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한국 가족은 19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또 다 른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으며, 그러한 변화의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가 족 삶의 내용적, 형태적 다양성이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다양성 증가가 갖는 함의나 원인에 관한 진단은 논자에 따라 차이 를 보이지만, 대체로 과거에 비해 가족이 갖는 구속력이 약화되고 있는 현상에 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즉 성인이 되면 모든 남녀 가 반드시 결혼하여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것이 삶의 순리라는 과거 의 가족 의식은 점차 적실성을 잃어 가고, 대신 개인의 상황에 따른 판단 과 선택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결 혼, 출산에 대한 전통적 가치가 변화하면서 개인의 친밀성과 섹슈얼리티 는 당사자의 판단에 따르는 것으로 수용되고 있다. 따라서 혼전 동거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도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애정을 토대로 한 남녀의 혼전 동거에 대한 사회적 포용성의 증 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사회의 동거 커플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정확한 자료는 발견하기 어렵다. 이는 작금의 변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지 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즉 한국인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전통적 가족주의나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그동안 혼인제도를 경유하지 않는 파트너십에 대해서는 사회적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결 혼 규범의 일탈자로 간주해 왔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제도적 혼인을 벗어난 사람들로 하여금 대안적 삶을 선택하거나 자신들의 존재를 은폐 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따라서 동거의 파트너십을 추구해 온 사람들의

규모 파악이나 생활 실태 연구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물론 이와 관련된 자료 수집 자체를 봉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2000년 이후 몇몇 동거 관련 연구의 경향과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 음과 같다. 이제까지 진행된 동거 관련 연구들은 석사학위 논문들을 중심 으로 간간이 그 명맥을 유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동거 커플에 대한 연 구 관심사는 점차 다양해지고 있음이 확인된다. 그러나 신뢰할 만한 자료 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논문들은 동거 유경험자들을 소개 받아 이들의 인터뷰에 의존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일부 예외적으로 의도적 표집에 의한 제한적 조사의 결과를 활용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으 나 그러한 연구 역시 주로 대학생 등이나 청년 세대에 집중되어 있어 이 들의 출산이나 가족 관계적 접근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점 에서 동거 의식 등 일반인들의 태도 연구를 제외한다면, 이제까지 진행된 연구들은 대부분 실제 동거 당사자들의 경험에 집중되어 있다고 볼 수 있 다. 이들 연구들은 주로 여성과 가족의 관점에서 접근되고 있는데, 이는 무엇보다 동거를 가부장적인 한국 가족의 특성이 갖는 여성 억압을 최소 화하기 위한 대안적 가족의 하나로 설명하는 여성학계의 이론적 지형과 무관하지 않다. 이것의 전형적인 예로는 박은주(2002)의 “여성의 경험을 통해 본 동거 양상과 대안적 가족 개념의 모색”을 꼽을 수 있다. 또한 김 지영(2005)은 “동거를 통해 본 성별 관계의 지속과 변형”이라는 석사 논 문에서 20∼30대 동거 경험이 있는 여성들의 인터뷰 분석을 통해 동거의 젠더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동거 관계가 과연 가부장적 젠더 관계의 대안 혹은 변화의 가능성을 갖는 것인가를 질문하고 있다. 이에 비해 김해란, 김계하(2010)는 전남 지역의 3개 대학 학생 213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동 거 경험을 통해 동거와 가족 기능의 연관성을 탐색하는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21.1%가 ‘1년 이내’에 동거 경험

이 있다고 응답하고 있었으며, 동거 유경험자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가족 기능이 유의한 수준에서 낮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이와 달리 동거를 선택한 커플들의 심리적 특성에 관한 연구도 있는데, 김미현(2009)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혼전 동거 실태조사와 함께 혼전 동거자들의 심리적 특성을 논의한 바가 있다. 이에 비해 조오숙(2002)은 자신의 박사 논문에서 동거 커플의 관계적 특징에 초점을 맞추면서 동거 커플의 관계 만족도와 함께 이들 관계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요인들을 탐 색하고 있다. 특히 그는 사회적 압력이나 이로 인한 커플들의 관계가 갖 는 혼란함의 문제와 이로 인한 동거 커플의 관계 불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2000년 이후 석박사 학위논문을 통해 간헐적이기는 하나 동거 커플에 대한 연구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를 통해 동거 커플이 갖는 대안적인 젠더 관계 및 가족 구성의 가능성 등을 논의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관련 연구의 축적은 미진한 상황이고, 무엇보 다 동거 커플의 규모와 변화 추이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들을 둘러싼 가족 관계와 이들 사이의 자녀 출산 여부, 그리고 이로 인한 이들 당사 자의 관계 변화 등과 같은 동적 변화를 살펴볼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연주(2008)의 연구는 전국 조사 자료를 활용한 거의 유일한 자료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연구 역시 동거 커플의 규모와 추 이를 밝히기보다는 동거자들의 특성을 밝히고 있어 이들을 둘러싼 가족 및 젠더 관계의 맥락은 구체화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갖는다. 무엇보다 이 연구는 혼인신고와 사회통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동거하는 개인들의 주요한 특성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결과 첫째, 동거는 초혼보다 재혼에서 그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동거가 가족제도의 전반적 인 변화와 관련되어 있다고 보았다. 둘째로는 남성 집단의 경우 취업, 학

력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자원이 적은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동거 선택의 확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었으며, 세 번째로는 결혼 커플보다 동거 커플에서 평등한 성 역할 수행이나 성 역할의 반전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하게 주목할 만한 점으로는 동거 커플의 사회인구학적 특 성, 예컨대 이들의 연령이나 교육 수준, 직업 유무나 가족 가치관 등은 미 혼 혹은 이혼자 집단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제도적인 결혼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는 더욱 유사한 점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들의 동거를 결혼으로 가기 위한 이행적 결합이나 과도기적인 삶의 방식으로 볼 수 있 는 근거는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의미 있게 수용한다면, 적어도 오늘날에는 이혼과 재혼이 점진적인 증가세라는 점에서 동거 커플의 증가를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히 결혼 이행으로 가는 과도기적 상황으로 보기는 어 렵다는 점에서 동거 커플은 한국 가족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더욱 촉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이러한 연구는 혼인신고와 사회통계 조사 자료를 활용함으로써 비혼 집단의 동거 행태를 포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과거에 비해 부모로부터의 독립이 어렵고, 구직 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청년 세대의 친밀성 추구는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전 생애에 걸쳐 제도적인 혼인 관계 를 넘나드는 개인들이 증가하고, 특정 시기에는 혼자서 생활하는 1인 가 구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거자 집단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적 정의는 더욱 중요하다. 예컨대 동거의 기간을 수개월 내로 한정할 경 우 동거 경험률은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동거가족의 개념 정의에 있어 동거 기간 못지않게 중요한 기준은 바로 결혼에 대한 당사자들의 의지이다. 동거의 목적이 결혼을 염두에 둔 것인 지 혹은 결혼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한 것인지, 제도적인 혼인 관계와

는 무관한 것인지에 따라 두 당사자의 결합이 갖는 가족 정책적 함의와 의미는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는 커플들 사이에서도 나름의 구분이 가능한데, 이는 이들이 제도적인 혼인으로 가 지 않고 동거 커플의 방식을 취하는 이유와 동기에 따라 이들 집단의 관 계적 안정성은 물론 관계적 특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결혼 의사 없이 동거를 선택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더욱 복잡하다. 단순한 성애 충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와, 경제적 이유나 원치 않는 임신에 의 한 부모 됨으로 일정 기간 양육을 목적으로 동거하는 경우 등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성의 권위적인 젠더 관계와 가부장적 가족문화를 거부하는 사 람들도 이 범주에 포함될 수 있으며, 때로는 여러 번의 혼인 관계를 경험 한 사람들이 혼인 의사는 없으면서 결혼 관계와 같은 유대 혹은 안정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위해 합의에 의한 동거 관계를 맺는 재혼자 집단의 동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와는 다른 유형 구분의 한 축은 파트너들 간

또한 기성의 권위적인 젠더 관계와 가부장적 가족문화를 거부하는 사 람들도 이 범주에 포함될 수 있으며, 때로는 여러 번의 혼인 관계를 경험 한 사람들이 혼인 의사는 없으면서 결혼 관계와 같은 유대 혹은 안정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위해 합의에 의한 동거 관계를 맺는 재혼자 집단의 동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와는 다른 유형 구분의 한 축은 파트너들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