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절 비교분석 방법
2. 아시아 주요국 노인빈곤 문제의 특징
아시아 주요국의 노인빈곤 문제를 비교분석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전 제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노인빈곤율의 수준 외에도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 등의 측면에서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아시아 주요 국가의 정치체제와 경제체제 그리고 경제사회적 발전 단계 측면에 서 이미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사항이다. 특히 여기서 비교하고자 하는 일본과 한국, 대만,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는 이 모든 측면에서 적지 않 은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시아 주요국의 노인빈곤 문제 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요인은 서구 복지국가의 그것과도 큰 차이를 나타 내게 된다. 일차적으로는 아시아 국가들이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 해 공적 노후소득보장제도를 강화하는 시점이 다르다는 점이다. 그것은 20세기 중반과 달리 글로벌 경제체제가 확산되어 있고, 노인빈곤 문제에 대응함에 있어 일국 차원에서의 정책적 자율성이 현저하게 약화되어 있 다는 점이다. 그리고 내적으로는 출산억제정책 경험과 최근의 급격한 출
산율 저하 그리고 그에 따른 급격한 인구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다. 끝으로 전통적 사적 부양체계가 해체되는 상황에서 뒤늦게 사회보장 제도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아래와 같 다.
<글로벌화된 분업구조와 경제환경>: 21세기 복지국가는 외부 경제환 경에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뒤늦게 복지제도를 강화해야 하는 후발 복지국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에 유입된 많은 외 국자본과 산업투자는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나 이를 토대로 한 사회보장 제도 도입에 있어 일국 차원의 정책적 자율성을 약화시키는 측면이 있다.
최근 수년간 후발 복지국가의 경제와 노동 그리고 사회보장제도가 외국 또는 국제자본의 투자정책 변화에 따라 큰 제약을 받게 되었다는 점을 잘 말해 준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경제 규모가 작고 개방성이 높은 국가에 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그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고 말할 수 있다. 국제적 자본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외국자본의 직 접투자 방식에 따른 산업화와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최저임 금이나 새로운 사회보장제도의 도입 및 확대는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Varkkey, Korde, Singh, 2016). 더 저렴하고 양질의 노동 력을 찾아 이동하는 국제자본과 외국기업이 이러한 제도에 어떻게 반응 하는가에 따라 경제와 산업 그리고 노동과 가구소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이는 21세기 아시아 국가들이 20세기 서 구 복지국가가 공적연금제도를 도입하던 시기와는 다른 경제환경에 처해 있음을 의미한다.
<경제적 발전 단계의 다양성과 특이성>: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발전 단 계, 특히 산업구조의 발전 단계를 보면 일본과 한국 그리고 대만,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가 하나의 선 위의 다른 지점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
만 아시아의 신흥산업국들은 취업자 비중의 측면에서 제조업의 전성기를 경유하지 않고 곧바로 서비스업 종사자가 더 많은 탈산업사회로 진입하 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중국이나 베트남 등의 국가에서 확인되는 사항이다. 그리고 탈산업화의 속도나 양상 또한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것 을 알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서구 국가나 일본 등에 비해 빠른 탈산업화 경 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안정된 제조업 일자리 가 급격히 감소하고 서비스업종에서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노출된 일자 리가 증가하는 상황을 말해 준다. 이러한 이행단계는 노인의 취업 기회에 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노인을 부양하는 근로연령층의 소득 격 차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변화는 고용 안정성에 기초한 20세기 서구의 사회보장모델, 특히 공적연금제도의 정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 치는 요인이다.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은 일부 아시아 국가는 사회 주의체제에서 자본주의체제로의 이행 과정에 있다는 점도 언급해야 할 것이다. 이는 아시아 주요국의 경제 발전이 매우 다양한 경로와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권위주의적 정치체제의 유산과 민주주의의 공고화>: 아시아 국가들 중 시민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경제적으로 높은 성과를 거둔 많은 국가 또한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권위주의 정치체제에 근거하고 있으며, 관료집단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특징을 보인다. 최근 아 시아 각국에서 민주주의가 공고화되는 단계에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 은 국가에서 권위주의와 관료주의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물론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에 따라 핵심 정책 결정 사안에 대한 시민의 참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민주주의의 공고화로 이어진다고 말하기 도 힘들다. 국가에 따라 사회갈등의 증가와 그에 따른 정책 결정 비용의 증가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아시아 주요국에서 나타나
는 권위주의 정치체제의 유산과 시민 참여의 확대가 사회보장제도 강화 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산아제한정책의 경험과 가파른 인구고령화>: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은 1970~1980년대 산아제한을 통해 사회적 부양부담을 최소화하는 전략 을 채택함으로써 경제 성장 토대를 구축하고자 했다. 이는 아시아 주요국 의 노인빈곤 문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 은 급속한 출산율 저하로 이어져 왔고, 미래 인구고령화의 충격을 예고하 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이나 한국뿐 아니라 대만, 중국, 베트남 등 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인구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말해 준다. 아래의 그림은 아시아 국가의 고령화(65세 이상 인구의 비중 이 7%에서 14%로 증가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가 영국 등 서구 국가들에 비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저출산과 인구고령화 는 미래 공적연금제도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노 인인구를 부양하는 현재의 사적 부양체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 다. 이 점에서 아시아 주요국의 노후소득 보장은 1) 감소하게 될 생산가능 인구를 확충하고 2) 서구 복지국가에 비해 단기간 내에 사적 부양체계에 서 공적 부양체계로의 전환, 즉 장기적 관점에서 공적연금제도를 설계해 야 할 뿐 아니라 3) 당장의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중 삼중의 과제를 안고 있음을 말해 준다.
<전통적으로 강한 사적 부양체계와 그 다양성>: 아시아 각국에서는 여 전히 사적 부양체계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로 일본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노인소득에서 사적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서구 복지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 이를 말해 준다.
사적이전소득과 공적이전소득이 노인빈곤율 감소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사적 부양체
계가 국가마다 다르고, 그 변화 양상 또한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은 사적 이전소득이 매우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그 공백을 공적이전소득이 대체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모든 국가에서 동일한 양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는 사적이전소득이 극적으로 감소하 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편으로는 공적 부양체계 가 취약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적 부양체계가 갖는 특이성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조심스 럽게 다음과 같은 가설을 제시해 볼 수 있다. 즉 강력한 가부장적 질서와 장자상속, 대가족구조에 기반한 사적 부양체계가 다른 사적 부양체계에 비해 산업화 압력에 대응하는 데 더 취약하다는 점이다. 달리 표현하면, 산업화와 도시와 그리고 인구고령화에 따라 부모와 함께 생활하지 않는 가구가 증가하더라도, 각국 고유의 사적 부양체계의 구조 및 특성에 따라 해체의 속도와 정도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회보장제도의 뒤늦은 확장>: 20세기 서구 복지국가의 이념과 제도 는 세계의 많은 국가의 사회보장제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21세기 아시아 국가들 또한 서구의 사회보장제도에서 많은 것을 원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 각국은 상이한 산업구조와 노동시장구조 등에 따라 다양 한 발전 단계를 보이고 있어, 어떤 공통의 사회보장 모형이나 발전 경로 를 가정하기 힘든 실정이다. 참고로 일본은 이미 서구 복지국가에 준하는 사회지출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공적연금제도 또한 성숙한 상황이다. 그 에 비해 한국과 대만 등은 공적연금제도를 전 국민 대상 제도로 확장한
하지만 아시아 각국은 상이한 산업구조와 노동시장구조 등에 따라 다양 한 발전 단계를 보이고 있어, 어떤 공통의 사회보장 모형이나 발전 경로 를 가정하기 힘든 실정이다. 참고로 일본은 이미 서구 복지국가에 준하는 사회지출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공적연금제도 또한 성숙한 상황이다. 그 에 비해 한국과 대만 등은 공적연금제도를 전 국민 대상 제도로 확장한