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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가족 다양성의 기제와 특징적 양상들

1. 가족 의식의 변화와 가족 다양성

현재 한국 가족의 형태적․내용적 변화는 한국인들의 가족 의식의 반영 물이라는 점에서 가족 관련 의식의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 급한 바와 같이, 과거 1970~1980년대에는 가족이 개인보다는 단위로서 우선되는 경향이 강하게 확인된 반면, 오늘날에는 가족단위가 개인의 권 리보다 더 우선하거나 가족이 가지는 응집성이 더욱 중요시된다고 보기 는 어려운 측면들이 분명하게 확인된다. 예를 들어, 가정 내의 폭력 및 학 대·방임 아동에 대한 공공의 제도적 개입 등이 이루어짐으로 인해 불행한 결혼 관계나 가족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개인의 권리가 사회·문화적으 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김혜영, 2008b, p.73). 이러한 변화는 과거 개인 보다는 집단으로서 가족의 복리가 중요시되고, 당연하게도 개인의 가족 에 대한 헌신과 일체감을 강조하는 가족문화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요 컨대 최근 가족문화의 특징적 양상은 적어도 집단으로서의 가족 못지않

게 개인의 행복과 자율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정보화 이후 상대적으 로 자유롭고 느슨한 인간관계와 새로운 관계 맺음의 방식이 우리의 가족 생활을 변화시키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김혜영, 2008b, p.73).

이러한 가족의 개인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는 가족 의식들을 살펴볼 필 요가 있다. 무엇보다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청년 세대들이 그들 의 결혼을 지체하거나 삶의 우선순위를 달리 설정하는 현상들을 접할 수 있다. 이는 과거에 비해 혼인의 필요성, 혹은 생애 과업으로서의 우선성 이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통계청 사회조사(통계청,1998; 2016)에 따르면, 결혼의 필요성은 조사 시점마다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는데, 특히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1998년 33.6%에서 2016년의 경 우에는 12.5%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결혼 필요성의 인식 변 화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제도적인 혼 인 관계 유지에 대한 태도 역시 변화하고 있는데, 이는 이혼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비율 또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 다(그림 2-1 참조).

〔그림 2-1〕 결혼, 이혼 및 재혼에 대한 태도

자료: 통계청(각 연도). 사회조사. http://kosis.kr에서 2016. 11. 30. 인출.

결혼 가치의 변화는 혼인율의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부터 2000년대 초 사이 혼인이 큰 폭으로 감소한다. 2015년 기준으로 혼 인은 30만 2800건으로 전년 대비 2700건 감소하였다(통계청, 2016a).

[그림 2-2]에서 보듯 실제로 2015년 조(粗)혼인율(인구 1천 명당 혼인 건수)은 5.9건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준임이 확인되고 있 다. 혼인율은 1980년대 초반 이후 급격히 감소한 후 증감을 보이다가 1990년대 중반 정점에 이른다. 그러나 1996년 이후 다시 감소세로 돌아 서면서 결코 그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즉 1985 년 이후 증가하던 혼인 건수와 혼인율은 IMF 이후 큰 폭으로 감소하기 시 작하여 현재 조혼인율은 6.0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있다.

〔그림 2-2〕 혼인 건수와 조혼인율의 변화(1970~2015)

(단위: 천 건, 인구 1천 명당 건)

주: 1981년 이후 자료는 신고 자료이고, 1970-1980년은 발생 기준임.

자료: 통계청(2016a). 2015년 혼인‧이혼통계. 보도자료(2016. 4. 7.).

이뿐만이 아니다. 결혼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감소됨에 따라 청년 세대 의 과업으로서 결혼 우선성은 상당 부분 그 설득력이 약화되고 있음이 가 시화되고 있다. 예컨대 우리 사회의 혼인 연령은 10년마다 2세씩 꾸준히 늦추어지고 있다. 지난 1980년의 경우 평균 초혼 연령은 여성 23.2세, 남 성 26.4세였으나 2010년에는 여성 28.9세, 남성 31.8세로 지난 30년 동 안 5세 이상 증가해 왔다. 이처럼 한국 사회의 혼인 연령은 지속적으로 높 아지는 이른바 만혼의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2015년의 경우에는 남녀 평균 초혼 연령이 각각 32.6세, 30세로 여성조차 초혼 연령이 30세를 넘 어서고 있다(통계청, 2016a). 또한 아래의 [그림 2-3]에서 보듯이 남성의 경우 30~34세 연령 집단에서조차 혼인율은 62.4%에 머물고 있으며, 여 성들은 25~29세 집단이 41.2%, 30~34세 집단이 72.9%의 혼인율을 보 여 주고 있어 단순히 혼인 연령의 지연뿐만 아니라 혼인율 자체의 감소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3〕 연령별 혼인율(2015)

(단위: 해당 연령 인구 1천 명당 건)

자료: 통계청(2016a). 2015년 혼인·이혼통계. 보도자료(2016. 4. 7.).

이처럼 최근 한국 사회는 결혼 적령기나 이혼에 대한 금기 등이 깨지면 서 점차 다양한 가족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지고 있다. 예컨대 13세 이상 인구의 48.0%는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과 20대 30대의 경우에는 이러한 수용 적 태도가 더욱 높은데, 20~30대의 연령 집단에서는 “결혼하지 않고도 함께 살 수 있다”는 견해가 60%를 넘고 있다. 적어도 제도적인 혼인에 대 한 우위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한 “외국인과 결혼해도 상관없다”는 진술에 대해서도 13세 이상 국민의 66.1%가 동의하고 있어 결혼에 있어 민족과 인종의 장벽은 크게 완화되 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역시 20대는 76.6%가 동의하고 30대는 76.2%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나 20~30대는 10명 중 7명 이상이 “외국인과 결혼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통계청, 2016b), 이는 이미 국제결 혼을 통한 다문화가족이 우리의 이웃으로 수용될 만큼 다문화 수용성이 빠르게 증가해 왔음을 보여 준다.

이에 비해 “결혼 생활은 당사자보다 가족 간의 관계가 우선해야 한다”

는 의견에는 52.0%가 동의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나보다는 우리’를 강 조하는 집합주의적 가족문화의 기조가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 나 20~30대의 경우 20대는 45.3%가, 30대는 49.8%가 동의해 전체 동 의율인 52.0%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어(통계청, 2016b) 결혼 생활에서 있어 당사자주의, 나아가 가족보다는 개인 행복에 대한 비중을 중요시하 는 경향이 다소 높다고 볼 수 있다. 끝으로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진술해 관해서는 전 조사 대상자의 24.2%만이 동의하고 있어 (통계청, 2016b) 저출산 풍토와 함께 혼전 관계는 수용할 수 있을지라도 혼전 관계에서의 자녀 출산은 여전히 부정시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는 자녀의 출산과 양육이 기혼자의 삶의 질과 결혼 및 가족 만족도를

좌우할 만큼 가족의 물리적, 시간적 비용 부담이 적지 않은 우리 사회의

이 같은 가족 의식의 변화는 결과적으로 성인기의 주요 과업으로서 가 족 꾸리기와 이의 필수 요소에 해당하는 결혼과 자녀 출산이 더 이상 모 든 사회 구성원들의 표준적 삶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일정하게 유형 화된 생애 과정일 수 없음을 보여 준다. 결혼이 늦어지면서 평생을 제도 적인 가족 형성 없이 살아가는 개인이나 제도적인 혼인 관계 없이 파트너 와 생활하는 동거, 만혼으로 출산이 이루어지지 않는 부부 등 다양한 개 인과 가족의 삶이 증가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또한 이혼에 대한 수용 성이 증가함에 따라 실이혼율이 증가함은 물론 이혼 증가와 함께 증가하 는 재혼 커플의 등장은 결과적으로 혼인 이력의 다양성은 말할 것도 없거 니와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 내에서조차 부모 자녀 관계의 복잡성 을 증가시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