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1. 용어의 혼동

「감염병예방법」에서는 제1군 내지 제5군감염병 외에도 지정감염병, 세계보건기구 감 시대상 감염병, 생물테러감염병, 성매개감염병, 인수(人獸)공통감염병 및 의료관련감염병 에 대한 정의를 하고 있다(제2조). 지정감염병을 비롯한 감염병들의 구체적인 목록은 보 건복지부 고시인 「지정감염병 등의 종류(보건복지부고시 제2017-99호)」에서 구체적으로 열거 되어 있다. 이 중 의료관련감염에 대해서는 최근 별도의 대책(의료관련감염 예방관 리 종합대책)94)을 수립․시행할 정도로 관리의 필요성이 강화되는 추세이나, 「감염병예 방법」상 의료관련감염병은 “환자나 임산부 등이 의료행위를 적용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감염병으로서 감시활동이 필요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하는 감염병”으로 정하고 있 을 뿐(제2조 제12호), 의료관련감염의 예방 및 관리를 위한 규정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한편, 「의료법」에서는 의료관련감염이 아닌 ‘병원감염’이라는 다른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병원감염이란 ‘hospital acquired infection’ 혹은 ‘nosocomial infection’을 우리말화한 것으로 용어 자체가 갖는 의미는 ‘병원에서 획득된 감염’이다. 「의료법」에서는 병원감염 에 대한 정의를 하고 있지 않은데, 실무상으로는 “입원 당시에는 증상이 없고 잠복 상태도 아니었던 감염증이 입원 후에 혹은 퇴원 후에 발생한 경우”라고 통용되고 있다.95) 그러나 미생물의 특성상 잠복기가 다양하고 임상적으로 판단이 모호한 경우도 많아 병원감염을 진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의료법」에서는 병원감염과 관련된 정의를 따로 두 지 않은 채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장에 대한 병원감염 예방의 책무(제4조 제1항), 병원감 염 예방을 위한 감염관리위원회의 감염관리실의 설치․운영(제47조 제1항)에 관한 조문 을 두고 있다. 「감염병예방법」 상 의료관련감염병을 예방․관리하기 위한 별도의 조치가 미비되어 있고, 의료관련감염과 「의료법」상 병원감염과의 관계가 불명확하다.

94) 보건복지부, 안전의료, 건강한 국민을 위한 의료관련감염 예방관리 종합대책(2018-2022), (2018. 6).

95) 최정현, “병원감염의 법적 측면”, 대한내과학회지 제76권 부록 2호, 2009, S286면.

병원감염의 개념은 ‘의료관련감염(healthcare associated infection)’이라는 용어로 대 체․확대되고 있는 추세인데, 이는 입원 당시에 없었으며 잠복하고 있지 않던 감염이 입원기간 중에 발생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환자가 입원한지 48시간 후에 발생한 감염 을 말한다. 시기상으로 입원기간 입원뿐만 아니라 외래진료를 포함하여 의료와 관련 되어 발생하는 감염을 의미하며, 환자, 병원직원, 병원 출입자에게 발생하는 감염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96) 병원 내에서의 감염을 의미하는 「의료법」에서의 개념보다 포괄적이며 「감염병예방법」의 예방․관리조치의 취지에 적합하다. 병원감염의 경우 의료진의 책임과 관련하여 장소적 한정 차원에서 ‘병원’이라는 용어를 포함한 것일 수 있으나, 종국적으로는 의료관련감염에 대한 대책을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의료관련감염의 문제

우리나라에서 의료관련감염 대책은 1980년대 초 서울의 한 병원에서 발생한 레지오넬 라증의 잡단발생에 따라 1990년대 초 일부 대학병원에서 자발적으로 감염관리실을 설치 하고 전담자를 배치하면서 시작되었다. 1992년 제정된 「병원감염관리 준칙」에서는 80병상 이상의 병원에 대하여 병원감염관리위원회 설치 및 감염관리전담요원을 배치․운영하고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하였고, 2003년 개정된 「의료법」에서는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 의 장은 병원감염예방을 위하여 감염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감염관리실과 필요한 전문인 력을 확보하도록 하였다(제37조의3). 2012년 「의료법」의 개정으로 200병상 이상인 병원과 종합병원으로서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의 장은 병원감염 예방을 위하여 감염관리 위원회와 감염관리실을 설치․운영하도록 하고 관련 업무를 법령에 명시하였다(제47조).

또한 감염관리 전담인력에 대한 구체적인 직종과 교육기준에 대한 사항도 추가하였다.

메르스 사태 후 개정된 2016년 「의료법 시행규칙」에서는 감염관리실에서 감염관리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인력기준과 배치기준을 제시하였다(제43조). 이들은 의료관련감염의 발생을

96) 김경미․김승주․박진희․손정아․유소연․이미향․이지영․장백희․장윤숙․차경숙․최정실․한수하․한계경, 알기 쉬운 감염관리, 정담미디어, 2016, 2면.

감시하고, 의료관련 감염관리 실적을 분석․평가하며, 직원의 감염관리 교육과 그 밖에 필요한 사항들을 점검해야 한다.

<사례 2> 병원감염에 따른 2차 메르스 유행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예상과 다르게 여섯 번째 환자는 첫 환자와 동일 병실에 입원하지 않았 지만 2015. 5. 28. 메르스로 확진되었고, 이후에도 추가 확진환자가 나왔다. 이 외에도 세 번째 환자의 딸이 5. 20. 에는 발열 증상이 없어서 격리대상자가 아니었지만 수일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한 밀접접촉자가가 격리되지 않고 출국하여 중국 보건당국에서 메르스 확진을 받은 사건이 발생하였다.

정부가 방역전략과 대응 체계를 정비하고 있는 동안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유행이 발생하 였다. 평택성모병원에 폐렴 증상으로 입원해있던 35세 남자 환자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 문하였고, 14 번째 메르스 환자로 확진되었다. 14번째 메르스 환자는 밀집된 응급실 환 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였으며 수십 명의 2차 감염자가 발생하였다. 삼성서울병원은 5월 31일 새벽에 보건복지부로 노출자 명단을 보냈으나 전체 노출자 명단이 일시에 제공되지 못하였다.

밀접접촉자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병원 내 이동 범위가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으며, 접촉 자 명단에서 빠져있던 사람들 가운데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타났다.

메르스 유행의 추가적 확산을 막기 위해 병원에 대한 집중관리가 핵심 과제로 대두되었다.

2015. 6. 중순 이후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전담팀을 신설하였고 처음에는 13개 병원 을 집 중관리병원으로 지정하였으며, 이후 3개 병원이 추가되었다.

집중관리병원에 즉각대응팀과 즉각이행팀이 파견되어 역학조사에 기반을 둔 감염경로 차단 과 격리자 통제 등의 작업을 수행하였다. 환자 발생과 병원 여건에 따라 병원폐쇄 유형과 격 리 방식 등에 차이가 있었으며, 격리조치에는 코호트 격리와 1인 격리 등이 사용되었다. 삼성 서울병원에서는 대규모 유행이 발생하여 집중관리를 위한 시도가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지속 적인 의료진 감염 문제 발생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있던 메르스 확진환자는 음압격리병실이 있 는 국·공립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집중관리병원 방식은 병원 내 감염 전파 차단에 필요한 조치였으나 해당 병원에서는 많은 어 려움이 있었다. 병원에 입원해있던 일반 환자들의 불안과 공포가 심했으며, 일반 환자를 다 른 병원으로 전원하는 과정에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의료진 역시 메르스 감염에 대한 공 포와 맞서야 했으며 일반 환자와 다른 진료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또한 진료 중단 으로 인한 병원의 경영 손실 문제가 발생하였다.

대부분 종합병원의 병상 가동률과 회전율이 높다는 사실은 의료관련감염 관리체계에 있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병상 가동률과 병상 회전율은 수익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에 입원과 퇴원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에 중점을 두게 되면 제대로 된 감염 관리가 이루어질 수 없다. 병상의 과밀은 환자, 보호자, 의료인 등에 대한 의료 관련 감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97) 메르스 감염 확진환자들의 감염 특성은 의료기관 방문자와 응급실ㆍ병실 환자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98) 이는 2014년 사우디아라비아 지다(Jeddah)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들의 주요 감염 경로라고 알려진 병원감염의 원인과 소위 슈퍼감염 사건(super spreading event)99)이라고 불리는 확산에 해 당한다.100)

97) 이천현, 앞의 보고서, 22-23면.

98)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86명의 감염자 중에서 최초환자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판단되는 2차 감염자는 30명이고, 3차 감염자는 94명이다. 또한 환자와 동일한 병동에 입원하였다가 감염된 사람이 62명, 환자의 가족 혹은 보호자가 22명, 이외에도 환자가 입원한 병원에 방문하였거나 머물렀던 사람 들 중에서 감염 확 진환자는 31명이다.” 메르스 포털 사이트, ‘환자 발생 및 경유 의료기관’ <http://www.mers.go.kr/mers/html/jsp/

Menu_H/content_H1.jsp?fid=5769&cid=63450> (2018. 5. 21. 방문).

99) Oboho IK, Tomczyk SM, Al-Asmari AM, Banjar AA, Al-Mugti H, Aloraini MS, et. al, 2014 MERS-CoV outbreak in Jeddah: a link to health care facilities, N Engl J Med., 372(9), 2015, pp.846-854.

100) WHO의 메르스 태스크포스팀(MERS TF)을 이끌고 있는 피터 벤 엠바렉(Peter Ben Embarek)박사는 슈퍼 전파에 대한 원인을 “병원에서 감염통제조치가 지연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outh Korea's MERS outbreak should be wake-up call, WHO expert says’ <http://www.cbc.ca/m/touch/health/story/1.3110802> (2018. 5. 21.

방문).

<사례 2> 병원감염에 따른 2차 메르스 유행

16개 집중관리병원 사례는 국내 병원들이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가 개정되어 정부가 의 료기관에서 방역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16개 집중관리병원 사례는 국내 병원들이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가 개정되어 정부가 의 료기관에서 방역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