화복지체제가 고려하는 공간적 범위는 남북한 전체로 확장된다.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국가와 복지국가는 남한만의 것 이 될 수” 없으며, “평화공존단계, 국가연합단계든 최종적인 통일 국면이 든 남북한 모두 평화국가와 복지국가가 돼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김동춘, 2013, p. 31). 구갑우(2012)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가 없다면 복지국가 만들기를 위한 정치적 동력

이 상실될 수 있으므로, 한반도에서는 북한을, 국제적 차원에서는 동북아 국가들을 평화국가로 만들어 가는 것과 한국형 복지국가를 만들어 가는 것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들은 “남북한 평화 체제나 통일을 전제로 하지 않는 어떤 복지국가 전략도 동력을 갖기는 어 렵다”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이다(구갑우, 2012, p. 21; 김동춘, 2013, p. 48). 한편 민기채(2019)는 일부 평화복지국가에 대한 주장은 반국적 관점을 넘어서지 못하고 남한 지역 내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한다. 동아시 아 국가들의 평화국가 만들기까지 논의되는 현 상황에서, 평화가 진전되 면 남한 지역에 국한하여 복지국가 확대가 가능하다는 접근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평화의 중요성을 통찰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반 국적(半國的) 관점을 넘어서 한반도 전체를 시야에 넣어야 하며, 평화복지 를 누릴 대상 역시 8천만 겨레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이른바 전국적 관점 을 강조한다.

이상의 여러 논의에서 제기되는 평화복지체제 개념이 구성되는 요소들 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다음의 [그림 2-1]과 같다.

〔그림 2-1〕 분단체제와 평화복지체제의 비교

자료: 저자 작성

이러한 관점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것은 평화체제의 추진은 외재 적인데 비해 복지체제의 추진은 내재적이고 어느 정도는 자율적 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동북아를 비롯한 국제 정치 구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 는 한반도의 특성상 평화로 가는 길은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외 재적 요소들에 영향을 크게 받는 노정이다. 이에 비해 남북한 주민들의 삶의질 향상을 내용으로 하는 복지체제 추진은 상대적으로 자율적 추진 이 가능하다. 따라서 평화복지체제로 가는 길에 있어서 평화와 복지는 순 차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선순환되는 관계로 보아서 복지체 제 추진을 통해 평화체제를 견인해가는 방식을 한반도 평화복지체제의 구축에서 선제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점에서 한반도 전체의 복지향상을 위한 사회적 격차 완화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평화복지체제의 구상은 남북한 모두의 변화 를 전제로 하지만, 남한 복지체제에 대한 논의는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으 므로 북한 사회의 변화와, 그를 위한 남한 차원의 정책과제에 집중하여 논의할 것이다. 또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1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북

본 연구는 이러한 점에서 한반도 전체의 복지향상을 위한 사회적 격차 완화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평화복지체제의 구상은 남북한 모두의 변화 를 전제로 하지만, 남한 복지체제에 대한 논의는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으 므로 북한 사회의 변화와, 그를 위한 남한 차원의 정책과제에 집중하여 논의할 것이다. 또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1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