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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공기업 소유‧지배구조의 다중성과 경제적 효율성

문서에서 법과 경제학 (페이지 101-123)

이 주 선

<요 약>

기존의 공기업에 대한 경제학의 분석은 공기업의 경영진과 정부 사이 에서 발생하는 주인-대리인 문제를 정부의 공직자들은 공기업의 원천적인 주인인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려고 하나 공기업의 경영진을 비 롯한 종업원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우월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회주의적 행동 을 하여 경제적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공기업의 경제적 효율성 문제를 공기업 내부의 문제만으로 왜곡하여 그릇된 대응책을 마련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이 연구는 기존 분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대응책 마련을 돕 기 위해서 공기업의 경제적 비효율성이 공기업 경영진만의 기회주의적 행동 에 의해서만 초래된 것이 아니라 공기업의 소유‧지배구조가 배태하고 있는 다중적 계층구조의 산물임을 정치의 경제이론(Economics of Politics)을 이용 하여 설명하고 있다. 즉, 여기서는 공기업 소유주인 일반 국민들의 인센티브 의 결여와 대의정치제도의 불완전성, 선출직 공직자들의 정치적 이익 극대화 의 추구, 관료들의 예산 극대화 추구와 공기업 경영진의 재량권 극대화 추구 로 특징지어지는 공기업 관련 이해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의 불일치가 공기업 의 경제적 비효율성의 근본 원인임을 주인-대리인 관계의 각 단계별로 설명 하고 있다.

또한 이 연구에서는 공기업 비효율성의 원인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민영화를 통해서 계층구조의 다중성을 극복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정 책적 제안을 도출하고 있다.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는 소유권을 명확히 함으 로써 공기업의 소유자들이 보이는 것과 같은 인센티브의 결여라는 심각한 문제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위임-대리 관계를 단순화함으로써 각 단계마다 발생하는 이해 관계자들의 기회주의적 행동을 해소할 수 있게 한 다.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 조치와 아울러 관료들과 공기업 사이의 관계를 규 율하던 각종 규제들에 대한 폐지 및 완화는 공기업의 경영진, 노조, 교차보

조를 받던 소비자 등 각종 이익집단들이 독점적 지대 추구 행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며 경쟁 도입으로 인한 이익이 소비자인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가 게 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경쟁이 도입되면 각 기업의 경영진은 비용의 최 소화를 위한 인센티브를 가지게 될 것이고 동일 기업에 소속하고 있는 경영 진과 노동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독점적 지대에 대한 몫을 확정하기 위한 지리한 싸움도 종식을 고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이 연구가 가진 정책적 시 사점이다.

I. 서론

공기업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기업을 말한다. 민간기업이 주주들에 의해서 소유되는 것과는 달리 공기업은 원칙적으로는 세금을 통해 서 그 기업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투자 또는 출자를 행할 수 있게 한 일 반 국민들이 소유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기업의 소유주인 일반 국민 들은 민간 기업들의 소유주인 주주들과 달리 자신들이 해당 기업들의 소유 주라고 인식하고 있지 않다. 일반 국민들과 주주들의 의식의 차이는 소유권 에 대한 재량권(discretion)의 차이에 기인한다. 주주들은 특정 기업에 대한 주식의 배당, 처분, 획득을 자유로이 행해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 지만 공기업을 소유하는 일반 국민들은 자신들의 공기업에 대한 소유권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전할 권리나 공기업에서의 배당 수익의 향유 등이 불가 능하다. 그들은 그 나라에서 살고 있는 한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공기업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공기업의 소유구조는 공기업 운영의 효율성 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또한 공기업의 지배구조는 위임(delegation)과 대리(agency)관계의 연 속으로 특징지어지는 다중적 계층구조(multiple hierarchy)를 가지고 있다. 소 유주인 일반 국민들은 대의제 민주주의 하에서 투표에 의해서 선출된 정치 인들에게 자신들의 공기업에 대한 통제권(control right)을 위임하며 정치인 들은 그러한 통제권을 자신들이 임명하는 관료(bureaucrat)들을 통해서 행사 한다. 관료들은 정치인들의 대리인으로 공기업에 대하여 법령에 의해서 자신 들에게 위임된 사항들에 대한 감독(monitoring)과 통제를 행하여 공기업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관료들의 통제하 에서 공기업의 일상적인 운영을 담당하는 것이 공기업의 경영진이며 이들은 공기업의 노동자를 포함하는 제반 생산요소들에 대한 경영과 관리를 통해서 공기업의 목표를 직접 실현하는 책임을 진다. 이들의 명령과 통제(command and control)에 의해서 움직이는 노동자들은 공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

비스의 생산‧분배 전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생산요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 다. 이러한 중첩된 위임-대리의 계층구조도 공기업의 성과(performance)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공기업에 대한 경제분석들에서는 이러한 다중적 계층구조에 대한 고려를 생략한 채, 공기업의 본원적인 소유주인 일반국민들 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관료들을 상정하고 이들과 공기업의 경영을 책임지는 공기업 경영진 사이에 발생하는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 만을 분석하는데 치중하고 있다.1) 이러한 분석이 가지는 문제점은 공기업의 문제가 마치 공익( public interest)을 극대화하려는 자애로운 정부 (benevolent government)의 노력에 대하여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공 기업 경영진과 종업원들의 기회주의적 태도(opportunistic behavior)가 빚어 내는 비효율성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는데 있다. 공기업의 비효율성은 경영 진이나 종업원들이 가지는 기회주의적 속성에만 기인한 것이 아니라 앞에서 언급한 소유‧지배구조상의 모순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증거 로서는 영국에서 민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공기업들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 시행하였던 정책들의 실패를 들 수 있다. 영국은 보수당의 히드 행정부에 이 르기까지도 정부와 공기업간의 인센티브 구조개선, 감독‧통제 방법의 신규 도입, 경영진 교체 등을 통해서 공기업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자 하였다. 그 러나 결과는 공기업들의 지속적인 적자 누적과 비효율성으로 인한 경제의 구조적인 침체였다.2)

공기업을 분석하는 연구 가운데 다른 하나는 공기업의 비효율성은 관 료들이나 정치인들이 정치적 이익의 극대화 등 사적 이익 추구에 기인함으 로 정부와 공기업간 관계의 완전한 청산을 위한 소유‧지배권의 민간 이양과 부패구조 척결에 의해서만 치유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3) 그러나 이들 연구들은 선출직 공직자나 관료들의 기회주의적 태도에 집중하는 대신 공기 업의 경영자들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행동을 하려는 것처럼 가정하고 있어

1) 이와 같은 분석들은 김재홍(1991), Vickers and Yarrow(1988), Tirole and Laffont(1991)등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2) 이러한 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은 기존의 정부와 공기업과의 관계의 청산에 있 다는 대처 행정부의 인식을 토대로 민영화가 진행된 바 있고 민영화의 성과는 현재 제고된 영국 민영화 기업들의 효율성과 영국경제의 경쟁력 회복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영화 이전 공 기업의 비효율성 개선을 위한 영국정부의 정책들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Vickers and Yarrow(1988)의 제 5, 6, 7장을 참조할 것.

3) 정치적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정치인들은 목표 달성을 위해서 공기업들이 노동자의 고용을 과다하게 늘리도록 압력을 가하고, 소비자가 선호하는 제품보다는 정치적으로 선호되는 제품 을 생산하도록 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공기업의 과당고용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Donahue(1989), Royko(1971)를 참조하고 정치적으로 선호되는 제품의 생산에 공기업들이 우 선권을 둔다는 것을 입증하는 연구로는 Anastassopoulos(1981)를 참조할 것.

서 공기업의 다중적 계층구조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공기 업의 경영진들은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과다고용이나 자신의 실적을 현저 하게 드러낼 수 있는 제품의 생산에 주력할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음을 현실 에서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기존 연구들이 가진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여기서는 공기업의 다중적 계층구조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점들을 계 층구조의 각 단계별로 파악하여 오늘날 공기업 비효율성의 근원이 공기업 경영진이나 공기업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공직자들 어느 한편의 일탈행 위와 기회주의에 연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기업의 소유ㆍ지배구조에 내재하 고 있는 복합적 요인들의 상호작용에 기인함을 보이고 이러한 비효율성의 해소책은 다중의 계층구조를 가진 공기업의 소유‧지배구조적 특성에 대한 완전한 해소에서 찾아져야만 한다는 것을 역설하고자 한다. 즉, 소유권과 경 영권 모두에 대한 명실상부한 민영화의 추구는 공기업의 비효율성에 대한 처방을 위한 기본적인 전제가 됨을 보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제II절에서는 공기업의 다중적 계층구조의 제1단계인 일 반 국민들과 선출직 공직자들과의 위임-대리관계에서 발생하는 주인-대리인 문제, 인센티브의 문제, 무임승차자(free-rider) 문제 등이 공기업의 효율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하여 고려하고자 한다. 이어서 제III절에서는 공기업의 계층구조의 제2단계에 속한 선출직 공직자들과 이들에 의해서 임 명된 관료들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 관계의 불일치, 목표의 차이에 따른 기회주의 등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 공기업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 펴 볼 것이다. 제IV절에서는 공기업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관료들과 공기업 경영진과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대칭적 정보(asymmetric information)에 기인한 주인-대리인 문제와 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로 인 한 인센티브의 왜곡 등을 고려할 것이다. 제V절에서는 공기업의 다중적 계 층구조의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과 공기업의 효율성이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따라서 공기업의 비효율성은 이러한 다중적 대 리인 문제(multiple agency problem)의 해결을 통해서만 가능하므로 민영화 의 추진은 그 기본적인 전제가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II. 일반 국민 - 선출직 공직자 관계

공기업의 소유‧지배구조는 서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중적 계층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다중적 계층구조는 아래의 <그림 1>과 같이 요 약할 수 있다.

<그림 1> 공기업의 다중적 계층구조

우선 공기업은 일반 국민들이 납세자로서 부담한 세금 가운데 일부 를 투자 또는 출자하여 설립된다. 공기업 설립의 근거는 경제학적으로는 시 장실패가 발생하는 부문의 교정수단으로서 이다. 그러므로 대개 공기업이 지 향하는 목표는 사회후생 극대화(social welfare maximization)이다. 일반 국 민들은 공기업의 설립에 대하여 직접적인 동의를 하지 않을지라도 자신들이 선출한 선출직 공직자들(elected officials)을 통해서 국회에서 그 설립에 대한 찬반을 표시하게 된다. 이렇게 설립된 공기업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소유권 은 민간 기업 주주들의 그것과는 달리 배타적인 소유권과 지배권의 행사가 불가능하며 그 성과를 직접적으로 배당 받을 수도 없다. 즉, 자신이 원할지 라도 일반 국민은 공기업에서의 자신의 지분에 대한 양도나 양수를 행할 수 없고 국적을 포기하지 않는 한 공기업의 소유자로서의 위치를 자신의 의사 에 따라서 바꿀 수 없다. 또한 사기업의 경우 주주들은 직접적으로 자신의

일 반 국 민

선 출 직 공 직 자

관 료

공 기 업 경 영 진 위임

위임

위임

대리

대리

대리

(소유자)

(대리자)

(대리자)

(대리자)

제 1 단계

제 2 단계

제 3 단계

지분에 따라 특정 기업의 영업활동에 관여할 수 있는 반면, 일반 국민들은 공기업의 경영에 직접적인 참여가 불가능하고 자신들이 투표를 통해서 선택 한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소유권 행사를 위임하여야만 한다.

공기업의 원천적 소유자로서 일반 국민의 이러한 특징은 공기업의 효율성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선 일반 국민들은 다수이다. 다 수의 국민들이 공기업 운영에 대하여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투표 권의 행사를 통해서 자신들의 대리인인 선출직 공직자들을 통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개별 유권자가 행사하는 투표권은 단지 한 표에 불과하고 이 는 특정 정치인이 당선되는데 거의 영향력을 가지지 못한다. 이러한 개별 유 권자의 힘의 부족은 같은 견해를 가진 유권자들이 조직(organization)을 형성 하여 집단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함으로써 극복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특 정한 이해관계를 공유하지 않는 일반 국민들이 한 개의 조직을 형성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한 개의 조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조직화에 수반되는 비 용을 부담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편익의 크기가 이 비용보다 커야만 한다. 조직화를 위한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은 당해 조직의 구성원들간의 의사소통과 특정 입후보자의 정치활동을 감시하고 공직에 취임한 선출직 공 직자의 성취도에 관한 정보 등을 수집하고 배포하는 정보비용(information cost)과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진 구성원들을 인지하고 이들 구성원들을 조직 화하여 필요시 투표 또는 정치자금에 대한 지원을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 는 후보에게 행할 수 있도록 하는 조직비용(organization cost)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거래비용은 대개 조직의 구성원이 많을수록 큰 것이 보통이 다.4) 그러나 일반 국민들은 단지 납세자로서의 공통적인 속성 이외에는 다양 한 이해관계들을 가지고 있다. 많은 수로 구성되어 있어서 조직화의 비용을 각 개인이 부담하는 비율은 지극히 작을 수 있지만 공기업 운영의 통제를 위해서 선출직 공직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획득되는 편익은 직접적 으로는 각 개인에게 보장되지 않는다. 더구나 공기업의 효율성 제고를 통해 서 간접적으로 돌아오는 편익은 거래비용을 부담한 사람들에게만 그 수혜를 국한할 수 없는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합리적인 개인은 조 직화의 거래비용을 부담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비용 부담에 무임승차하 면서 조직화가 성공할 경우 향유할 수 있는 간접적인 편익에 편승할 인센티 브를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와 같은 환경 하에서 조직화를 통하여 일반 국민들이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임

4) 실제로 정보비용의 경우에는 많은 사람이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 정보의 수집과 배포에 따르는 비용에 대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거래비용 전체의 크기는 정보비용과 조직비용의 합이고 이것은 조직 구성원의 범위가 넓으면 넓을수록 커지는 것이 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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