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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가부장적 질서와 가족 중심성이 강하게 작동되고 있음에 천착하 면서 핵가족화의 문제를 다루어 왔지만, 2000년을 전후해서는 가족 다양 성 담론이나 개인화 추세가 두드러진 한국 가족의 변화 양상에 집중되면 서 가족의 탈근대, 탈제도화 경향이나 개인화 경향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다(김혜영, 2008a; 김혜영, 2011; 김혜경, 2013).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족의 형태적 변화가 가시화되는 1970~1980년대에는 주로 산업 사회의 가족 특징이나 가족 변화에 관한 이론적 논의가 시작되었고,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점차 산업화․도시 화로 인한 농촌 가족의 변화 등 한국 가족의 실질적 변화 양상을 경험적 으로 살펴보는 논의들이 시도되었다. 또한 근대화로 인한 가족 규모의 축 소와 세대 구성의 변화, 대도시로 단신 이주한 가구원과 원가족의 자원 교환을 통한 가구 재생산 과정이나 새롭게 출현하는 계급별 가족 생활 양 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여성한국사회연구회, 1990).

그런가 하면 1980년대 후반 이후 자본주의의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계가 완비되어 가면서 점차 확산되는 핵가족 단위의 새로운 주거 형태와 휴가 문화 등 가족 단위의 소비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핵가족 단위의 가족생활 문화가 정착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김문겸, 1993; 주은우, 2008).

이러한 논의에 힘입어 1990년대 초에는 가족의 현재적 변화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일련의 논의가 전개되었는데, 이는 전통적인 가족 가치관이나 문화적 특성이 두드러지게 감소되고 있음을 어떻게 볼 것인 가 하는 문제와 연관된 것이다. 요컨대 그러한 변화가 서구와 같은 가족 근대성을 의미하는 것인가 혹은 우리 고유의 가족주의 문화가 지속되면 서 부분적으로 변용되고 있는 것인가를 밝히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관심 은 한국 가족의 고유성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반영하는 것인데, 이

는 우리의 전통적 가족 의식에 해당하는 가족주의는 단순한 가족 의식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우리 사회의 주요 이데올로기이자 사회의 통치 이념으로 활용되어 왔다는 점에서 가족주의 변화가 갖는 함의는 단 순한 가족 관계를 넘어 개인과 가족, 개인과 사회, 가족과 사회의 관계의 전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기 가족 형태 및 의미의 변화가 가족주의 변동과 어떠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가를 규명하는 것은 매우 중 요한 쟁점이 아닐 수 없었다.

실제로 서구 사회와는 달리 우리의 근대화 과정은 압축적인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근대화 과정에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개인보다는 혈연에 근거한 공동체적 운명과 상호 부양의 책임이 강조되어 사회 전반적으로 도 집합주의적 가치가 우세하였다고 볼 수 있다(김동춘, 2002; 김혜영, 2014).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가족은 여전히 개인의 안전망이자 지위 재 생산의 효과적인 단위인 동시에 가족 중심성에 기반한 가족주의는 산업 화 이후에도 한국인의 고유한 가치로 작동되어 온 것이다. 그 결과 빠른 산업화와 도시화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가족문화는 여전히 부계 혈통 중 심의 위계서열적 구조였으며, 개인이나 사회보다 단위로서의 가족을 중 요시하는 가족주의는 개인들의 윤리와 삶의 방식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 사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의 가족 변화를 서구와 동일한 것으 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주장이 아니더라도 서구 경 험에 근거하여 일반화된 가족 변화 이론이 한국 가족에 그대로 적용 가능 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매우 중요하다. 이는 가족 변화는 말할 것도 없 거니와 한국 가족의 특질이 무엇인가에 관한 논의에는 반드시 가족의 보 편성과 특수성, 변화의 동시성과 비동시성의 문제가 동시에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 한국 가족이 보여 주는 전통성과 비전통적 특질에는 때로 가족

삶의 이질성과 형태적 다양성의 징후가 조금씩 확인되기도 한다. 이에 대 해 장경섭(1995)은 산업화 이후 한국의 비전형적 가족의 증가를 포스트 모던 가족의 출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보다는 가족 구성의 원리에 대 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무규범 상태로 해석하고 있다. 서구의 포스트 모던 가족론자들에 의하면, 가족에 대한 규범성의 폐기와 이로 인한 다양 한 가족의 출현은 곧 후기 근대 가족의 특징적 양상이다. 따라서 이 시기 한국 가족의 전형적 규범의 약화는 곧 탈근대적 징후로 해석되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이것만으로 가족 현실에 대한 충분한 이해는 가능하지 않다 는 것이다. 오히려 현재 한국 가족이 보여 주는 다양한 가족 형태는 전형 적인 근대적 핵가족의 위기적 징후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장경섭 (1991)은 오늘날 한국의 상황은 핵가족으로서의 가족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여건이 물질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모두 미성숙하고, 이러한 상황적 불안정성은 결과적으로 완전하지 못한 핵가족화를 낳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실제로 그는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부계 혈통 중심의 직계가족 과 가족 중심성, 부모 자녀 관계 우선성 등과 같은 특징이 성적 친밀성에 기초한 부부 관계보다 우선시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일부 젊은 세 대를 중심으로 핵가족화가 뚜렷하게 확산되는 혼재적 양상이 나타나고 있음에 주목한 바 있다. 따라서 그는 한국인이 이념적으로는 핵가족화를 지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가족들은 그러한 가족생활을 구현 할 수 없는 사회 환경에 초점을 맞추면서 바로 그러한 조건의 미비로 자 신들의 이념형적 가족 삶을 구현하지 못하는 모순적 상황에 놓여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가족 변화를 논의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가족생활의 경제 적 요소와 함께 물리적, 심리적인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장경섭, 1991, p.181; 김혜영, 2008a, pp.10-11).

이에 비해 장현섭(1993)은 당시 한국 가족의 복잡성에 대해 급속한 사 회 변화로 인해 기존의 가족 규범이나 가치에 대한 일반적 합의가 깨지면 서 나타나는 비이념적 가족 형태로 규정한 바 있다. 따라서 일정한 시간 이 경과되어야만 현재와 같은 과도기적 양상이 변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 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적어도 당시의 가족 변화상을 핵가족 의 위기의 산물이거나 규범의 변화로 규정하면서 가족생활의 규범성의 회복을 찾을 수 있음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한국 가족을 바라보는 시각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이 확인된다. 또한 이러한 논의들이 대체로 산업화 이후 가족의 변화를 새로운 근대 가족으로의 질적 전환으로 규정 하기보다는 다양한 가치관의 혼재와 우리 사회 특수성이 결합된 갈등적, 모순적 상황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특징이 발견된다(장현섭, 1993, p.70;

김혜영, 2008a, p.11)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부부와 미성년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 모형이 문화적으로 강조되기도 하며, 실제로 핵가 족을 단위로 하는 다양한 소비 및 여가문화가 창출된다. 또한 성 역할 분 업이 고정화되면서 합리적 가정생활의 전형으로 강조되기도 하는데, 이 때의 여성들은 전업주부로 호명되면서 현명한 아내이자 합리적 소비자와 자녀 교육 담당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되는 등 가족문화의 실질적 변화가 두드러지게 감지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 시기 역시 전통적 가족주의에 기 반한 가부장제와 효 의식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대중매체를 중심으 로 물질적 풍요에 기반한 가정생활의 단위는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핵가 족이 전면에 배치되기 시작하면서 도시 중심의 특정한 가족 모델로 등장 하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전업주부 역할론에는 여성을 산업 예비군으로 활용함과 아울러 가족 유지에 필요한 여성의 생산 및 재생산 노동을 당연 시하는 가부장적 가족주의의 반영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시기에 등장

한 가사노동자로서의 여성 역할은 적어도 부모 부양보다는 자녀 교육과 합리적인 가정생활의 관리자이자 가족의 정서적 안녕을 책임지는 주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정서적 단위로서 핵가족이 크게 부상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김연주, 이재경, 2013; 박혜경, 2010).

다른 한편 이러한 핵가족 논쟁은 19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새로운 논 쟁으로 변화하게 되는데, 이는 무엇보다 경제위기 이후 한국 가족의 변화 양상이 이전과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새로운 조짐을 보여 주고 있었기 때 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일부의 사람들에게는 가족 위기로 받아들여질 만 큼의 해체적 징후로,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가족으로 재구조화되 는 과정으로 해석되면서 이른바 가족 변화의 새로운 논의가 시작되고 있 었다(임인숙, 1999; 함인희, 2002). 요컨대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 가 족이 경험하는 새로운 변화는 적어도 산업화 시대의 재생산 단위로 기능 하는 핵가족 체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그 무엇의 징후로 읽혀지기 시작

다른 한편 이러한 핵가족 논쟁은 19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새로운 논 쟁으로 변화하게 되는데, 이는 무엇보다 경제위기 이후 한국 가족의 변화 양상이 이전과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새로운 조짐을 보여 주고 있었기 때 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일부의 사람들에게는 가족 위기로 받아들여질 만 큼의 해체적 징후로,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가족으로 재구조화되 는 과정으로 해석되면서 이른바 가족 변화의 새로운 논의가 시작되고 있 었다(임인숙, 1999; 함인희, 2002). 요컨대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 가 족이 경험하는 새로운 변화는 적어도 산업화 시대의 재생산 단위로 기능 하는 핵가족 체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그 무엇의 징후로 읽혀지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