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제8장 권리금의 경제적 의미

문서에서 법과 경제학 (페이지 189-200)

김 강 수

<요 약>

법치주의를 부르짖는 우리 나라에 법에도 없는 제도가 오로지 관행과 관 습, 즉 자생적 질서(spontaneous order)에 의해 수십년 동안 성행해 오고 있는 권리금이란 제도가 있다. 여기에는 분명 경제적인 원리 내지는 합리성 이 존재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권리금의 본질 및 그 수수실례, 권리금 의 법경제학적 분석과 그 유형 등을 통해 자생적으로 생성된 질서라 할지라 도 시장에서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이고 있다.

권리금은 첫째, 장기투자를 촉진하는 제도로서의 역할을 한다. 둘째, 일종 의 사회적 규범으로서 임대인의 기회주의적 행동이 봉쇄되어 있다. 셋째, 일 종의 재산권으로서 임차인도 residual claimant가 된다. 넷째, 법이나 제도 등 으로 보호할 경우 과다투자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법과 제도 등은 기본적으로 자생적 질서로서 진화를 통해 사회진보에 대 한 기여를 높일 수 방향으로 개선되어 간다. 어떤 규칙이나 제도도 완벽할 수는 없다. 각 사회주체들의 자발적 계약으로는 제도의 유지가 불가능하거나 질서가 붕괴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많은 집행비용을 필요로 한다. 그러 나 집행비용이 전혀 없거나 적은 비용으로 시장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나 관습도 많다는 것이다. 권리금제도가 바로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다.

I. 서론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법과 제도 속에 살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법 과 제도가 없으면 제도의 유지가 불가능하거나 질서가 붕괴될 것이라고 생 각한다. 그래서 많은 법이나 제도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과 제도들이 우리의 사회․경제활동 모두를 다 규율할 수는 없다.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법을 잘 모르고,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도 덕적 양심에 기초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거나 도로의 횡단보 도에서 파란 신호등일 경우에 건너간다. 전자의 경우 어떠한 법이나 제도가 있어, 즉 이런 것을 지키지 않을 경우 자신에게 어떠한 제약이 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는 단지 오랜 기간동안 어른을 공경 하고 나보다 약한 자를 보호한다는 우리의 오랜 관행과 관습에 기초한 것이 다. 후자의 경우에는 도로교통법이란 법이 있어 반드시 파란 신호등일 경우 에만 건너가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어떠한 제약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사전적으로 법을 전제로 한 행동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 러나 특히 어린이나 나이 많은 노인들은 도로교통법이 무엇인지는 물론 그 런 법이 존재하는지 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단지 습관적으로 파란 신호등일 경우에 횡단보도를 건넌다. 이들의 경 우 대부분은 사전적으로 법을 전제로 행동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사후적으로는 법을 준수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우리 주 변에 얼마든지 많이 있다.

이처럼 우리 주위에는 법이나 제도가 아닌 관행과 관습, 즉 오랜 기간에 걸쳐 생성된 자생적 질서(spontaneous order)1)에 의해서 자율적으로 행동하 면서 질서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즉 우리 주변에는 자생적으로 생기 거나 이미 생긴 법 아닌 법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법치주의2)를 부르짖 는 우리나라에 수십년 동안 성행하고 있는 권리금이란 제도도 자생적으로 생성된 것이다. 이처럼 권리금이라는 것이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제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우리 사회에서 널리 행해지고 있는데에는 분명 어떠한 이유, 즉 경제적인 원리 내지는 합리성이 존재할 것

1) 우리 사회에는 두 가지 질서가 있다. 첫째, 자생적 질서란 인간의 행위 결과로 형성된 질서로 서 인간이 특정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질서가 아닌 질서로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작위적 질서(manmade order)란 인간들이 특정한 목적 과 의도를 가지고 인위적으로 만든 질서로서 보이는 손(visible hand)이라 할 수 있다.

2) 하이에크의 법치주의란 인간의 공정한 행위의 일반준칙으로서의 법은 개인과 정부(입법부 포 함) 모두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원리이다.

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권리금의 본질 및 그 효과, 권리금의 법경제학적 분석과 권리금의 유형, 권리금의 반환 등을 살펴봄으로서 자생적으로 생성 된 질서라 할지라도 시장에서 얼마든지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 을 보이고자 한다.

II. 권리금과 기존의 견해

1) 권리금이란?

자생적 질서에 의해 생성된 권리금은 대부분 도시의 몫 좋은 곳에 위치한 토지나 건물, 특히 상가 등의 점포를 임대차할 경우에 보증금 및 임대료 이 외에 별도로 임차인(신임차인)이 임대인(전임차인)에게 지급하는 돈이다. 다 시 말해 토지 및 건물을 임대차 하면서 그 본연의 재산적 가치뿐만 아니라 그 토지나 건물(점포)이 가지는 특수한 장소적 이익(교통편리, 주변환경 등 입지조건에 의한 이익)이나 영업적 이익의 대가 등으로서 신규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지급하는 금전을 권리금이라 한다. 이러한 권리금을 우리는 통상 프리미엄(premium), 웃돈, 또는 코너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일본에서는 이 를 禮金3)이나 償却이라 한다(정동욱, 1995).

일본의 경우, 1940년 地代家賃統制令에 의하여 地代 家賃의 통제가 이루 어지자 이를 회피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일반주택의 임대차에까지 권리 금이 수수되었다. 일본에서의 권리금 수수는 2차대전후의 주택난에 기인한 바 크다(김형진, 1984). 우리 나라의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주택임대 차에 관한 차임증액의 비율을 규제하고 있으나 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 으로서의 권리금 수수는 행해지지 않고 있다. 주택이나 택지에 있어서의 권리금은 일반적인 부동산 경기의 상승과는 달리 기존 주택 및 택지가 주 변환경개선(지하철역 신설, 신규버스노선 신설, 대형 유통시설 신설, 공원 신설 등)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이다. 이것 역시 상가점포의 장소적 이 익에 대한 권리금과 유사하다 할 것이다.

권리금은 주로 임차인이 또다시 다른 사람에게 임대할 때(이를 轉貸借라 함)받는 것이 대부분이고 전대차계약 외에 별도로 권리금에 관한 계약을 하 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건물주(점포주)는 임대차 계약을 할 때, 임차인이 권리 금을 받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단서조항을 계약서에 쓰는 것이

3) 일본의 敷金(우리 나라의 전세보증금)은 약 1-2개월의 임대료 상당액으로서 임대료의 연체 및 임대목적물의 훼손시, 임차인의 채무를 담보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또한 임차인은 임차 시에 보증금 외에 별도로 임대인에게 禮金(1-2개월의 임대료 상당액)을 제공하는 관습이 있다(이은 영, 1987).

보통이다. 이는 소유주(임대인)가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를 권리금에 대한 임 차인간의 분쟁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소유주들은 임차인들의 권리금 수수행위를 묵인 내지 방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정동욱, 1995). 실제로는 임차인이 변경될 경우 임대인은 전 임차인이 신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면서 도 묵인하고, 다만 신 임차인과 갱신계약 또는 양도의 동의 시에 장래 임대 차계약 종료 시에는 모든 부속시설을 철거하여 원상 회복시킬 것과 권리금 을 임대인에게 주장하지 아니할 것을 각서로 받는다(하양명, 김영일, 1986)

권리금은 관행상․원칙상 일단 한 번 지급하면 절대 회수가 불가능한 것 이다. 단지 예외적으로, 임대인이 계약기간을 지키지 못하였거나 임대인 스 스로 권리금을 받을 목적으로 임차인의 영업상 또는 장소적 이익을 침해하 였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받았던 권리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권리금을 반환 받는다 하더라도 자기에게서 권리 금을 받은 임대인을 상대로 반환청구를 하여야지 건물주나 점포주를 상대로 해서는 받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경우, 점포주들은 명목상 제3 자를 임차인으로 내세워 그 제3자 명의로 다시 임대를 하면서 권리금을 챙 기는 경우도 있다(정동욱, 1995).

권리금은 실제 거래에 있어 일반적으로 고액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借賃이 나 賃貸保證金의 몇 배 내지 몇십 배라는 거액의 권리금이 수수되는 등 그 것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해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를 인정하거나 규제 하는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관행이나 관습에 의해 큰 무 리 없이 자율규제로 행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관습이라는 것은 법을 보충 하거나 제2의 법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더욱이 실정법에 반하여 나타날 수 도 있다는 것이다(김일수, 1996).4)

그리고 통상의 권리금은 장소적 이익에 대한 대가와 기존 내부 시설물의 양도가격도 포함되는게 일반적인 현상이다.5) 장소적 이익은 부동산 임대차에 있어서 그 사용대가의 원천을 이루고 있으며, 영업적 이익은 장소적 이익과 는 별개로 존재하면서 독립적으로 거래의 대상이 된다. 임대차 관계에 따라

4) 여기서 “법에 반하여”라 함은 단순히 법을 준수하지 않거나 또는 규범에 반하는 대립상 을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

5) 원고(신임차인)가 피고(구임차인)에게 지급한 위 권리금은 원고가 전과 같은 장소에서 수퍼마 켓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 포괄적 지위를 넘겨줌에 대한 대가, 즉 종전의 영업경영으로 창출 되고 누적된 고객확보 등에 대한 대가와 피고가 받아 온 장소적 이익이라는 무형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대가 등을 포괄평가해 지급된 것이다(1995.1.26 부산지법 94나 16967).

서는 장소적 이익은 별로 없더라도 영업적 이익은 풍부한 경우(산간벽지에 있는 유명 온천 등)가 있으며, 반대로 장소적 이익은 많으나(도심에서 새로 운 영업을 개시하는 경우 등) 영업적 이익은 별로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특히 주택의 임대차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장소적 이익은 고려될지언정 영 업적 이익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2) 권리금에 대한 기존 견해

권리금이 우리 나라에서 언제부터 수수되었는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 다. 8․15 해방을 전후로 하여 싹트기 시작한 권리금의 개념은 특히 6․25 전쟁을 전후하여 본격적인 권리금 수수가 행해 진 것이 아닌가 하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즉 전쟁으로 인해 많은 건물과 시설물들이 파괴되고 먹고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면서 건물(점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장소적으로 좋은 위치에 있는 점포(가게)를 임차하기 위해서는 보증금 및 임대료 이외에 추가로 웃돈 을 지급한 것이 오늘날의 권리금이 아닌가 생각된다(정동욱, 1995).

기존 제도하에서 권리금에 대한 법률관계를 살펴보면, 첫째로 임차권을 양수 받은 신 임차인은 전 임차인에 대하여 양도에 대한 소유주의 승낙 및 임대차계약의 갱신 등 약정한 내용대로 임차권자의 지위를 승계 받을 수 있 도록 협력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6) 만약 권리금의 반대급부로서 부속 시 설물의 양도 등이 포함된 경우에는 그의 이행도 청구할 수 있다. 전 임차인 이 그이 계약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책임 및 매도인의 담보책임을 진다. 만약 임대인의 동의를 얻지 못해 임차권을 유효 하게 양수 받지 못한 경우에는 지불한 권리금을 부당이득반환 청구하고 손 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은영, 1987).

둘째, 임차권의 양수인은 그의 권리금에 대한 반대급부를 임대인에게는 청구할 수 없다. 임대인은 권리금 반환의무를 지지 않는다. 단, 권리금의 반 대급부로 인수한 부속물은 임대차 종료 시 매수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646 조).

셋째, 권리금을 내고 轉借權을 설정 받은 전차인도 권리금에 대한 반대급 부는 賃借人(轉貸人)에 대해서만 청구할 수 있으며 임대인에 대해서는 권리

6) 권리금에 관한 분쟁의 대부분은 고액의 권리금을 지급하고 임차권을 양수 받은 신 임차 인이 투자한 돈을 충분히 회수하기도 전에 임대인으로부터의 해지 등의 사유로 임차권이 종 료하게 되는 경우에 빈번히 발생한다(김영일, 1986).

문서에서 법과 경제학 (페이지 189-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