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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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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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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법과 경제학

김정호 편

(2)

한국경제연구원

발간사

우리 연구원은 시장경제체제의 확립을 설립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 동안 각계 각층으로부터의 규제완화 요구가 있었고, 정부도 그 요구들을 수용하려 고 노력을 많이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시장원리의 확산을 위한 요구와 노력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규제를 당하는 당사자들은 규 제완화의 효과를 느낄 수 없다는 호소를 해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 동안의 규제완화 노력이 규제의 근본을 건드리기 보다는 절차의 간소화 같 이 지엽적인 문제에만 국한되었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우리 연구원에서는 지엽적인 문제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개별적 규제완 화 연구 보다는 경제제도의 근간인 경제법을 직접 다루어 보기로 했다. 문제 의 본질을 그대로 놓아 둔다면 아무리 규제완화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크 게 달라질 것은 없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이런 생각으로 시작한 연구가 <

시장체제 확립을 위한 법령 정비 사업>이다. 연구는 노동, 토지, 공정거래, 공기업, 산업 안전 및 소비자 안전, 환경, 금융, 조세의 8개 분야를 대상으로 2단계로 나뉘어져 진행되고 있다. 1996년에 완료된 제1단계에서는 각 분야의 주요 법령들이 시장원리에 적합한지를 비판한 후, 법제 개편을 위한 기본 방 향을 제시하였다. 1997년에 진행되는 제2단계의 사업에서는 1단계 사업에서 제시된 개편의 기본방향을 기초로해서 구체적인 조문화 작업이 이루어질 예 정이다.

1단계 연구의 결과물들은 <한국법의 경제학 I>, <한국법의 경제학 II>, <

법과 경제학>의 세권으로 출간된다. <한국법의 경제학 I>에는 토지, 노동, 공정거래, 공기업, 산업 및 소비자 안전, 환경 관련 법령들에 대한 개괄적인 분석과 개편방안을 다룬 논문들이 실렸다. 환경관련 법령의 경우, 법체계 전 반에 걸친 분석은 <한국법의 경제학 II>로 별도 출간했다. 좁은 주제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들은 <법과 경제학>이라는 제목을 달고 별도의 책으로 출간 되었다.

연구의 대상은 법이었지만, 연구자들은 모두 경제학자들이었다. 법에 대한 논의가 법조인들이나 법학자들의 손을 벗어나지 모했던 우리의 현실에 비추

(3)

어볼 때, 경제학자들이 본격적으로 법의 문제를 다룬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 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었다고 연구진 들은 생각하고 있다. 이 연구를 시발로해서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인 법경제학 연구의 움직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연구는 여러 분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연구의 총괄 진행을 맡았던 분은 연구원의 김정호 연구위원과 김강수 선임연구원이었다. 그들에 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각 분야의 연구를 맡아주신 박성준 연구위원, 이승 철 연구위원, 김상권 연구위원, 이주선 연구위원, 박찬일 연구위원, 조계근 선임연구원, 서준석 연구원, 한선옥 연구원께 감사를 드린다. 또 연구원 밖의 학자들이신 한성대학교의 이상한 교수, 전남대학교 정기화교수, 숭실대학교 김일중 교수, 한양대학교 주만수 교수, 동국대학교 곽노성교수 께도 깊은 감 사의 마음을 표한다.

마지막으로 각 논문에서 제시된 견해는 각 연구자의 개인적인 견해일 뿐, 한국경제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님을 밝혀 둔다.

1997. 1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조석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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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일중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상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승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주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박성준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주만수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정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강수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한선옥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

(5)

Abstract

각 논문 말미에 첨부되어 있슴.

(6)

차 례

발간사 필자 소개

제1장 재산권이론을 통한 불법행위법의 재정립 ꠜꠜꠜꠜꠜꠜꠜꠜꠜꠜꠜ???

김일중

제2장 중소기업 기준의 적합성 검토 ꠜꠜꠜꠜꠜꠜꠜꠜꠜꠜꠜ???

김상권

제3장 공정거래법의 사적집행에 관한 연구 ꠜꠜꠜꠜꠜꠜꠜꠜꠜꠜꠜ???

이승철

제4장 공기업 소유‧지배구조의 다중성과 경제적 효율성 ꠜꠜꠜꠜꠜꠜꠜꠜꠜꠜꠜ???

이주선

제5장 근로자파견제에 대한 소고 ꠜꠜꠜꠜꠜꠜꠜꠜꠜꠜꠜ???

박성준

제6장 세무조사 관련 법률의 경제분석 ꠜꠜꠜꠜꠜꠜꠜꠜꠜꠜꠜ???

주만수

제7장 건물과표 산정방식의 경제학적 평가 ꠜꠜꠜꠜꠜꠜꠜꠜꠜꠜꠜ???

김정호/김강수

제8장 권리금의 경제적 의미 ꠜꠜꠜꠜꠜꠜꠜꠜꠜꠜꠜ???

김강수

제9장 집단분쟁해결제도의 경제적 분석 ꠜꠜꠜꠜꠜꠜꠜꠜꠜꠜꠜ???

한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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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1. A Property-rights Approach to the Scope and Goal of Tort Law 2. The Effectiveness of criteria of a small firm 3. A Study on private Enforcement of antitrust Law 4. A Study on private Enforcement of antitrust Law 5. A Study of the Temporary help service) 6. A Study of the Temporary help service) 7. Economic Evaluation of Building Assessment Method 8. An Economic Meaning of Kwonrikeum 9. The Economic Analysis of Class A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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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권이론을 통한 불법행위법의 재정 립

(A Property-rights Approach to the Scope and Goal of Tort Law)

김 일 중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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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Ⅱ. 불법행위법의 구분

Ⅲ. 무엇을 실현하기 위한 불법행위법인가?

Ⅳ. 재산권이론과 불법행위법

Ⅴ.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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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재산권이론을 통한 불법행위법의 재정

일 중

<요 약>

경제규모가 커지고 또 경제관계가 복잡다기화되는 가운데 불법행위(tort)의 빈도수가 증가하고 그 유형도 다양해지면서 그에 대한 대응방안으로서 불법 행위법의 중요성이 날로 더해지고 있다. 문제는 적절한 인센티브를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법이 경제에 미치는 성과(performance)가 달라진다는 점 이다. 본고의 가장 큰 목적은 불법행위법이 과연 어디에 목적을 두어야 하는 가를 고찰하는데 있다.

불법행위법의 목적을 논하기 위해서는 불법행위가 무엇인가를 규명하는 작 업이 필요하다. 본고에서는 먼저 불법행위의 일반적 범주를 설명한다. 그리 고 불법행위 관련 문헌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위 침해(trespass), 불법방해 (nuisance), 사고(accident)를 법경제 논리에 근거하여 체계적으로 정의하기 위해서 기존의 분산되어 있는 연구문헌을 종합하여 그 구분에 관한 이론을 재정립해본다.

다음으로 불법행위법의 목적에 대해 논한다. 특히 작금 그 빈도수 및 형태가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불법방해를 대상으로 하여 그간 주장되어온 불법행위 법의 목적을 개관한다. 그동안 학계 및 법조계에서는 불법방해법의 목적을 놓고 크게 ‘정의(justice)’ 대 ‘경제효율성(economic efficiency)’의 두 개념을 서로 대치시켜왔으나, 이러한 구분방식이 반드시 옳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킬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곧 불법방해에서 자주 거론되는 ‘교정주의(corrective justice)’의 정확한 개념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될 것이다. 요 컨대 불법행위법의 목적을 교정주의의 실현에 있다고 전제할 때, 재산권 (property right)의 개념에 근거한 교정주의는 놀랍게도 ‘동태적 경제효율성’

의 제고와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다만 교정주의를 실현함에 있어서 거래비용 등의 이유로 단기적으로는 이른바 ‘효용주의적 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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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ilitarian constraints)’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유형이 지적될 것이다.

I. 序論

경제규모가 커지고 또 경제관계가 복잡다기화되는 가운데 불법행위(tort)의 빈도수가 증가하고 그 유형도 다양해지면서 그에 대한 대응방안으로서 불법 행위법의 중요성이 날로 더해지고 있다. 좋은 법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 들에게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문제는 적절한 인센티브를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법이 경제에 미치는 성과(performance)가 달라진다는 점 이다. 본고의 가장 큰 목적은 불법행위법이 과연 어디에 목적을 두어야 하는 가를 고찰하는데 있다.

불법행위법의 목적을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불법행위가 무엇인가를 규명하 는 작업이 필요하다. 영미법에 뿌리를 두고 발전한 법경제학이 이제 한국에 서 소개되고 있는 초기단계에서 불법행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고서는 그동안 축적되어온 연구결과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 물론 대륙법을 따르고 있는 우리의 법과는 용어나 법체계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경 제주체들을 움직이는 근본 인센티브체계는 전혀 차이가 없다는 사실과 따라 서 그러한 경제주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법적인 행위 및 분쟁형태 역시 매우 유사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한 강한 믿음을 筆者는 갖고 있다. 결국 본고의 대부분 논의들이 한국의 법과 경제에 매우 직접적인 시사를 주리라 본다.

본고에서는 먼저 불법행위의 일반적 범주를 설명한다. 그리고 불법행위 관련 문헌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위 침해(trespass), 불법방해(nuisance), 사고 (accident)를 법경제학 논리에 근거하여 체계적으로 정의하기 위해서 기존의 분산되어 있는 연구문헌을 종합하여 그 구분에 관한 이론을 재정립해본다.

불법행위가 발생했을 때 언제든지 책임(liability)의 문제가 관건이 되지 않을 수 없고, 불법행위의 유형에 따라 무엇보다도 책임의 배분방식이 다를 수밖 에 없으므로 불법행위법의 목적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이러한 구분작업이 반 드시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불법행위법의 목적에 대해 논한다. 특히 작금 그 빈도수 및 형태가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불법방해를 대상으로 하여 그간 주장되어온 불법행위 법의 목적을 개관한다. 그동안 학계 및 법조계에서는 불법방해법의 목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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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고 크게 ‘正義(justice)’ 대 ‘經濟效率性(economic efficiency)’의 두 개념을 서로 대치시켜왔으나, 이러한 구분방식이 반드시 옳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킬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곧 불법방해에서 자주 거론되는 ‘矯正正義(corrective justice)’의 정확한 개념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될 것이다. 요 컨대 불법행위법의 목적을 矯正正義의 실현에 있다고 전제할 때, 재산권 (property rights)의 개념에 근거한 矯正正義는 놀랍게도 ‘동태적 경제효율성’

의 제고와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다만 矯正正義를 실현함에 있어서 거래비용 등의 이유로 단기적으로는 이른바 ‘效用主義的 制約 (utilitarian constraints)’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유형이 지적될 것이다.

현재 한국경제는 불법방해의 폭과 빈도수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분쟁조정 의 수요 역시 폭증하고 있는 시점에 처해 있다. 경제행위의 합리적 지침을 세우는 일이 어느때 보다도 절실하다. 분쟁시마다 정치적이고 자의적인 판단 을 자주 해왔고 향후에도 그러한 관례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실제 및 잠재적 분쟁당사자, 법제정자, 및 법집행자가 矯正正義의 개 념을 재정립한다면 불법방해 및 그로 인한 갈등으로 초래되는 불필요한 국 가자원의 낭비를 극소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본고는 결국 ‘민간 합의에 의한 재산권 설정이 힘들 때 국가는 어떤 식으로 재산권을 배분해야 하는가’라는 법경제학의 궁극적인 질문에 대해 불법행위를 예로 삼아 부분적 으로나마 답하려는 시도라 볼 수 있다.

(13)

II. 不法行爲法의 區分

1. 不法行爲法의 根源

보통법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가장 큰 혼란을 주는 것이 바로 어디까지 재 산법(property law), 계약법(contract law), 그리고 불법행위법(tort law)을 적 용시켜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책임원리의 경제분석에 들어가기 전에 우선 본 고에서 다루게 될 책임원리의 대상인 불법행위, 나아가 그 중에서 불법방해 가 무엇인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보통법상의 불법행위는 형법보다 그 역 사가 깊다. 심지어 국가의 등장 이전에 생성되었다고 봐야 한다. 대부분의 고대사회에서 만약 甲이 乙을 때려 상해를 입혔다면, 甲은 乙에게 권리침해 (a wrong)를 행한 것이고 따라서 乙을 보상해야 했다. 사실 근대 불법행위 법의 상당부분은 고대 또는 원시사회에 그 근간을 두고 있다고 봐야 할 것 이다 (Posner, 1980).

그 역사적 유구성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불법행위의 원래 개념은 매우 광범위하다. 예컨대 Posner와 Landes는 불법행위를 위법한(tortious) 행위의 전체집합으로 보고 있다.1) 이렇게 불법행위를 광범위하게 정의한다면 그 책 임의 배분에 대하여 단일 원칙을 제시하는 것이 매우 힘들 것이다.2) 또한 일

1)

“불법행위(a tort)란 계약의 파기를 제외하고 민사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잘못된 행위를 일컫는다. 화가나서 사람을 때린다든지(battery, 폭행), 차를 부주의하게 몰아 보도로 침입 한다든지(negligence, 과실), 허가없이 타인의 토지에 들어간다든지(trespass, 침해), 남을 부당하게 비방하는 행위(defamation, 명예훼손) 등이 위법행위(a tortious)의 대표적인 예 이다.” (Landes and Posner, 1987, 1)

2) 미국의 법대생들에게 불법행위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법에 의해 요구되는 의무를 준수하지 않고 타인의 인체, 자산, 기타 이해관계에 피해를 야기 (cause)시켰기 때문에 그를 보상해 주어야 하는 민사상의 권리침해” (Kionka, 1992, 4)

그러나 이 매우 포괄적인 정의만으로는 과연 어떤 것이 불법행위인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주 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법에 의해 요구되는 의무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이와 연관하여 법 에 의한 의무를 준수치 않아도 반드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 다. 예컨대 계약상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계약파기로 취급하지 불법행위는 아니다. 더불어

‘야기’시켰다는 표현 역시 애매모호하다. 실제 상황에서 법적인 인과관계를 뚜렷하게 규명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불법행위의 정의가 이렇게 단순치 않기 때문에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 또는 구제방식 역시 간 단하지 않다. 그동안 불법행위를 명쾌하게 정의하고 그 책임에 대한 일관적인 논리를 개발하 려는 시도는 100년이 넘도록 계속되어 왔다. 그러나 위에서와 같이 그 정의가 너무 포괄적이 므로 불법행위의 책임원리에 대한 단일이론을 제시하는 작업은 거의 불가능했다고 Kionka는 강조한다.

(14)

단 불법행위가 성립되었다고 가정할 때 그 책임의 부과방식도 광범위할 것 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법경제학에서는 그 방식을 크게 두가지로 구분한다.

첫째는 재산권에 의한 원리(property rule)이고 두번째는 책임원리(liability rule)이다.

재산권원리의 기본이 되는 재산권(property rights)이란 특정 자원을 사용·통 제·향유할 수 있는 권리이다. 따라서 그 권리 소유자의 승낙이 없다면 그 자 원을 사용하려하는 어떤 제3자도 합법적으로 배제시킬 수 있다.3) 이것은 설 사 제3자에게 권리가 이양되는 경우 전체의 후생이 증가하더라도 관계없다.

즉 甲이 특정 승용차에 대한 재산권을 갖고 있다면, 보상 여부에 관계없이 乙은 그 차를 취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설사 乙이 법정에 가서 그 차가 자 신에게 주는 가치가 甲의 그것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증명하더라도 마찬 가지이다. 乙이 그 차를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甲으로 하여금 자발적 으로 권리이양토록 하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책임원리란 특정 자원의 사용에 있어서는 타인의 참여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해당 자원사용으로부터 받은 피해에 대해서는 배상을 요 구할 수 있는 권리를 창출시킨다. 예컨대 보도의 통행자라고 해서 승용차운 전자가 실수로 보도에 들어와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위를 막을 수는 없 다. 다만 사고때문에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 한 설사 교통사고의 처분이 기여과실의 항변을 인정치 않는 무과실책임원리 를 따른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그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정도의 재산권을 소유하지는 못한다는 의미이다. 요컨대 피해자측의 권리를 상당히 중시하고는 있으나 결국 책임원리를 따르고 있다.

이 두가지 원리의 속성을 실질적으로 구분하기 위해 Michelman(1971)은 다 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4) 즉 사고로 인한 피해의 희생자를 잠재적인 (prospective) 경우와 실제(actual) 경우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이다. 재산권원 리는 피해를 발생시킬 행위에 대하여 금지(enjoinment) 또는 징벌적 배상 (punitive damages)의 권리를 갖고 있으므로 잠재적 가해자는 잠재적 피해자 에게 미리 협상을 하려는 인센티브를 갖게 되고, 협상이 결렬될 경우 자신의

3) 예컨대 공용수용(eminent domain)과 같은 경우는 이 원칙의 예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수용 의 주체는 국가이어야 하며, 민간끼리의 관계에 있어서 재산법에 의한 원칙을 전제하는 경우 그 예외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4) 그러나 언제 이 두가지 원리를 적절히 사용해야 하는가는 별개의 중요한 문제이다. 이는 김일 중(1996a)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으며, 그 기본논리는 특정 목적을 달성하려는 규제의 효율적 방식을 결정하는 요소들과 (김일중, 1995a) 상당부분 일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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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를 억지하게 된다. 반면 책임원리는 실질적 사고에 대하여 사후 보상적 배상(compensatory damages)만을 하면 되므로, 그럴 의향이 있을 때에는 언 제든지 피해를 입힐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후자는 일면 잠재적 가해자에게 보상을 조건으로 가해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5)

2. 侵害 對 不法妨害

앞에서 불법행위의 범주는 역사적으로 매우 광범위하다는 사실이 지적되었 다. 이제 좀더 체계적으로 불법행위를 구분하여 본고의 주대상이 되는 불법 방해의 범주를 결정하도록 한다. 먼저 불법침해(trespass)와 불법방해 (nuisance)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6)

Keeton et al.(1984)에 따르면 불법방해의 법적인 의미는 토지의 사용 또는 향유에 대한 방해를 뜻한다. 가축사육장에서 내뿜는 악취는 이웃 주민들의 자산을 향유할 권리를 방해하므로 불법방해를 구성한다. 한편 Posner(1992, 56-56)는 자원의 사용에 있어서 발생하는 갈등(conflicting uses)이 불법방해 인데 반하여, 침해는 자원의 소유권에 대한 갈등(conflicting claims)이라고 구분하고 있다.7) 따라서 일단 침해는 책임의 부과방식에 있어서 재산권에 의 한 원리와 책임원리 사이에 금을 긋는 법률용어라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乙이 甲의 토지를 불법점유했다면 甲은 침해로 인한 피해배상권 (damages) 뿐 아니라 침해의 재발을 막는 유지명령권(injunction)도 가질 수 있다. 乙이 아무리 그럴듯한 이유를 대어도 법원은 침해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미 발생한 침해에 대해서는 징벌적 배상(punitive damages)을 하는 것이 관례이므로, 만약 乙이 甲의 토지를 매우 원한다면 사전적으로(ex ante) 甲과 협상을 하려는 인센티브를 갖게 될 것이다.

5) 만약 책임원리가 후술되는 바와 같이 경제효율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 책임원리는 해당 자 원의 가치를 좀더 높게 두는 쪽으로 자원을 이전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재산 권에 의한 원리는 끝까지 피해자의 승낙을 조건으로 함으로써 설사 가해자가 느끼는 가치가 더 높다고 하더라도 자원의 이전이 불가능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재산권원리는 거래를 가능한 시장으로 유도하고, 책임원리는 거래를 시장보다 법원을 통해 이루어지도록 한다고 볼 수 있다.

6) 법경제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있어서 이 두가지 (광범위한 의미에 있어서의) 불법행위는 늘 혼란의 대상이 된다. 침해는 재산법에 속하는데, 불법방해는 재산법 뿐만 아니라 불법행위 법에 관한 문헌에 자주 인용되기 때문이다. 대체로 학자들은 그 구제방식에 초점을 두어 전자 는 재산권원리를 사용하고, 후자는 재산권원리 및 책임원리를 병용하는 위법행위라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러한 구제방식을 사용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게 된다.

본문에서는 이에 대한 한가지 대답을 제시하려 하고 있다.

7) 다만 후술되는대로 Posner는 이 전통적인 구분이 근본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한다. 그가 생각하 는 근본적인 차이점이란 거래비용의 크기이다.

(16)

침해의 경우 재산권을 가장 확실하게 지켜주고자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거 래는 시장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법경제학 분 야에서 가장 획기적인 이론중의 하나가 침해와 불법방해의 차이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다. 특히 Posner에 의해 주창된 이 시각은 다음과 같다. 민간 끼리의 협상이 가능한 경우, 즉 거래비용(transaction costs)이 낮은 경우에는 침해를 이용해야 하고, 거래비용이 높은 경우에는 불법방해의 원리를 적용해 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거래비용의 크기가 침해 또는 불법방해의 적용 여 부를 결정한다는 논리이다. 나아가 거래비용이 낮아 민간끼리 협상이 쉽기 때문에 침해는 시장내의 거래를 촉진시킨다는 주장이다 (Posner, 1992, 70).

다소 차이가 있으나 본질적으로 Merill(1985)도 흡사한 논리를 주장하고 있 다.

그러나 筆者는 이상과 같은 주장이 Coase(1960)에서 제시된 거래비용의 중 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발생한 오류라고 판단된다. Coase가 거래비 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실제로 정교한 분석을 한 예는 대부분 불법방해 에 해당되는 것이었다. 원래 보통법에서 사용되던 침해는 피고의 고의성 (wilful) 피해에 주로 적용되었다 (Burke, 1993, 2). 또한 원고의 토지가 ‘직접 적이고, 즉각적이며, 가시적인’ 주체에 의해 침범되었다는 사실이 침해의 성 립요건이었다. 이 경우 원고는 실제 피해를 입증할 의무도 지지 않았다 (Kionka, 1992, 142-143). 즉 침해는 직접적인 권리의 침해가 발생되는 경우 에 그 재산권을 최대한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거래비용이 작다는 사실이 침해성립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는 있으 나 ‘充分條件’이 될 수는 없다. 이웃하고 있는 두 건물사이에 발생하는 일조 권에 대한 분쟁도 거래비용만 따진다면 침해를 성립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Coase(1960)에서도 볼 수 있듯이 보통법상에서 일조권에 관한 분쟁은 대부분 불법방해의 범주 속에서 다루어왔다.8)

마찬가지로 침해가 성립했다고 해서 거래비용이 반드시 작다고만은 볼 수 없다. 즉 거래비용이 높더라도 침해는 성립할 수 있기 때문에 거래비용이 작 다는 사실이 침해성립의 ‘必要條件’도 아니라는 의미이다. 특히 토지 이외에 재산권을 절대적으로 보호코자 침해의 원리를 적용시킬 수 있는 대상, 예컨 대 인체나 지적재산권에 대한 의도적인 침해의 경우 거래비용만으로는 설명

8) 대표적인 예로 Fountainbleu Hotel Corp v. Forty-Five Twenty-Five, Inc.(Fla. App., 1959)는 마이애미비취에 14층 건물을 추가로 지으려는 호텔과 그를 저지하려는 Eden Roc. 호텔간의 분쟁이었는데, 이 추가건물로 인하여 생기는 그늘은 부의 외부효과를 유발시킨다는 것이 원고 측 주장이었다. 불법방해가 성립되는가에 초점을 두었던 법원은 결국 원고의 유지명령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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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섬이 30세대의 주민에 의해 공동으 로 소유되어 있는데 섬의 일부를 외부인에게 매각하기 위해서는 전원의 동 의가 있어야 한다는 계약이 존재한다고 하자. 그 섬에 관광단지를 짓고자 하 는 기업은 자연히 상당한 거래비용을 예측할 것이다. 그렇다고 주민들이 모 르게 또는 강압적으로 건물을 짓고 나서 배상을 하겠다는 기업의 의사를 법 원이 존중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저명한 소설가가 저작권을 10명의 자손들에 게 공동으로 물려 준 경우에도 그 저작권을 사려는 영화사는 매우 큰 거래 비용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거래비용이 높다는 사실 때문에 영화사의 침 해행위를 다른행위로 경감시켜 줄 수는 없는 것이다.9)

이상과 비슷한 오류는 Landes and Posner(1987, 44)에서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우선 그들은 불법행위법을 광범위하게 정리한 Keeton et al.(1984, 622) 이 침해와 불법방해를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침해는 원고가 배타적으로 소유한 토지에 대한 이권을 침범하는 것이며, 불법방해는 그 토지를 사용하고 향유하는데 대한 방해를 의미한다. 이 차이점은 남의 잔디밭에 직접 들어가는 것과 그 토지 옆에 매춘집을 짓는 경우의 차이와 같다. 또는 나무를 잘랐는데 그 나무가 남의 토지경계 안으로 쓰러졌을 때와 정미소를 지어 이웃들이 밤 잠을 설치게 하는 상황과의 차이점과 같다.”

문제는 Landes와 Posner가 이 문구를 수용하면서 양자의 차이점을 거래비용 이라는 기준만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잔디밭에 들어가는 것과 나무를 그 토지 안으로 쓰러뜨린 것은 2인 거래(two-person transactions)인 데 반하여, 매춘집을 여는 것과 정미소를 운영하는 것은 다인 사이의 거래이 기 때문에 거래비용이 매우 높을 것이라는 논리이다. 따라서 후자는 불법방 해로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구분에는 상당한 무리가 존재한다는 것이 筆者의 생각이다.

만약 甲의 주택이 산속 외딴 곳에 떨어져 있었다고 하자. 매춘집을 열려고 하는 乙은 마을 한가운데에서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야기시킬 것 같으므로 오직 甲만의 주택이 위치한 외딴 곳으로 결정하였다고 하자. 그렇다면 분쟁 은 甲과 乙 사이의 2인거래가 될 수 있고, 따라서 거래비용은 매우 낮다고 봐야 할 것이다.10)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은 乙의 행위를 甲의

9) 또한 10명의 주민이 공동으로 마을 입구에 선술집을 차리고 싶다고 해서 그 위치에 전부터 살 고 있던 주민 5명의 집을 강제로 부수고 사후적으로 피해보상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설사 협상에 소요되는 거래비용이 높다 하더라도 이 경우는 침해로써 봐야 하며, 따라서 사전협의 를 의무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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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에 대한 침해로 볼 수 있겠는가의 문제에 봉착한다. 위 Keeton et al.의 설명대로 이 상황은 甲이 자신의 토지를 향유하는데 있어서 발생한 갈등이 지, 결코 甲의 소유권에 대한 직접적인 갈등은 아닌 것이다. 乙은 나름대로 자신이 구입한 토지에서 자신이 원하는 영업을 수행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 할 것이다. 서로 부합되지 않는(incompatible) 토지의 ‘이용’에서 비롯되는 분 쟁이므로 이 경우에도 불법방해로 취급해야 할 것이다. 정미소의 소음공해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분쟁이 발생한 것은 주민의 재산권에 직접적 인 침범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토지내에서 영업을 수행함으로써 부수적 으로 발생한 소음때문이었다. 따라서 이 경우도 불법방해로 취급해야 한 다.11)

침해와 불법방해간의 차이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Epstein(1993b)에 설명된 불 법확장(encroachment)의 경우를 살펴보자. 불법확장이란 침해의 한 종류로서 피고가 원고의 토지에 영구건축물을 세웠으나 그 피해가 그리 크지 않을 때 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담장이 이웃의 땅을 조금 침범했다든지, 상하수도관 이 이웃의 땅 밑으로 지나갈 때 등이다.

문제는 Garagosian v. Union Realty Co.(Mass. 1935) 사건에서도 보듯이 불 법확장은 침해와 동일 선상에서 취급되었고, 따라서 그의 해결은 주로 유지 명령(injunction)의 구제였다고 한다. 즉 원고의 피해가 작다거나, 피고의 행 위가 의도적은 아니었다거나, 또는 원고가 평가하는 가치가 피고의 그것보다 더욱 크다는 등의 이유로 유지명령의 구제를 다른 방법으로 대체할 수 없다 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한 반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12) 그렇다면 법원은

10) 사실 乙은 다른 외딴 곳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므로 소위 쌍방독점(bilateral monopoly) 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11) 물론 일단 불법방해로 인식한 후 책임의 배분은 여러가지가 될 수 있다. 예컨대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Landes와 Posner의 주장대로 매우 낮은 거래비용 상황에서 분쟁이 발생했다면 책 임원리보다는 재산권원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김일중 (1996a)을 참조할 수 있다.

12) 그 반발에 대한 해석을 하기 위해 Epstein은 소위 '단일주인테스트(single-owner test)'를 적 용시켰는데, 이는 원고와 피고가 동일인이라면 무엇을 원할 것인가 따져보는 것이다. 결국 이 러한 판결에 대해 반발을 야기시킨 이유는 단순히 단일주인테스트를 적용시키면 불법확장을 인정하는 쪽으로 원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즉 단일주인이라면 대부분의 이미 발생된 불법확장 경우에 철거를 원치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굳이 단일주인테스트를 거치지 않더라도 Coase식의 논리를 따지자면 불법확장은 쌍방독점을 야기시키기 때문에 거래비용이 높아지고 따라서 책임원리가 우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경제학자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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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불법확장을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할 재산권의 범주로 간주하였는가에 대 해 Epstein은 체계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해당 사건의 판결문 자체만으로 해석해 볼 때, 법원이 이를 침해의 일종으로 간주하지 않아 유지명령을 내리지 않을 경우 의도적인 불법확장이 잦아질 것이라는 우려때문이었다. 즉 외부효과(externality)가 빈번히 발생할 것을 우 려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Epstein은 ‘단일주인테스트’를 좀더 정교하게 적 용시켜 본다. 이때 단일주인은 각 구획의 책임자들을 선정한 후 각기 편익극 대화를 꾀하도록 다스리고 있는 전체 주인으로 상정할 때, 구획간의 잦은 불 법확장은 책임자들의 인센티브를 왜곡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이미 용도에 따 라 구획을 정해놓은 상태에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불법확장을 막을 수 있을텐데, 그렇지 못한 경우 정해놓은 구획을 자주 침범하는 것을 구획 전체 를 총괄하는 단일주인도 원치 않을 것이라는 식으로 논리를 유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불법확장에 대한 철거명령(removal)은 부동산계약에 있어서의 특 정이행(specific performance)과 같은 관계에 있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Epstein은 법원의 판결을 옹호하고 있다. 불법확장에 대해 철거명령을 내리 지 않는 경우에는 외부효과가 매우 커지기 때문이다. 철거명령이 없다면 이 후 불법확장에 대한 실질적인 제약이 없게 된다. 먼저 불법확장해놓고 다음 에 사과하며 실제 발생한 정도만큼 배상한다면 불법확장이라는 일방적 행위 가 자주 발생할 것이다.

한편 피해액을 그대로 배상받는다면 구태여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이 생길 수도 있다고 Epstein은 인정한다. 환언하면 불법확장자는 예전보다 나 아지고, 토지주는 예전과 후생수준에서 차이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불법확 장은 Pareto 개선을 의미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론 은 두가지로 나눌 수 있으나 그 중 더욱 중요한 것은 인센티브의 왜곡이라 는 것이다.13) 화폐적인 계산으로 불가능한 피해는 배상받지 못할 뿐만 아니 라 현실적으로는 분쟁해결의 거래비용인 소송비용이 존재하기 때문에 피해 자들은 아예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불법확장하려는 인센티브를 권장하는 결과를 갖게 된다고 강조 한다.

따라서 불법확장에 대하여 철거명령을 내리는 주요 이유는 불법확장의 속성 상 초기 발발율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불법확장을

13) 첫째 이유로서, 창출되는 이익의 전부를 불법확장자가 차지한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리 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리 강한 경제논리가 되지 못한다고 Epstein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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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해의 일종으로 간주함으로써 홀드아웃(holdout)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철거명령으로 인하여 실 제 불법확장의 빈도수가 감소함으로써 얻게 되는 편익이 더욱 크다고 Epstein은 주장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Epstein의 이론이 돋보이는 이유는 비단 불법확장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침해의 경우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재산권에 대한 직접적인 침범이 잦아질 위험이 존재 할 때는 거래비용에 관계없이 침해로 규정하여 재산권에 의한 원리를 사용 해야 한다는 명제를 확인할 수 있다.

3. 事故 對 不法妨害

앞에서 본대로 가장 넓은 의미에서 불법행위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침해가 한편으로 기존의 문헌에서는 매우 빈번하게 재산법 관련 위법행위로 취급되 고 있다. 반면 똑같이 넓은 의미에서 불법행위의 한 부분인 불법방해는 가끔 재산법으로 따로 구분되나 (예, Ackerman, 1977; Merill, 1985; Posner, 1992;

Cooter and Ulen, 1988; Kaplow and Shavell, 1996 등), 때로는 불법행위법 에 포함되어 문헌에 나타난다 (예, Coase, 1960; Calabresi and Melamed, 1972; Fletcher, 1972; Posner, 1982; Epstein, 1973, 1979; Wittman, 1984;

Lewin, 1990 등). 한편 불법방해까지도 제외시키면서 명백히 사고(accidents) 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장 협의의 불법행위로 취급하는 문헌들도 존재한다 (예, Calabresi, 1970; Shavell, 1987; Brown, 1973; Cooter, 1985; Posner, 1992; Rubin, 1995; Epstein, 1995 등).

침해는 전적으로 재산권에 의한 원리를 사용하고, 불법방해는 재산권원리 및 책임원리를 병용하지만, 사고는 대부분 책임원리를 사용하는 관례를 볼 때, 이 세가지 (광의의) 불법행위 사이에는 재산권에 의한 원리에 의존하는 정도 를 기준으로 일면 수직적인 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앞에서는 상위 두 부류가 어떻게 구분되는가에 대해 논했으므로, 이제 하위 두 부류인 불법 방해와 사고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가에 대해 간략히 검토하자.

작금 그 빈도수가 급증하고 있는 환경분쟁의 예를 보자. 똑같은 오염이라 하 더라도 씨프린스호의 원유방출·원전발전소의 방사선 누출 등으로 인한 오염 과, 낙동강 공장폐수 및 한강상류 가축사육장에서 나오는 폐기물 등으로 인 한 오염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두 경우 모두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것은 동일하지만, 아마도 전자는 사고의 불법행위법을 적용하는 대표적인 경 우이고, 후자는 불법방해의 불법행위법을 적용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이 두가지 부류의 불법행위를 구분하는데 있어서 언뜻 떠오르는 기준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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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에 비해 전자는 의도하지 않은(unintentional) 경우가 대부분이 아니겠는가 라는 명제이다. 그러나 최소한 경제학적 시각에서 보자면 이는 그리 설득력 을 갖지 못한다. 방지노력을 하면 의도하지 않은 사고 역시 줄일 수 있고 방 지노력을 하는데는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사고가 줄어드는 상태 즉 안전 (safety)이란 고의성을 떠나 일단 전형적인 경제재화(economic good)이다 (예, Shavell, 1987; Viscusi, 1992). 바다에 원유방출하는 사고를 100% 없애 기는 힘들겠지만, 실력있는 항해사를 고용하고, 일기예보를 위한 최첨단장비 를 구입하고, 충돌시 원유의 방출을 억제하는 이중탱크를 사용한다면 그 빈 도수는 줄일 수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환경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이러한 사고를 내놓고 고의적으로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방지노력을 얼마나 하는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결국 정화비용때문에 매일 폐수를 그대로 낙동강에 방출하는 공장주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비용 때문에 원유의 방출 을 방지할 수 있는 시설을 구입하지 않는 유조선주인의 인센티브에는 큰 차 이가 없다. 즉 어디까지 고의성을 인정하는가는 매우 주관적이고 애매모호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법경제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이 두가지 불법행위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위 험(risk)에 관련하여 사전협상(ex ante negotiation)가 얼마나 가능한가에 있 다. 환언하면 ‘사전협상에 소요되는 제반 거래비용(transaction costs)’의 차이 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거래비용의 규모를 결정짓는 요소들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피해가 ‘지속성(sustenance)’을 띄고 있을수록 피해의 계산 을 하기 쉬우며, 그 밖에도 피해 계산 및 보상수준을 사전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따라서 사고의 기 본특성은 사고방지를 위해 당사자간 사전협상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 미한다. 고로 사후해결만이 가능하다.

사고로 발생하는 피해의 대부분은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사실이 사전협상 을 힘들게 한다.14) 만약 사고피해가 지속적 또는 반복하여 발생한다면 이는 이미 사고의 범위를 벗어나 불법방해에 관한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매우 격리된 땅을 통과하던 폐기물처리트럭이 실수로 폐기물을 쏟게 되었는데, 알 고보니 그렇게 그 지역에 폐기물을 갖다 버리는 것이 비용효율적이라고 판 단되었다고 하자. 처음 실수로 방출한 사건은 그 트럭주인이 일으킨 사고가

14) 여기서의 ‘피해의 지속성’은 피해 자체가 물리적으로 얼마나 지속되는가를 의미하지 않고, 그 러한 피해를 야기시킨 사고가 얼마나 계속적으로 발생하는가를 의미한다. 예컨대 씨프린스호 의 원유방출로 인한 환경피해는 수 년 또는 수십 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씨프린스호의 원 유방출이 (같은) 사고지점에서 매일 또는 매달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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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지만, 향후 계속적으로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트럭회사측과 지역 소유주와의 갈등은 더이상 사고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그때부터는 불법방해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15) 왜냐하면 후자의 경우 특정 시점에서 볼 때 피해 가 향후 지속적으로 발생하므로 주민들은 현재까지 발생한 피해에 대한 배 상(damages) 뿐만 아니라 향후 되풀이될 그 방출에 대한 유지명령 (injunction)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유지명령청구를 받아 들인다면 주민과 트럭회사간의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 트럭회사측에서 볼 때 폐기물방출을 향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목 적을 갖고 있으므로 이는 사전협상이 된다.

한편 침해와 불법방해를 구분하는데 있어서 본고는 Landes and Posner와 이견을 보였지만, 아래 인용에서 보듯이 불법방해와 사고의 구분을 하기 위 해 본고에서 제시된 방식은 그들의 이론과 거의 일치한다.

“불법방해에 의한 피해는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나 계속적이고(continuous) 확실한 (certain) 반면 사고로 인해 발생되는 피해는 단속적이고(intermittent) 확률적 (probablistic)이다. 아마도 이 점이 불법방해와 사고를 대체로 구분하는 기준이 될 것 이다.” (Landes and Posner, 1987, 42)

첫번째 피해의 ‘계속성 대 단속성(또는 일회성)’ 문제는 앞서 주장된 피해지 속성의 차원을 의미한다. 두번째 ‘확실성 대 불확실성’ 문제 역시 확실할수록 협상테이블에 응할 당위성(원고측) 및 의향(피고측)이 커지므로 결국 사전협 상의 가능성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본고에서는 ‘사고 → 불법방해’의 순으 로 갈수록 피해가 지속적이며 기타 사전 협의가 가능한 상황이라 주장하였 다. 따라서 Landes와 Posner의 첫째 차원은 본고의 주장과 그대로 일치하며, 둘째 행위의 주체 문제 역시 ‘기타’ 사전협의를 가능케 하는 조건 속에 포함 된다. 피해발생이 확실할수록 가해자의 주체가 뚜렷해지고 따라서 사전협의 를 위한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본고의 이러한 구분방식을 대체 로 지지하는 시각은 Epstein(1979, 65)에서도 찾을 수 있다. 특별히 사고와 차별화하려는 목적은 없었으나, 그는 보통법상의 의도(intention)에 관한 개 념에 초점을 맞추고 불법방해란 고의성있고(purposive) 반복적인(repetitive) 행위로부터 야기되는 알려진 부산물(known by-products)이라 규정하고 있 다. 한편 사고에 대해서는 단일의(single), 갑작스런(sudden), 그리고 고립된

15) 국가소유로 되어 있는 공터에 폐기물을 버려 그 악취 또는 공해물질이 인근 주민들의 생활에 지장을 초래한 경우가 대표적 예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 트럭이 폐기물을 직접 특정인의 토지내에 방출하였다면 불법방해보다는 침해의 범주에 해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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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lated) 사건이라 정의하고 있다 (Epstein, 1979, 79).

이제 본고의 이하에서는 불법행위중 불법방해를 대상으로 하여 어떤 식으로 책임을 배분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검토한다. 즉 불법방해를 성립시키는 근본 요소는 무엇인가를 검토한다. 특히 정의·효율성·형평성 등의 근본요소에 대한 대표학자들의 이론을 심도있게 비교분석한다. 따라서 이하의 논의는 규범적 성격도 다분히 갖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현재 불법방해라 구분할 수 있는 사건들과 관련된 분쟁이 급 증하고 있다. 정치민주화·정보공개확산·지방자치제실시 등으로 오랜시간 잠복 해 있던 분쟁이 분출되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소득증가와 더불어 안전·환경·위생·복지 등에 대한 욕구가 급증하면서 그동안 간과하거나 무시되 었던 부문에서 개인 대 개인, 개인 대 집단, 집단 대 집단, 개인 대 정부, 집 단 대 정부, 정부 대 정부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그리고 환경오염시설의 유치를 둘러 싼 갈등과 같이 이러한 분쟁중의 상당수가 불법방해적인 요소 를 갖고 있다. 본고의 논의를 통해 향후 불법방해적 분쟁을 어떤 식으로 해 야 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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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무엇을 實現하기 爲한 不法行爲法인 가?

1. 一般論

불법행위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이 30여년 전 본격적으로 시작되기16) 이전의 대부분 학자 또는 현재에도 기존의 순수한 법학이론을 따르는 학자들에게 불법행위법의 목적은 대개 다음의 세가지로 요약된다 (Kionka, 1992, 5-11):

① 타인의 행위로 인해 손실 또는 피해를 본 자를 보상해 주는 것, ② 책임 있는 자에게만 마땅히 보상부담을 지움으로써 정의를 실현하는 것, ③ 미래 의 손실이나 피해를 막는 것.

위 세가지 목적은 간단히 보상(compensation)·정의(justice)·억지력 (deterrence)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 법학자들은 보상과 책임을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여겼었다. 불법행위에 관한 법경제학이 발전되면서 순 수한 법학자들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것은 이 세가지 목적만을 포함시킨다 면 아마도 전자에서는 억지력을 역시 매우 중요한 목적으로 간주한다는 점 일 것이다. 마땅히 책임있는 자가 자신 때문에 피해를 입은 자를 보상시키도 록 강제하는 것도 결국 미래에 그러한 불법행위를 다시 저지르지 않도록 하 기 위함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깔려 있다. 즉 억지력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바로 그것이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수많은 법경제학자들은 불법행위법의 목적이 궁극적으로 경제자원의 효율적 인 배분을 유도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이 부분은 법경제학을 연구해 온 모든 학자들에 의해 수용되는 명제는 아니지만 경제효율성의 개념이 본 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분명히 법경제학의 공헌이라 할 수 있다.17) 한편 일군 의 학자들은 불법행위법이 경제효율성 보다는 정의로움의 실현을 제일의 목 적으로 삼아야 한다고 피력해왔으며, 이러한 주장을 뒷바침하기 위해 대부분 일종의 도덕론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렇다면 과연 불법행위법의 근본 목적은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가? 이하에서는 불법방해를 주대상으로 하여 불법행 위법에서 바로 이러한 가장 중요한 요소, 말하자면 실현하려는 핵심목적이

16) 이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김일중(1995b)을 참조할 수 있다.

17) 이 과정에 대한 좀더 자세한 설명은 김일중(1996c)을 참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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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에 대해 논하려 하는 것이다.

불법방해의 논의 전반에 걸쳐 정의·공정성 등의 개념이 등장하는 것은 불법 행위법 자체가 상정하고 있는 한가지 전제조건 때문이다. 즉 불법행위법의 영역을 낯선 사람들(strangers)과의 권리분쟁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면 계약 법은 자발적이고 따라서 상호승낙하에서 권리의 이전문제를 다루는 영역으 로 상정한다. 고로 불법행위법에서는 소위 ‘矯正正義(corrective justice)’라고 표현되는 개념이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된다. 비자발적 상황에서 피해를 입었 다면 구제를 해주어야 할 것이라는 기본목표가 깔려 있다. 그러나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정의를 실현한다는 사실 자체가 최소한 정태적인 개념으로 볼 때 경제효율성의 극대화와 서로 다른 방향을 가질 수 있고, 때로는 매우 심각한 상충관계(tradeoff)를 갖게 될 수 있다.18)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매우 심각한 문제는 아직도 학계에서는 ‘정의’와 ‘경제효율성’을 서로 상극된 개념 으로 보거나 기껏해야 독립적이라고 보는 시각에 있다. 서론에서 지적한대로 본고에서는 이 시각이 오류이며, 정의와 경제효율성은 서로 보완적일 수 있 으며, 나아가서 불법행위법에서의 矯正正義는 바로 이 두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정의돼야 한다는 점을 보이고자 한다.

얼핏 거창하게도 보이는 이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무엇이 矯正正 義의 개념이며, 불법행위법에서 그 개념이 얼마나 지향되어야 하며, 또 과연 어떤 상황에서 소위 효용주의(utilitarianism)가 얼마나 존중되어야 하는가 등

18) 후술되는대로 Epstein(1973, 1979, 1993a, 1993b, 1995 등)은 불법행위법에 있어서 矯正正義의 역할이 가히 절대적이라 보고 있다. 반면 계약법에서는 정의 및 (정태적) 경제효율성이라는 두가지의 목표가 갖는 상충관계가 본질적으로 덜 심각하며, 또 법원 역시 양자를 조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한다고 Epstein(1975)은 주장한다. 한마디로 그 수단이란 계약당사자의 사적 자치(private autonomy)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다. 아래 인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적자치 의 존중은 자유주의적(libertarian)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효용주의적(utilitarian) 입장에서도 대부분 정당화된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김일중(1996b)을 참조 할 수 있다. Epstein은 스스로 계약에 합의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말하자면 정 의를 실현하는 것이며, 또 그것이 경제효율성을 손상 보다는 제고시킨다는 믿음을 지난 30년 동안의 저술에서 표명해왔다.

“계약자유의 체제는 다음의 두가지 입장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하나의 입장은 효용주의이다.

특정 계약에 비당사자인 낯선 사람들의 권리는 불법행위법을 통해 보호해줄 수 있다고 전 제한다면, 그 계약을 집행시키는 것이 당사자들의 후생을 극대화시킬 것이고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다른 하나의 시각은 자유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 다. 법의 중요 기능 중의 하나는 각 개인들에게 자발적으로 행위할 수 있는 영향력의 공 간(a sphere of influence)을 확보해주는 것이다. 개인들은 그 공간내에서 자신의 행위를 국가나 제3자에게 정당화시켜야 할 필요가 없다. 불법행위법의 제약하에서 한 사람이 자 신의 소유물을 근거로 무엇이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동일한 제약하에서 두 사람도 상호 관련된 일에 대하여 원하는 바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이 권리는 나머지 세상 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 (Epstein, 1975,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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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본절에서는 이 주제에 관한 대표적 연구들이라 평가 되는 이론들을 체계적으로 비교평가하는데 그 목적을 둔다. Coase의 1960년 논문은 발표 직후 정부규제등 주로 公法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私法에 대한 영향은 좀더 늦게 시작하였는데,19) 특히 矯正正義에 대한 논쟁은 1970년대 초반 불붙어서 1980년대 초반 까지 약 10여년 동안 심화된다. 1980년대 이후 에도 개별 사건별로 나타난 특수성을 감안하여 矯正正義에 관한 이론을 정 교화시키는 작업은 계속되었으나, 筆者가 보기에 불법행위법의 근본 목적에 대한 논쟁의 큰 줄기는 초기 10여년 동안 일단락되었다고 판단된다. 본절의 이하에서는 논쟁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Fletcher, Epstein, Coleman, Posner의 이론을 주로 소개하되,20) 기타 학자들의 이론들도 논의 를 진행하면서 부분적으로 설명한다. 본절의 논의를 바탕으로 다음 절에서는 재산권(property right)에 입각한 矯正正義論을 자세히 고찰한다.

2. 矯正主義 論爭: 代表的 理論들

가. Fletcher의 公正性과 效用

Fletcher(1972)는 불법행위법을 논하는데 있어서 과실책임주의와 무과실책임 주의에 관한 법리들을 논함으로써 불법행위법의 전체를 설명하고 있는 것처 럼 여기는 학자들이 많다는 관찰로부터 자신의 이론을 출발시킨다. 그러나 Flectcher는 그러한 구분이 옳지 않으며 차라리 불법행위법에 대한 이론을 대분하기 위해서는 다른 구분방법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19세기 중반부터 빛을 보기 시작한 과실(negligence)에 대한 이론들은 불법 행위에 대한 그 이전까지의 도덕적 믿음(‘잘못을 범할 수 있는 사람이 사전 적으로 거의 정해져있다’)과는 달리 ‘(사후적으로) 잘못한 사람만이 그 잘못 에 대해 보상한다’는 새로운 기조를 반영한 것이었다. 따라서 일면 과실 및 무과실책임주의는 서로 상반된 개념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 다. 이러한 설명으로 많은 학자들은 불법행위법의 역사를 설명하려고 애썼

19) 물론 본 절에서 소개되는 모든 학자들이 Coase의 이론을 직접적으로 추종 또는 반박하는 입 장에서 자신들의 이론을 시작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불법행위법에서 矯正正義의 개념 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얼핏 경제효율성 외에는 다른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 였던 Coase의 논문에 대하여 갖게된 질문들이 10여년 동안 축적되면서 자연스럽게 태동된 것 이 아닌가 판단된다.

20) 그 자신 10여년 동안 이 논쟁에 참여했던 Coleman은 1982년에 이르러(Coleman, 1982) 상대 학자들이 나름대로 독자적인 이론을 구축했다는 인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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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즉 아주 초기에는 무과실책임이, 19세기 중반 부터는 과실책임이, 그리고 최근에 들어 무과실책임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는 식의 구분이다. 저자는 지 난 150년 동안 불법행위법에 대하여 수없이 많은 논란이 있어 왔던 것이 사 실이나, 그것은 과실과 무과실책임에 대한 논란이 아니고, 근본적인 철학에 관련된 문제였다고 파악하고 있다.

요컨대 불법행위법에 대한 철학적 문제는 두가지의 패러다임이 서로 경쟁함 으로써 발생했다고 본다. 첫째는 ‘상호관계 패러다임(the paradigm of reciprocity)’이고 둘째는 ‘합리성 패러다임(the paradigm of reasonableness)’

이었다. 불법행위법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양쪽의 기본 생각을 이해해야 한다 는 것이다.21) 먼저 상호관계 패러다임에 의하면 불법행위법에 있어서 다음의 두가지 이슈를 독립적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원고는 보상받을 수 있는가이며, 둘째 문제인 그 보상은 피고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는가의 이 슈는 별개라는 것이다. 원고가 보상받는 문제는 피해를 입을 당시 원고 행위 의 속성 및 피고에 의해 만들어진 위험의 속성에 의해 절대적으로 결정된다 는 입장이다. 다음으로 그 보상을 피고가 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피고가 창출 한 위험이 면책사유를 갖고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예컨대 피고가 해당 행 위를 한 시점에서 미래에 그러한 위험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었다는 등의 면책사유이다. 만약 이러한 면책사유가 인정된다면 해당 위험 을 일으킨데 있어서 일반인과 피고를 차별하여 취급할 만한 정당성이 결여 된다는 논리이다.

이 첫번째 패러다임에 비추어 원고가 보상받아야 하는 경우의 몇가지 예를 저자는 『불법행위의 리스테이트먼트』에서 찾고 있다. 희귀하고 (uncommon), 매우 치명적인(extra-hazardous) 위험이 거기에 해당한다는 것 이다. 여기에 깔린 의미는 피고가 원고에게 부과한 위험과 원고가 피고에게 가한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전자가 후자보다 훨씬 크다고 판 단될 때 비로소 원고는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피고가 가한 위험이 비상호관계적인(nonreciprocal) 경우에 원고는 보상받을 수 있다는 말 이다. 이를 다시 표현하면 원고가 만들어내는 위험에 비하여 피고가 가한 위 험이 비대칭적이고 과다할 때 원고는 누구에겐가 책임을 지울 수 있다는 것 이다.22)

21) Fletcher의 이 주장은 ‘누구에게 책임을 지울 것인가’의 문제와 ‘어떤 식으로 책임을 지울 것 인가’라는 불법행위법의 두가지 질문을 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된다. 특히 첫번째 질 문은 공정성(fairness) 또는 矯正正義(corrective justice)라는 기준이 주요개념으로서 사용되고 있는데, 효율성(efficiency)과 대분하는 인상을 주고 있어 Posner나 Epstein의 이론전개방식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점에 대해서는 후에 상술된다.

(28)

다음으로 합리성 패러다임은 누가 권리를 가지며 또 누가 보상해야 하는가 의 문제를 결정함에 있어서 사회의 후생수준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패러다임이다. 따라서 상호관계 패러다임과는 달리 불법행위법의 두가지 질 문을 구분하여 묻지 아니하며, 두 질문 모두 행위의 합리성에 기준하여 해결 한다. 행위의 합리성은 비용/편익에 의해 결정된다. 특정 위험이 순사회편익 을 낳는다고 판단되면, 원고는 보상받지 못한다는 의미이다.23) 만약 순사회 편익이 부의 값을 갖는다면 피고는 보상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패 러다임에 의하면 불법행위에 관한 판결을 할 때에는 이러한 비용/편익분석이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결국 개인의 이익을 침해한 위험과, 집단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면서 감수해 야만 하는 기본위험(background risks)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양 패 러다임 모두 주장하는 공통점이라 하겠다. 반면 두 패러다임의 차이점이란 결국 기본위험을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있다고 하겠다. 상호관계 패러다임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상호 부과하는 위험에 대해서는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 예컨대 우리 모두 운전을 한다면 운전에 수반되는 상당부분의 위험은 서 로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합리성 패러다임에서는 합리적인 위험을 감수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발가치가 매우 큰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변 에 발생시키는 상대적으로 작은 환경위험은 감수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왜 냐하면 합리적인 위험이란 정의상 공동체의 효용을 극대화시킨다고 믿기 때 문이다. 이제 그의 논문에서 비중을 두고 다룬 상호관계 패러다임에 관해 좀 더 자세히 검토하자.24)

22) 본문의 상호관계 패러다임과 비슷한 이론을 전개한 학자로는 Ellickson(1973, 731-732)을 들 수 있다. 그는 어떤 물리적인 침범을 했다고 해서 반드시 불법방해를 성립시키는 것은 아니며, 행위의 속성상 당시 지역사회의 기준상 ‘비이웃적(unneighborly)’일 때에만 불법방해가 성립된 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무엇이 지역사회의 기준인가 파악하는 일, 그리고 그 기준을 무조건 받 아들여야 하는가의 문제 등이 과제로 남는다. 법원에게 있어서는 어쩌면 Fletcher의 ‘비상호관 계적(nonreciprocal)’ 행위를 규정하는 일보다 더 복잡한 작업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후에 이러 한 어려움을 인식한 Epstein(1979)은 불법방해의 성립 여부를 위해 물리적 침범 테스트는 사 용하되 피고 및 원고의 애초 재산권 분포를 파악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논리를 발전시킨 다.

23) 따라서 Kaldor-Hicks류의 경제효율성에 근접한 개념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김일중 (1996b)을 참조할 수 있다.

24) 저자는 여기에서 매우 흥미로운 주장을 하고 있다. 즉 기존의 문헌에서 보면 과실책임주의를 합리성 패러다임과, 그리고 무과실책임주의를 상호관계 패러다임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오류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상호관계 패러다임은 무과실책임, 과실책임, 그리고 의 도적 불법행위 모두에 관련이 있으며, 합리성 패러다임은 과실책임주의의 한 부분집합과 관련 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서는 본문에서 후술된다.

(29)

우선 전술한대로 원고의 구제권리 여부에 대해서 살펴보자. 보통법은 상호관 계 패러다임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왔다는 시각에서 시작한다. 우선 무과실책 임주의, 즉 비행기추락,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 폭발물에 의한 피해 등에 관 련된 책임원리가 상호관계 패러다임에 의존해 왔다는 사실부터 검토해보자.

Rylands v. Fletcher(L.R. 1868) 사건에서 석탄광 근처에 살고 있는 피고가 최근 건설한 저수지에서 흘러나온 물에 의해 석탄광이 잠기게 되었다. 석탄 광주는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판결에서 저수지를 건설하는 행위 자체는 합법적이지만 이 경우에는 원고의 승소를 인정하였다. 물이 저수지에 그대로 있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정해진 장소를 벗어나면 피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피고의 행동 즉 피고의 토지 이용이 비자연적(nonnatural)이라 보았다. 즉 피고는 지역사회에서 관행화되 어 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토지를 이용하였고, 그 과정에서 원고가 익숙하 지 않은 위험을 부과하였던 것이다.

다음 사례로서 Vincent vs. Lake Erie Transportation Co.(VT. 1908) 사건을 꼽고 있다. 선주인 피고는 폭풍우를 걱정하여 자신의 배를 이틀동안 원고의 선창에 묶어놓았는데, 그 배 때문에 부두시설은 상당액의 피해를 보았다. 이 에 대한 판결은 피고가 악조건 속에서 자신의 배를 원고의 부두에 정박시킨 것은 정당한 행위이나,25) 피고가 원고의 자산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환언하면 정상적으로 기대하는 위험과는 다른 종류의 위 험을 원고에게 부과시켰기 때문에 원고는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는 판결 이었다. 요컨대 이 두가지 사례 모두 원고가 받은 위험이 비상호관계에 있 는 위험이었다는 결론을 표명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사실은 위 두 사 건에서 비상호관계적 위험의 요소가 없었다고 가정하면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일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이다.

첫 사례에서 피고가 저수지를 건설하였는데, 그 장소가 섬유공업지대였다고 가정하자. 섬유공업지대였다고 함은 주변에 물레방아, 댐, 저수지 등이 많다 는 사실을 의미한다. 두번째 사례에서 두 척의 배 주인이 폭풍우가 몰려오자 주인없는 지점에 동시에 배를 정박시켜 놓았다고 가정하자. 이 두가지 가정 이 의미하는 바는 섬유공업지대의 모든 사람들은 동일한 종류의 위험을 서 로 주고 받고 있거나, 두 척의 배 주인이 상호 같은 수준의 위험을 주고 있 다는 점이다. 즉 위험이 상호관계(reciprocal)를 이루고 있다는 말이다. 이러

25) 이를 거래비용의 개념으로 보면 사전 거래비용이 높은 관계로 원고의 승낙(consent) 없이 정 박한 행위는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Posner, 199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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